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서점 중 하나인 교보문고가 적자 타개를 위해 창사 43년 만에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 아픈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이렇듯 고사 위기에 처한 출판업계와 서점업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지난 1년 새 독립서점이 전국적으로 70여 개가 늘어나는 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은 어떤 매력으로 그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아오야마 미치코의 『도서실에 있어요』는 다섯 편의 따뜻한 이야기로 그 답을 알려준다.
이 서평에서 다루는 『도서실에 있어요』는 2021년 서점대상 2위에 오른 화제작으로, 서점대상이란 일본 전국의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으로 손꼽은 책을 수상하는 시상식을 말한다. 대중적인 선호도 면에서 가장 인정받는 시상식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 서점대상에 각기 다른 작품으로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어 두 번 수상한 아오야마 미치코의 작품 세계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중 가장 높은 순위인 2위로 수상한 『도서실에 있어요』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 안에 있는 도서실을 찾은 다섯 명의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 등장인물들은 우연히 발을 들인 도서실에서 사서인 고마치 사유리와 조우하고 책 추천을 부탁한다. “뭘 찾고 있지?”라는 고마치의 말에 지금 자기가 찾고 있는 것이 과연 책 한 권인지 인생의 답인지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 머뭇거리는 사람들. 고마치는 그들이 찾는 책과 함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책을 한 권 더 추천한다.
이들은 사서 사유리가 내민 뜬금없는 한 권의 추천 책 앞에서 당혹스러워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찬찬히 그 책을 읽어나가고, 그 속에서 자신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해나간다. 삶의 의욕을 잃은 도모카의 경우, 카스텔라를 만드는 동물들이 나오는 동화책이 주어졌고 그녀도 책을 보며 카스텔라 만들기에 도전한다. 몇 번의 실패 속에서 계속 재도전하면서 도모카는 문득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스스로를 소홀히 다뤄온 것인지 깨닫는다. 대충 때우던 끼니도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하며 한 발씩 자신을 위해 내딛는 도모카.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은 하루하루를 가다듬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손에 닿는 것부터 익혀나갈 것이다’라는 신선한 공기와 같은 새 마음이 그녀의 마음에 가득 차오른다.
어떻게 자신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해주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사유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무언갈 알고 있지도,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책도 그래요.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부분에서 그곳에 적힌 몇 마디의 말을, 읽은 사람이 자기 자신과 연결 지어 그 사람만의 무언갈 얻어내는 거예요.”
그렇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한 권이 한 사람의 삶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어떤 책을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 책은 독자에게 매번 다른 감상과 감동을 안겨준다. 바로 그 점이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책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리라. 『도서실에 있어요』는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고민을 가진 다섯 인물을 들어 책의 매력을 부드럽게 알려주며 마음을 어루만진다.
도서실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면 일단 관심이 생긴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늘 로망이었으니까. 약간 서늘하면서도 특유의 종이 냄새가 감도는 그곳을 떠올리노라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대기실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햇살 가득한 빛의 도서실도 좋지만 뭔가 미스터리한 기운이 감도는 고서점도 운치가 있다. 일본서점대상 2위에 선정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는 제목에서부터 도서실을 내세우고 있으니 당연히 호기심을 강하게 끌었다. 도서실에 책 말고 또 뭐가 있다는 것인지는 원제가 말해준다. 《お探し物は圖書室まで》 “찾으시는 건 도서실에” 그렇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연히 들른 도서실에서 마음속으로 갈구하던 무언가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커뮤니티 센터에는 규모는 작아도 알차게 구비된 도서실이 있다. 레퍼런스 카운터 뒤에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몸집의 온통 새하얀 사람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곤 하지만, 사서인 그녀가 지극히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어 오면 저도 모르게 속내를 비추고 만다. “뭘 찾고 있지?”
1장 | 도모카(21세, 여성복 판매원)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구를 찾던 도모카는 도서실에 컴퓨터 관련 책을 빌리러 갔다가 그림책과 프라이팬 모양의 양모펠트를 받았다. 프라이팬? 그렇다면 책에 나오는 카스텔라라도 만들어볼까.
2장 | 료(35세, 가구 제조업체 경리)
료는 샐러리맨으로 생활하고 있으나 실은 골동품점이 오랜 꿈이다. 하지만 가게를 차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자친구와 방문한 도서실에서 고양이 마스코트와 이색 가게 정보를 입수했다.
3장 | 나쓰미(40세, 전직 잡지 편집자)
젊은 여성 대상의 잡지를 편집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나쓰미는 출산휴가 후 자료팀으로 이동되고 말았다. 업계에서 도태되는 기분으로 아이와 간 도서실에서 달에 관한 책과 지구 모형을 받았다.
4장 | 히로야(30세, 백수)
히로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여태껏 그가 있을 자리 하나 구하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회의가 들던 차에 모처럼 의욕이 솟는 책과 마주했다. 덤으로 딸려온 건 작은 비행기.
5장 | 마사오(65세, 정년퇴직자)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마사오는 그동안 자신이 이룬 게 뭔지에 대한 허무감과 함께 사회의 소속감마저 사라져버렸다. 취미라도 만들어볼까 싶은데 게 모형과 함께 시집을 추천받았다.
