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책에는 악과 선이 등장한다
양심, 돈, 사랑 이 모든게 흑과 백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죽고 7일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사후 7일간 생전에 만난 인연들을 사후세계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인데 나의 지난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인상 깊은 고설이었다
주변인에게 잘하고 항상 어디가서 매정하고 쌀쌀맞게 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신과 함께와 베르나르베르베르 소설들도 생각나서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위화답다.
위화의 소설에는 짖밟힐지리도 꺼지지 않는 사람의 온기가 있다.
고아원에 맡기려는 대목이 기가막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힘들고 고단한 밑바닥 삶이다.
인생엔 때가 있고 선택의 순간이 있다.
젊으면 경험이 부족해 선택의 순간에 엉뚱한 패를 잡을 때가 있다.
돈,인생,인연,가난,사랑,시대상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현중국체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있다 이렇게 말하다간 잡아간다던데 사회비평이 많아 걱정된다.
자미원88
위화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걱정스러운 게 작가가 이렇게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듯한 글을 써도 되는지 공안에서는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 나 혼자 작가 걱정을 해 봤다.
글을 읽으면서 양페이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추리소설인가 했는데 완전 빗나가 버렸다. 양페이가 사고로 죽고 나서 7일 동안에 겪은 일과 생전에 벌어진 일들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예전에 허삼관매혈기, 인생, 형제 이 정도만 읽었는데 역시나 주인공 양페이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랑하던 여인과 헤어지고, 시한부 삶을 사는 양부는 양페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홀로 죽음을 맞이하러 떠나고, 나를 돌봐주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온갖 세상의 시련이 양페이한테 몰아준다. 이제 시련을 겪을 양페이는 세상에 없다.
나의 사후에 나도 저런 식으로 나의 과거를 따라가면서 희미해진 기억을 꺼내 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다. 나라면 어디를 찾아가 볼까나, 누구를 만나서 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 려나 상상도 해보고 전달하지도 못할 말들을 준비하면서 저 편한 세상으로 갈 준비를 하지 않을까.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쉬쉬하고 조작하고 그 속에서 하층민들은 찍소리도 못 내고, (돈이 좋다 하면 입 다무는 족속들도 많겠지만) 이게 소설상의 상상이 아니라 은연중에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에 흠칫 놀라긴 했다. 이래서 내가 작가 걱정을 한 것이다. 이렇게 써도 되냐??? 작가의 상상이 아닌 거 같은데 말이지. 죽었는데 시신조차 찾을 수 없고 남의 유골가루를 내 가족이라 여기고 있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가.
사후에 벌어진 일들이라니 신박한 이야기 전개다. 그리고 내가 죽은 이유를 나 다음에 온 사람한테서 듣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전해 듣고, 상상의 이야기가 새로웠다. 이 소설도 한 번 읽으면 흥미진진해서 몰입도가 높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몇몇 작품들의 주인공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짠함이 덜하지만 이야기가 참 만만치 않은 인생이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허삼관 매혈기'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어봤었는데, 오랜만에 본 이 작가의 작품은 문장이 매우 매끄럽고 차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해학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요소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구한 삶을 살다가 죽은 민초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이야기가 가슴을 조금씩 쓰리게 하는 내용들인데, 그것을 풀어낸 문장들이 참으로 수려하다는 느낌을 여러번 느꼈다. 어쩌면 번역가의 역할이 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중국어 원문의 느낌을 알 수는 없으니까.
이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문장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참으로 처연하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힘든 밑바닥 인생들의 죽음과 그 이전의 삶이었다. 창세기를 본떴다고 하는 형식, 그러나 죽음후의 7일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분위기를 살리는 부분은 있으나, 바탕이 되는 내용은 한국사회에서 살아본(대략 80년대까지? 그 이후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경험이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이들이라면, 그 정서를 낯설어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아주 예전에 읽어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나 '난지도'와 같은 작품에서 보여졌던 한국사회의 밑바닥 사람들의 삶이 이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여러차례 떠오르더라.
중국의 과거일 수도 있고, 지금 이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한국도 이런 사회에서 아주 거리가 먼것도 아닐것이고, 소위 선진국이라 하는 곳도 여전히 여러가지 이유로 - 지역적, 민족적, 경제적 이유로 이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지표가 중국보다 낮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렇기에 현대 자본주의화 된 지구사회에서 이와 같이 어려운 삶을 살다가 스러져가는 다수의 평범하고 운이 없는 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가 주는 처연함에 가슴한켠이 먹먹해지더라.
생물학적 죽음의 순간에 모든 것이 단절되지 않고, 이 작품의 가정에서와 같은 기간이 허용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것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