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성인병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내가 몇 년에 걸쳐 발견한 인식들은 ‘단순히’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인식들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여 노년에도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두 번째 핵심 주제이다. 식생활을 바꾸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심지어 퇴치할 수 있다. (중략)
내가 경험했던 정도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심장 질환을 겪은 환자들도 식이요법을 통해 치료되었다는 보고들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세 차례의 우회술을 거친 뒤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환자들의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극심한 가슴 통증(협심증)으로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식습관을 바꾼 지 몇 주 혹은 몇 달 만에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음식의 놀라운 힘을 증명해준다.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다. 먹거리를 바꾸면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한두 개가 아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특별한 식이요법을 통해 현대에 만연하거나 치명적인 질환들을 치유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 p.19~20
단백질 허기가 채워져야 먹는 걸 중단할 수 있다
학자들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절반은 ‘단백질이 모자란’ 식사를 하게끔 했다. (중략) ‘단백질이 풍부한’ 뷔페를 앞에 둔 그룹은 보통의 뷔페를 먹던 날만큼 많은 양을 먹지 않았다. 이런 날들에 그들은 보통 때보다 칼로리를 38% 적게 섭취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다. (중략) 한편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를 한 실험대상자들은 그와 거의 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계속 음식을 가져다 먹어서 평소보다 35%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다.
인간들은 많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에너지나 칼로리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특정한 양의 단백질에 대한 욕구가 우리를 몰아가며, 단백질 필요량을 확보하는 데 관한 한 굉장히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이용할 때는 단백질 필요량이 곧장 채워지고, 포만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먹는 걸 중단한다. 하지만 식단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본능적으로 더 많이 먹는다.
--- p.40~43
때때로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가 천천히 늙는다
캘리포니아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수년간의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들이 비채식주의자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중에서는 비건들이 상당히 점수가 좋았다. 그러나 가장 장수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생선을 먹어주는 채식주의자, 즉 페스코 베지테리언들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역시 상관관계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경우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때때로 생선을 먹는(연어를 가장 많이 먹었다) 교인들과 그렇지 않은 교인들 사이에 다른 생활 습관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 p.84~85
지방을 포기하면 당을 섭취하게 된다
사실 지방 같은 어느 한 가지 영양소를 죄악시하면서 식단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예전에는 지방만, 특히나 포화지방산만 식단에서 몰아내면 마치 모든 것이 좋아질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가? 우리는 어떻게 했는가? 우리는 그런 조언을 귀담아 듣고는, 지방을 줄이고 단맛을 가미한 음식을 부지런히 먹었다! 지방을 공포스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설탕은 괜찮은 것처럼, 다른 탄수화물 가공식품들은 괜찮은 것처럼 여겼다. 물론, 우리가 일부러 달콤한 음식들을 더 많이 먹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방을 포기하면 무엇인가로는 배를 채워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은 당으로 말미암은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바로 이런 것을 조심해야 한다.
--- p.141
나이 들어 가는 사람들의 생존 전략, 콩
콩은 종류를 막론하고 당지수가 낮을 뿐 아니라(대부분 50 이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식물성 단백질의 탁월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일부의 경우는 그램당 단백질이 연어보다 더 많다. 여러 연구에서 콩이 ‘날씬하게 만드는 식품’으로 입증된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콩이 포만감을 주는 것이다. 콩은 특히나 당지수가 낮아서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겐 최상의 탄수화물 공급원이다. 당뇨환자들에게 콩을 더 많이 먹게 하면, 몇 달 지나지 않아 당화혈색소 수치가 떨어진다. 혈압과 맥박 수,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며 이로써 각종 성인병 위험이 감소한다.
--- p.186
비타민제는 복용하지 마라, 비타민 D3와 B12만 빼고
비타민은 거의 먹지 않아도 된다. 스무디나 멀티비타민 주스를 챙겨 먹고 있다면 하루 한 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 하지만 그것들이 진짜 과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 현재 알려진 지식으로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 유일한 비타민 보충제는 비타민 D3다. 이 비타민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우선 비타민 D가 들어 있는 식품은 극소수다. 연어, 고등어, 청어 등 기름진 생선과 햇빛에 말린 버섯 같은 식품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이 들어 있지는 않다. (중략) 비타민 D의 주된 기능은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소아에게서 골격장애인 ‘구루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모든 장기에 비타민 D 안테나(즉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져, 비타민 D가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 p.210~212
노화과정의 스위치가 있다
분자 생물학에서 염증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늘 나오는 용어가 NF-kappaB이다. NF-kappaB는 작지만 중요한 뇌구조로 성장, 번식, 신진대사를 조절하며, 뇌의 ‘포만 중추’로 기능하는데, 한편으로는 신체 방어력의 장군이라 할 수 있다(몸속은 물이 많으니 해군 장군이라고 할까). (중략) 하지만 이런 투입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끝이 나지 않으면(노화나 비만에서 종종 그렇다) 부수적 피해가 증가한다. 면역계의 계속적인 투입으로 말미암아 신체 조직이 고통 받게 되는 것이다. 면역계의 공격은 우리의 조직을 파괴시켜 신체 노화를 가속시킨다. (중략) 이것은 노화와 신체적 마모과정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이 그냥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보면 노화는 오히려 사춘기처럼 뇌가 조절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p.266~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