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은 저/하루치 그림
박여진 글,백홍기 사진
양주연 저
산이 좋아졌어
산뉘하이 Kit
글담출판사/2021.3.8.
우리나라의 등산인구는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주말에 산을 오르다보면 만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까운 근교의 산을 오르는 사람을 비롯하여 전국의 유명산을 찾는 사람도 많으며, 외국의 유명산이나 트레킹 코스를 찾는 사람까지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의 젊은 직장여성으로 대만의 산뿐만 아니라 네팔이나 미국의 여러 트레킹코스를 꾸준히 다니며 기록한 것들을 <산이 좋아졌어>에서 소개하는 저자는 타이베이 사람으로 낮은 산 중독자. 필명 산뉘하이는 ‘산의 아이’라는 뜻이다.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걷기를 즐기게 되었고,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걷고 쓰는 삶을 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과 사랑에 빠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순간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산이 좋아졌어>의 저자가 맨 처음 산에 오른 이유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도 아니고, 정확한 방향 감각을 갖추어야만 검은 숲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늘 산과 함께 걷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산은 언제나 반겨주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깊은 밤 텐트를 걷어 올려 별을 바라보고, 새벽녘 숲속 깊숙한 곳에서 깨어나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고, 자기의 그림자와 함께 먼 길을 걸어가는 것, 달빛에 살을 태우고, 새벽빛에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좋았으며, 이른 새벽 침낭을 정리하면서 서로에게 미소 짓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는 것도 좋았다고 한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글들을 네 개의 주제 ‘첫 일출을 본 순간부터, 조금 괴로워도 무리가 되더라도, 함께 오르는 산, 산과 나 사이’ 등으로 나누어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아직도 처음으로 일출을 본 순간을 “우주가 가늘게 진동하고, 바람은 간간히 귓가에 흐른다. 심장은 더디게 뛰고, 피는 얼어붙은 듯하다. 알 수 없는 힘이 불러들인 금빛 공기 안에서 세상은 서서히 녹는다.(p.13)”고 생생히 기억한다. 타이베이는 3,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들이 268개나 있고, 1시간만 운전하면 그 산들의 입구에 닿을 수 있으며, 원주민의 안내자를 따라 그들의 성스러운 산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저자가 살고 있는 도시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보다 작은 면적이지만 높은 산들이 많아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 네팔의 고원지대를 트레킹하고, 미국 대륙의 트레킹 코스뿐만 아니라 일본의 여러 산을 오르고 또 오른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인디고(글담) 출판사에서 출간된 < 산이 좋아졌어 > 책을 펼치기 전까지 나는 당연히 한국 에세이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이 좀 이상해서 가명인가? 싶었는데 왠걸 대만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대만사람이 대만과 세계 여러 곳에서 즐기는 산행 이야기이다.
그런데, 대만과 한국의 자연환경이 비슷해서일까? 읽는 내내 한국에서의 산행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 속 여성의 외모도 우리와 비슷하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듯하다. 그리고 대만에 그렇게나 많은 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저자를 산으로 이끌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어머니'이다. 오랫동안 병간호를 했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크나큰 상실감에 빠진 저자는 산행을 결심하게 되는데, 물론 처음 시작은 주변의 오르기 쉬운 산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일단 그렇게 시작한 저자의 산행코스는 점점 그 강도와 스타일이 변하면서, 새벽산행, 야간산행, 캠핑, 트레킹 등으로 다양해지고 그에 비례해 산을 향한 저자의 사랑도 커져만 간다. 동시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된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상실감을 회복하기 위해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는다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저자는 그 방법의 하나로 산행을 선택했고 결론적으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대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인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며 인생을 돌아볼 수도 있고, 고요한 새벽 혹은 한밤중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평범한 직장인이 산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 마냥 부럽기만 하다.
산이 좋아졌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나에게도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누군가 무슨 운동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대답할 수 있는 정도가 걷기, 등산, 골프이다
숨을 헐떡이는 몸부림을 싫어해서 오롯이 걷기만 하고 있다.
한때 100대 명산 등산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산을 다녔다.
산이 매력을 맘껏 느꼈다기보다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요즘은 한번 가본 산 보다는 안 가 본 산을 찾아다니고, 높은 산 보다는 300~700m 사이에 낮은 산을 찾아다닌다. 산에 가면 절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만의 젊은 처자가 어머니를 여의고 산을 찾아다니면서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일종의 사랑 에세이 같기도 하다.
“ 지금부터 너는 나의 배낭이다. 네가 무엇을 넣든 그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될 것이다. 나는 너를 짊어지고 깎아지른듯한 바위를 오르고, 봉우리를 넘고, 별도 달도 없이 캄캄한 어둠속을 걸을 것이다. 과거 네가 사랑했던 사람과 상처 입은 마음, 너의 깊은 골짜기와 어두움 균열 그리고 이따금씩 나빠지는 모습까지 모두 짊어지고 걷겠다. 나는 너를 메고 수없이 많은 산을 오른 강을 건너서 결국 네가 사랑과 만날 때까지 걷고 또 걷겠다.”
산을 다닐 때 꼭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 아니였다. 물론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때는 혼자 다녔다. 나도 한창 산을 다닐 때 작가처럼 고독을 미화했다.
“언제든 출발 가능. 만약 혼자라면 최고의 시작은 아니어도 최고로 잊지 못할 여정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때론 외로움 속에 깨닫는다. 고독은 지나치게 미화되었다고”
“전날 밤 야근을 마치고 밤새 차를 몰아 도착한 친구는 피로를 전혀 풀지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전진 속도에 맞추느라 자신이 평소 걷는 속도가 아닌 비정상적인 속도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결국 걷는 리듬을 완전히 상실하고는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친구의 ’천천히 걷는 정도의 발걸음‘으로는 날아가는 듯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나는 매번 뒤를 돌아보면 친구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산을 올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산행에서 가장 힘든 건 오래 걷는 게 아니라 자기 속도가 아닌 다른 속도로 걷는 일이다. 친구를 기다릴 때면 몸이 급속도로 서늘해지면서 정신도 가물거렸다...중략... 하지만 산위에서의 힘든 시간은 언제나 끝이 있다. 결국은 산장에 도착 할 것이고 결국은 산봉우리를 넘을 것이며, 결국은 길이 끝나는 순간과 마주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산 아래 세상만큼 힘들지 않다.”
“최근 몇 년 간 연습한 결과 내가 혼란스럽고 괴로울 때 최소한 상대방에게 나의 상태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예전처럼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대충 얼버무리거나 내가 먼저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자기방어든 자기 보호든 나에게 상처를 주고 또 나를 사랑하는 이를 상처 입히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