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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저/윤수훈 일러스트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20일 한줄평 총점 9.6 (7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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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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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더 살찌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신남뽕짝하게 살아가기 위해
매일 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다짐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유머서스펜스 다이어트(?)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박상영의 첫 에세이다. 작가는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며 수많은 밤을 자책과 괴로움으로 보냈던 자신의 ‘찐’ 생활 이야기를 솔직하고 산뜻하면서도 절절하게 적었다.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 애쓰며 쓴 책이다.

단언컨대, 더 살찌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신남뽕짝하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다짐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유머서스펜스 다이어트(?) 에세이를 소설가 박상영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배달 음식을 시켜 한 끼 배부르게 먹고서야 겨우 잠들어본 적이 있거나,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하고 다짐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가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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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출근보다 싫은 것은 세상에 없다
02 비만과 광기의 역사
03 살만 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04 청첩장이라는 이름의 무간지옥
05 내 슬픈 연애의 26페이지
06 최저 시급 연대기―ShakeShack 버거에 대한 명상
07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딜레마
08 그토록 두려웠던 일이 벌어지고야 만, 그날
09 누구에게나 불친절한 김 반장
10 너무 한낮의 퇴사
11 유전, 그 지긋지긋함에 대하여
12 뉴욕, 뉴욕
13 대도시의 생존법
14 플라스틱의 민족
15 제발 다리 좀 내리라고!
16 이를테면 나 자신의 방식으로
17 부산국제영화제
18 레귤러핏 블루진
19 내 생에 마지막 점
20 하루가 또 하루를 살게 한다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박상영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으나, 단 한 순간도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노동은 숭고하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학습받고 자랐지만, 자아실현은커녕 회사살이가 개집살이라는 깨달음만을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스무 살 때부터 온갖 나라를 쏘다녔지만,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쓰고, 말하고, 남 웃겨주는 것을 숙...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으나, 단 한 순간도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노동은 숭고하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학습받고 자랐지만, 자아실현은커녕 회사살이가 개집살이라는 깨달음만을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스무 살 때부터 온갖 나라를 쏘다녔지만,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쓰고, 말하고, 남 웃겨주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로 데뷔했을 때 더 이상의 출퇴근은 없을 줄 알았으나 생활고는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현재는 그토록 염원하던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믿음에 대하여』,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썼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러스트 : 윤수훈 (슌 shun)
계획대로 잘 안되는 사람. 어렸을 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어 그림을 그렸지만 스무 살에 돌연 뮤지컬을 시작했다. 서른하나가 된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루하루 여행하듯 살기로 했다. 틀어진 계획의 여정에도 순풍을 타고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명을 슌(純, 순할 순)이라고 지었다. 지은 책으로 『취야진담』,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그냥이 어때서』 등이 있다. 계획대로 잘 안되는 사람. 어렸을 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어 그림을 그렸지만 스무 살에 돌연 뮤지컬을 시작했다. 서른하나가 된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루하루 여행하듯 살기로 했다. 틀어진 계획의 여정에도 순풍을 타고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명을 슌(純, 순할 순)이라고 지었다. 지은 책으로 『취야진담』,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그냥이 어때서』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외로워도 슬퍼도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소설가 박상영이 건네는 고칼로리의 응원과 단짠단짠한 위로


“혹시, 거기 당신!” 직장생활의 애환, 퇴사생활의 고달픔, 일상생활의 고단함 속에서 흐물흐물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오늘 밤은 꼭 굶고 자야지!” 결심하고서도 퇴근시간에 딱 맞춰 배달 앱으로 반반 치킨을 주문하고 있지는 않나? 이미 새해 결심은 무너지고 새 학기의 각오는 녹아내린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그런 실패 속에서도 안간힘을 다해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면, 잘 찾아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결국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 정말 잘 찾아왔다. 그런 당신에게 딱 맞는 책, 당신 혼자만 그러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바로 그런 책이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박상영의 첫 에세이다. 작가는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며 수많은 밤을 자책과 괴로움으로 보냈던 자신의 ‘찐’ 생활 이야기를 솔직하고 산뜻하면서도 절절하게 적었다.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 애쓰며 쓴 책이다.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재밌을 수 있는 걸까.)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거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30대 사회인 소설가가 꿈이나 목표 같은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다. ‘위로’와 ‘응원’이라니,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 위로와 응원 아래에는 작가의 처절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마음 아플 수 있는 걸 테고.)

