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 저
웨인 다이어 저/이한이 역
전선영 저
우종영 저/한성수 편
김재주 저
민조킹 저
한창 스페인어에 관심 있을 때 제목에 '스페인어'가 있다는 이유로 읽은 책이다. 저자 하현은 <달의 조각>,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등을 쓴 작가다. 저자가 스페인어를 배우게 된 이유는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이다.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스페인어 학원 광고를 봤고, 마침 그 학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호기심에 등록했다. 이런 저자와 달리 스페인어 학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학, 취업, 이민 등등 저마다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잘못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7개월이나 꾸역꾸역 스페인어 학원에 다닌다.
이 책을 읽으니 대학 시절 겨울 방학을 이용해 2개월 정도 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일본어를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언어교육원에 등록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유학이나 취업 같은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목표가 없었기 때문일까. 나는 방학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언어교육원을 떠났고, 다시는 뚜렷한 목표 없이 외국어를 배우지 않았다.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스페인어를 배우기에 충분한 '목표'가 있었는데 이제는 다 사라졌다. 한두 달 배운 스페인어도 다 잊었다.
제목부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책.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다니. 저자는 탐험적인 사람도 아니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집순이에 가까운 성향에 꽁돈이 생기면 여행보다는 아이패드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저자. 편집자와 대화를 하다가 새해 목표를 이야기했고 작년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걸 깨달았다. 너무나 한결같은 사람인거 같아서 고민 상담을 가장한 푸념을 늘어놨다. 그리고 편집자는 그녀에게 새로운 걸 배워 보면 어떨까라는 조언을 한다.
그렇게 해서 당첨된 것은 스페인어 배우기. 스페인어권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것도 아니였고 딱히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저 접근성이 뛰어난 학원을 찾다 보니 외국어였고 배워 본적 없는 낯선 언어였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그것이 스페인어였다는 거. 정말 제목 그대로 어쩌다보니 스페인어를 선택하게 된 저자.
저자는 본인을 의지박약형 인간이자 안전제일주의자라고 말한다. 왠지 나와 비슷한 냄새가 품긴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저자는 7개월동안 꾸준히 학원을 다닌다.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언어라서 금방 쉽게 배울줄 알았다. 근데 왠걸 문제의 발음부터가 발목을 잡았다. 거기에 단어마다 남성, 여성이 있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결코 만만치 않은 외국어였다.
왠지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읽다보니 이 언어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언어인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사실 스페인어도 배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또 빠르게 포기를 하게 되는 것인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과정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무척이나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스페인어도전은 열린결말이였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였고 어쩌다가 선택한 언어였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야기.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낯선 언어에서 기분좋은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