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저
이 셋은 같은 동기이지만 불치병을 앞에 두고 생각은 각기 다르다.
첫번째 후쿠하라는 어떤 죽을 병에 걸린 환자든지 의사는 기적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해야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라도 끝까지 치료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기적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두번째 키리코는병원에서 사신(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의사)이라는 별명을 가진 병원의 골치거리 의사이다. 그는 삶의 질을 무시한 연명치료는 낭비이며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오토야마는 병원에서 늘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감각이 무뎌진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렇지만 한 환자를 통해 환자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괴로움을 함께 짊어지는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라고 깨닫는다. 나는 과연 어떠한 의사를 만날것인가!
죽음을 앞에 두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고 죽음을 이기기 위해 치료를 계속 할 것인가... 삶의 질과 남아있는 시간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 이 둘 사이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죽음은 어떤 것인가
생각하는 오토야마... 세 명의 죽음을 앞에 둔 환자를 통해
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의문을 통해 나 자신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치사율은 100퍼센트다. 생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면 죽음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필연이다. (p.227)
제목이 길어도 너무나 긴《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는 벚꽃이 활짝 핀 거리에서 두 남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벚꽃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벚꽃을 보니 미야베 미유키의《벚꽃 다시 벚꽃》이 생각난다. 전혀 닮지 않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벚꽃이라는 이미지가 연상시키게 해주었나보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이 많다. 거리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처럼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 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몸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속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괴롭다. 괴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환자를 데리고 있는 가족 역시 다른 괴로움을 짊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p.121)
무사시노 시치주지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피부과 의사 키리코 슈지와 종합병원 부원장이자 외과의사인 후쿠하라 마사카즈 그리고 오토야마 하루오(의사), 죽음과 맞서 싸우려 하지말고 받아들이면 편해진다는 키리코 슈지는 동료들과 환자들에게 의해 사신으로 불리고 있다. 반면 모든 환자들을 살려보겠다는 열정으로 의사직을 수행해가는 후쿠하라, 묘한 것은 그 세명이 같은 학교를 다닌 동기라는 것이다. 두 남자가 자신만의 확실한 신념이 있다면 '오토야마 하루오'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하고 미지근한 남자다. 그런 그가 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을 앓는 카와스미 마리에(도쿄의대 1학년)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보다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사가 더 중요해." (p.279) 병원이 원하는 의사가 아닌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사라, 병원이 필요로 하는 의사는 병원에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의사며 환자에게 필요로 하는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아는 의사겠지. 맞는 말이겠지만 병원이 아닌 환자나 환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의사가 얼마나 될까? 그들 또한 의사라는 직업에 억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면에서 월급 의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키리코 슈지가 특이한 남자다. 의사도 사람이기에 병에 걸린다. 병에 걸린 의사는 다른 의사에게 치료를 맡길테고 동료이기에 더 세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겠지?
세 친구 중 한명인 오토야마 하루오(신경내과/ 의사)가 암에 걸렸다. 그는 두 친구에게 자신의 진료를 맡겼고 그것을 통해 두 친구가 화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원한다. 사신 키리코 슈지와 면담한 환자들은 두 갈래 길에서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게 된다. 사신의 충고는 죽음과 맞서 싸우지 말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것, 병원에서 앓다가 죽느니 병에 순응하고 사람답게 살다 가라는 것이다. 아~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치유할수없는 회복될 방도가 없는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충고하는 것이지. 치유될 수 있다면 병과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해야겠지.
