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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Ryuichi Sakamoto 저/황국영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28일 한줄평 총점 9.0 (3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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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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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MD 한마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는 한 음악가의 선율]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이야기. ‘암과 살아가기’로 했던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언어를 지키려 여러 곳에 선율들을 남겼다. 그의 새로운 음악은 이제 들을 수 없지만, 그가 세상에 긴 멜로디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아껴 읽고 싶은 책. - 에세이 PD 이나영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동시 출간!
방탄소년단 슈가, 윤상, 이준오(캐스커), 정세랑, 정재일, 황소윤, 허우 샤오시엔 추천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그 소리들이 모이면 음악이 된다는 걸 알려주신 선생님”
_방탄소년단 슈가(SUGA)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2020년, 암의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라는 진단을 받고서 시간의 유한함에 직면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런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예술, 우정과 사랑, 자연과 철학,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그의 음악과 깊은 사유에 관한 기록이다.

여러 차례 암 수술을 받고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과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담담히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흘러가되, 때때로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이는 깊고 자유로운 사유와 담론으로 이어지며, 2023년 1월 발매된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에 대한 에피소드로 끝맺는다. 그리고 그가 글의 마지막에 남긴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은 결국 그의 유언이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연재된 칼럼을 엮은 책으로 2023년 6월 말,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책의 특별부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글과 유족이 전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가 수록되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1장 암과 살아간다
베르톨루치와 볼스 | 수술 직전 | 섬망 증상 | 사랑으로 구원 받다 | 친구라는 존재 | 시간에 대한 의구심 | 아들이 가르쳐준 노래 | 처음 겪는 파괴 충동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에 대한 생각 | 부모의 죽음 | 생명, 그 본연의 모습 | 사후 세계
2장 어머니를 위한 레퀴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북극권으로의 여행 | 《Out of Noise》 | 프랑스 정부가 수여한 훈장 | 침대 버스를 타고 하는 투어 | 연주가 달라진 밤 | ‘공즉시색’의 세계 | 텔레비전의 가능성과 한계 | 조몬 시대의 음악 | 오누키 다에코와의 추억 | 해바라기 같은 어머니 | 계절의 순환
3장 자연에는 대적할 수 없다
한국과의 인연 |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 재해지에서 맛본 무력감 | ‘모어 트리스’ 활동 |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 | 서머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일 | 요시나가 사유리 씨와의 연대 | 요시모토 다카아키 씨와의 재회 | 인생 최고의 선물 | 크라프트베르크와의 유대 | ‘고작 전기’ 발언의 진의 | 트리오 자선 콘서트
4장 여행과 창작
아이슬란드로부터 배우다 | 중동의 왕녀 | 관광을 싫어하는 성미 | 백남준과 존 케이지 | 영화제라는 공간 | 노가쿠에 다가가기 | 지휘자의 격식 | 단잔신사에서 본 〈오키나〉 | 삿포로 국제 예술제 | 마음속에 그리던 오프닝
5장 첫 번째 좌절
노구치 정체와 매크로바이오틱 | 미국의 의료 | 뉴욕에서의 생활 | 하와이의 역사 | 만들어진 전통 | 진정한 의미의 치유 | 일로 복귀하다 | 〈레버넌트〉 | 〈어머니와 살면〉 | Trust me!
6장 더 큰 산을 향해
단 하루의 교수직 | 모노파와 타르콥스키 | 《async》 | 새로운 표현 형식 | 아시아에서의 프로젝트 | 〈CODA〉 | 굴드에게 은혜를 갚다 | 베르톨루치와의 이별 | 나의 뿌리 | 외삼촌의 어린 시절 놀이
7장 새로운 재능과의 만남
브렉퍼스트 클럽 | 글라스 하우스에서의 경험 | ‘카지쓰’를 위한 선곡 |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인연 | 이우환 선생님으로부터의 의뢰 | 교토 회의 | 대만의 소수 민족 | ‘오시마 나기사 상’ 창설 | 야마시타 요스케 씨와의 놀이 | 헤노코 기지 문제 | 코로나 사태의 시작 | 기묘한 시간 감각 | 암의 재발
8장 미래에 남기는 것
MR 프로젝트 | 아이들에게 고백하다 | 베이징에서의 대규모 전시회 | 〈타임〉 | 최강의 서포트 시스템 | 우크라이나의 일리야 |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 | D2021 | 덤 타입의 새 멤버 | 오랜만의 자택 | 사카모토 도서 | 마지막 피아노 솔로 | 《12》
저자를 대신한 에필로그
장례식 플레이리스트
연보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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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Ryuichi Sakamoto (사카모토 류이치,さかもとりゅういち,坂本 龍一)
