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저
조예은 저
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황선우 저
목정원 저
박상영 저
마음껏 책 읽는 시간이 모자라, 어린이 책 편집자의 일을 그만두고 독서교실을 운영하게 된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책 읽는 법> 이야기 입니다.
아이가 성장해서 한글을 알게 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린이책 읽는 법> 을 통해서 아이와 즐겁게 책을 읽는 방법을 알게된 것 같습니다.
문해력을 강조하는 독서논술 교실도 많은 요즘, 지식만을 강요하는 책 읽기가 아닌, 이야기가 지닌 힘을 아는 사람으로, 취향을 발견하는 독서가로, 사회에 대해서 아는 어린이로, 예술책을 읽고 감탄하는 법을 아는 어린이로 자라날 수 있게 좋은 가이드가 될 책인 것 같아요.
책에서 소개된 어린이책들이 참 좋았어요. <어린이책 읽는 법>을 먼저 읽고, 소개된 여러 책들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해요? 책을 읽으면 뭐가 좋아요?
그리고, 왜 동화책을 읽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재미있으니까요."였다.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나의 재미가 아이들에게도 잘 전해졌으면 했고, 함께 읽으면서 그 재미를 느꼈으면 했다. 그러려면 나도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찾아봐야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부분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 단계가 넘어가면 슬슬 뭔가 배우는 즐거움도 느끼게 하고 싶고, 뭔가 감동하고 공감하는 감정도 느끼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럴 때, 나의 섣부른 욕심을 이 책이 냉큼 알아차렸다.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읽는 즐거움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궁금해서 물어보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궁금증을 단계별로 풀어볼 수 있는 단계별, 갈래별 책읽기 방법, 독후활동 등을 저자는 자기의 생각과 함께 안내해준다.
무엇보다 동화책을 읽는 이유는 공감하기 위해서란다. 그래,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가 책 속에 있지, 내가 본 적 있는 상황인 듯하지, 내 친구 중에도 이런 친구가 있었지 하며 공감하기 위해서.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함께 필요하고 함께 살아가니까.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가, 평생 책을 고르고 읽고 서로 공감하기 위해 아이들이 책을 읽기는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린이를 위해 어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
그래서 종종 나는 이 책을 꺼내읽는다. 내 욕심이 자꾸 생겨날 때, 내 중심이 아니라 아이 중심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 나를 잡아주는 책, 어른들을 위한 지침서로 여기면서.
어린이책
눈송이 하나하나의 모습이 다르다. (130쪽)
여름 수술만은 피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씻지 못하는 불편함과 때이른 무더위에 돌아버릴 것 같은 순간 뜻밖에 소나기가 왔다.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냄새가 날 때 짐승이 된 기분에 휩싸인다. 한번 자리 잡은 악취는 쉽게 벗겨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일까. 여름의 울창한 건강미보다 솔직히 벌써 선연한 가을이 그리운 나머지 책에 언급된 동시(박승우, 매미)를 옮긴다.
나무 등에 / 엎혀서도 운다
나뭇잎 품에 / 안겨서도 운다
이래도 울고 / 저래도 운다
귀뚜라미 우니 / 그제야 그친다
‘어린이’인 시기를 거치지 않은 일반인은 없다. 그런 사실만으로도 누구나를 보듬는 포용력을 지닌다. 김소영의 책은 단어 어른/어린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방정환 선생님이 정성껏 만든 존중의 ‘호칭’이라는 점에서 ~린이 낱말들을 반대하게 이끈다. 말맛을 가지고 노는 감각과 기획력은 인정하지만 어원을 알고 나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만약 스무 살 그때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사회학과 어린이책(둘은 양극이 아닌가?^^)을 전공하고 싶다. 영미문학을 분석하고 가르칠수록 그쪽에 대한 호기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어쩌면 내게 더 잘 맞는 옷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거나 또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남겨두려는) 바람이 작용한 결과일 테다. 다른 책들과 달리 그림책과 동화책은 인간의 ‘본성’과 향수를 부르는 기저가 되는 듯하다.