매일매일 실패하며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단언컨대, 더 살찌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신남뽕짝하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다짐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유머서스펜스 다이어트(?) 에세이를 소설가 박상영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소설은 픽션이고 그 뒤로 도망쳐 숨을 수 있어서 좋아요. 에세이는 진짜 나로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언제나 무서워요. 쓰면서 앓기도 하고. 진짜 내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_[한겨레] ‘오은·요조의 요즘은’ 인터뷰에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쓰면서 앓기도 했고, 진짜 본모습을 보여주기가 너무 무서운 적도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몸 안 사리고 썼기 때문이다. 진짜 박상영 자신의 이야기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배달 음식을 시켜 한 끼 배부르게 먹고서야 겨우 잠들어본 적이 있거나,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하고 다짐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가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했더라도,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또 폭식을 했더라도, 우리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고.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그저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잘 살고 있다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해주자고.

그러니까 제발, 매일매일 실패하며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당신은 잘 버티고 있고, 잘 살고 있다고 소설가 박상영이 건네는 고칼로리의 응원과 단짠단짠한 위로를 읽어보시라!

외로워도 슬퍼도 오늘 밤은 굶고 자자! 아니면? 말고!

작가의 말

그래도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종이책 회원 리뷰 (42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2 | 2023.03.28
나는 먹는 것에는 편식이 없지만 책 만큼은 소설만 좋아하는 제대로 된 편식쟁이다. 하지만 책 제목을 처음 듣고 아주 흥미로웠다.
작년까지 카페를 운영하던 남편이 자주 하던 말이고, 번아웃이 심하게 올 정도로 일하던 회사에서 퇴근 후에 나도 자주 했던 그 말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나이가 비슷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도 많이 되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웃음이 터져나오고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나도 모르게 거의 절반을 읽었다. 오랜만에 책을 보면서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에세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고 서점에 가서 다른 에세이를 하나 구매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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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쀾]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s*****e | 2023.03.20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뻔하지만 이번 에세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어서 좋았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박상영 작가를 처음 접했고,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솔직히 소설 보다 에세이가 더 내 취향이었다.

내가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흔한 일기 처럼 되어서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일상 들춰보는 알맹이 없는 글이 대다수라서 였는데, 이 책은 재미와 사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솔직한 자아성찰이 좋았다.

(물론 아닌 척 하지만 직장생활하면서 출판에 성공한건 확실히 갓생러라는 반증임)

 

덕분에 나도 에세이 장르에 욕심이 생겨 글을 쓰고 싶어졌다.

꾸준하게 써서 나도 출판계의 장윤정 까진 아니더라도 장윤정 키즈 정도라도...?ㅋㅋㅋ

박상영 작가가 또 에세이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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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k*****7 | 2022.01.08

저자 박상영은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일러스트 윤수훈은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어 그림을 그렸지만 스무 살에 돌연 뮤지컬을 시작했다.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30대 사회인 소설가가 꿈이나 목표 같은 것은 사치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다.

 

목차는 ‘01 출근보다 싫은 것은 세상에 없다 02 비만과 광기의 역사 03 살만 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04 청첩장이라는 이름의 무간지옥 05 내 슬픈 연애의 26페이지 06 최저 시급 연대기 07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딜레마 08 그토록 두려웠던 일이 벌어지고야 만, 그날 09 누구에게나 불친절한 김 반장 10 너무 한낮의 퇴사 11 유전, 그 지긋지긋함에 대하여 12 뉴욕, 뉴욕 13 대도시의 생존법 14 플라스틱의 민족 15 제발 다리 좀 내리라고! 16 이를테면 나 자신의 방식으로 17 부산국제영화제 18 레귤러핏 블루진 19 내 생애 마지막 점 20 하루가 또 하루를 살게 한다로 되어 있다.