1952년 출생.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사회 운동가. 1978년 [Thousand knives]로 데뷔. 같은 해 YMO에 참가. YMO 해산 후, 다수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작곡가로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평가를 얻으며 늘 혁신적인 사운드를 추구해 왔다. 1999년 제작의 오페라 [LIFE] 이후, 환경, 평화, 사회문제에 언급하는 일도 많아서, 9.11 동시 다발 테러를 계기로, 논고집 [비전]을 감수. 자연 에너지 이용 촉진을 제창하는 아티스트 단체 ‘artists’ power’를 창시했다. 2006년 여섯 지역의 핵연료 재처리설비 가동 반대를 표명하고 ‘... 1952년 출생.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사회 운동가.
1978년 [Thousand knives]로 데뷔. 같은 해 YMO에 참가. YMO 해산 후, 다수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작곡가로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평가를 얻으며 늘 혁신적인 사운드를 추구해 왔다. 1999년 제작의 오페라 [LIFE] 이후, 환경, 평화, 사회문제에 언급하는 일도 많아서, 9.11 동시 다발 테러를 계기로, 논고집 [비전]을 감수. 자연 에너지 이용 촉진을 제창하는 아티스트 단체 ‘artists’ power’를 창시했다. 2006년 여섯 지역의 핵연료 재처리설비 가동 반대를 표명하고 ‘stop-rokkasho.org’의 활동을 개시, 2007년 7월에는 유한책임 중간법인 ‘more trees’의 설립을 발표하고, 온난화 방지에 대한 계몽과 식수 사업 등 다기에 걸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06년 새로운 음악 커뮤니티의 창출을 목표로 ‘commmons’를 설립. 2009년에는 음악 활동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한 배려에 힘써 온 것에 대해, UN 환경계획이 세계 환경의 날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ECHO Festival에서 ‘Echo Award’를 수상했고, 같은 해 7월에는 프랑스 문부성으로부터 예술문화훈장 오피시에를 수훈했다. 2010년, 문화청으로부터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여 받는 등, 활동 전반에 있어서 세계 각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0년부터 미국, 뉴욕 주에 거주하였고, 2014년 암 발병으로 수 년간 암투병을 해왔지만, 2023년 초반 정규앨범 [12]를 발표,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2023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역 : 황국영
말과 글을 짓고 옮기는 일을 한다. 『미식가를 위한 일본어 안내서』, 『クイズ化するテレビ T V, 퀴즈가 되다』를 출간했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 『외국어 공부의 감각』, 『어떡하지? 이럴 때 펼쳐보는 그림 사전』 등을 옮겼다. 원서 함께 읽기 클래스 〈아소비고코로스 @asobi_gokoros〉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일본 와세다대학원에서 표상 미디어론을 공부했다. 기획자 및 문화 마케터로 활동하다 책과 이야기에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TV, 퀴즈가 되다』(クイズ化するテレビ)를 출간했고, 아이디어 북 『MY BIG DATA』를 기획했... 말과 글을 짓고 옮기는 일을 한다. 『미식가를 위한 일본어 안내서』, 『クイズ化するテレビ T V, 퀴즈가 되다』를 출간했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 『외국어 공부의 감각』, 『어떡하지? 이럴 때 펼쳐보는 그림 사전』 등을 옮겼다. 원서 함께 읽기 클래스 〈아소비고코로스 @asobi_gokoros〉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일본 와세다대학원에서 표상 미디어론을 공부했다. 기획자 및 문화 마케터로 활동하다 책과 이야기에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TV, 퀴즈가 되다』(クイズ化するテレビ)를 출간했고, 아이디어 북 『MY BIG DATA』를 기획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오! 반지하 여신들이여」의 각본을 썼으며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외국어 공부의 감각』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 리뷰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2014년, 중인두암이 발견된 이후에도 치료와 회복에 힘쓰며 오리지널 앨범 《async》(2017년)를 발매하고, 세계 곳곳에서 앨범과 연계한 공연 및 전시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류이치 사카모토. (저자 이름은 책 본문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로 표기하되, 표지 및 홍보 자료의 경우 널리 알려진 영어식 표기인 류이치 사카모토를 따름.) 그러나 2020년 6월, 직장암 진단을 받고 암이 재발하였음을 알게 되어 뉴욕의 암 센터에서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의 검사 결과 직장암이 폐와 간, 림프에도 전이되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후 2년간 종양 제거를 위해 모두 여섯 번의 수술을 받게 되는데, 1월의 첫 번째 수술 직후,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p.46)라고 소속사를 통해 상황을 전했다. 암과 ‘싸운다’가 아닌, “살아간다”는 표현을 택한 것에서, 그리고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말에서 그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자 하는지 그 마음과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목이자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으로 참여한 영화 〈마지막 사랑〉(1990년)의 대사이기도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시간의 유한함과 생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이 문장을 류이치 사카모토는 20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던 첫 번째 수술 이후 혼잣말처럼 읊조렸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암의 재발을 알리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나가던 와중에, 그는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가 출간된 2009년 이후의 발자취를 이번 기회에 다시 되돌아보며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칼럼 연재를 시작한다.

