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슈 저/김지영 역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저/김승진 역
이만열,고산 공저
김시덕 저
홍성수 저
시부야 쇼조 저/한주희 역
이상과 현실,
아득히 멀다.
하지만 현실에 발붙이며,
이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몇몇 유명인을 제외하고는 매우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힘든데 왜 문학을 하시나요?'
이 질문은 문학을 하면 먹고살 수 있는지,
문학을 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물음이다.
문학 편집자인 김필균은 특유의 섬세함과 공감으로
인터뷰이들과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진솔한 삶을 끌어낸다.
문학인으로서는 동등한 공동체에 속해 있는 느낌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영역은 사뭇 다르다.
이들 11명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문학인으로의 정체성을 고수한다.
그렇기에 그림책 작가, 청소년 문학 작가, 소설가, 극작가, 에세이스트, 웹 소설 작가,
문학 평론가, 서평가, 문학잡지 편집자, 문학 기자의 마음은 다르고도 동일하다.
업무의 성격과 급여의 수준은 다르겠지만,
문학을 향한 진지하고도 순수한 열정에서는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더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나누기도 해야겠지만,
보다 포괄적이고 세심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들의 삶과 문학을 향한 마음을 엿본다.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한결 따뜻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아니, 먼저 ‘문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한다는 것이지?
그 무엇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책 읽는 것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꾸지람을 듣고, 용기를 얻고, 답을 구하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내게 『문학하는 마음』은 읽어볼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살짝, 그 마음 한 조각 얻고 싶었던 바람까지 더해서.
그림책 작가 서현,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김혜정, 시인 박준, 소설가 최은영, 극작가 고재귀, 에세이스트 정여울, 웹 소설 작가 윤이수,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평가 금정연, 문학잡지 편집자 서효인, 문학기자 김슬기의 마음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문학이라는 거대한, 범위를 잘 모르겠는, 추상적인, 그렇지만 분명히 있기는 한, (한 자리 끼어들고 싶은) 세계를 이루고 있을 수많은 마음들을 헤아려보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문학하는 삶=부유하지 못한 삶, 아니 그냥 솔직하게 ‘가난한 삶’으로 연상되고 마는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꾸밈도 감춤도 없이 열어보이는 마음을 읽다보면 아, 그것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영역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마니까.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이들에게는 고달픈 삶으로 연상되는 (실제로 딱 그러한) 삶을 그들이 얼마나 절실히 바라왔는지, 얼마나 근사하게 해내고 있는지를 가만가만 듣게 되기 때문에.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지,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이겠지.
“그림책 작업을 할 때는 글이 짧기도 하니까 거기서 느껴지는 것들과 글의 이면 등을 좀 더 해석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글이 말해주지 않는 부분까지 그림으로 다룰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그림책에서 그림의 역할이 그것이기도 하고요.” - 그림책 작가, 서현
‘다음 책은 더 안 팔릴 거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자.’ -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김혜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까, 그걸 쓰면서 제가 잘 쓰고 싶어 했던 그때의 마음 같은 거 있잖아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거.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 소설가, 최은영
“오래 이 일을 하려면 누구보다 생활인으로서의 태도를 지녀야 해요. 창작자라는 이름표를 좀 더 달고 싶거든 역설적이게도 창작자가 아닌 이름표도 받아들이고 시늉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참 이상한 것이 시늉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사람인지 잊지 않게 돼요.” - 극작가, 고재귀
“예전에는 급하게, 마흔이 되기 전에 꼭 소설 한 편을 써야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니까 오히려 편해졌어요.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한 권이라도 쓰자, 이렇게 바뀌었죠.” - 에세이스트, 정여울
책을 엮은 김필균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판은 맛집들 모여 있는 먹자골목 같아서 ‘재밌는 것 옆에 더 재밌는 것’이 있는 식이다. 그러니 시 좋아하는 사람이 소설을 쓰기도 하고, 소설 쓰려던 사람이 희곡을 쓰기도 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이것이 밥벌이가 되었을 때 ‘돈 못 버는 일 옆에 더 못 버는 일’이 있다는 것. 아, 그러니 진짜 어떡할 것인가.”
라며 문학하는 마음들에 대한 애정과 동정을 함께 드러낸다. 하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그 마음들에 대한 절실한 응원을 책 한 권 가득, 듬뿍 담아두었다는 것을.
‘제철소’라는 독특한 이름의 출판사에 붙인 김태형 소장은 ‘제철’이 ‘right season'을 뜻한다면서 제철 음식이 우리 몸에 이롭듯 우리 삶에 이로운 제철의 이야기들을 책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당신의 제철과 나의 제철은 다를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과 내게 필요한 그것 역시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인들이 있으니 (『출판하는 마음』도 읽어보시길)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내게도 싱그러운 제철책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있으리.
