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쓰는 말인 ‘가성비’ 난 잘 안 쓰고 잘 모른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로 줄임말이었구나. 그랬구나. 이 말은 쓰지 않는다 해도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두 가지에서 싼 것보다 값이 같아도 성능이 좋은 거나, 조금 돈을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르는 거. 지금 생각하니 난 돈을 덜 쓰려고 하지만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른 적은 별로 없다. 난 가성비보다 싼 것을 찾으려고 하는구나. 비슷한 값이어도 좀 나은 걸 고르기는 하겠지만,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고 내가 고른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가성비 잘 모르고 이 말 잘 생각하지 않는 거 맞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에는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코스트 베니핏이 가성비다. 영어 잘 모르고 잘 안 쓰기도 해선지 책 제목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꾸 ‘코스트 베니핏’을 생각하면 조금 익숙해지려나. <절친대행>(조영주)부터 한번 말해 볼까. 결혼식 손님 대행 같은 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딱 한번 많은 사람을 부르는 거겠다. 늘 혼자가 싫어서 쉬는 날이나 시간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사람 있기도 하겠지. 난 늘 혼자여서 혼자가 편하다. 친구를 만나도 말 잘 못하고 할 말도 없다. 난 절친대행을 이용하지 않겠구나.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절친대행은 돈을 뿌리고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바람 같아서 잡기 어렵다. 돈을 받고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은 그게 일이어서 상대한테 맞춰주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돈을 받지 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 사람한테 빠져들기도 할까. ‘절친대행’에서 재연은 돈으로 맺은 친구한테 푹 빠져든다. 재연은 다른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절친대행에 돈을 쓰는 게 낫다고 여겼다. 절친대행에서 일하는 최선희 언니는 사람을 자신한테 중독시키는구나. 재연과 재연 친구인 명혜는 선희 언니가 없으면 못산다고도 한다. 친구와 그런 사이가 될까. 친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두번째 강의경 소설 <두리안의 맛>은 블로거인 윤지가 공짜여행을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어도 다른 데서 물건을 받고 글을 쓰는 건 별로일 것 같다. 윤지는 대학생으로 대학생 처지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그걸 글로 써써 블로그에 올렸다. 그때는 솔직하게 썼는데, 공짜여행은 그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빈집 채우기>(이진)는 결혼을 앞두고 집에 둘 물건을 장만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가구나 전기제품을 새로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꼭 그래야 할까. 없으면 사야 하지만 쓰던 게 있으면 그걸 쓰면 안 될까. ‘나’는 식기세척기 사는 문제로 남자친구와 싸운다. ‘나’는 부자로 잘산다고 여긴 친구가 아이는 하나도 돌보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남자친구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친구 남편보다 낫다 여긴 거구나. 이건 돈보다 사람을 보는 거겠다.
다음 소설 <2005년생이 온다>(주원규)는 잘 모르겠다. 세 아이가 만든 모임이 ‘2005년생이 온다’인데, 그걸 만들자고 한 자유주의는 스무살에 은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스무살 전에 어떻게 돈을 벌고 스무살에 은퇴할까. 그 방법을 공부하려는 거였을지도. 백세 시대라고 해서 오래 일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구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일자리가 별로 없겠다. 마지막 소설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정명섭)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썼다. SF다. 죄를 지었지만 벌 받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우연히 한 곳에 모이고 하나 둘 죽는다.
희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합리적인 선택은 어떤 것일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 있기는 한 것일까? 가능하면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인생이란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만 하게 되지 않는다. 비용대비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정말이지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5개의 합리적 선택. 이게 진짜 합리적 선택인지는 읽는 이가 판단하겠지.
‘절친 대행’은 대인관계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이야기한다.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대인관계는 필요하면서도 상처를 남기는 것. 주인공 재연은 절친대행 회사에서 절친 ‘선희’를 구매하고 이 친구에게 빠져든다. 돈으로 구매한 우정은 진짜 우정일까? ‘두리안의 맛’은 파워블로거 윤지의 이야기다. 윤지는 코로나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공짜 태국 팸 투어에 선발되어 여행을 간다. 이만한 가성비 여행은 없다 생각한 윤지. 하지만 태국에서 맞이하는 여행은 윤지가 생각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파워블로그에 공짜 여행. 그래서 좋은 글로 보답해야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2005년생이 온다’는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백 세 인생을 가성비 좋게 살기 위해 이들은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 ‘빈집 채우기’는 주인공 ‘나’가 결혼을 앞두고 혼수 장만을 하며 남자친구와 다투게 된다. 스펙 좋은 남자와 결혼한 친구 수진의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남자친구와 싸우며 식기세척기를 사겠다고 다짐 하지만, 어느 날 수진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27세기 어느 날의 이야기다. 어느 날 우주 여객선이 외계 행성에 불시착하고 열 명의 조난자 앞에 구조선이 나타난다. 조난자들은 자신들이 먼저 탈출 로켓에 올라야 한다 주장 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절친 대행이다. 친구를 돈으로 사야 하는 현대인의 외로움. 회사에 갈 때는 모르지만, 주말이 되면 혼자인 시간이 끔찍하다. 친구가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싫어 찌질한 친구를 불러 자신이 편할 때만 연락했던 재연. 하지만 그 친구마저 절친이 생겼다. 알고 보니 절친 대행 업체의 선희라는 친구. 재연은 자신도 그 선희라는 친구를 절친 대행업체에서 구매하고 그녀의 늪에 빠져든다. 돈으로 연결된 친구 관계는 돈이 있을 때만 절친이 된다. 시간 계산이 정확하고, 돈이 없으면 바로 연락도 끊고 카톡이나 문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선택일까? 원하는 시간에 예약해서 친구를 만나고, 어떤 감정적인 소모가 필요치 않다. 나의 어떤 요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돈만 낸다면.
