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마이너스 스쿨' 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름지기 학교란 학생이 즐겁게 다니는 곳, 친구들과 함께 작은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 성장과 배움이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마이너스 학교라니...
자동차를 타고 도심지를 지나갈 때 힐끔 쳐다보는 곳이 있다. 학교 건물이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학교 명패나 푯말을 본다든지 또는 학교 건물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학교 비전 글귀를 본다.
'행복한 학교....', '꿈이 자라나는 학교...' 주로 희망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다. 그 글귀대로라면 대한민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행복해야 되고, 자신의 꿈을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모두 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대체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언론에 나오는 학교 소식은 그렇지 않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학교는 말한다. 우리 사회에 폭력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끔찍한 소식들 때문에 이제는 왠만한 폭력이 아니면 눈깜짝하지도 않을 정도다. 문제는 학교 안에서도 보이지 않게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스쿨>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같은 친구들을 괴롭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냥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것은 책을 읽는 독자라면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장애를 가진 친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친구들의 집단 폭력을 다룬 이야기가 과연 있을법한 이야기일까 생각하다가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과거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힌다. 과연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될까?
소설 속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잘 사는 집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소위 사회의 권력을 대표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 자녀들은 공부 머리도 좋고 잔머리도 뛰어난 아이들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다.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이 왜 힘 없고 가난한 아이들을 집단으로 괴롭힐까?
힘으로, 돈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학교 안에서도 나름 힘을 발휘하려고 한다. 자신의 자녀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학교로 쫓아온다. 교장을 만나고 담임을 만나 자신의 힘으로 자녀를 보호하려고 한다. 잘못했으면 그에 응당하는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해야됨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일단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과연 그게 진정한 부모 노릇일까?
시회가 존재하는 한 폭력이 사라지지 않듯이 학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교는 마지막 보루다. 힘과 권력이 작용하지 못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육적인 방법으로 변화가 생각하도록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이야기가 이제는 소설 속 이야기로만 머물렀으면 좋겠다.
이진, 주원규, 김의경, 김설아, 정명섭 다섯 작가가 들려주는 십대를 위협하는 학교폭력 이야기 <마이너스 스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2번째 책입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 작품도 있고, 판타지적 쾌감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십대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 중 그 나이대에 통과해야 할 경험도 분명 있지만, 결코 해서도 당해서도 안 될 것들이 존재합니다.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과 같은 학교폭력이 그렇습니다. 시대마다 학교폭력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폭력의 강도는 세졌고, SNS 사용으로 사이버폭력은 더 은밀하게 작동하며 사악해졌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무관심한 제3자들이 한 반에 모여 생활하다 보니 부차적인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환경이 달라진 만큼 요즘 십대들의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마이너스 스쿨>의 다섯 작가들은 전쟁터가 되어 버린 위태로운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왕따, 학교 내 무법자, 성매매 같은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학교폭력 양상과 닮은 현실 스토리와 더불어 피해자 캠프, 뱀파이어의 복수 같은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앤솔로지를 장식하는 작가진만으로도 기대가 커 눈여겨봤는데, 북토크 소식을 듣고 저도 참석하고 왔습니다. 북토크에서 다섯 작가님들은 저마다 이 소설을 쓴 배경을 들려주셨습니다. 이진 작가님의 제안으로 <마이너스 스쿨>의 다섯 작가님이 의기투합해 이 책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학교는 어른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은 온갖 복잡하고 다양한 전개가 존재하는 카테고리입니다. 왕따만 해도 수많은 배경과 전개 방식이 존재합니다. 사이버폭력도 오히려 일회성 악플 정도는 순진한 수준입니다. 익명성을 빌미로 동참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건이 늘어났습니다.
왕따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이진 작가님의 <옥상 아래 그 언니>는 자꾸 스스로에게서 왕따의 원인을 찾으며 자존감이 무너져내리는 인물의 처참한 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치유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는 이진 작가님은 이 글을 쓰면서 본인도 비로소 치유가 되는 글쓰기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위기 청소년을 돌보는 목사이자 소설가 주원규 작가님의 <아주 도덕적인 캠프>도 인상 깊은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학폭 피해자가 정신 무장한다는 캠프에 입소한 청소년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묘사하는데, 북토크에서는 제도권 안에서 도덕이 또 다른 폭력을 양상하진 않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를 보태어 주셨습니다. 특히 동성 성폭력에 대한 주제도 심도 있게 생각하고 계셔서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됩니다.
