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처럼 처음부터 집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 반평생을 떠돌아다니던 집들은 내 집이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달라질 수 없다는 집들이었다. 곧 떠나게 될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핑계이며 내가 집을 꾸미지 않은 이유의 30프로에 해당한다. 나머지 70프로는 내가 관심이 그냥 없던 거였다. 그래서 인테리어나 미적인 감각이 제로였고 말이다.
전월세로 10년 가까이 여러 집을 떠돌다가 내 집이 생겼다. 기쁘기도 했지만, 두려웠다. 새 집인데 예쁘게 꾸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집 아닌 집은 다 예쁘던데, 내 집은 어떻게 꾸미지? 해본 사람이 해야지, 안 해본 사람이 하려니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오브제 냉장고 하나만해도 색배열 때문에 매장을 들러가며, 냉장고 홈페이지에서 이색 저색 들이대며 몇날 며칠동안 좋은 색배열을 못찾아 난리였다.
가구를 사려고 들어갔던 가구집 사장님이 그랬다.
"컨셉을 잡으세요. 그리고 그에 맞는 가구를 구입하세요."
맞는 말씀인데 취향이 없는 사람이라 컨셉도 잡기도 어려웠다.(사장님 제가 그걸 몰라서 미치것어요.ㅠㅠ) 계속 '다 좋아~'하는 취향없는 나와 씨름하는 수밖에 없었다. 씨름하다보니 보이고 들렸다. TV없는 우리집은 서재형 거실로 꾸미고 싶어했던 내 요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서재형도 화이트계열로 갈지, 나무색감으로 갈지도 한참 고민했다. 나는 나무색도 좋았고, 화이트톤도 좋았다.(다 좋은 걸 어떻게!! 취향이 없다는 것! 결정엔 최악!!) 그래서 거실은 나무색톤으로 부엌과 안방은 화이트톤으로 컨셉을 잡았다. 나머지방은.... 막 컨셉?^^(너무 사담이 길어졌다)
"도전하지 않으면 집은 점점 녹슬어버려요."
이 한 문장에 마음이 가서 고른 책이었다.
처음엔 집을 어떻게 꾸밀까 설레이고, 도전하고, 고민했는데, 1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집에 이젠 익숙해져버렸다. 이 집도 이렇게 가다간 녹슬어버리겠다는 생각에 집에 대한 애정이 식어 미안해졌다.
'이 책 보고 더욱 집에 애정을 가져보자!' 하고 이 책을 집으로 가져왔다.
쭉 훑어보니 내가 고민했던 것들, 내가 갖고 싶어했던 공간들이 보이고, 떠올라서 좋았다.
최근,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코로나 확진이 됐다. 가족 챙기고 집안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 날들이었다. 감정도 피폐해졌고, 나 자신을 다독일 에너지도 없었다. 책이 읽힐 리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자신들의 개성이 담긴 집들을 구경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다독여졌다. 책이 안 읽혀서 마음 둘데가 없었는데, 이 책의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책이 그나마 손에 잡혔고 시간도 그렇게 흘러보낼 수 있었다.
그저 남의 집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찾은 책인데, 이 책을 보며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깨달은 게 있다.
가끔은 독서에도 환기가 필요하구나!
내가 읽던 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책이 때론 한 곳에 박혀있던 내 시선에 활기와 에너지를 불어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자주 이렇게 시선을 돌려줘봐야겠다.
우리나라와 서양 사례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일본인들의 가정이었다. 집주인들의 직업을 보니 전문직에 여유롭고 자신들을 꾸미는 안정감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처럼은 될 수 없는 나는 전형적인 구조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다양한 것들(집이나 가구의 재료, 식물, 구조 등)로 자신의 개성을 얼마든 꾸밀 수 있다는 건 대략 참고할만 했다.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느낌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집의 모습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구경 중에 최고는 불구경이란다. 나는 아니다. 나는 집구경이 가장 재미있다. 아파트 분양하는 곳에 가면 아파트 분양가에는 관심이 없다. 주방은 어떤 구조이고 각 방에 블라인드나 커튼 은 어떤 재질인지, 바닥은 타일인지 마루인지, 냉장고와 세탁기의 위치는 어떤지, 이런 것들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 요즘은 코로나시국이 이런 나의 방문을 감소시킨 탓에 미디어로 만나는 집구경이 나의 최애 관심사고 즐길거리다.