 

(...) 퇴근을 한 뒤 서너 시간 남짓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다 된 시간. 씻고 침대에 누우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허기가 몰려온다. 자제해야지, 오늘 밤은 기필코 굶고 자야지, 마음먹어본다. 하지만 애써 눈을 감아도 허한 느낌 때문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 결국 나는 핸드폰을 들어 배달 앱을 켜고 만다. 오늘의 메뉴는 순살 반반 치킨. 50분 뒤 내 방 안에 찾아드는 고소한 기름의 향. 고독하고도 따뜻한 인생의 맛. 도대체 내가 왜 웃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시껄렁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치킨 한 마리를 해치우면 비로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잠이 오기 시작한다. 지금 바로 누우면 어김없이 위산이 역류할 거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는 없다. 지금 자지 않으면 내일 출근도 어림없을 테니까. 나는 기어이 침대에 눕고 만다. 내일 밤은 기필코 굶고 자야지, 생각하면서.(018~019)

 

거리에 나설 때만 해도 오늘은 기필코 운동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헬스장이 가까워져 오자 가방끈을 꽉 잡고 있던 손이 느슨해져갔다. 어제도 빠졌으니까 오늘은 꼭 가야 하는데. 근데 목 뒤가 왜 이렇게 뻐근하지? 허리는 또 어떻고. 오늘 업무가 좀 빡세긴 했어. 이렇게 경직되고 피로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다칠 확률이 높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효율이 떨어지고 근손실도 심할 게 분명해. 일주일은 7일이고 그 중에서 딱 사흘, 사흘만 운동하면 되니까 오늘 정도는 제껴도 돼. 내일이 있잖아? 그렇고 말고.(023)

 

내 좁은 방에는 M 사이즈부터 XXL 사이즈까지 엄청나게 많은 티셔츠와 속옷이 발 디딜 틈 없이 자리하고 있다. 폭식과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족히 100킬로그램은 찌고 빠진 몸을 감당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들인 싼 옷들이다. 패스트패션의 풍토 속에 함부로 사서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얼마나 큰 공해인지 이제는 상식으로 모두가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 더미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싼 옷을 사는 습관도 멈출 수가 없다. 때때로 나는 그저 먹고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다.(179~180)

 

나는 나의 비좁은 원룸이 커다란 죄의식의 전당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마감의 불을 끄고 나니 지금 내 책상 주변은 온갖 일회용 용기와, 눈에 보일 만큼 많은 수의 초파리들, 옷 무덤과 읽지 않은 책들로 가득하다. 나 하나 살자고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니. 그리고 심지어 그 몸조차도 제대로 건사하고 있지 못하니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다.(180)

 

작가 데뷔 초만 해도 책 관련 행사가 있을 때면 마치 중견기업 영업직 사원처럼 칼정장만을 고수하곤 했었다. 독자를 접할 기회가 적었을뿐더러, 매 순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고 입을 수 있는 셔츠가 점점 줄어들면서부터 그런 원칙이 무너졌다. 외적인 모습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어느 순간부터 일종의 허상처럼 느껴졌고, 내가 지금껏 가져왔던 쓸데없는 자기 강박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분 매초 더 나은 가치 기준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최선이라는 것이 존재할 리 없다. 시상식도, 북토크도 일종의 축제(?)이자 잔치인데 즐기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포멀한 정장이 원칙인 행사 장소를 제외하고는 그냥 편한 옷을 입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꽉 끼는 정장 바지에 가로 주름이 간 것을 신경 쓰는 대신 내가 하는 말이나 태도, 내게 주어진 마이크에 신경 쓰는 것이 작가이자 강연자로서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기성복 상점에서 옷을 살 수 없게 된 내가 하는 자기합리화일지라도 말이다. 그래, 양질의 토크를 하는 게 중요하지 복장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물론 내가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말이 양질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또다시 굶고 자야지 다짐하면서, 결국에는 실패할 것을 알지만 나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중이다.(192~193)

 

통장 잔고가 바닥났음에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던 어느 우울한 날, 나는 마치 관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회사 생활이 아주 조금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이토록 치를 떠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과 노동이라는 시스템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존속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어떤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256~257)

 

저자는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다. 그 경험이 최저 시급 연대기에 나와 있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취업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한 직장에서 40년간 근무한 후 정년 퇴임한 나는 베이비 붐 세대의 행운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배달 음식을 시켜 한 끼 배부르게 먹고서야 겨우 잠들어본 적이 있거나,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은 꼭 굶고 자야지 하고 다짐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이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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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3건)

