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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꿈과 희망의 나라라고 불리는 놀이공원에서 대학살이라니! 이게 무슨 단어 조합인가?... 괴리감이 느껴지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생각보다 더 호러블했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뉴서울파크를 찾은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책이다. 살아남기 위해, 잠시나마 행복해지기 위해. 각자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놀이공원을 찾은 인물들은 남들 모르게 품고 있는 욕망이 하나씩 있다. 이들은 놀이공원 안에서 정체불명의 젤리장수를 만나 의문의 젤리를 받게 되고, 젤리장수는 마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젤리로 현혹했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과 갈등 속에서 결국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 뉴서울파크 놀이공원에서 대학살이 발생하였고, 그곳은 온통 달큰한 분홍색 젤리로 뒤덮였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긴 채 환상이 가득한 놀이공원에 발을 들였고, 우연히 만난 정체 모를 존재로부터 받은 젤리는 환상이라고만 여겨졌던 욕망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그들을 자신의 욕망으로 삼켜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현실의 욕망이 반영된 환상에 영원히 갇히게 되었다.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대학살은 환상을 꿈꾸는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우리의 세상이 무너질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욕망을 품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누구나 개인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욕망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망은 나를 망가뜨리고 주변을 무너뜨리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전체적으로 ‘욕망’에 관해 다루려고 한 것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이 책은 확실히 개연성은 떨어진다. (사실 개연성이 짙은 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래서 작가와 출판사는 ‘젤리 장수는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하는가?’와 같은 질문 대신에, 주인공들이 하는 선택에 대해 집중해달라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전적으로 주인공들의 선택에 관한 책이다.
젤리가 된 인간들은 모두 저마다의 욕망을 지녔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이라는 사실이다. 부모님이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욕망, 자신이 지긋지긋한 사회에서 벗어나 존중받길 바라는 욕망, (바람을 피운 것이 뻔히 보이는)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욕망 따위 말이다. 사준만이 돈을 목적으로 한 욕망이다. 그래서 사준은 젤리가 된다기보다는, 살해당한다.
사실 이들의 욕망은 어찌보면 소망에 가깝기도 하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한 소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다애나 현경은 그 소망을 넘어서 범죄 행위까지 가기는 했다. 그러나 주아나 유지는 부모에게 집착하는 그 나이대의 특성과 맞는 정도의 소망이었다. 결국 작가는 소망을 가진 이들이 어떤 선택을 통해 욕망으로 나아가며, 어떻게 파멸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개연성은 떨어진다. 어른스러워야만 했던 유지의 선택이 왜 주아 모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또, 고양이는 왜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도 할 수 없는 듯 하다. 그리고 젤리 중에서 유일하게 자아를 갖게 된 주아의 이야기는 사실 물음표를 달고자 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이 소재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낫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갖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불호가 많이 달린 부분인 고양이와 젤리 에피소드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모습이나 관계를 맺는 장면들이 책이라서 가능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주아의 선택 역시 응원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고양이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을 남기고 떠난 것 역시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작가가 이렇게 욕망이 가득한 공간에서 소중한 관계를 맺고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희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믿고보는 조예은님 ㅋㅋ 조예은님 소설이 걍 내 취향인 듯
제목부터 범상치 않음.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신나는 놀이공원과 달달함을 풍기는 젤리장수 그 뒤에 붙는 대학살.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 어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도 생각나고...
정말 제목 그대로의 소설이다.
뉴서울파크라는 놀이공원에서 젤리장수에 의한 대학살! 이 벌어진다.
제목부터 칵테일 러브 좀비. 를 연상시킨다.
칵테일 러브 좀비로 조예은님의 소설을 처음 접했는데,
내 취향 범위에 들어온 이유가, 엄청 달달한데 살벌했기 때문!
근데 무시무시한 공포로 떨게 하는 것보다는,
달달함 안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식이어서 담담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조예은님의 소설은 읽다보면 장르를 판타지 미스터리로 놓아야 할 것 같으나,
현실 그 자체를 느끼게 된다.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같은 일이 소설에서 벌어지지만,
그 판타지 같은 마법같은 일이 더 현실같이 느껴진다.
시큼 달달한 묘한 향이 풍겨나와 코끝을 자극하는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