작가님은 스스로를 다능인이라고 한다.
오로진 전(專), 문자 그대로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한거나 맡은 전문인이 아니라는 자책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건 뭐든 다! 하느라 하루가 짧은 작가님은,
일본어,한국어 번역, 일러스트레이터,인디자인과 엑셀실력을 갖춘 뜨개인이다!
관심사가 많고 많은 작가님의 에잇레그중 하나가 뜨개라니!
같은 뜨개인으로서 기쁜일이다.
아무런 철학없이, 그저 뜨개하는게 재미있어서 어느 순간 내 삶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뜨개.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에 좋아하는 TV채널을 맞추고 뜨개를 하는 시간은
내가 아끼고 아끼는 시간이다.
드라마를 보며 코를 놓치기도 하고, 무한 겉뜨기를 하며 잡념에 빠질 때도,
아무 생각없이 도안의 무늬에 빠지기도 하는 내가 사랑하는 뜨개의 시간.
『아무튼,뜨개』 를 보며 내가 사랑했던 뜨개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비싼 바늘과 실을 장착하고도 누군가에게 궁상맞다는 핀잔을 들으며
포근하고 무해한 뜨개를 은근 낮게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간을 위로받았던 시간.
실보관함에 잔뜩 쌓인 실을 보며 한숨 짓지만,
계절마다 새롭게 옷을 입고 나오는 신상실과 세일 소식에 나도 모르게 결재버튼을 누르고
택배가 오면 마치 예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실처럼 실보관함에 쏙! 넣으며
왠지 모를 죄책감에 힘들었던 "자기 분열적 뜨개"의 시간.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아란무늬가 존.F.케네니 대통령을 거쳐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
제주도 한림수직이 결혼 혼수품으로 까지 인기를 얻었지만 점차 사라졌던 이야기,
뜨개의 바이블 엘리자베스 짐머만,
산업 혁명이전까지 뜨개를 남녀가 가리지 않고 했으며,
직업 뜨개인이 되기까지 6년의 과정을 거쳤는데,
이렇게 직업 뜨개인이 대부분은 남자였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내가 몰랐던 다양한 뜨개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까지 내가 아끼고 즐겨했던 뜨개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지기엔 뜨개 관련한 잡지나 책이 다양하지 못했다.
작가의 말처럼 왜 우리나라엔 뜨개의 관련된 다양한 책이 없었을까?
물론 뜨개기법을 소개하는 다양한 책은 많지만
뜨개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 뜨개의 역사와 철학에 관련된 책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다행이도 『아무튼,뜨개』 이후 뜨개관련 이야기 책이 조금씩 발간되고 있고
특히나 서라미 작가님이 번역한 엘리자베스 짐머만의 『눈물없는 뜨개』 도 출판이 되었다.
뜨개가 전문적인 취미로 인정을 받으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은 시작인 것 같다.
"만국의 뜨개인이여, 단결하라~!"던 작가님의 외침이 힘을 얻을 것 일까? ㅎㅎ
무언가에 빠진 덕후들, 그 덕후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아무튼!"시리즈.
덕후가 사랑하는 무해한 세상에서 웃고,
때론 눈물 지으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 『아무튼,뜨개』
만국의 뜨개인이 모두 읽어봤으면 ^^
직장인 뜨개러로서, 출퇴근길에 아껴 읽고있는 에세이입니다. 일상속에 뜨개질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뜨개질을 생각없이 하고싶어서, 심신안정을 위해서 하고있지만... 사실 우리는 뜨개질을 하면서 수많은 고민과 문제해결을 위한 생각도 하고 느끼는 것도 많죠. 정적인 취미처럼 보이지만 뜨개질을 통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하고 뜨개실색깔만큼이나 총천연색의 경험을 합니다. 저는 그걸 몰랐는데, 이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습니다. 뜨개를 하면서 나는 많이 배우고 깨닫고 느끼고 행복해했다고요,
뜨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사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책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뜨개에 대한 애정 어린 문장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아직 뜨개를 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내가 느꼈던 즐거움과 고민, 외로움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어서 정말 좋았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집에 콕 박혀 뜨개를 찬찬히 뜨다가 좋아하는 뜨개에 관한 책을 읽으니 이게 행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