구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박상영]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 행***자 | 2020.10.30

기존의 소설집처럼 재미나게 잘 읽히고, 읽고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술술 잘 읽어놓고는 '내가 왜 이런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었을까'하며 곧바로 후회를 하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따로 있는데, 이런 에세이들을 간간히 읽어내는 것을 보면

문학적인 재미보다는 그냥 의무적으로 활자를 보고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여하튼, 책 자체로만 놓고보면 10여년 전의 마음산책에서 나왔던 '독신남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때는 모든 책들이 재미나기도 했지만, 타인의 그러한 소소한 일상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굳이 읽지 않아도 되었을 책이고,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 어떤지 모르겠지만, 박상영 작가는 TV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오기도 하고,  글쓰기에 전념을 하기로 했다하니 먹고살만한 것 같다. 즉, 신인 작가에서 책이 좀 팔리다보니 작가 중에서는 나름 셀럽이된 셈이다. 


깊이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찾아읽은 것은 요즘은 여기저기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일들이 많아서일게다. 그래서, 책마저 진중한 것은 진절머리가 나는 탓일테지. 이 책을 읽고... 앞으로는 이런 책을 읽지 않도록 내가 조금 더 여유있는 마음을 갖든지, 아니면 독서라는 그 끈을 버리던지 결판을 내야겠다.


박상영 작가의 몇몇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뭐 그가 야식을 먹든지 말든지, 누굴 만나든지...내가 그런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게다.  다시 '독신남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책을 쓴 조한웅 작가는 비록 소설가는 아니지만...그 이후로 비슷한 잡글을 몇 권 책으로 묶어 낸 후에 그냥 잊혀졌다. 박상영 작가는 아직 제대로된 긴 호흡의 장편을 쓰지 않았고, 그렇다면 빛의 속도로 잊혀지는 것도 시간 문제가 아닐까. 책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1만원 남짓의 돈은 소중하다. 작가가 주옥같은 글쓰기에 더 매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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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닉***음 | 2020.09.01



요즘 어쩌다보니 에세이 위주로 읽고 있는데,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도 사고 얼마 안되서 바로 완독을 했다. 즉, 아주 잘 읽히고 재밌게 읽었다는 것. 작가의 단편들도 괜찮았는데 에세이도 생각보다 좋았고 아 약간 아쉬운게 있다면 제목이 계속 반복되니 그냥 글이 좀 예측이 되버린다는 것?

나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작가가 유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이 맘에 들어도 에세이가 맘에 안드는 경우가 있고, 소설은 별론데 에세이는 괜찮은 경우가 있는데 이번은 둘다 쏘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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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박상영 에세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모**시 | 2020.05.04
재미있다. 박상영 작가 에세이가 나왔다길래 이북 출간을 기다렸다.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다. 다운받자마자 후딱 읽었다.

30대 중반, 남자, 직장인 겸 작가(이다가 퇴사하여 전업작가), 100kg 이상의 몸무게,

이게 어디 공감할 내용이라고 내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이 책의 힘인 것 같다.

박상영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에서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듯.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정체성과 생활 중 공감되는 부분을 가져다가 되씹고, 유쾌하게 웃고, 즐겼다.

* 직장생활

하여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아래 직급 사람들이 그놈의 커피를 마시는 꼴을 참지 못한다.

괜찮아. 이건 작업복이니까 심미적인 욕구까지 충족할 필요는 없다고. 그런데 왜 당장이라도 거울을 깨버리고 싶은 걸까.

마이클은 미국인처럼 - 시간에 딱 맞춰 출퇴근을 하며 높은 직급의 사람들에게 그다지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로 - 회사에 다닌다는 의미에서 최 차장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다. 누가 봐도 비난의 의도가 명징한 멸칭이지만, 뭐 그들이 나를 뭐로 부르든 상관없다.

(...) 심지어는 미국인처럼 근무한다고 '마이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까. 우리 팀 사람들이 하도 나를 마이클이라고 불러서, 다른 팀 사람들 중에는 내가 정말 미국에서 온 재미교포이거나 최소한 미국에서 대학 정도는 나온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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