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동시 출간! 방탄소년단 슈가, 윤상, 이준오(캐스커), 정세랑, 정재일, 황소윤, 허우 샤오시엔 추천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그 소리들이 모이면 음악이 된다는 걸 알려주신 선생님” _방탄소년단 슈가(SUGA)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2020년, 암의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라는 진단을 받고서 시간의 유한함에 직면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런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예술, 우정과 사랑, 자연과 철학,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그의 음악과 깊은 사유에 관한 기록이다. 여러 차례 암 수술을 받고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과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담담히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흘러가되, 때때로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이는 깊고 자유로운 사유와 담론으로 이어지며, 2023년 1월 발매된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에 대한 에피소드로 끝맺는다. 그리고 그가 글의 마지막에 남긴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은 결국 그의 유언이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연재된 칼럼을 엮은 책으로 2023년 6월 말,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책의 특별부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글과 유족이 전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가 수록되었다. |
[이주의 신간] 『먹고살고 글쓰고』, 『아파트 속 과학』 외
2023년 07월 06일
“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거기에 무언가 조금 보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싶게, 인간 스스로가 애써 이룩한 것들을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기후에 관해서는 망가질 거란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왜곡하고, 외면했다. 뇌의 진화를 어째서 생멸의 부작용을 야기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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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여행이야기로 시작할 줄 몰랐다. 그것도 그린란드로. 20여 년 전 말릴 틈도 없이 욕이 나올 뻔한 추위와 얼음의 나라였고, 며칠 전 본 사진 속에선 작아진 얼음들이 많이 보여 낯선 곳. 앨범 <Out of Noise>는 이 여행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다. 고요하지만 적막하기보다 평온한.
“이 여행의 경험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돌아온 후 한동안은 영혼을 빙하 위에 두고 온 듯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죠.”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그렇게 보이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속도도 빨라서 쇼크 상태로 보고만 있다. 화를 내거나 외면하거나 별 도움도 저항도 아닌 일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몇 주 전 보았는데, 집중을 못했다. 화면 속 아픔과 치유가 내게는 닿지 않았다. 오염수 처리는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의 뜨겁고 주저 않는 비판과 겸손하고 단단한 신념을 느끼며 깊은 위로와 존경을 느낀다.
“저는 어느 시기부터인가 제 사회적 활동에 “이름을 판다”라는 야유를 듣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화가 42세부터였다고 특정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는 45세부터 확연히 감각이 약화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일이 발견의 연속이었다. 안 보이네, 노안이구나, 뭐지, 판단력도 흐려졌나, 아이고, 관절이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어도 이미 유의미하게 큰 숫자, 4만 7천여 명이라는 걸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과장된 느낌이 내 불안과 망상일 뿐이길 매일 바란다.
팬데믹과 암 재발, 그 와중에도 강한 생각을 했던 거장의 문장들이 빛나 보인다. 아무 것도 급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검토하고, 치병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피고, 반핵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책정리를 하고, 음악가들을 만나고 녹음하고 중계하였다. 삶을 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담담한 울림과 떨림 같은 그의 음악과 글이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자주 슬퍼졌으나, ‘비교적 냉정하게’ 감정을 추스르며 쉬다 읽다 했다.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던 그의 사진들을 보러 전시회를 다녀왔다. 참 잘한 일.
며칠 전 읽은 책에는, 완곡어법 말고 ‘사망했다’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오늘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라는 표현이 좋다. 사카모토의 마당에서 몇 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처럼, 나도 새 옷을 입히지도 말고, 무거운 관에 가두지도 말고, 에너지를 써서 태우지도 말고, 좋아하는 나무 아래 묻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영화, 음악, 책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우리곁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이야기는 저절로 눈물을 샘솟게 한다. 삶의 무게감, 지치고 힘든 인간관계 그속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힘을 내게 만드는 책.
참 좋다. 그리고 그 책 속의 글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소리까지 너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