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게이먼 저/박선령 역
에디스 해밀턴 저/서미석 역
김산해 저
스티븐 프라이 저/이영아 역
김재훈 글그림
한번쯤은 그리스신화를 읽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마음은 그러했지만 선뜻 엄두가 나진 않았다. 그러던 차에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를 접하게 됐다. 그리스신화는 서양인들에게는 많이 전해지고, 읽히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골 소재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허나 제대로 그리스신화를 읽어본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우리의 신화이든 그리스신화이든 그 옛날의 이야기는 현재에 되새겨보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허무맹랑하기 그지 없는 내용들이다. 적어도 중고생 이상이 된 우리가 단군신화를 통해 환웅과 곰 사이에서 만들어진 단군의 후세라고 믿지는 않는다.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인 것이라 이해한다. 그리스신화 역시 그러하다. 허나 그런 이야기들을 전하고 들으며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그들의 삶을 빗대어 반성하며 반면교사로 삼아 살아가기도 한다.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에서는 올림포스의 12신과 일반 신 둘 그리고 영웅과 왕 여섯을 소개한다. 책 서두에 그리스신화의 인물들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있어 신들의 특성을 살펴보는 기회도 있고, 그들의 관게에 대해 이해를 하고 읽을 수 있다. 그간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난봉꾼이었다는 건 나에게 무척 색다른 정보였다. 이외에도 그리스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그들을 신격화 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독자나 청자가 무궁한 상상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척 많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신도 영웅도 없다.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인물들을 보면서 자신은 어떤 인물과 비슷한지도 비춰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두려움 속에서도 이를 이끄는 건 결국 사람이다. 인공지능과 기계화, 자동화가 인간의 감정 영역을 넘볼 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런 부분까지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영화 <터미네이터> 속의 미래도 현실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그런 미래가 오기 전까지는 나를 다스리는 자아성찰과 자기계발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40여년을 살아보면서
부끄러운 것 중 하나가
삼국지를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책에 근거해서 남이 애기를 하면 공감할 수 있어야하고
공감하지 못했을 때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가 상대방이 삼국지를 인용할 때와 그리스 신화를 인용할 때였다.
때마침 그리스 신화에 대해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설연휴를 포함해서 나의 부끄러움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
이 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왕들에 대해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단순히 그 당시에 그 인물들에 대해 지식적인 것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각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현재의 기준과 현재의 인물들을 끌어들여
신화속의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예를들면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 부분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에 대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서는 영국 작가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그리고 헤라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 한나라 고조인 유방에 대해서...
이 책은 단순히 그리스 신화의 인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 그리고 성경
그리고 각종 문학 작품이나 동양의 역사까지...
그리스 신화가 단순히 한 국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그 해박함이 도대체 어디까지일까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순히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책 제목처럼 곁에 두고 읽을 만한 책이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 처럼 출퇴근길에서 이 책을 펼친다면 지하철 안이든 기차 안이든...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쏙 빠져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홍익출판사 책 중에 과거 약탈문화재에 관한 책 등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해 묵직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책을
자주 내는 것 같아.. 나름 의미있게 생각하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길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우리의 깊이를 더욱 키워보는 게 어떨까?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위협받는 직업, 그들은 기자다. 요즈음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를 넘어 욕설을 섞은 기발놈, 기발년이라는 막말까지 등장했다. 이제 기계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탐욕스러운 집단보다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김영란법을 반대했던 집단의 외침은 변화된 시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처절한 모습이다. 언론고시라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였던 그들은 왜 갑작스럽게 지위가 바뀐 것일까
불안한 기자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아갈 길을 찾고 있다. 신화가 일깨워 주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주장하면서 과학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준 약간의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제외하면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미래는 기자에게 별로 호의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간보다 탁월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나가면 대다수의 인간은 설 자리를 잃고 잉여인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정보가 독점되던 시대가 끝났다. 글을 배우고 책을 읽는 것, 세상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통로가 제한되고 일부에 의해 독점되던 시대가 끝났다. 아직도 자기들만 알고 있다고 외신을 왜곡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프레임을 조작하며 일부의 탐욕을 위해 개돼지로 취급하는 모습에서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두 번째는 예전의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오류이다. 삐삐를 차던 시절 외웠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린 지금, 우리의 기억력은 퇴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하우(Know-How)의 패러다임으로 노웨어(Know-Where)의 시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기자의 단순한 사실전달은 기계가 더 잘한다. 그런 사실의 앞뒤 맥락과 숨겨진 의미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계의 몫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신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이 시대에 우리의 길을 비춰주는 옛 선인들의 지혜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기자의 처참한 노력을 통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 아닌데...’하고 탄식하는 모습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