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맨슨 저/한재호 역
류시화 저
정영욱 저
가토 겐 저/양지윤 역
법륜 저/드로잉메리 그림
김재식 저 저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소설이다. 슬픔이라는 게 나눈다고 해서 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배로 늘어나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주제이기는 했지만 작가 이름 덕분에 수월하게 읽었다. 수월하게 읽었다고 마냥 수월한 기분만 남는 게 아니라 이게 또 문제지만.
좀, 아니 좀보다 조금 더, 싱거웠다. 치열한 갈등이 없다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성실하고 배려심 많다고-내가 평소에 더없이 좋아하고 바라는 분위기임에도-해서 얻게 되는 느낌만은 아닐 듯한데, 어떤 점에서 나는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일까. 다들 너무 착했나? 그래서 현실감각이 좀 떨어졌나? 소설 속 이야기인줄 알지만 소설 같기만 한 게 아쉬웠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애비로드라는 펜션이 많이 비현실적이라서?(실제로 이런 펜션이 있으면 어쩌려고?)
슬픈 소설일 것이라고 여기고 슬픔에 젖을 각오까지 한 채로 읽었는데 내가 슬퍼지는 데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인물들은 저마다 슬픔의 조각들을 품고 나온다. 조각의 크기야 다 다르겠지만 각각 제 한몸을 덮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겠다. 애써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러면서 각자의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며 사는 모습들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그랬나, 인물들은 슬픔을 안고 사는데 읽는 나는 그다지 슬픈 기분이 안 들었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멋지고 좋은 곳에서 이렇게 멋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슬퍼도 행복한 마음이 들 것만 같은데 말이지.
나이와 상관없이,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들면 나이든 대로, 사람들의 삶에는 각자의 슬픔과 기쁨과 행복과 불행이 다 담겨 있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건드리고 어떻게 다루는지, 또 어떤 감정으로 나 자신과 나 아닌 이들을 만나고, 이들과 살고 헤어지는가에 제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일 테다. 싱거웠던 맛이 오래 남아 맴돈다.
괜찮은 척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다정한 위로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구효서의 신작이 4년 만에 나왔다.
책 제목부터 마음을 흔든다. 소설스테디셀러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고단한 시간을 달래주고 잃어버린 삶의 입맛을 되찾아줄 마법 같은 소설이라고 극찬을 받는구효서장편소설
각자의 사연이 있는 이들이 강원도 평창의 한 펜션에서 만나게 된다. 이름은 '에비로드'
그곳은 곧 서른여섯이 되는 난주의 집이며 여섯 살이 되는 딸 유리와 함께 산다. 그곳에 정자와 브루스, 서령과 이륙 함께 하게 된다.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을 안아줄게" 책의 띠지에 표현된 이 한 마디는 모두에게 건네는 인사와도 같이 느껴진다.
소설스테디셀러 마음을 울리는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울컥이는 마음을 몇 번 눌러야 할 정도로.
서령과 이륙의 만남은 목소리로 시작한다. 너무 듣기 좋은 목소리의 주인공와 만나게 된다. 그 둘은 미친 떡볶이라고 하는 곳에서 서로에게 반한 인연으로 시작한다. 그런 그들이 함께 살 집을 애비로드 주인인 난주와 함께 땅을 사게 된다. 그걸 3등분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무덤이 있는 땅을 갖게 되고 그걸 이장하기 위한 의견으로 오해할 상황들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그 무덤은 아직 다섯 살 반이지만 여섯 살이고픈 유리에겐 죽은 엄마의 무덤으로 생각하고 정원으로 꾸몄던 곳, 마트 총각의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곳. 하지만 그곳이 진짜 엄마의 무덤이 아니어서 '무한한 안도'를 하게 되었다고.
세상의 유일한 우리 엄마는 애비로드의 경난주다! 이 마을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무한히 안도가 되던지 잠을 못 자도 밥을 안먹어도 졸립지도 배고프지도 않다는 얘기.(p.82)
마음의 허기가 있는 이들이 모인 애비로드 펜션.
한국에 오게 되어 기쁜 정자와 브루스.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는 듯한 브루스. 무언가 구멍이 뚫린 듯한 그의 마음을 본 정자는 그를 옆에서 지속적으로 지켜준다. 그리고 강원도 평창에 온 날, 이들은 난주의 음식에 반해버렸고 기분까지 나아지는 듯한 그런 위로까지 받은 듯.