여행은 좋은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기대와 상상으로 빚은 흥분, 여행 중에 만나는 시공간의 신선함, 돌와온 집에서의 나의 익숙함. 여행 후 나만의 의식이 있다. 여행동안 만났던 숙소와 카페, 식당, 관광지에서 나의 오감을 사로 잡았던 소품과 인테리어를 생각한다. 그리고 집을 둘러보며 버릴 것과 옮겨야 할 것을 찾아 실천한다. 언젠가는 이탈리아에 다녀온 후 프렌치 스타일의 식탁을 들여놓았다. 부산국제시장에서 액자를 사서 거실에 두었다. 이 정도 외에는 사고 싶다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예쁘다, 좋으네, 하면 끝이다. 그리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비슷하게 기분을 내 본다. 좋아하는 물건들이 즐거움과 에너지를 주지만 과하면 벅차다. 그래서 가능한 내 집에는 여백을 두려고 한다.
인생의 시기마다 많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단순한 보수 공사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되어줄 리모델링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유명인 (혹은 집이 유명한) 11인의 집 인테리어를 구경한다. 소개된 집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전문가스럽고 독특하다. 평범함보다는 특이함이 눈에 띈다. 일반인이 살기 보다는 ‘그러니까 잡지에 실리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렇게 꾸며볼까? 하는 마음보다는 구경한번 잘 했어, 하고는 책장을 넘긴다.
집주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를 싹 뜯어고친 집이 아니다. 리모델링으로 낚은 집을 보수공사하고 부분 확장하고 용도를 변경하여 새롭게 꾸민다. 부모님이 쓰던 집을 고치고 색을 입히고 집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다. 처음부터 좋은 집, 넓은 집, 멋진 집을 사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고치고 변경하고 일구어낸 집이다.
이제 반려견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가족이다. 가족으로 들인 반려견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그들은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과 그들이 공존할 수 있는 집을 생각한다. 동물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는 새로운 주거방식, 새로운 생활방식에 도전하고 실천하게 만든다.
보통 집을 꾸리고 가꾸고 보존하는 사람은 주부다. 집의 중심은 거실에서 주방으로 옮겨진 듯하다. 소개된 집의 주인공이 요리와 관련된 이유였을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주방, 좋아하는 것은 모두 주방에 둔다. 이러면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 된다.
집은 사람을 살리고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 내가 이룬 공간에서 아버지는 건강을 찾으셨고 이제 쉐어하우스로 변화시킬 생각을 한다는 소개된 집주인. 그녀에게 그녀의 집은 환경이다.
기존 인테리어의 생각을 바꾼 집이 하나 있다. 거실에도 베란다에도 러그를 깔았다. 대신 가구와 소품은 최소한만 두었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노마드적인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로 회사로 떠나고 집에 있는 시간 중에서 거실과 주방은 여느 주부처럼 나만의 시간을 갖는 곳이다. 최고의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옷장에 모셔두었던 러그와 작은 카펫들을 꺼내 거실 바닥에 깔았다. 공간을 좁히지 않고 최고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공간을 만들어보자. 내가 매일 만나는 이 공간은 나만의 우주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를 담은 집 - 나를 닮은 인테리어 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 책이어서 관심이 갔다.
누군가의 책장만 봐도 그 사람의 관심사를 알 수 있게 되는데 그 사람의 집이라면?
생활 모습이나 취미 좋아하는 것들 지금 몰두하는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 속에서 읽게 된 책이었다.
HERS 편집부에서 만든 잡지를 엮은 책이란 사실은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할법한 누군가의 집을 소개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될 거 같다.
11명의 집을 취재하고 엮은 책으로 자기의 삶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이 집에서는 어떻게
꾸며놓고 사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목차는 이렇게 정리가 되어있는데
일단 집을 소개하고 세부적으로 들어간 뒤 라이프 스타일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쯤에는 독자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인테리어 기술이나 조언들도 있었다.
처음에 바로 보는 집은 인기 카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분의 집이어서
부엌 모습이 바로 첫장면부터 시작하는데 구석구석 눈길이 가는 인테리어여서 처음부터 즐거웠다.
이거는 도전하지 않으면 집은 점점 녹슬어버린다는 말이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말처럼 느껴져서 찍어보았다 ㅎㅎ
그리고 요즘 숲세권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숲세권에 살 수 있는 혜택받은 사람들 아니고서야 그림의 떡이었는데
내 창문 밖을 숲으로 만들면 내가 보는 창에서는 숲세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방에서 보이는 풍경을 내 손으로 인테리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포인트가 있어서
재밌고 좋았다 언젠가 한 번 꼭 시도해보리라 하면서 한자한자 정독하며 읽게 됐다.
일본 잡지사에서 엮은 책이라서 일본인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이런 인테리어를 만들었고 유지하는지 얘기를 듣는게 생소하고 재미있었다.
생소하면서도 누군가 공감할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렇지그렇지 하면서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때 내 창문 밖 풍경을 내 손으로라도 바꿔보고 싶은 인테리어 욕구가 뿜뿜할때 읽어보기 좋은 책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