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에서 송강과 임홍은 결혼을 하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이광두는 마음은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의 돈을 빌려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망한다. 그런 이광두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은 고물을 모으면서다. 돈이 되는 고물을 모으면서 이광두는 점점 부자가 되고 류진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사업은 점점 더 커지고, 그가 전에 빌렸던 돈을 이자까지 쳐서 갚자 이광두의 이름은 더 대단해진다. 이 기세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이광두. 하지만 임홍과 송강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임홍은 이광두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하지만 송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다 주유를 따라 다니며 돈을 벌고자 했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음을 안다. 송강이 주유를 따라 돈을 벌겠다고 나가 있는 사이 임홍은 이광두와 불꽃 튀는 육체의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류진으로 돌아온 송강이 자살하게 되는데..
만약 이광두와 임홍이 결혼했다면 둘은 행복했을까? 그렇다면 송강이 죽는 일은 없었을까? 돈이 사람을 멋있게 대단하게 보이게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나 싫어했고 미워했던 이광두를 송강이 공장에서 해고되고, 몸이 아파지면서 돈이 궁해지니 이광두의 벤츠나 BMW가 더 멋져 보였겠지. 내가 선택한 남자가, 그 당시에는 최고였고, 멋져 보였을 것이다. 많은 돈을 벌지는 않아도 자상하고 따뜻한 감미로운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던 임홍. 하지만 때론 ‘돈’이 사람에게 후광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 안심하세요. 밥이 한 공기 남으면 꼭 광두 먹일게요. 옷이 한 벌 남으면 꼭 광두 입힐게요.’(1권 329) 이광두의 엄마 이진이 죽고 이진의 무덤 앞에서 맹세한 말. 송강은 이광두가 원했던 것 중 하나. 임홍만 자신의 아내로 사랑했다. 그 사랑의 대가가 이렇게 송강을 힘들게 한 것일까? 양극단의 세상에서 산 형제. 형제지만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안타깝고 아픈 이야기.
사업이란 꽃을 심어도 피지 않을 때가 있고, 무심코 심은 버드나무가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이 말씀이야. (2권 132) 재수 좋은 놈은 뭐가 되었던 다 잘된다는 말이 있다. 이광두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는 못했지만 돈 만큼은 엄청나게 번다. 이 시대, 중국에선 이광두 같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시대를 잘 타고 흐름을 잘 타고 심지어 운까지 잘 탄 사람. 비단 중국뿐 일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지금의 재벌이나, 사업가가 되었겠지. 어느 시대를 살든 인생은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고속도로가 될 수도, 골목길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선택에 제대로 책임지며 살아야 할 텐데.. 책을 읽을수록 이광두도 임홍도 그 마음은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행동했어야 했는지. 책을 읽으며 결국엔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답답했다.
2권의 책을 주말 내내 읽었다.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책 표지의 말처럼 나도 지금 그런 시간을 살고 있다. 훗날, 내가 사는 이 순간이 역사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내 인생에 어떤 역사를 남길 것인지, 부끄러운 흔적은 남기고 싶지 않다. 오늘도 우리네 인생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고 있다. 잘 살아야겠다.
1권에서는 부모인 송범평과 이란의 사랑에 눈물을 흘렸다면 2권에서는 송강의 임홍에 대한 사랑, 이광두에 대한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왜 송강같이 착한 사람이 이렇게 비참하게 가야만했는가. 개혁개방이란 무엇인가. 송강과 임홍을 이렇게 갈라놓은 것은 돈일까?임홍이 너무 미웠다. 송강이 자기를 위해 그렇게 먼길을 가서 고생하는데 임홍은 이광두와 정분이 나버리고...물론 그녀도 후회했을것이다. 이광두, 너와나는 삶과 죽음이 갈라놓는데도 형제야....송강, 편안히 살아.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 '위화'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썼다.