우연히 마트청년의 말에서 파드득이라는 단어를 듣고 무작정 데려가 달라고 한 곳은 한마을이었다. 자신의 기억 속의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없었고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께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사과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눈물을 흘린다.
" 저......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될까요?"(p.170)
구효서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모든 이들의 사연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마나 아픔이 있으면 삶이 그렇게 되어버릴 수 있을까.
소설스테디셀러이니만큼 역시 감동까지 선사하는 책이다.
어른들도 느끼는 게 아닐까. 애써 기운을 밀어내려고 웃는 것 아닐까. 모르는 척하려고 떠드는 것 아닐까. 차갑고 거대한 그것이 들이닥쳐 모두 얼어붙는 것을 대비해 미리 분위기를 데워놓으려고 이러는 건 아닐까.(p.195)
이륙의 변한 태도는 그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아픔, 브루스의 아픔은 과거 전쟁에 참여해 강원도의 한마을에 고립되었을 때의 사건, 그리고 난주와 유리에게도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괜찮은 척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괜찮은 척하고 싶지 않은 날 전하는 다정한 위로처럼 이들은 애비로드에서 따스함을 받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본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애비로드 펜션의 주인, 난주가 서령에게 건내는 위로.
인간애의 여러 면을 읽어보게 되는
구효서의 장편소설 신간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강원도 평창의 '애비로드 펜션'는
곧 여섯살이 되는 딸 유리와 엄마 난주가 운영하는
숙소이지만 식사도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유리는 조금 특이한 면이 있어요.
유리는 자신의 영혼에 어른영혼도 함께 있어서
가끔 그 영혼의 이야기를 자세한 에피소드로 풀어내요.
애비로드 펜션의 손님으로 묵게 된 서령은
유리의 이야기가 정말일까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묘사라던가 단어가 워낙 다섯살 같지 않기에
어느정도 유리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죠.
그리고 애비로드에 또 다른 커플이 묵게 되니,
브루스와 정자 커플이었습니다.
브루스는 지병이 있기도 하고,
우울증이 있기도 했지만
운명처럼 정자를 만나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정자가 그렇게 한국에 가보길 원해도
그동안은 그렇게 거부를 하더니...
갑자기 강원도에 가자고 평창을 가겠다 했습니다.
그렇게 애비로드에서 숙박을 하게 되는데,
가장 처음 식사가 너무나 매워서 울음이 터지는
돼지고기 활활 두루치기였음에도,
불맛 말고 뭔가 더 있는 난주의 솜씨는
허기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더해주면서
공간에 함께 있는 이들에게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도 함께 해주고 있었습니다.
서령의 남편인 이륙은
정규 아나운서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마성의 목소리로 홍보계에서는 인정받는
어필이 대단한 능력자였습니다.
「아무도 두 사람의 사랑에 이의를 달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뿐일까. 모든 사랑은 그랬다.」
서령은 똑부러지는 이륙을 정말 믿었고
이륙은 항상 서령의 문제를 해결해줬어요.
그런데, 둘이 평창에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지으려는데
뭔가 요즘 이륙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죠.
왠지 서먹한 사이인 것만 같게도
서령의 소망을 멀리서 관망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하는 말. 끝까지 들어줘."
그런데, 난주가 서령을 부릅니다.
이야기가 길다면서 난주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서령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그럼 전, 좀 울게요."
난주의 슬픈 과거를 이어 들으면서
그리고 난주가 겪어야할 미래의 아픔도 들으면서
서령에게 다가올 슬픔을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삶의 순간에 대해
슬프지만, 더 슬픈이를 위로하는 인간애.
내가 나를 받아들이듯, 자기가 자기를 받아들이듯.
브루스가 그동안 인생을 옭아매어 온 고통을
마주하고, 해야할 일을 하며 마무리 단계가 될 즈음.
난주는 애비로드의 주인장으로서 단계인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숙명'을
인생에서 다시 겪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애비로드 펜션에서 삶의 입맛을 되찾는 시간.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음식들로 구성원들에게
허기를 채워주었던 것처럼,
삶에서의 아픔으로 인한 슬픔은
공감과 위로로 치유의 과정을 이뤄갑니다.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외면이나 슬픔이라는 과정에만 머물기보다
다음을 위해, 담담히 나아가는 인물들의
각자의 숙제 해결과정을 보면서
독자들에게도 시원함을 함께 선물해리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