그렇게 2022년 7월부터 이듬해인 올해 2월까지 연재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이다. 책에 덧붙일 에필로그 원고 집필을 남겨두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2023년 3월 28일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결국 저자의 에필로그를 대신해 칼럼 연재 당시 인터뷰 및 원고 정리를 담당했던 전 《GQ JAPAN》 편집장 스즈키 마사후미가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에 관해 담담히 기록해 덧붙였다. 유족 측에서 제공한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도 그대로 인용하였는데, 큰 수술이 끝나고 섬망 증세를 자주 겪던 시기인 2021년 1월 31일부터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2023년 3월 26일까지의 일기가 수록되어 그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시간의 유한함에서 자유로웠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작품 세계


책은 기본적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전개되어, 오리지널 앨범 《Out of Noise》 발매(2009년), 피아노 솔로 콘서트 방식의 유럽 투어(2009년), 오누키 다에코와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UTAU》 발매(2010년), 북미에서 31년 만에 콘서트를 하는 등 YMO로서의 활동 재개(201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위촉(2013년), 그의 음악활동 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경험 등의 이야기가 차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단편적인 연대기식의 전개라기보다는 “시간은, 말하자면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p.27)이라고 말하는 사카모토가 시간을 감각하는 방식처럼, 책의 흐름은 시간의 틀에서 종종 벗어나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이는 깊고 자유로운 사유와 담론으로 이어진다.