요즈음 사람들은 전화보다는 카톡이나 문자가 편하다고 한다. 전화하는 것을, 전화로 대화하는 걸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러니 요즈음 책 중에는 사람 관계에 대한 책이 많은 건지도. 나이를 먹어도, 어린 친구들도 관계는 힘들다. 특히나 사람 관계는. 그래서 절친 대행이 언젠가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현재 어딘가에서 절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웃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외로운 시간을, 혼자인 시간을 버티려고 하는 사람들.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점점 더 혼자인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많아진다는 데, 어떻게 합리적 선택을 할지, 시간에 대한 합리적 선택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가성비의 시대를 맞이하다.
(코스트 베니핏)
우리말로 하면 가성비라고 한다!
지구에서 쇼핑하기부터 우주에서 살아남기까지
다섯작가가 들려주는 합리적이고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선택, 구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자도생하며 이것저것 따지는 시대.
사람들은 더이상 국내제품, 비싼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해외제품, 중소기업제품, 저가여행, 대체식품 등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나는 가성비를 그닥 따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전자제품, 장보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가 맞겠다.
간식, 커피, 생필품, 1회용이든 뭐든 사용하는데 무난한 것을 고르거나 마시고 먹는다.
허나 전자제품은 비싸도 좋은 것을 사는 편인데, 몇년 전 삼성 보급형 갤럭시를 사용하면서 여러 불편함을 감안해야했다. 느린것도 그렇지만 16GB의 메모리와 2GB 램은 사람을 답답하고 심란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S시리즈 못지않고 SD카드도 지원하는(S시리즈가 이게 아쉽다) 보급형 내지 준상위급 스마트폰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S시리즈 핸드폰을 쓴다. 제 아무리 달라도 보급형은 보급형이다.
책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온오프라인 둘다 이용하지만 주로 온라인을 더 이용한다.
아무래도 은라인이 쿠폰을 많이 뿌리기도 하고 포인트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결국 가격때문이다.
책을 들일 공간도 부족하고 천정부지 솟아오르는 가격으로 인해 종이책을 자주 사는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돈만 많았으면 따로 공간 마련하고 장바구니에 넣은 책들 다 싸그리 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내용, 가격을 따져가며 구매한다.
가성비의 예를 들면 저번주 금요일 알라딘에서 책1권을 할인쿠폰 적용해서 6500원에 주문했다.
정가보다 3500원에(온라인가는 9000원) 저렴하게 주문했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했기에 토~월요일에 택배로 받을수 있으며 택배는 오늘 도착했다.
만약 온라인이 아니라 매장에서 샀으면 정가에 구매해야 하지만 대신 바로 읽을수 있다.
이렇게 가성비는 한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해도 불편하고 성능이 낮으면 가성비가 아니며 반대로 비싸도 만족하고 오래쓸 수 있으면 가성비라고 할수 있다. (아니면 가심비인가?)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만족한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가성비는 (저렴한 대신 일정 손해를 봐야하는, 쉽게말하면 싼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한다.
잡담이 길었다. 본문으로 가겠다.
다섯 에피소드 중에 가장 재미있던 것을 고르자면 (빈집 채우기)이다.
신혼부부가 가구리스트를 만들고 카페에 자문을 구하면서까지 혼수를 마련하는 도중 식기세척기 하나때문에 싸우는 내용인데, 결혼 비용을 낮추고 아끼는 여자는 친구의 호화로운 결혼생활을 보고 자책하고 남편이 밉지만 그럼에도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결혼생활 아닌가.
또한 남편도 아내를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는 등 화난 아내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도 이런데 현실의 신혼부부들은 얼마나 힘들게 아둥바둥 해야할지..
다른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게 보았다.
(절친대행) 진실된 친구가 없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노력하지 않는, 결국 손해를 봐가며 절친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재연의 이야기이다.
나역시 대인관계가 협소하지만 깊은 관계를 지닌 친구 2~3명이 더 좋다.
최사장이 인간의 외로움을 이용하고 메꾸고자 (절친대행)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결국 돈이 없으면 사라지는 모래성 비즈니스일 뿐.
(두리안의 맛) 간단히 말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를 알려주는, 격언이 충만한(?) 소설이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태국으로 공짜여행을 가는 파워블로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5년생이 온다)는 (新)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이른바 자유주의 학생이 그룹을 만들어 경제전문가들이 할법한 발언을 하며 합리적으로 돈을 버는 법을 알려준다. 자유주의가 말하는 돈 버는 법은 비트코인인걸까?
또 작가의 말에서 (태어난것 자체가 우수한 성능을 지닌것인데 우리는 서로를 비교한다)는 말에 꽤나 공감되었다.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남보다 뒤쳐지면 멸시받는 이 사회를 보며 작가는 무슨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한국SF식으로 만들었다.
조난당해 갇혀버린 위험한 행성, 단 한명만 살아서 탈출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의 말에 불편한 상황이 오고,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 기준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등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고싶은 것, 가고싶은 곳은 무한하지만 지갑사정은 여의치 않다.
최신기능의 전자기기, 백색가전, 고급음식, 호화로운 유럽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부자가 아니고서야 예산때문에 계산하고 뺄건 빼야 하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쉬움을 감수하며 가성비를 따진다. 메리트가 존재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좋으면 그 과정에서 득템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보다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