일과 삶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5명이 찾은 동네 커뮤니티 센터의 작은 도서실. 무뚝뚝하지만 듣기 좋은 음성을 지닌 사서가 생각지도 못한 책 선택과 수제 양모펠트라는 귀여운 부록으로 그들의 등을 살며시 밀어준다. 처음에는 신비로운 부록의 효과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찾았든 그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이고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을 통해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눈앞에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도 안이하고 나태한 생활태도라는 각성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발을 떼어놓지 못하고 있다. 소설에서처럼 귀인을 못 만나서라는 건 핑계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고들 하는데, 패기는 사라지고 불안함만 늘어가는 한심한 자신에게 어떤 부록을 선물해야할는지 고민해봐야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나는 뭘 찾고 있나?”
고작 160년 전- 오른손 위에 올려놓은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160년 전 사람들에게 이런 탈것이 있다고 말한다 한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쇳덩이가 하늘을 날 리 없다면서. 그런 건 공상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면서. 나 또한 생각했었다. 내가 그림에 재능이 있을 리 없다고. 평범하게 취직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그런데 그 생각이 가능성의 폭을 얼마만큼 좁혀온 것일까?
p. 287
자신을 둘러싼 환경 자체를 변화시킨 다윈과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히로야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가깝게 다가온 인물. 그래서인지 가장 응원해주고 싶었고, 점차 달라지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안도했다. 어쩌면 나와 겹쳐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당연히 똑똑한 형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깨닫는 못난 동생의 모습 또한 익숙했다. 히로야에게 만화가 변하지 않는 친구였던 것처럼 나의 친구는 늘 책이었다. 그러나 너무 편협한 세상에 스스로를 가두어 둔 건 아니었던가, 나 역시 어린 날의 자신에게 미안하다. 마침 이런 영상을 보았다. 자신을 고쳐가는 데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계속 반복하다보면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 책속의 책
第1話 『구리와 구라ぐりとぐら』
第2話 『영국왕립원예엽회와 함께 즐기는 식물의 신비英國王立園芸協會とたのしむ 植物のふしぎ』
第3話 『달의문月のとびら』石井ゆかり
第4話 『사진으로 보는 진화의 기록: 다윈 등이 바라본 세상ビジュアル進化の記錄 ダ-ウィンたちの見た世界』
最終話 『겐게와 개구리げんげと蛙』
소설이 현실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사항을 만족스럽게 그려 내는 장르라고 볼 때 이 소설은 이 조건에 참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되었으면, 이런 도서실이 있고 이런 사서가 있고 이렇게 도서실을 찾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이미 있는데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사는 것을 고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고맙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조건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안다. 이왕이면 좋은 마음으로 좋은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이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어도 마음에 차지 않아 방황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마땅한 일을 못 만났다고 한탄할 수도 있고, 퇴직을 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말라는데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 번민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인생에 답이 없다고 하는 것이겠지.
소설은 다섯 명의 인물이 사서의 도움으로 삶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 준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방법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을 좀더 분명하게 들여다보고 확인하고 챙기는 것일 뿐. 이 과정에 사서가 권한 책 한 권이 큰 역할을 맡고 있고. 그러니 사서가 하는 말도 맞다. 책은 읽는 이의 태도에 따라 더 가까이 더 절대적으로 다가서게 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 일인지 알았다. 무심코 전하는 메시지가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는 일이니까. 책도, 책을 권하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참 다 좋다. 점점 추워지는 이 계절, 마음이 자꾸만 쓸쓸해지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자신만의 책을 찾을 수 있게 되리라고.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의 도서실에 있어요 리뷰입니다. 커뮤니티 센터 안에 속한 도서실을 배경으로 한 책입니다. 일 때문에 고민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다섯 인물이 우연한 계기로 도서실을 찾아오고, 굴속에서 겨울잠 자는 백곰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사서 고마치 씨와 만나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오야마 미치코 저 [eBook] [100% 페이백][대여] 도서실에 있어요 리뷰입니다.
음.... 페이백 이벤트로 대여한 책입니다.
제목이랑 줄거리에서 대충 생각하는 내용이랑 책에서 풀어가는 내용이랑 대충 비슷합니다.
이런책은 내가 읽을 때 마음가짐에 따라 평점이 달라지는데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마음가짐이 별로 좋지 않아서 크게 재미가 없어네요 ...ㅠㅠ 잔잔한 일본책다운 이야기입니다. 딱 이 한줄이면 대충 아 그런 느낌이구나!하는 ... 그래도 마음의 평화가 있을 때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의 리뷰가 나올 거 같아 아쉽네요..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님의 <도서실에 있어요> 리뷰입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은 책인가요, 꿈인가요, 인생인가요? 책 소개 문구에 이끌려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일 때문에 고민하는 다섯 명의 주인공, 도모카, 료, 나쓰미, 히로야, 마사오가 우연한 계기로 동네의 작은 도서실을 찾아와 무뚝뚝한 표정과는 달리 따스한 목소리를 지닌 사서 고마치에게 꼭꼭 숨겨두었던 속마음과 바람을 털어놓게 되고, 이야기를 들은 고마치씨는 생뚱맞은 책 한 권과 함께 자그마한 양모 펠트를 건네줍니다. ‘그건 당신한테 주는 부록이야.’라는 말과 함께. 이렇게 고마치씨가 건네준 책과 부록은 그들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시작합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 인생의 방향을 잘 모를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