‘시간’은 사카모토 후반기 작품활동의 커다란 화두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무한테도 들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표했던 오리지널 앨범 《async》 또한 삶의 유한성을 맞닥뜨린 후 품게 된 ‘시간에 대한 회의감’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앨범 제목은 ‘비동기’(asynchronization)의 축약어로, 모든 것이 동기화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의도적으로 등을 돌려 문자 그대로 ‘비동기’(非同期)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앨범을 구상할 당시,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바로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인간의 사고나 상상을 제거하고 ‘모노’(もの), 즉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는 ‘모노파’의 연장선에서, “모든 사물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뇌의 습성을 부정하고자”(p.224) 했다. 이에 따라, 소리의 관계를 치밀하게 구축하는 보통의 작곡 방식과 달리, 이 앨범을 제작할 때는 그와 정반대의 방법론으로 뉴욕 길거리에서 돌을 주워 두드리거나 문질러도 보고, 교토의 숲에 가서 필드 레코딩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여러 ‘소리’를 모아 레코딩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했기에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처럼 3차원의 공간에서 청취 체험을 해야만 《async》의 진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며, 앨범 발매 이후 그를 토대로 〈설치음악전〉같이 연주회이자 무대 예술, 설치 작품으로서의 성격을 갖춘 퍼포먼스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2018년 5월부터 5개월간 서울의 갤러리 ‘piknic’에서 진행된 전시 〈Ryuichi Sakamoto Exhibition: LIFE, LIFE〉의 경우도 〈설치음악전〉이 기획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예술가들과 나눈
깊은 우정과 예술적 교감의 현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전 세계를 무대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예술가인만큼, 전위예술가 백남준과의 인연, 모노파 이우환과 나눈 영감과 교감, 설치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교류, 글라스 하우스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 전시의 오프닝 퍼포먼스, 피아노 솔로 MR(혼합현실) 작품 촬영 등 그 활동의 궤적을 좇다 보면 현대 예술사의 여러 흥미로운 단면과 마주하며 그 생동하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앞 세대에 속하는 백남준, 이우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부터 동시대 예술가 카스텐 니콜라이(알바 노토), 다카타니 시로, 이냐리투,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 속하는 뮤지션 플라잉 로터스나 썬더캣, 새소년, 방탄소년단 슈가 등 나이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사카모토가 뛰어난 창작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특히 사카모토가 스승으로 존경하며 영감을 받아온 이우환과는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의 커버를 위해 이우환이 그려준 작품을 완화 케어를 받을 당시 병실 벽에 걸어놓을 정도(p.381)로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내가 정말 유명해서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2007년, 숲 가꾸기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모어 트리스’를 설립한 이후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여러 구호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일본 정부에 맞서 탈원전 시위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동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렇듯 사회적 발언을 시작한 계기는 20세기 말, U2 보노를 주축으로 진행되었던 아프리카 최빈국의 대외 채무 탕감 운동 ‘주빌리 2000’에 초대받아 참여한 것으로, 그 이후 ‘이름을 판다’는 야유를 듣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p. 330)는 쪽으로 마음먹게 됐다고 한다.

‘모어 트리스’ 이외에도 3·11 대지진을 계기로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을 설립하였는데, 지진 피해 지역의 약 2,000개 학교의 망가진 악기를 무상 수리하고, 수리가 불가능한 악기의 경우엔 기금을 지원해 교체해주는 활동을 해나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진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해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꾸린 뒤, 음악감독을 맡아 그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나갔다.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지은 〈지금 시간이 기울어〉라는 곡에는 3·11 대지진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11박자를 도입했다고 한다. 사카모토가 이처럼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사용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단지 자국과 관련된 이슈에 한해서만은 아니다. 2022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자선 앨범에 참여해 우크라이나의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를 위한 연주곡을 완성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상기하며 그는 말한다. “세계 어디든 그곳에 사는 누군가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순간, 뉴스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p. 329)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이 책의 표지 재킷 사진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뉴욕 자택 정원에 놓인 피아노를 촬영한 것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험 삼아 피아노를 마당에 놔둬본 것으로,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은 피아노는 도장도 다 벗겨진 채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이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야 하는가, 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고 했는데,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 또한 그 흐름의 연속에 있는 듯하다. 2021년 초, 큰 수술 이후 도쿄의 임시 거처에서 요양하면서 “뭔가를 만들겠다는 의식도 없이, 그저 소리를 마음껏 느끼고 싶어”(p. 353) 마치 일기를 쓰듯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건반을 치며 기록했고, 그렇게 쌓인 음원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열두 곡을 골라 2023년 생일날 《12》라는 제목으로 발매하게 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글의 마지막에 남긴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미래에 남길 만한 연주 장면을 담아둬야겠다는 의지에서 2022년 9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소리의 울림이 좋다고 생각하는 스튜디오를 빌려 며칠에 걸쳐 피아노 솔로 공연을 녹화했고, 연이어 다른 스튜디오를 빌려 도쿄예술대학 재학 당시 만든 곡을 제대로 된 음원으로 기록해두고자 다른 연주자를 모아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 숨을 거두기 약 열흘 전인 2023년 3월 19일이었다. 기흉으로 한밤중에 병원에 응급 이송된 이후 한차례 폐렴을 앓았던 폐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고, 이후 25일부터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완화 케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병실에서 지켜보며 원격으로 필요한 지도를 해나갔고, 올해 7월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릴 전시를 위해 협업자 다카타니 시로와 원격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기 위한 곡을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며 골랐다고 하는데, 그 장례식 플레이리스트가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자리하게 되었다.