장르 상관없이 문학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
시, 소설, 에세이부터 다양한 분야 작가와 편집자나 문학기자 얘기가 있다. 분야가 다 다른데 그래도 글을 사랑하는게 너무 잘 느껴져서 좋았다.
그가 멋쩍게 웃었다.
“내가 문학과지성사를 좀 좋아했거든. 어렸을 때부터 문학과지성사 책들을….”
피식, 나도 웃었다. 그럼, 그럼. 알지, 알아.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젤 좋아하는 부분. 자기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잘 느껴져서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나와 같은 감성의 사람이라면 문학에 대한 꿈을 한번쯤은 꿨을 듯하다.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이 책은 때론 뭉클하고 때론 문학의 이상적인 면만을 다룬 것은 아닌지라 너무 현실감이 들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얻을 것은 얻고 포기할 것은 포기한, 남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으며... 내가 얻고 포기할 것을 구별할 지혜가 내겐 있는지.
매일 아침 일어나 뉴스 보기 겁난다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로 나의 하루가 무너지려나 하는 마음 때문에. 하루를 살아갈 힘 정도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나누었다. 어떤 세계에서는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사실은 왜곡된다. 진실을 밝혀 달라는 호소는 묻히고 폭력은 광기로 물들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간을 살고 있다. 새롭게 알아야 할 것이 늘어난다. 사실이라고 알려오는 현상에 다른 의도는 없는지도 알아채야 한다.
효율을 따지자면 문학을 읽는다는 행위는 사실 비효율과 지식의 지연이라는 용어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어느 저자의 말은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랫동안 문학을 읽고 문학을 사랑하는 나도 그러한 마음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그 저자의 생각까지는 용인할 수 없었다. 김필균의 『문학하는 마음』의 서문에 나오는 '그놈의 문학병'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해온 김필균은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다. 문학판에서 알음알음 알아온 문학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문학하는 마음』에서는 그도 나도 앓아온 문학병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림 작가, 소설가, 시인, 평론가, 웹 소설 작가, 편집자, 극작가, 청소년 작가, 에세이스트, 서평가, 문학 기자인 열한 명의 문학하는 마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 기사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평생 만나볼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말의 윤색을 거쳐 나온 기사이지만 그 안에는 그가 살아온 시절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서 『문학하는 마음』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김필균은 문학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 즉 먹고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를 궁금해한다. 모두 그렇지 않을까. 고등학교에서 문창과를 간다고 하면 말리고 그래서 교직 이수를 할 수 있는 과로 가고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겠다고 대학원에 다니는 행동을 주변인이 말리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하는 마음』에서 문학하는 이들이 말하는 조언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시를 쓰기 위해 투잡을 하라는 것. 책이 팔리고 인세가 들어오면서 마음이 너그러워졌다는 것. 그도 안 되면 강연을 다니면서 수입을 마련한다는 것. 문학을 하기 위해 문학이 아닌 일을 한다. 어떻게든 문학 주변부에 자신을 놓아두고 싶어서 문학 비슷한 일을 한다. 모두 문학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리라. 신형철 평론가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김필균은 평론이 늦은 신형철에 험담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책을 내려는 작가가 신형철의 글을 받고자 한다면 먼저 이렇게 말한단다. 책이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신형철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신이 쓰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평론을 쓸 때의 일차적인 기준은…이것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건데요, 내가 이 텍스트와 더불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는가의 문제예요. 그러니까 그 작품을 위해서 뭘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나를 위해서 쓰는 거죠. 나를 위해서 좋은 글을 쓰는 게 결국엔 그 작품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요."
(김필균, 『문학하는 마음』中에서)
평론은 다른 사람이 쓴 저작을 해석하고 숨은 의미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쓰는 글인 줄 알았는데. 신형철이 말하는 평론의 의미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에 대한 변명이 되는 말 같아서 좋아졌다. 김필균이 앓고 있다는 '문학병'을 나 역시 수십 년 앓고 있다. 자신만의 글을 써보려 했다는 김필균은 세상만사 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고 편집자로 길로 들어선다. 책을 읽는다. 쓸 말이 떠오르면 서평의 형식을 가장한 나의 이야기를 실컷 한다. 그것이 내가 문학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는 것으로 '문학하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써야 한다는 윤이수의 말대로 뭐라도 하얀 화면에 글자를 채워본다. 『문학하는 마음』에 담긴 열한 개의 문학하는 마음이 있어 세계의 부조리가 주는 고통을 잊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하루를 사는 힘으로 바꿔 본다. 우리의 하루는 살아가는 것으로 힘이 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