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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특집] 이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2022년 12월 09일
다산초당에서 출간된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웨덴 다국적 기업에서 어린 나이에 임원을 하다 홀연히 출가하여 스님이 되어 17년간 수행했다는 문구가 호기심을 몹시 자극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내용 자체는 무난했는데 이 스님이 백인이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렇게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소 의구심이 들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읽기는 잘 읽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화이팅.
스웨덴 청년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루게릭병을 앓았지만 망설임 없이,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면 안락사를 선택한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누구에나 친절과 사람을 베풀며 살았던 그, 두렵고 어두운 생각이 들 때도 언제나 긍정적으로 평화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 그,
젊은 시절에 누구보다 일찍 성공하여 대기업이 임원급에도 올랐지만 본인이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고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한다.
이십 대 중반까지의 그의 삶은 타인의 부러움을 살 법했다.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에 안착한데다 불과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임원의 지위에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스스로 일군 성과였지만 그는 이를 내려놓았다. 더 좋은 자리가 있어 옮기는 거라 사람들은 예상했겠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의외였다. 여러 모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태국 밀림으로 향한 그는 스님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모든 걸 움켜쥘 수 있었던 자가 아무것도 소유 않는 삶을 추구하게 되다니,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무려 17년 동안 이어진 이와 같은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 점 또한 놀라웠다. 세상을 외면하며 살아왔던 입장이었으므로 마치 갓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처럼 모든 걸 새로이 익혀야만 했음에도 그는 해냈다. 지금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떠남에는 순서가 없다지만 1961년생인 그에게 찾아온 죽음은 참으로 일렀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이토록 놀라운 삶을 살다간 인물의 유일한 저서다. 처음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끈 건 책 제목이었으나, 이내 나는 변화무쌍한 삶의 여정을 따르느라 시간을 잊고야 말았다. 어떻게 나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내야 하는지, 해법의 발견보다는 고민 증폭이 컸다.
자신이 원하는 걸 묻기에 앞서 세상이 종용하는 걸 따르는데 급급했던 적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매순간 느끼는 환경에 많은 이들이 노출돼 있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다 들었으나, 학창시절 나는 불과 초등학생일 적부터 매달 시험을 치렀다. 등수가 곧 내 자신의 노력 정도를 말해주는 것만 같았고, 시험을 망치면 내 인생도 무너질 것처럼 굴었다. 한창 승승장구에 가까운 인생을 살면서 저자는 일종의 불편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용기 내어 자신의 앞에 주어진 화려한 미래를 떨쳐내기 위해 그는 마음의 힘을 믿었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승려로서의 삶을 접고 세속으로 돌아오는 결정 또한 저자 스스로 내렸는데, 떠날 때가 되었다는 판단(책에서는 ‘소리’로 표현) 때문이었다. ‘마음챙김’(mindfulness). 왠지 이를 실현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지금을 온전히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얽매여 있다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게 왜 그리도 어렵던지. 늘 현재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음에도 우리는 태반을 현재 아닌 다른 시간을 나 아닌 과거 혹은 미래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면, 그런 내가 내린 결정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또한, 나의 결정이 두려움을 동반하더라도, 결국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내 자신을 지켜 내야만 한다.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매우 드물기에 승려로서의 삶이 끝났을 때 새로운 출발이 가능했던 것일 테지만,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법한 태도조차도 견지 못하는 현생 인류가(나를 포함하여)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짧지 않은 수행의 시간이 있어 견딜 수 있었을 듯. 이후 저자의 삶은 불행에 가까워 보였다. 찾아주는 이가 많았고, 늦게나마 마음의 평온을 선사하는 사람도 만났을 무렵의 일이다. 조금씩 몸이 무너졌고, 점차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 지금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루게릭병이 찾아왔을 때 어느 누가 이를 편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의 아버지 또한 만성폐색성폐질환(COPD)으로 생을 마감했다. 병마와의 싸움에 임하지 않고 안락사라는 방법을 택하여.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은 문학작품에서나 존재할 법하다. 가장 가까운 아버지 그리고 자기 자신이 스러지고 있는데 아름다움을 논하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수행의 결과물이라 하여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그는 죽음에 수긍했다. 태국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죽음의 기억들을 더듬으면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떠났다면 마냥 두려워하거나 분노할 이유는 없다는 믿음으로. 모두가 몰두하는 고통과 불안이 유일하게 그만은 빗겨 간 거 같아서 부러웠고, 나는 그리 살 자신이 없기에 풀이 죽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이제껏 고수해온 태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아직 나는 살아있고, 여전히 나에게는 기회가 있다.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다.
현명함이란 무얼까.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걸 난 이기심으로 줄곧 해석하며 살아왔다. 왠지 내가 틀렸던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40년을 꼬박 산 후에야 깨닫다니, 참으로 늦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지인의 추천이었다. 최근 읽었는데 좋았다고 했다. 외국의 스님의 책이라며 소개를 받았는데, 나는 예전에 이 책의 책 제목만 보고 국내 에세이인 줄 알았다. 워낙 문장형의 에세이들이 많지 않았나.
이 책이 서양인이 불교에 귀의하는 내용으로 끝났다면, 가볍게 읽기 좋다라고 평하고 끝내겠지만, 17년의 수행을 끝내고 일반인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한 부분에서부터 이 책이 소설이 아님에도 몰입했다.
모두가 선망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불교에 귀의한 것도 내면의 목소리를 따른 것이었고, 17년의 수행을 그만두고 일반인으로 돌아간 것도 내면의 목소리를 따른 행동이었다. 저자의 두 결정에 나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가 생각해봤다. 아직 내게는 나의 불안이 만들어내는 허상의 목소리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갈구하는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다.
이 책의 마지막은 저자가 루게릭병을 진단받아 삶에 대한 태도를 사뿐히 쥐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서 끝난다.
남의 이야기라 책은 쉽게 읽혔고, 쉽게 넘어갔다. 다만 내가 이 책을 통과함으로서 얻은 의문이 쉽게 사라지질 않길 바라지만, 나는 오늘도 잠들고 내일 아침도 출근하며, 또 다시 내 내면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은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봐야하지 않나하는 아주 작은 의문과 염려와 희망이 조용히 마음 속에 쌓여있을 것이라는 건 확신한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임원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던 저자.
모두가 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그는
밀려오는 정신적 압박감과 불안감에
매일 매일 지쳐 살아가던 중 홀연히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모든 것을
처분한 후 태국 숲속 승려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17년을 숲속 승려로 살았던 그는,
환속하여 자신이 찾았던 내면의 평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새로운 세상에서의
즐거움을 알아가는데, 루게릭 병이라는
끔찍한 병을 진단받게 된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지혜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남겨 주고 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당신의 생각을 놓아주십시오.
그때 불안과 걱정도 함께 떠날 것입니다."
그 어떤 심리학자가 썼던 책 보다도
마음에 와닿고 위로가 되었던 책이다.
거창한 가르침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 자신이 제일 나 답게
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게
이야기를 해 주는 책이랄까..
생의 마지막까지 비범했던 그였지만
오만하지 않았던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