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녀온 가게의 점원의 눈에 어느 손님이 들어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게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올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손님은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이야기는 돌고 다시 돌아 시작점을 찾아온다.
월요일엔 쉬는 날이지만 하루 말차만을 제공하는 이벤트 날, 도쿄의 마블카페에 한 여성이 찾아오고 뜻밖의 맛을 가진 말차에 놀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쓴 맛이 우선되는 말차만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곁엔 늘 뭔가 달콤한 디저트가 있어줘야 한다. 씁쓸한 말차 한 모금과 달콤한 화과장 한입, 그게 묘하게 어울리는 데 이 소설이 그런 구성으로 만든 건 결국 인연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열 두개의 연작소설은 단독 플롯을 하고 시작과 끝맺음을 갖고 있어 단편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각각의 소설을 희미하게 연결해주는 고리가 있다. 다들 자아와 타인과의 인연이다. 그리고 말차와 연결된 그 무엇인가. 말차가 나왔으니 화과자 이야기도 나올테고, 도쿄와 쿄토라는 지역성도 아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찻집이 트렌디한 컨셉은 아니다. 어딘가 올드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배경이 베이커리나 커피샵, 혹은 패스트 푸드점이라면 이렇게 느긋하게 인연이라는 이야기를 하기엔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래 보인다.
새로운 만남에 설레하는 연인도, 늘 잔소리만 하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도,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속옷 가게 점원과 손님 사이에도, 오래된 친구사이에도, 권태에 빠진 부부사이에도, 헌책방을 운영하는 늙은 부부 사이에도, 미나즈키라는 화과자를 사러온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어느 할머니에게도, 그리고 고양이 한마리에게도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 중심을 꿰고 있는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연이다.
자꾸 뿌리를 뻗어나가는 것 같은 이 소설의 마지막은 뜻밖에도 맨 처음 손님의 행동을 재차 언급하는 점원의 마음과 잇닿아 있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을 메꾸는 무수한 사람들의 각자의 사연이 돌고 돌아 하나의 인연이 된다는 걸 강조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쌉쌀한 말차 한 잔이 있었다는 걸 환기한다. 독특한 구조의 소설이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를 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사람과 사람들의 인연에 대해 쓴 소설이었다.
극적인 반전이나 하이라이트가 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잔잔하고 부드러운 바람한점이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문예 춘추사에서 아오야마 미치코의 두번째 인연에 관한 책 '월요일의 말차 카페'가
나왔을때 상당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코코아에 이어서 말차라...왜 하필 말차일까 라는 생각을 조금 해보았다.
일본사람들은 말차를 즐겨 마신다.
찻잎을 수확하여 빠르게 말린 후 가루를 내어 마시는 말차는 선명한 녹색을 가지고 있으며
달콤하고 쌈싸름하다.
말차는 풍부하고 풀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어쩜 코코아처럼 진하고 거품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진한 향이 나는
그래서 커피처럼 속을 갉아내는 듯한 자극이 없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신사 근처의 강변 끝자락에 오도커니 문을 열고 있는 마블카페가
주요 장소로 등장한다.
그리고 1월부터 12월까지 12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찬바람이 부는 1월, 봄비가 내리는 4월, 매미 울음소리 가득한 8월,
묘하게 가슴설레게 하는 금목서 꽃향기가 나는 10월,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의불빛이 흔들리는 12월.
계절은 돌고, 사람들의 만남도 이어지며 돌아간다.
계절을 따라 이어지는 12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말랑해지게 되는 느낀다.
낯선이에게서 느끼는 경계도 느슨해진다.
그들의 만남은 수다스럽지 않고, 차분하다.
하지만 묘하게 가슴 설레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모르는 이들에게 건내는 말 한마디와 배려있는 행동 하나가 어쩌면 벼랑끝에 서있을지도
모를 상대방에게 내미는 손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같은 만남들이 많은 요즘같은 시대에
이렇게 따듯하고 정감가는 아나로그적인 감성이 건조하고 매말라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거품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풍미 가득한 한잔의 따뜻한 말차처럼 만들어주는듯 하다.
말차의 맛처럼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삶의 맛.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등을 토닥이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나와의 인연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싹을 튀우고 꽃을 피우고 있을까..
이왕이면 이쁜 꽃이 피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작고 인연들도 귀하게 정중하게 대해야겠다.
겨울 앞에 바짝 다가선 요즘 같은 계절에 썰렁해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잔의 차처럼
데워줄 소설인것 같다.
혹시 다음 편도 나올까.. 조바심내며 기다리게 되는 소설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읽고싶다는 것"이었다.
책 표지부터 한 겨울의 말차라떼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적절히 내 감정 역시 녹을 수 있겠구나.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1~12월로 소분류되어있으며, 각 말차카페와 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옴니버스 구성은 책으로는 처음 접하는데,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구절과 표현은
-2월 Tokyo 편지쓸게39p-
"우리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중략-
"그 편지를 또 잃어버려도 괜찮다. 몇 년 뒤, 몇 월 며칠이든 그때 내 옆에서 당신이 웃어준다
면----, 그것은 무엇보다 확실하게 두 사람이 줄곧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테니까.
-3월 Tokyo 초봄의 제비 55p-
"졸업은 다음 단계로 가면서 끝이 아니라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고 자신을 인정하고, 응원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매듭이기도 하죠."
-4월 Tokyo 천장에서 내리는 비 69p-
이제 인간은 옷이나 신발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걸까. 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꾸미고, 거
짓말만 하고, 무엇인가가 되려고 하고. 자기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이렇게 복잡해져서.
-6월 Tokyo 전해지는 마음 106p-
그렇다. 계승하는 것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다.
이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고난과 맞서서 극복해야만 한다. 혼자서는 대처
할 방법이 없는, 상정할 수 없는 재앙을 전부 받아들이며,
그래서 기도를 과자에 담은 것이다. 모두가 능숙하게 잘 살도록, 여름 더위에도, 무서운 귀신
에게도 지지 않도록.
-9월 Kyoto 삼각주의 소나무 아래서 138p-
4월, 5월, 6월, 7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대시한 끝에 겨우 오케이를 받은 것이 8월 초, 날아
오를 듯한 기분도 잠시, 지카게의 '헤어지자'라는 라인 한 줄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아직 일
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144p-
그렇게 옆에 붙어 있었는데,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지금의 내게 지카게는
해나 달과 마찬가지로 멀다. 엉겁결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위를 보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