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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 양장 ] 소설Y이동
김정 | 창비 | 2023년 07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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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88g | 128*188*30mm
ISBN13 9788936439231
ISBN10 8936439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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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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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노 휴먼스 랜드를 애틋하게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 휴먼스 랜드가 되어 버린 고향을. 틈만 나면 할머니는 고향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으며 그곳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 p.12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 노 휴먼스 랜드에 도착했다.
--- p.17

나는 한나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노 휴먼스 랜드의 야생화가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그레이 시티에 사는 사람들도 아는 상식이었다. 오클랜드 협약은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가장 성공적인 국제 환경 협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지구 전체 육지의 57퍼센트를 차지하는 노 휴먼스 랜드를 70, 80퍼센트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성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더 빨리 지구가 회복할 테니까. 그래야 더 빨리 과거로 돌아갈 테니까.
--- p.23

전 세계에 기후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기 시작했다.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지진과 쓰나미, 허리케인과 산불은 빚쟁이들처럼 찾아와 온 사방을 들쑤시고 다녔다. 사상자가 속출했고 기후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차 세계 재난이었다.
--- p.33

갑자기 한나가 멈춰 선다.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되어 불안하게 떨리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간다. 시선의 끝에는 익숙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존재한다. 마주친 눈빛에서 한나와 나는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
여기, 우리 말고 누군가가 있어.
--- p.37

나도 한나를 따라 그늘에 들어가 앉는다. 기다란 막대기 같은 줄기 하나가 손끝에 닿는다. 나는 고개를 들어 찬찬히 주변을 관찰한다.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는 바싹 마른 이파리가 말라 죽은 불가사리처럼 붙어 있고, 그 위로 이런 줄기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다. 나는 줄기를 꺾어 든다. 줄기 끝에는 언뜻 민들레 씨앗처럼 보이는 구 형태의 꽃이 달려 있는데, 내 주먹보다는 크고 얼굴보다는 작다. 이파리나 줄기에 비해 꽃이 기이할 정도로 크다. 후, 하고 불면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과는 다르게 꽃은 꽤 단단하게 굳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 p.112

“미아야. 대표님이 그리워한 게 그냥 서울이고, 그냥 회사였어?”
앤이 내 손에 들린 태블릿을 거칠게 낚아챈다.
“대표님이 그리워한 건 재난 이전의 서울이고, 그때의 회사야!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대표님은 자존심을 세우느라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 오로지 과거만, 과거만 곱씹고 있었지. 미아야, 말해 봐. 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
--- p.177

“개선되어야 하는 건 벼 같은 게 아니야. 사람들이야말로 더 좋아질 수 있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환경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야. 아마 대표님은 마지막까지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겠지. 그게 너무…… 분해. 할 수만 있다면 대표님을 다시 살려 놓고 싶을 만큼. 그럼 누가 맞았는지 똑똑히 보여 줄 수 있을 텐데. 어쨌든, 너라도 있으니 다행이야.”
--- p.185

“그렇게 자아를 초월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굳이 남에게서 무엇을 빼앗으려 하지 않지. 그건 나에게서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누구를 다치게 하지도, 무언가를 파괴하지도 않지.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문제가 자연히 사라지는 거야. 폭력, 절도, 전쟁, 기후 문제까지. 플론은 사람들을 고통과 슬픔,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영원히 해방시킬 거야.
--- p.192

재배실 문은 다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힌다. 앤은 마치 아침 운동을 끝낸 사람처럼 상쾌하게 말한다.
“어쨌든 얘네는 나가서 꽃을 피울 거야. 그리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걱정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플론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
--- p.212

나는 앤에게 다가서며 말한다.
“잘 들어요. 우리 할머니가 맞았고, 소장님이 틀렸어요. 소장님이 하려는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파괴하는 거예요. 문제를 파괴해 버리면 영영 해결할 기회는 없어져요. 그걸로 끝이라고요.”
--- p.241

나는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수많은 나 사이를 흘러 다닌다. 무심하고 자연스럽게.
--- p.25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가까운 미래, 전 세계에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같은 대규모의 기후 재난이 발생한다.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치명적인 대기근이 닥치고 기후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유엔기후재난기구(UNCDE)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자 협약을 맺어 세계 곳곳을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하고, 한국은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가 되어 사람들이 모두 떠난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시점, UNCDE는 생태계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에 조사단을 보낸다. 누군가의 은밀한 청탁을 받고 잠입한 주인공 ‘미아’와 함께 서울에 도착한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갑자기 단원 한 명이 실종되고, 사라진 단원을 찾는 일행의 앞에 낯선 존재들이 나타나는데……. “여기, 우리 말고 누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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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 서울, 노 휴먼스 랜드에 도착했다.” 이 문장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는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 버린 서울의 모습을 마주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 SF 모험 영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긴박감 속에서 비밀과 거짓말이 드러나고 실종과 죽음이 이어진다. 살풍경 속을 걷는 이 작품을 읽으며 주인공의 독특하게 차분한 목소리에 동화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모험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 보시기를!
- 이다혜 (작가)
『노 휴먼스 랜드』는 기후 난민 청소년이 멸망한 한국에 조사단으로 파견되어 겪는 모험을 다뤘다. 근미래에 있을 법한 일로 정교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 힘이 뛰어나며, 그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과는 차별성이 있었다. 더불어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각자의 목적이 명확하고, 그것이 구조적 갈등과 얽힌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유려한 전개로 쉬운 몰입이 가능하며, 이야기로서 긴장감 있게 읽힌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 심사위원 (천선란 이다혜 이수현 카카오페이지 창비)
사건이 몰아치는 데서 오는 서사적 긴장감이 강렬하다. 무수한 복선이 끊임없이 뒷장을 넘기게 한다.
- YA 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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