종이책 회원 리뷰 (31건)

구매 그가 못 본 보름달을 볼 때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p*****s | 2023.09.06

 

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거기에 무언가 조금 보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싶게, 인간 스스로가 애써 이룩한 것들을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기후에 관해서는 망가질 거란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왜곡하고, 외면했다. 뇌의 진화를 어째서 생멸의 부작용을 야기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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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여행이야기로 시작할 줄 몰랐다. 그것도 그린란드로. 20여 년 전 말릴 틈도 없이 욕이 나올 뻔한 추위와 얼음의 나라였고, 며칠 전 본 사진 속에선 작아진 얼음들이 많이 보여 낯선 곳. 앨범 <Out of Noise>는 이 여행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다. 고요하지만 적막하기보다 평온한.

 

이 여행의 경험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돌아온 후 한동안은 영혼을 빙하 위에 두고 온 듯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죠.”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그렇게 보이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속도도 빨라서 쇼크 상태로 보고만 있다. 화를 내거나 외면하거나 별 도움도 저항도 아닌 일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몇 주 전 보았는데, 집중을 못했다. 화면 속 아픔과 치유가 내게는 닿지 않았다. 오염수 처리는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의 뜨겁고 주저 않는 비판과 겸손하고 단단한 신념을 느끼며 깊은 위로와 존경을 느낀다.

 

저는 어느 시기부터인가 제 사회적 활동에 이름을 판다라는 야유를 듣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화가 42세부터였다고 특정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는 45세부터 확연히 감각이 약화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일이 발견의 연속이었다. 안 보이네, 노안이구나, 뭐지, 판단력도 흐려졌나, 아이고, 관절이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어도 이미 유의미하게 큰 숫자, 47천여 명이라는 걸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과장된 느낌이 내 불안과 망상일 뿐이길 매일 바란다.

 

팬데믹과 암 재발, 그 와중에도 강한 생각을 했던 거장의 문장들이 빛나 보인다. 아무 것도 급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검토하고, 치병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피고, 반핵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책정리를 하고, 음악가들을 만나고 녹음하고 중계하였다. 삶을 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담담한 울림과 떨림 같은 그의 음악과 글이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자주 슬퍼졌으나, ‘비교적 냉정하게감정을 추스르며 쉬다 읽다 했다.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던 그의 사진들을 보러 전시회를 다녀왔다. 참 잘한 일.

 

며칠 전 읽은 책에는, 완곡어법 말고 사망했다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오늘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라는 표현이 좋다. 사카모토의 마당에서 몇 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처럼, 나도 새 옷을 입히지도 말고, 무거운 관에 가두지도 말고, 에너지를 써서 태우지도 말고, 좋아하는 나무 아래 묻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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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음악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제* | 2023.08.31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영화, 음악, 책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우리곁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이야기는 저절로 눈물을 샘솟게 한다. 삶의 무게감, 지치고 힘든 인간관계 그속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힘을 내게 만드는 책.

참 좋다. 그리고 그 책 속의 글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소리까지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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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류이치사카모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r*******9 | 2023.08.30
음악이 주는 위로는 이루 말할수 없다. 육아에 지치고, 일상이 뒤바뀐 시기에 음악은 나에게 위로이자 치유이며 사유의 시간을 채워주는 나의 친구같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영화. ost를통해서였고, 최근에는 코다 영화를 통해 투병ㅇ중에도 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 열정과 음악에 대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한 곡의 노래가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음표로 토해내는지… 상상도 못할 과정들이다….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며 그 음악의 깊이와 음악의 메세지들에 감동하고 또 눈물이 난다…. 좋다. 주변에도 많이 소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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