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2권에서는 유타로의 비밀, 그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해요.
디지털 기기에 남겨진 데이터는 고인의 흔적들이에요. 감추고 싶기 때문에 '디리 닷 라이프'에 삭제를 의뢰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 일을 하고 있는 유타로의 사연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언체인드 멜로디>와 <유령 소녀들>은 온라인 세상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뭔가 안타깝고 슬펐어요. <그림자 추적>은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 같아요. 만약 그 죽음이 억울하다고 느꼈다면 더더욱...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떠났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 속에 남은 건...
한편으론 <그림자 추적>의 의뢰인 무로타 가즈히사의 부인이 했던 말이 좀 충격이었어요.
"... 아무라도 좋아요. 부모님이든, 연인이든, 친한 친구든.
자신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타인처럼 느껴진 경험 같은 거 없나요?"
유타로의 뇌리에 소송을 포기했을 때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이후의 대화가 사라졌던 시간이 기억났다.
부인이 유타로의 눈을 보며 끄덕였다.
"제게는 그때가 그랬어요. 당신과는 상관없어, 하고 남편이 차갑게 대꾸했을 때 깨달았죠.
이 사람과 나는 남남이었구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내 부모님과 살았던 시간보다 긴 시간을 부부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역시 타인이었구나, 하고." (186p)
무로타 가즈히사는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그때부터 이미 벌을 받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떠났다면 그건 모든 걸 잃은 것이니까요.
우리의 기억이 소중한 이유는 그 기억 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아프고 괴로운 기억은 잊고 싶겠지만 그걸 극복해내는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고 생각해요. 유타로와 케이시는 고인의 데이터를 삭제하면서 그들이 감췄던 진실과 거짓을 목격하게 돼요. 늘 이런 내용을 읽다보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드러나는 과거의 기억이라면 그걸 삭제할 것인가, 남길 것인가.
죄를 짓고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그런 부류들이 어지럽히고 있지만 결국에는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진리인 것 같아요.
디지털 장의사 케이시와 유타로의 연작 미스터리, 마지막까지 긴장되는 이야기였어요.
디리1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이다.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케이시와 유타로의 활약이 펼쳐진다.
1권에서 점점 발전하여 세 개의 이야기가 조금은 길게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두 사람의 과거 흔적을 찾아간다.
케이시의 과거는 점점 다리가 마비되어 가고 감각을 잃어가면서 스스로 재활을 포기하든 단계이다.
어린 나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조금 불편한 것이 아니라 시선도 의식해야하는 것이다.
표현도 말투도 남들이 오해하기 좋은 조금 냉소적인 성격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타로의 경우는 여동생의 병으로 가족이 해산된 경우이다.
딸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각자 결혼을 하면서 할머니와 살다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의 늙은 고양이 다마씨를 키운다.
가끔은 여동생의 친구인 하루나가 방문해 적적함을 덜어준다.
하루나를 위해 저녁도 해주는 다정한 오누이같은 사이다.
혹시나 로맨스로 이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서로 그런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친구를 기억하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주변 인물이다.
유타루의 여동생 린의 이야기는 신약실험의 희생자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경험때문인지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삭제하기 전에 속사정을 궁금해하고 가능한 도와주려는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케이시의 경우는 원리원칙에 근거하는 정확한 성격인데 유타루의 영향으로 조금씩 세상에 문을 열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유령소녀'들은 SNS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들 즐겁고 멋지게 살고 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의 실체를 알려준다.
환상 속의 자기를 꾸미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
삶의 우울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같은 꿈을 꾸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
현실과 환상이 너무나 다르기에 괴리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그리 많을까 싶기도하다.
남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일까.
가끔은 머리 속으로 그려보던 세상을 향해 꾸며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것이 현실과 혼동된다던지 아니면 자신을 좀먹어가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겠다.
과시용을 보고 상처받는 사람들의 멘탈이 강해지기를 바란다.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소설임을 알면서도 더욱 내용이 궁금해진다.
서로 숨기고 있는 자기만의 내밀한 비밀을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끌어들이는 주요한 시사점이 아닐까 싶다.
유타루는 이런 경험때문인지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삭제하기 전에 속사정을 궁금해하고 가능한 도와주려는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케이시의 경우는 원리원칙에 근거하는 정확한 성격인데 유타루의 영향으로 조금씩 세상에 문을 열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유타루의 여동생 린의 이야기는 신약실험의 희생자가 아닌가 여겨지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2권에는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지막 에피소드가 분량이 좀 길며 읽어 보면 아 그럴 이유가 있었구나 하게 됩니다. 왠지 사연이 여기서 다 정리가 되는 느낌인데, 명탐정 코난이 아직도 검은 조직에 의해 아이의 몸이 된 채 머물고 20년 동안이나 사골을 우리듯, 이 독특한 이야기도 좀 계속 속편이 나와서 독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탐정이나 범인이 아니라 일종의 디지털 장의사들이, 한 사람은 두뇌 한 사람은 액션으로 역할을 나눠 그 나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1권 독후감에서도 말했지만 주인공들의 역할이란 아주 제한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이 지목한 파일을 삭제하고, 그 내용은 삭제자인 자신들도 보면 안 되며, 나머지는 경찰이 해결하든 뭘 하든 자신들은 손을 떼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도 보면, 케이시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불법에 협조하거나 기타 합당치 못한 결과를 남기는 걸 아주 싫어하며, 사후 합리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이러이러하기에 나머지는 우리가 손 안 댄다"며 아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업종이 실제 존재한다면 그렇게 모든 건이 말끔하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첫째 사연 <언체인드 멜로디>(이것도 미국의 스탠다드 넘버 제목이죠)에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데, 외모 때문에 좋은 역할을 동생에게 다 맡긴 어느 비운의 작곡가, 뮤지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유타로는 또 헛다리를 짚고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ㅎㅎ 몰고 가는데 뻔히 사정을 알지만 독자는 그의 시나리오가 너무 그럴싸하게 들려서 나중에 뒤집어질 줄 알고도 일단 속아넘어가게 되네요.
