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에리코 저/서하나 역
세월이 흐르면서 원하는 삶이 바뀌고 또 바뀌고, 근래에 들어 꿈에도 원하는 그런 삶이 생겼다.
이것을 따뜻한 삶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인구밀집도가 최고인 시끌시끌한 이 동네를 벗어나 고양이들과 함께, 1층은 작은 나의 책방이자 서점같은 가게, 2층은 내 생활공간으로 구성된, 사람들과 책을 이야기하고, 모임을 만들고 그렇게 생활하는것이 꿈에도 원하는 삶이다.
정확하게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다.
"냥글냥글 책방"
이 삶에는 행복만 가득할 줄 알았다. 조금의 비딱어린 불행이나 슬픔도 있겠지만 이 행복이라면 큰문제가 없을줄 알았다.
같은 시간 속, 다른 시간
나의 하루, 나의 24시간.
나와 함께하는 비인간인 고양이 가족들의 시간은 다르다.
저자의 이야기를 중간 정도까지 읽다보면 내가 꿈에서도 원하는 그런 생활을 글로 읽는것만으로도 몹시 행복했다. 우란과 룬, 살룻과 랏샤가 눈앞에 있는것 마냥 그런 행복감이다.
잃는 다는 것.
그렇게 정들여서 잃어본적이 없다. 글로 만난 랏샤를 잃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랏샤가 예뻐서 찍은 사진이 수천장인데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 아픈애를 데려다 사진 찍었다는 글이 아직도 생각나 생각날때마나 눈물이 뚝뚝 흐른다.
후회없이 사랑하는 것.
길에서 사는 아이들과의 만남은 소중하면서도 아프다. 저자의 동네는 그래도 길아이들에게 관대함에 우리동네 아이들이 문득 떠올랐다.
여름겨울없이 뒷문을 열고 길아이들이 언제든 와서 밥을 먹을수 있게 밥을 차려놓는 천사가 내가 매일 지나는 길에 있다. 아침에 듬뿍 쌓여있는 사료가 저녁즈음에 반이상 없어진걸 보면 오늘도 밥은 잘 챙겨먹었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무릇 집에서 크는 아이건, 길에서 생활하는 아이건, 마음다해 사랑해주는걸 더 배워간다. 가방에 늘 들어있는 습식캔은 길에서 만날 그 누군가를 위한 한끼이다.
모든이들의 바램, 오래, 더 오래.
사람, 식물, 동물을 막론하고 내 마음이 가고 정이 든 모든것들이 오래, 더 오래 함께할수 있길 바란다.
마음에 깃든 아련함으로 순간처럼 사랑하는 것, 냥글냥글 책방 주인인 우란, 룬, 랏샤, 살롯, 노랭이네를 글로 만나고 내린 결론이다.
내가 그토록 꿈같이 원하는 삶을 사는 저자가 집아이들과 길아이들과의 묘연부터, 행복한 생활과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장례, 비용 등에 관한 현실생활을 책 한권으로 읽다 이 삶의 행복이 내가 가늠했던것 보단 더 많은 책임이 필요로 함을 느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현재를 살고 있는것은 분명하다.
키워본 사람만이 아는 강아지의 댕댕미에 빠져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선 강아지를 키웠었다.
그리고 올해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집사가 된 것인데 나에게 충성을 다하던 강아지들만 키우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니 요 녀석들의 밀당에 심장이 쫄깃해지고 품격 있는 몸짓에 녹아내리는 내 모습이 어색할 때가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싫어할 정도였는데 왠지 내 새끼가 된 이 녀석들은 물고 빨고 할 정도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집사 7개월 차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집사들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책과 고양이라니 표지부터 뒹굴뒹굴하는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들에 눈길을 뺏기게 만든다.
나도 키우면서 알게 된 거지만 고양이들이 얼마나 박스를 좋아하고 책 물어뜯는 걸 즐겨 하는지 아는 터라 고양이가 있는 책방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읽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드는 고양이들과 집사의 에피소드가 쏟아지고, 무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너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욕심쟁이라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고 반려묘를 키우며 도 넘치는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무례하게 자신만의 잣대를 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고 독서지도를 하며 책방을 운영하는 작가의 삶이 멋지다 싶었는데 겨우 네 녀석의 사료값은 번다고 이야기하니 순간 띵~했다.
그렇지만 벌이가 목적이 아닌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가치로 친다면 그녀의 삶은 최고 만족스러운 삶이 아닐까?
그녀가 네 마리 고양이들에게 마당을 주고 싶었다는 부분도 정말 내 마음을 읽는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아파트 14층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 베란다의 캣타워에 올라서 창밖을 바라보는 우리 집 막둥이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바라마지 않던 그림이 잔디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이 녀석들을 풀어놓고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양이들마다 냥뱌냥이라 취향은 다르겠지만 그런 그림 같은 집을 그려보는 게 나만은 아니었구나 싶어 웃기기도 했고 직접 실천에 옮겨 마당 있는 집을 구하고 책방을 꾸려가는 작가의 행동력도 최고라고 생각했다.
길냥이들과 임시보호, 산책 냥이와 집사의 돌봄 일상들이 모든 집사들의 관심사일것이라서 나 또한 초보 집사지만 집중하며 읽었다.
수시로 남친이 바뀌던 마성의 암컷 노랭이의 이야기나 쑥이의 장례 이야기, 그리고 랏샤를 떠나보내는 이야기까지 정말 눈물이 흘러 아들 녀석이 엄마 왜 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레오와 코코를 집에 데리고 오면서 이 녀석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에 대한 것까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았음에도 그런 상황에 닥친다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슬퍼할 내 성격을 너무 잘 안다. 사랑하는 존재를 나보다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이 어떨지 책을 보며 더욱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미래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준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현재의 아이들에게 충실하고 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나도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책을 읽고 웃다가 울다가 글을 쓰는 지금도 내 곁에서 간식 달라고 애교 부리는 우리 이쁜 냥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반려묘와 함께 하는 모든 집사님들이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집사들과 고양이들을 위한 책 [냥글냥글 책방]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