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저
김훈 저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 공저/김은지 역
케빈 랠런드 저/김준홍 역
케이틀린 오코넬 저/이선주 역
사이먼 반즈 저/오수원 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쇼와 시대가 떠나는 시기인 1988년부터 고등학교에서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 고시로가 약 11년간 학교에 머무르며 지켜본 학생들의 다양한 에피소드이다. '개가 있는 계절'은 강아지의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묘사가 특징이다. 2019년까지 이어지는 20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청춘의 반짝임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에서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아서 공감되지 않을 꺼란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잔잔하면서도 풋풋한 이야기들로 마음에 따뜻해지는 책이였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겨 설레이는 모습은 귀여워보이기도 했다. 강아지 고시로의 눈으로 본 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고시로보다는 학생들이 주인공인 책이다.
요즘 계속 추워서 몸도 마음도 움츠려들었는데, '개가 있는 계절'에게서 작은 따뜻함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개가 있던, 우리의 계절
나에게 고등학교는, 나를 웃게 하고 떠들게 하며 열정과 눈물도 알려준, 편안하고 행복했던 공간으로 정의된다. 책 속 시로처럼 교실에 스며드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무 바닥에 쏟아지는 햇살을 맞는 강아지는 없었지만, 내게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되던 나의 순간을 똑같이 바라보고 곁에서 지내준 하얗고 폭닥한 강아지가 있다. 등교할 땐 가지 말라며 매달리고 하교하면 꼬리 흔들며 반겨주던. 그래서 같은 시기를 보낸 <개가 있는 계절>이 내게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우유와 작은 손이 주는 빵”을 가장 좋아하던, 그러나 그 작은 손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시로의 눈에 담긴 고등학교와 미술부원들의 계절은 언제나 엉성하지만 알맞게 흘러간다. 학생 때만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하고도 조악한 사랑과 애증의 친구 관계, 불투명하기만 한 진로와 진절머리 나는 학업 같은 것들. 그리고 시로는 그들이 지닌 나름의 고충을 보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잘 지내, 라는 말에 긴 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오랫동안 기다릴 줄 아는 시로는, 깊고도 끊임없이 그들을 응시한다.
불완전하지만 어느 때보다 완전한 열여덟의 청춘은 언제나 아름답게 빛난다. 곳곳 나와 우리를 닮아 더 달게 느껴졌던 그들의 시간은 잠시나마 나를 몇 년 전 그때로 돌아갈 수 있게 했다. 벚꽃 흩날리는 봄날의 햇살, 사각사각한 하복과 창 사이로 내리쬐던 따가운 햇볕, 눅눅한 공기와 세차게 들려오던 빗소리,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꺼내입던 춘추복과 사그락 밟히던 낙엽, 무거운 동복에 더하는 담요 한 겹 그리고 머리카락이 얼어버리던 거센 추위, 그럼에도 친구들과 오순도순 나눠 먹는 귤 한 조각에 녹아내렸던 추억들. 눈부신 계절 속에도 눈물은 서려 있지만,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기억들로 내일을 살아낸다.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은 헤어짐과 죽음 같은 시련이 닥쳐와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발휘하기에.
이 모든 순간을 다양한 시대와 계절에 맞춰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낸 <개가 있는 계절>은 나와 우리의 기억을 꺼내어 추억하고 향유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솜사탕처럼 보드라운 시로를 더해, 누구나 자신의 계절을 포근하고 부드럽게 회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마리의 강아지가 바라본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눈으로 읽어내릴 때, 우리의 이야기는 앞으로를 힘차게 걸어 나갈 희망과 위로가 된다.
<개가 있는 계절>은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고요한 눈처럼 나에게 밀려들어, 봄이 되면 초록의 땅에 눈꽃이 녹아들 듯 어느새 내게도 따듯하게 스며들었다. 포근한 겨울에 읽어도 어울렸지만 벚꽃과 수선화가 움트는 봄에, 계절이 지고 새로 피어나는 때에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시절에도 변함없는 ‘희망’을 노래한 우리들의 응원가가 언제나 곁에 함께 하기를.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잘 읽었습니다.
2021.12.31. 임서연 씀
이 서평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