사실 자칫하면 자신이 큰 누명을 쓸 뻔했으나.... 보다 고상하고 인간적인 동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고, 또 한 사람은 역시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배려하고 사랑했기에 그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마는데... 역시 이 시리즈에는 좀 부담스러울 만큼 고상한 인격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다못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도 구제불능의 악당들이 전면이 많이 나서는데, 이 작품에는 의외로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순정파들이, 억울하게 악의 가면을 쓰고 많이들 등장합니다. 여튼 읽기에 흐뭇해서 좋았습니다.
<유령 소녀들>. 제목에서도 나오듯 가짜 삶을 사는 젊은 여성들 이야기인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더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쓰디쓴 진실을 알게 되어 보는 입장에서 더 안타깝습니다. 이 에피소드에는 유타로가 비교적 큰 액션을 치르는 과정이 나오는데 미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케이시는 아주 유능한 프로그래머이며 세상사에 밝고 나이에 비해 인생 관록이 두텁게 묻어나는 편이어서 사소한 단서로도 많은 걸 알아내는 게 대단합니다.
이 이야기에는 일단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살짝 나오는데 확실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또 SNS 때문에 삶 자체가 이상해진, 가짜의 모습을 웹상에 드러내고 이에서 벗어날 줄 모르며, 어쩌면 가짜인지 뻔히 알면서도 이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열광하는 희한한 군상도 나옵니다. 얼마 전 일어난 모녀 살인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소셜 미디어가 처음 생길 때에는 이런 기이한 부작용을 아마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입니다. 어린 소녀가 그 모든 걸 알면서도(자신이 정상이 아님) 나쁜 환경 때문에 쿨한 척 적응해 가는 과정이 안타까웠습니다. 저 1권에 나오던 <스토커 블루스>에서 여동생 복슬이가 잠시 겹치기도 했고요.
마지막 이야기 <그림자 추적>은 여태 명확히 드러나지 않던 유타로의 과거, 그리고 케이시에 얽힌 사연까지 다 정리되는 내용이라 독자에겐 좀 충격이며 분량도 그래서 좀 깁니다. 일단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신약 개발로 떼돈을 벌려는 이들이 많은 건 공통이며 한국의 코스닥에서 왜 그렇게 제약바이오 업종에 거품이 많이 끼는지도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내막 그 일단이 짐작이 갈 만큼입니다.
유타로는 이 에피소드에서 그의 실력을 마음껏 드러냅니다. 여태 그는 전화를 통해, 혹은 직접 찾아가서 다른 사람인 척 능청을 떨며 의뢰인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어떤 정보를 캐는 게 장기인데, 이 사연 속에서 그의 매력이 최대한 다 드러나는 게 특징이더군요. 특히 아마다 사에 찾아가서 구사카베를 구워삶은 후 데이터를 빼내는데 뜻하지 않게 어떤 여직원 때문에 방해 받는 장면은 잘 만들어진 미국 오락물을 보는 듯 흥미진진했고 서스펜스 만점이었습니다.
인물 묘사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p179의 "미인이었지만 표정이 부족했다"라든가, 고인의 아들 이치로의 미숙하고 유치한 성격(이 점을 구사카베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치로를 사칭하는 유타로를 두고 "생각보다 듬직한데?" 같은 말을 하죠) 묘사 같은 게 일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디지털 기술도 제법 세부적으로 서술되며, 저 앞 에피소드 <유령 소녀들>를 보면 어떻게 소설 미디어에서 사기를 치는지 매우 자세하게 그 요령이 나오는 등 디테일이 장난 아닙니다. 여튼 이 2권에서 유타로와 케이시의 개인사가 일단 다 정리되는 만큼 여태 애착을 갖고 캐릭터를 봐 온 독자들은 미리 마음을 정리해야 할 겁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집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부자와 권력자 혹은 깡패나 사회 낙오자 등 죽음을 앞두고는 그저 필멸의 존재로서 한없이 작아지고 또 스스로 겸손해집니다. 죽음 앞에서는 허세도 사술도 돈도 배짱도 폭력도 다 무소용입니다. 죽음 앞에서 부끄러워질 부분이 많이 남았는지 아닌지, 남들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못 속입니다. 파일은 쉽게 지울 수 있어도 죄업과 후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