김의경 작가님의 <나비>는 지적장애인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기사 한 줄로 탄생한 이야기입니다. <마이너스 스쿨> 앤솔로지를 제안받기 이전에 이미 초고를 완성했을 정도로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다고 합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악한 일을 저지른 가해자 역시 이 사회가 낳은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안타까운 시선도 담겨있어 어른들의 책임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폭력 앞에 무방비하게 놓인 십대들의 모습을 그린 <마이너스 스쿨>. 십대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인지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속 시원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고통을 겪는 피해자는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해나가야 할까요. 학교가 지옥과도 같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재미 삼아 해코지하는 가해자를 두고 없던 악의가 치솟게 되는 피해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무력감과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은 <마이너스 스쿨>의 등장인물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김설아 작가님의 <뱀희>는 복수라는 판타지적 쾌감을 안겨줍니다. 인과응보 결말이지만 그 여정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북토크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소설의 결말이 어떤 식이어야 바람직할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었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아우르는 결말을 찾는 작가님들의 고통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명섭 작가님의 <즐거운 나의 학교>는 즐겁지 않은 이 시대 학교가 즐거운 장소가 되길 바라는 작가님의 바람이 담겼습니다. 학교 강연을 다니며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작가님인 만큼 요즘 청소년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작품에 반영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북토크 내내 작가님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활기찬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입담 좋은 정명섭 작가님의 센스 넘치는 진행과 이진, 주원규, 김의경, 김설아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북토크 덕분에 <마이너스 스쿨>의 의미를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청소년 문학 작품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책과 감정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지만 우리 때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학교폭력을 이런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정작 부모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거든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도 함께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매개체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학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세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 공부하는 분위기, 맛있는 급식 등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기도 하지만 폭력이라는 단어에 함께하는 단어도 학교입니다.
40대에 기간제로 학교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학교급(초, 중, 고) 별로 1년에서 2년정도 근무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일한 곳이 고등학교 였는데 이 지역이 아직도 고등학교 비평준화라 소위 성적이 좋지 않고 문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이미지의 학교였습니다.
교내 뿐 아니라 교외 학교폭력사안도 빈번하고 자퇴도 많고 제 학창시절과는 너무 다른 학교 이미지 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학교에 문제 학생이 많아서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그 후로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근무하면서 보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학교의 급을 떠나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들이라 생각했던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학교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보니 좀 과장되게 늘 함께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5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안에 담긴 고민과 비밀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책 소개를 보자마자 관심이 생겼습니다.
5명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왕따에서 이름 없는 유령처럼 되어 버린 소녀가 결심하고 올라 간 옥상에서 이상한 언니를 만나 이야기하며 외로움을 치유받는 『옥상 아래 그 언니』
학교폭력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성화에 참가한 캠프에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아주 도덕적인 캠프』
지적 장애를 가진 동급생을 성매매에 이용하는 여고생 이야기 『나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뱀희』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 갑질, 따돌림 문제를 그대로 학교라는 곳에 축소하여 표현한 『즐거운 나의 학교』
한 편당 30~40 페이지의 단편 소설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내용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학교에 출근할 때 가방에 넣어 온 작은 책인데 읽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책이 참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순간 폭력에 익숙해지고 둔감해지는 모습이 잘 드러나는 표현은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잘못을 잊으려고 해.
죄가 크고 깊을수록 더 빨리, 더 깨끗이 잊어버려. - p.40
나비에게 나비가 되기 위한 훈련을 시킨 지 석 달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점점 죄책감이 줄어들었다. - p.109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활동은 늘어가는데 신체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따돌림 등 폭력은 세분화 되어 더 교묘하게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대구의 중학생들이 식당에서 난동을 피우는 뉴스가 들립니다.
이제 학교폭력 문제는 학부모, 교직원,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는 학교 중앙 현관에 붙여진 표어가 아닌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학교 폭력의 현실에 대해 알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학교 교직원은 물론 사회 구성원이라면 모두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