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8월 04일
윌북(willbook) 출판사에서 출간된 킨드라 홀 작가님의 <스토리의 과학>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카드뉴스로 보는 책을 보고나서 흥미로워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팔리는 브랜드에는 공식이 있다.'는 어떻게 보면 되게 식상할 수도 있는 말인데, 마케팅 담당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바는 특출난 기술이나 천부적인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의 과학
킨드라 홀/이지연
월북/2021.7.1.
요즘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광고는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도처에서 시시때때로 우리는 광고를 만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스토리의 과학>은 이러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쓴 책이다. 저자 킨드라 홀은 기조 연설가이자 스토리텔러다. 홀은 크고 작은 여러 브랜드가 스토리텔링의 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석세스>매거진의 객원 편집자로도 활동 중이다.
<스토리의 과학>에서는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고, 우리는 그 스토리를 찾아서 활용할 수 있으며, 그것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스토리는 고객을 추종자로 바꿔놓는다. 직원을 전도사로 경영자를 리더로 바꿔놓는다. 스토리는 마케팅의 성격과 영향력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통해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p.19)”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 내용들을 3개의 파트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스토리의 4가지 요소는 분명한 캐릭터, 진실한 감정, 중요한 순간, 구체적인 디테일 이다, 둘째, 스토리텔링 기본틀의 3단계는 기준-폭발-새로운 기준 이다, 셋째, 모든 회사가 들려주어야 할 4가지 필수 스토리는 가치 스토리, 창업자 스토리, 목적 스토리, 고객 스토리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 찾기는 강력한 마케팅 기술일 뿐 아니라 좋은 에세이를 쓰는 요령과도 같다. 우리 삶의 값진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비즈니스에는 늘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고 더 거대한 무언가가 작용한다. 바로 그 무언가에 관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p.41)” 스토리는 다른 어떤 형태의 정보 교환에도 없는, 화자와 청자의 ‘협력적 과정’이라는 독특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 화자가 스토리를 들려주면 청자가 그 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이미지와 감정을 추가한다. 스토리는 특정 상황에 처한 특정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지만, 청자는 그 서사 안에 자신의 경험을 채워 넣으면서 메시지와 청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연구자들은 스토리 속에 빠져드는 이러한 경험을 내러티브 이동 효과라고 부른다. 심지어 스토리 속으로 너무나 빠져든 나머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잠시 잊고 마는 것을 스토리의 부정적 측면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만든 메시지가 실생활에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스토리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몇몇 캐릭터를 소개하고 특정한 장면을 묘사하면서 구체적인 디데일과 그에 얽힌 감정을 전달한다면 스토리는 분명 성공할 것이다.
마케팅 기법으로서 스토리의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가 권하는 스토리의 얼개는 간단하다. <As-is> - <어떤 순간> - <To-be> 의 구조면 충분하다. 물론 마케팅 스토리이기 때문에 <To-be>가 <As-is>보다 더 나은 상태이고, 나아진 이유는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접하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가 생생함을 가지기 위해선, 구체적인 캐릭터, 진실한 감정, 폭발적인 순간, 세부적인 디테일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소리다.
마케팅 책 특유의 약간 친절하면서도 호들갑스러운 말투는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짜집기한 것은 아니고 나름의 구조와 논리를 가지고 쓴 책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설득'이라는 주제로 유명한 책이 <설득의 논리학>과 <설득의 심리학>이 있습니다. 이성에 기반해 빈틈 없는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론, 그리고 인지심리학의 연구결과에 기반해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감정적으로 의사결정하는지를 이용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론입니다. 이 책은 상기한 두 가지 설득방법과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일상에서 항상 사용해왔던 '스토리텔링' 설득방법을 설명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까요? 저 역시 수차례 기업면접을 보면서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했던 게 책을 읽으며 떠올랐습니다. 서류평가 단계에서는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와 결과를 통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그 다음 단계인 면접평가 단계에서는 서류평가 단계에서 사용된 객관적 자료와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설명해야했습니다. 과정에는 당연히 스토리텔링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다대다 면접에서는 각자 준비해온 스토리가 얼마나 시의적절한지 대결하는 전쟁터였습니다.
스토리텔링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며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불용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스토리텔링에 의미가 담기고, 이 의미를 소비자들이 인정할 때 본래의 이용가치 대비 만족감이 대폭 상승하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럭셔리 소비재가 대표적인 예시일 것 같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사실 운전경험은 대동소이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현대차보다 테슬라와 벤츠에 열광합니다. 이유는 이들 브랜드에 담긴 역사에서 비롯된 스토리텔링, 그리고 이 스토리텔링을 대중이 인정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가치 때문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이 책 내용이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중고딩 때 배운 '서사'의 구성요소와 구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서사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쉬운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이란 바로 '팔기 위해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점입니다. 고객의 '구매한다'라는 판단과 의사결정은 '감정'에 의해 발생한다라는 인지심리학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시말해 고객의 감정을 움직여야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합니다. 구미가 당기는 점입가경의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정말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4가지 상황을 구분하고, 이에 맞춰 스토리를 준비해 타인을 설득하길 권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일반적으로 실수하는 스토리텔링 오류를 소개하고 이 오류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오류 해결의 핵심은 맥락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고객의 관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시의적절하게 준비된 스토리를 사용해야한다는 점입니다. 더하여 이야기를 듣는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준비해야 그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거듭 강조합니다.
이 책은 소위 마케터와 사업가를 위해 쓰인 비즈니스 실용서이지만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결국 다니엘 핑크가 말하듯 <파는 것이 인간이다>니까요.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팔아야하는 사회적 동물이고, 스토리텔링은 상대의 감정을 움직여서 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툴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