임신과 출산과 양육이 지난한 과정이지만 다시 유아와 어린이책을 진심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이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새로이 발견하는 낭독과 이야기의 즐거움! 물론 모든 부모가 이런 여유를 향유하는 건 아닐 테지만 말이다. 요즘 도서관이나 지역사회에서 양육자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관련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곤 한다. 엄마인 척 그 세계에 슬쩍 발 담그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특정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커리큘럼대로 교육하는 일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저자 김소영은 내게 특별하다. 없던 문을 열어 보이는 선구자쯤 될까.
처음부터 어린이들이 묵독으로 직접 책을 읽을 수 없다. 일정 기간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어떤 세계를 상상하고 자유롭게 반응한다. 아이의 관심과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 읽을거리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말한다면 신박할 것 같다. 틀에 박힌 답 찾기가 아니라 사회를 활자로 배워보는 좌충우돌의 시간. 세상의 다양성과 나와 다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지와 활짝 열린 마음을 갖고 싶다. 나 역시 책을 읽어주는 양육자를 두지 못했었고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깊이 있게 한 적이 없어 더 낭만적으로, 이상적으로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수렴되지 않는 순수한 배움은 홈스쿨링에서만 가능한지도 모른다. 코로나(마스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요즘, 지인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제일 안됐다고. “다 마스크에 적응했다”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아닌데. 하루 중 몇 시간은 땀나게 놀아야 하고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온몸으로) 공유할 기회와 시간을 놓친 아이들이 안타깝다는 말이었다. 사람들의 눈만 봐야 한다면 대단히 재미없을 것 같다. 재능기부로 동화책 구연을 하는 분들을 뵌 적 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낭독자 체험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스트푸드점들이 아이들을 겨냥한 입맛 잡기에 무지 신경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에 형성된 이미지와 친근함의 효력을 아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요~. <어린이책을 읽는 법>을 보다가 작은조카에게 미안해졌다. 큰조카는 미숙하게나마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작은 아이는 그러지 못했다. 상념일 뿐.. 옮기지 못한 마음은 피우지 못한 잔불에 불과할 것이다. 가끔 편지로라도 안부를 지긋이 묻고 고민을 나누고 싶었지만 괜한 개입이고 주책이 될까싶어, 또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보니 어느새 다 커버렸다.
앞서 말했듯이 양육자나 교육자로 어린이책을 만나는 ‘재회’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 인연(책 경유)과 나에 대한 시간1을 되감아 세심하게 다듬는 시간2가 될 것이다. 책이 주는 딱딱한 정보와 인물들 사이로 흐르는 감탄과 질문들과 각기 다른 생각들을 통해 생긴 책날개를 타고 멀리 갈 수도, 주변을 감싸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안목을 키우게) 책을 고르고 형식적으로나 의무적으로 독후 활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기운을 내” 적극적으로 “평생 독자”가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숙제가 되는 순간 몰아서 억지로 해치우거나 기억에 남지 않을 헛질이 되고 말테니까.
이 세상에 책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독자는 책보다 다양하다. (29쪽)
책만큼이나 책 바깥에도 읽을거리가 많다. 책에 치우치지 말고 폭넓게 읽게 하라. (65쪽)
이야기를 이해하며 읽고, 등장인물의 처지가 되어 보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고, 작품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동화책 읽기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91쪽)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내가 다 알 수 없다. (100쪽)
관점을 갖추려면 역사 사실을 많이 알아야 되고, 그 사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어야 하고, 흐름을 알아야 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121쪽)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책 읽는 법>>을 읽고 작성하는 감상평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상한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는 모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한 권씩 구매한 적 있다. 책에서 한 번 풀이를 읽은, 소위 답지를 알고 있는 상태니까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보일까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두근두근 책을 펼쳤는데 피터팬이 너무 오래전에 추방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좀처럼 이야기를 읽을 수 없었다. 읽는 내내 세상이 슬프고, 슬프고, 또 슬퍼서 내 눈에 슬픔 필터가 장착됐는지 눈을 긁으며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작가와 내게 필요한 장르의 조합은 사지 않을 수 없는 치트키였다. 유유 출판사의 책에서 늘 받는 이미지처럼 뭔가 얆아서 압축된 '전문가'들의 조언을 내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까 염려했던 게 전부 기우였던 만큼 좋았다. 작가는 시종일관 상냥하고, 다음으로 넘기기를 천천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