마지막의사는벚꽃을바라보며그대를그리워한다 (2018년 초판)
저자 - 니노미야 아츠토
역자 - 이희정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6p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종종 늙고 난 뒤 노년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한다. 벽에 똥칠하면서 사느니 차리리 깔끔하게 죽음을 택하겠다고. 아직 삼십대...당연히 죽음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고 솔직히 앞으로 닥치게 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다만 누구나 바라는 바겠지만 잠든것 처럼 조용히, 고통없이 갈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머...어른들은 그것도 복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 생각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작품속 등장하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회사원이, 대학생이, 의사가 한순간에 중증질환에 걸리고...미처 의학의 힘으로는 손써볼 도리도 없이 엄청난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른다. 환자의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몸서리 처질만큼 공포로 다가온다. 솔직히 무서웠다...천명에 한명, 만명에 한명...이름도 헤아릴수 없는 수많은 질병들에 걸릴 확률은 이렇게 체감하기 힘들정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낮은 확률의 죽음의 마수에 잠식당하고 있고 그 마수는 나에게도 뻗쳐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3명의 의사가 등장한다. 후쿠하라는 종합병원의 부원장으로 천재적 실력의 외과의사이자 치료의 열의로 활활 타오르는 강인한 인물...그의 사전에 포기란 글자는 없다. 무조건 고친다는 신념으로 단 1초라도 생명을 늘리기 위해 돌진한다. 다른 한명인 키리코는 사신이라 불리는 내과의이다.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무리하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는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불치병 환자들을 비밀리에 상담해주고 치료를 포기하게 한다. 당연히 후쿠하라와는 앙숙으로 대치되는 인물이다. 마지막 한명은 오토야마이다. 수련의 시절 후쿠하라와 키리코의 절친으로 극단적인 두명의 의사 사이에서 적절한 중용을 찾아가는 의사로 그려진다. 어찌보면 얼마전 읽었던 [신의 카르테]에서 이치토의 캐릭터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3명의 전혀 다른 기질의 의사와 3명의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통렬하게 숙고하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
1. 서장
2. 어떤 회사원의 죽음
중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하루 전날 평소 컨디션이 않좋아 병원을 찾은 회사원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는다. 급성백혈병에 걸렸다는것....그날 바로 입원을 하고 관해를 위해 독하디 독한 항암제를 때려 붓는다. 입안은 헐고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눈썹까지 빠져버리고, 구토는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참아낸다....그리고 항생제 치료가 끝나는 날....
- 아....살기위해 모든것을 불태웠지만 그가 맞이한 죽음은 너무나 처참하고 끔찍했다...그저 경악과 안타까움 뿐...
3. 어떤 대학생의 죽음
삼수끝에 힘들게 의대에 학격한 소녀...이제 새롭게 펼쳐질 의사로서의 인생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넘어지는 횟수가 많아져 병원을 찾아가 검진을 받는다. 결과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온몸의 힘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먹을수도, 숨쉴 힘도 없어져 사망에 이르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다. 물론 치료방법은 현재까지 없다....전도유망한 의사에서 하룻밤만에 시한부생을 선고받은 소녀는 절망에 빠지고.....
- 공포소설보다 더 공포스럽다...멀쩡하던 소녀가 목숨을 잃기 까지 단 4개월....의사를 위해 20년의 인생을 전력질주하던 소녀는 한순간에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아...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ㅠ_ㅠ
4. 어떤 의사의 죽음
3명의 의사중 누군가 피를토하고...검사결과 하인두암 3기를 선고 받는다...절친했지만 각자의 신념 때문에 멀어진 그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사를 통해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 아..작가...이 나쁜 사람....ㅠ_ㅠ
5. 종장
질병에 걸려 차츰 스러져가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참혹하여 작품을 읽기 힘들정도 였다. 같은 의학 소설이지만 [신의 카르테 1]과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대척점을 보인다. [신의 카르테 1]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불치병 환자가 고통속에서도 이치토의 노력으로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는데, 이 작품속 환자들은 시종일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물론 사투를 벌이는 환자 옆에서 힘을 실어주는 의사가 있지만 어쨌던 그들은 그저 조력자일 뿐...극약에 가까운 항암제를 먹고 구토를 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의 방사선을 쬐고 피를 토하고, 눈 깜빡일 힘조차 없어져 가는 이 모든 고통을 겪고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환자인 것이다. 작품속 3명의 환자들은 병마와 싸우느니 차라리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낫다고 느낄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서 생을 지속할 것인지,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의지로 선택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후회없이 보낸다. 그 선택이 설령 지옥같은 고통일 지라도 말이다...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의미있는 죽음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정말로 집중하며 읽은 작품이다. 질병이란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에 더욱더 감정이입 하게되고 가독성도 뛰어나 몰입하게 만든다. 죽음의 무게,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 본인이다. 그런 환자들에게 의사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덧 - 어쨌던 회사원의 처참한 죽음이 뇌리에 박혀 떠나가질 않는다...ㅠ_ㅠ...악몽 꿀거 같아...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질병을 정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