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호연 저
가끔 내가 남긴 글들만 남았을 때의 일을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왠지 지금은 내가 그들을 지키고 있는 기분이지만 내가 없을 때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이가 있거나 오해가 생기면 누가 답할까 싶어지는데요. "그건 그렇지 않다, 사실은,,,"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이가 없다면... 누군가에게 나도 데이타들을 지워달라고 부탁해야하나 싶어집니다.
"정말로 삭제하시겠습니까?"
디리는 사람은 저마다 남기고픈 것과 숨기고픈 게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각각의 사정은 다르지만 분명 지워야만 하는 것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한량같은 유타로는 자신이 죽은 후 컴이나 폰에서 자신이 원하는 디지털 기록을 삭제해달라는 일을 하는 '디리 닷 라이프'에 취직하게 됩니다. 여기 유일한 직원이자 소장인 케이시의 행동책으로 채용된건데요."누군가가 죽으면" 이 사무실의 업무가 시작되는 겁니다.
의뢰인이 명시한 날짜동안 기기에 새로운 접속이 없다면 케이시의 노트북으로 알림이 오고 그 때부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유타로가 확인하는 겁니다. 사망이라는 확인만 하면 될거같지만 디리 닷 라이프의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의뢰인들이 어떤 곳의 자료만 삭제해달라고 지정도 하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가족이 이런 부탁을 했다는 걸 알게 된 남은 가족들은 그 내용이 뭘지 당연히 궁금해하고 삭제전에 보여줄 것을 강요하게 됩니다. 그럴때면 단호한 케이시는 무조건 의뢰인과의 약속을 우선시하지만 행동책 유타로는 주변인들을 만나며 사정을 알게 되니 무작정 지우면 안된다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여동생과의 슬픈 사연이 있는 거로 보이는 유타로는 늘 의뢰인 가까이 있는 이들을 걱정합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잃었기때문일텐데요. 그리고 그 여동생과의 못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마음에 남은 거 아닌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말 의뢰인들이 사망했는지 확인하러 가면서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옵니다. 남은 가족들만큼 고인의 비밀을 궁금해하거든요
"그런 거라도 남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을 겁니다.아무리 소중하게 여겼다고 해도 기억은 사라지는 법이니까요."-205
많은 사연들이 나와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생각만큼 다 알고있지는 못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강매와 공갈에 당한 피해자들의 주소는 왜 가지고 있었는지, 아들이 맛집 사장이 될 수 있는 비법을 아버지는 왜 없애려했는지, 아버지의 사라진 반지에 아들은 씁쓸해하는 것이 맞았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누가 알려주기까지는 오빠의 마음을 몰랐던 여동생, 아내의 핸드폰을 늘 충전해놔야 하는 이유를 몰랐던 남편등 사연들이 알고보면 우리는 꽤나 착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평상시 서로를 소중하고 애틋하게 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구요. 늘 그자리에 있을거라는 어처구니없지만 단순한 믿음때문인데요.
"지워서 지킬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남겨서 지킬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261
이렇게 디리는 많은 사건들을 통해 나에게 지우고 싶은 자료라면 뭐가 있는지,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도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죽은 후 지우려했던 기록에 담긴 진실과 거짓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더라.' 라는 이야기들이 내가 남기고 있는 기록의 진실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네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요.
"디리1"
"지하에 있는 사무실에는 햇살도 외부의 소음도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결계라기보다는 이계였다.무기질적인 콘크리트 벽
높은 천장,몇 대의 컴퓨터,이계의 주인공은 그 컴퓨터 너머에 있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간이 할수 없는 불가능한 것이 존재할까.인간이 해야 할 일들을 로봇이 하고 있으며 그만큼 인간은 진화하고 있다.하지만 단 한가지 무엇이든지 가능하다지만 죽음앞에서는 늘 무릎을 꿇을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것이다.모든것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불평등과 불가능속에서도 만인이 평등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여기 특별한 직업을 가진 두사람이 있다.디지털 장의사!!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와 있고 디지털 기기가 없다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은 혹여 당신이 죽음을 맞이 한뒤 남게 될 디지털 기기..즉 컴퓨터,스마트폰에 남겨진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밝혀진다면 그것을 바라는가.바라지 않는가.하는 물음에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소설속에 등장한 것이 아닐까."당신이 죽은 후,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해드립니다"이 광고!!그것은 디리 라이프에 광고 문구이다.자신이 죽음을 맞이한뒤 자신의 흔적들이 남을 데이터속에 자료를 삭제해 줄것을 디리라이프에 계약을 하고 의뢰자가 의로한 자료들을 삭제한다.단 죽음이 확실한지 확인한 후 그 절차를 시행한다.이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디리 라이프에서 일하는 유타로와 케이시..케이시가 고용주이고 유타로가 직원이다.케이시는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휠체어를 타고 의뢰자가 사망후 자료를 삭제하는 일을 도맡고,유타로는 의뢰자가 사망하였는지,확인후 케이시에게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다.케이시와 유타로에 일을 그렇게 분리되어서 진행된다.이들은 어떤이들에 죽음후 데이터를 삭제하는것일까.그들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소설은 디지털 장의사인 유타로와 케이시가 마주하는 사건들을 풀어낸다.각자의 의뢰인들의 죽음으로 그 죽음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면 다른 사건을 마주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그런데 두사람의 케미가 남다르다.의뢰인의 죽음을 확인후 앞뒤 좌우 살피지 않고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케이시와 의뢰인들의 사건과 마주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들로 의뢰인이 남긴 자료를 열어보고 사연을 풀어나가려는 유타로에 대립이 살벌한 대립이 아닌 실랑이 정도로 이어지며 하나씩 하나씩 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이 지루한줄 모르고 책속으로 빠져 들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디지털 속에 남겨진 사연들은 각기 다른 사연들로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서글픔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한다.