서문에서 저자는 '간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사적 간극/현실적 간극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 <형제>는 재혼 가정의 두 형제 간의 큰 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문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중국 전역의 어린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부분이 그러했다. 북경의 한 소년이 '진짜 보잉 비행기'를 원한 반면, 서북지역의 한 소녀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를 원했다고 한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아이는, 꿈조차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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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고물 사업을 제외하고는 책의 어느 곳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 기껏해야 어이없는 웃음 정도? )
이광두의 돈을 노리는 여자들의 임신/출산 소동, 류작가의 '명성을 노린 소설(?)' 이광두전(?) ( 열쇠를 빠뜨린 이광두 ), 처녀막 올림픽 (-> 전국 처녀 미인 대회 ), 발기 치료 및 보완제, 여러 종류의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등등.
정말 황당무계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책의 맨 뒤쪽을 보면, 해당 사건들이 (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라고 하니 더욱 황당할 따름이다.
그중 가장 황당하고 적나라하고 추하면서 '공개적인' 내용은 바로 처녀막 올림픽(->전국 처녀 미인 대회)이다. 수천명의 처녀, 유부녀, 아기 엄마 등이 처녀막 재생수술을 하고 해당 대회에 참가하고,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사기꾼 주유가 등장한다.
(이광두 본인의 말에 의하면) '한번도 처녀막을 접해보지 못한' 이광두는 해당 대회를 통해 실제로 처녀막을 접해보려 한다.
아ㅡㅡㅡㅡ 정말, 내용 쓰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제대로 난다.
2권에는 송강의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이광두를 중심으로 류진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 송강-임홍 부부는 결혼 10년차가 된다. 그리고 20년차가 된다. ( 둘 사이에 아이는 없는 모양이다. )
이광두가 고물사업을 하는 와중에 송강을 찾아왔기에, 둘은 다시금 형제의 정을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송강이 맞잡지 않는다.
송강 딴에는 임홍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는데(아마도??), 생활이 아주 힘들어진 나중에 임홍은 송강을 원망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나랑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통보하느냐"라고.
송강-임홍 부부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전적으로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이다. 송강은 '임홍을 생각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몸을 너무 과도하게 놀려 건강을 해쳤으며,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았다.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이광두로부터 받은 돈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그래서 송강은 자신의 폐 치료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빚더미에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한다. )
그리하여, 임홍이 무려 3번이나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말했음에도, 송강을 '고집(!!!)'을 피우며 절대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 인해 두 부부의 경제적인 정신적인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임홍이 '자신의 어려움'(류 공장장의 추근댐과 협박)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면, 임홍이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했을 때, 송강이 '그 이상한 고집(!!!)'을 접었을까???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송강-임홍 부부의 대화부족, 송강의 '그 이상한 고집'은 결국 부부를 파국에 이르게 한다.
1권에서는 송범평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에, 송강에 대한 기대도 약간 있었다.
그런데 2권을 보고 나니, 송강은 '미련스럽고, 허당이며, 로맨티스트이고, 쑥맥일 뿐'이다. 게다가 송강은 '그 이상한 고집'을 임홍에게만 부리고 있다. 이광두에게만 부리고 있다.
송강은 추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데(본격적인 사기행각, 가슴 수술 등), 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일찍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사기꾼 주유 등과 함께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대신,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송강은 정말, 정말,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임홍, 송강, 이광두는 어쩌면 서로 삐걱대면서( 이광두가 임홍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비교적 무난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물론 도덕 등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 송강의 비극은 임홍/이광두에게만 한정된 '그 이상한 고집'이 90% 이상 차지했다고 본다.
1권은 문화대혁명시기의 암울함이라면, 2권은 '현대'라는 도덕 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의 암울함이다.
다시금 책의 서문에 적힌 저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것은 바로 내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허삼관 매혈기를 쓴 위화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형제 시리즈의 2번째 책이다. 이번 권에서는 1권에 이어 주인공 형제인 이광두와 송강형제를 서로의 갈등을 통해 대립시켜 지금 현대 중국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이나 이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볼수있으면서도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쉴틈없이 읽을수있는 재미있는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