의뢰인이 남긴 디지털 데이터 속 비밀들이 풀어지면 알라딘에 램프처럼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사건과 사연들이 안겨주는 비밀들은 현실적이면서 불가능한 무언가를 말하기도 하는 듯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꼭 남에게 보여지는 유품만이 그 사람의 살아온 시간들의 흔적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이제는 디지털 기기속 그들이 남긴 사연들에 당황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 유족들이 점점 늘어갈것이다.소설은 그런 사회속 이야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우고 싶은걸까.내 노트북 속에는 수많은 책에 관한 자료들만 가득하고 휴대폰 속에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하는데..생각하고 느낀 내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다면 아주 슬플꺼 같다는 생각과 마주하기도 했다.죽음이라는 다가올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그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남겨질 디지털 자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렇게 소설을 이어갈수 있다는 사실이 저자에 글로 탄생했다는게 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설이었다.의뢰인들의 사연뿐 아니라 소설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드러나는 비밀로 채워져 있는듯한 소장 케이시와 어딘가 생각이 없어 보이면서도 인정만은 한가득인 사람처럼 보이는 유타로에 이야기도 끌어내면서 동시에 다양한 인물들에 조화가 남다른 소설이었던 것도 좋았던 점이었다.1권을 읽고도 이런 감정들에 여운이 자리하는데..2권은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 아닐까.이 소설은 일본 TV 아사히 인기 드라마로 방영되어진 원작소설이라고 한다.TV드라마로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이 소설 읽어보길 추천해본다.
뜻밖의 발견!!!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예요.
처음엔 디지털 장의사라는 소재가 유품정리사를 연상시켜서 기대가 크진 않았어요.
그런데 <디리 (dele)>는 특별한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휘리릭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궁금하다, 궁금해~
"당신이 죽은 후,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해드립니다." (11p)
주인공 유타로는 그동안 심부름센터의 알바일만 해왔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취직했어요.
회사 이름은 'dele.LIFE 디리 닷 라이프'이며 소장은 케이시, 유일한 직원은 석 달 전에 고용된 유타로가 전부예요.
딱 두 명뿐이지만 무뚝뚝한 케이시의 업무지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유타로는 일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여기에 의뢰한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앱을 깔고, 의뢰인이 자신이 노트북에 닷새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모구라에 신호가 가도록 설정해두었어요
모구라에 신호가 오면 먼저 의뢰인의 사망을 확인한 후 디바이스를 원격 조종하여 사전에 계약했던 데이터를 완벽하게 삭제하는 일이에요.
하지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케이시를 대신해서 직접 뛰어다니는 온갖 잡일을 유타로가 하고 있어요.
1권에서는 여섯 명의 의뢰인을 위한 삭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케이시와 유타로가 일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케이시는 철저하게 의뢰인과 계약한 대로 수행하는 이성적인 스타일인 반면, 유타로는 고인이 남긴 데이터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감정형이에요.
죽음의 이유는 다양해요. 사고사, 질환으로 인한 병사, 자살, 타살...
디지털 문맹이라면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소 충격적일 수 있어요. 고인이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목적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어요.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몰입하다보니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어요. 명쾌하게 '삭제한다 VS 남긴다'라는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사정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케이시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신기한 건 그들이 하는 작업은 '삭제'인데 제 머릿속에는 '기억'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는 거예요. 죽음이란 우리의 육신이 이 세상에서 로그아웃되고, 관련된 데이터들이 서서히 삭제되는 일이니까요. 유타로가 그토록 고인의 기억에 집착했던 건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1권 마지막 장면이 뭔가 뭉클한 느낌이 들었어요. 유타로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의 물건을 케이시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케이시는 그 물건뿐만이 아니라 너를 기억해두겠다고 말했어요. 죽음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어쩌면 죽고나서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었나...
이 책은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중도하차했고.. 드라마 속의 배우들의 이미지만 남겨둔 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디지털 장의사.
뉴스에 나오는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의 흔적을 지운다는 의미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달라서일까, 이 책은 물리적인 기계 속의 자료의 삭제를 말한다.
뭐..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으로 연결된 나라도 드물테니..ㅎㅎ
스토리가 무겁지 않지만 때때로 무거운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죽은 이가 지우고 싶은 기록이란 무엇일까.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록, 그 기록이 갖는 의미란 무엇일까.
그저 숨기로 싶은 치부일 수돌 있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의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를 위한 엄마의 사랑일 때도 있고 세상에서 지우고 싶은 '나'와 남기고 싶은 '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은.. (2권의 거의 절반을 채우고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유타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반부터 살짝살짝 나오던 유타로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설명되고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만 그 각본의 전개와 결론을 바꾸는 것은 두 사람의 감정적인 교류와 그들이 갖고 있던 양심과 신뢰일 것이다.
마지막 유타로와 케이시의 선택 모두 이해되었다.
그리고 유타로가 상상한 마지막 장면도..
왠지 다마씨와 케이는 꽤 잘 지낼 것 같은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