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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

사랑과 원자폭탄, 상상력과 유쾌함의 과학자, 파인만의 일생

노태복 | 반니 | 2020년 6월 10일 한줄평 총점 10.0 (1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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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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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천재 물리학자, 노벨상 수상자, 봉고연주자, 맨해튼 프로젝트의 최연소 리더…
그러나 우리가 파인만에게 설레는 것은
그가 가졌던 세상을 향한 ‘멈추지 않는 호기심’ 때문이다.


파인만의 인생과 업적을 다룬 BBC TV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던 영국의 영상물 제작가인 크리스토퍼 사이크스는 1981년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있는 칼텍에서 30년째 물리학 교수를 맡고 있던 리처드 파인만을 처음 만났다. 그는 이것을 인연으로 파인만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 책 속은 자료 조사 때 기록해두었거나 파인만, 가족, 친구 및 과학자 동료들을 촬영한 영상에 나오는 인터뷰와 대화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알려진 파인만의 물리학자로서의 삶뿐 아니라, 낭만적이며 호기심 가득한 열정 덩어리였던 그의 밀도 있는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서문 8
출연자에게 드리는 감사의 말씀 13
1 발견의 즐거움 15
2 사랑과 원자폭탄 49
3 노벨상 타는 법 81
4 인생을 즐기는 다채로운 방법 111
5 상상하라! 157
6 물리학하기 181
7 희한한 아이디어. 아주 작은 글씨와 거대한 컴퓨터 207
8 챌린저호 239
9 탄누투바를 향하여 275
10 마지막 순간들 297
주석 321

저자 소개 (1명)

역 : 노태복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환경과 생명운동 관련 시민 단체에서 해외교류 업무를 하던 중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겁게 노니는 책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생태학 개념어 사전』, 『생각하는 기계』, 『진화의 무지개』, 『19번째 아내』, 『우주, 진화하는 미술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수학의 쓸모』,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등이 있다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환경과 생명운동 관련 시민 단체에서 해외교류 업무를 하던 중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겁게 노니는 책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생태학 개념어 사전』, 『생각하는 기계』, 『진화의 무지개』, 『19번째 아내』, 『우주, 진화하는 미술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수학의 쓸모』,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질문으로 시작한 과학의 세계

파인만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어린 파인만에게 색 타일로 도미노를 하며 놀아줄 때조차 색 조합을 만들어 패턴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려 했다. 또 스스로 발견해 알아내는 기쁨을 느끼게 했으며, 사소한 질문조차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파인만은 아버지의 독특한 가르침 속에서 과학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파인만은 아버지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건 상상하는 법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파인만과 같이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이라면 IQ가 월등히 높을 거라 상상한다. 그러나 파인만의 IQ는 동생 조안 파인만의 말처럼 123이다. 통상 천재라고 생각하는 수치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에서 그에게 가입을 권유했을 때, 파인만은 “나는 당신들보다 지능지수가 낮아 가입할 수가 없다”고 거절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름다운 사랑꾼, 파인만

어릴 적 파인만에게 여자란 그다지 관심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열다섯 살 소년 아름다운 열세 살 소녀 알린을 만나며 완전히 달라졌다. 파인만의 사랑은 그녀가 결핵을 진단받아 요양소로 옮겨야 할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픈 알린을 제대로 돌보고 싶다는 염원 하나만으로 파인만은 부모님의 반대를 설득하고 요양소로 가는 도중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비록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각별했다.

1945년 알린이 세상을 떠나고, 파인만은 한동안 물리학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녀의 죽음 때문인지, 세계사의 비극으로 남아 있는 원자폭탄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는 당시에 세상이 곧 멸망할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파인만이 다시 학계로 돌아 왔을 때 저 세상으로 떠난 알린에게 쓴 편지는, 그가 죽었던 1988년까지 봉인되어 남아 있었다. 1946년 10월에 써서 부치지 못한 이 편지의 마지막은 “추신 : 이 편지를 부치지 않은 걸 이해해줘요. 당신의 새 주소를 모르기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지켰던 기네스가 있다. 책 속에서는 그녀가 파인만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파인만이 노벨상을 거부했던 일화는 유명한데, 형식을 싫어하던 그라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런 그를 설득시킨 것이 바로 아내 기네스였다. 노벨상을 거절하면 그 때문에 더 유명해질 거라고 설득했던 것이다. 새벽 스웨덴 왕립학술원에서 수상 소식을 알려주러 걸려온 전화에 대고 "그걸 꼭 새벽에 알려야겠소?" 라고 귀찮아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천재 과학자

파인만은 봉고 연주를 좋아했다.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화가 친구에게 8년 넘게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여인들과 스캔들도 일으켰으며, 야한 바의 주인과 친구가 되기도 했으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하는 일에 흥분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을 그는 '재미'로 했다.

파인만은 물리학에만 열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한테서 많은 걸 얻었다. 한 번도 물리학을 완전히 내팽개친 적은 없었지만 물리학 외에도 아주 많은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그래서 풍요로웠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어떠한 권위도 없었던, 너무나 인간적인 천재 과학자가 바로 파인만이다. 어떠한 권위에도 굴하지 않던 파인만이기에 TV 생중계 자리에서 얼음 잔에 작은 오링을 담가 보이는 간단한 실험으로,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일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파인만은 1988년 2월, 5년에 걸친 암 투병 끝에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두 번 죽기는 싫어. 그건 정말 지루하단 말이야”라는 말은 그가 살아온 인생의 모습을 가늠하기 충분하다. 죽기 전 몇 년 동안 그는 친구인 랄프 라이턴과 어렸을 적 아버지한테서 들은 탄누투바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가지 못했다. 파인만이 세상을 떠난 2주 후에 방문 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1988년 7월, 그의 친구는 파인만을 그리워하며 탄누투바를 방문했고, 거기서 경험한 이야기를 자신의 책『투바가 아니면 죽음을! Tuva or Bust!』에 담아 출간하기도 했다.

종이책 회원 리뷰 (4건)

구매 한 사람의 인생을 잘 알수 있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청* | 2021.10.23

과학서적을 읽고 싶어서 먼저 유튜브의 여러 과학채널에서 무슨 책을 추천하는지 영상을 보았다. 그 중에서는 이 책 리처드 파이만이 있었다. 난 이 과학자를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그냥 귀동냥으로 들어보기만 해서, 사실상 잘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받자마자 읽어보았는데 이 분의 업적 뿐만 아니라 일상 이야기가 있어서 읽기가 편했다. 특이 책의 문단과 배치가 너무 좋아서 읽기가 편한것도 장점이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호기심과 재미로 산 일생, 노벨상은 덤이에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나**기 | 2018.02.17

1918년부터 1988년까지 70년 생애를 화려하게 살다간 독보적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2월 15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파인만이 남긴 과학적 성과와 업적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골치아픈 물리학보다는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사람과 그가 살았던 인생의 자취를 돌아보는 것이 더 흥미롭습니다. 유별나면서도 한편으론 평범하기도 했던 파인만의 인생을 추억하기 위해 이 책 <리처드 파인만>을 선택했습니다.


영국 출신 다큐멘터리 제작자 크리스토퍼 사이크스는 파인만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발견의 즐거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1981년에 제작했던 이 다큐멘터리와 BBC TV에서 방영했던 파인만에 관한 다른 세 개의 영상들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파인만, 그의 가족, 친구, 동료들과 나눈 대화들을 파인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했습니다.


책에는 모두 열 개의 주제로 파인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서 파인만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리처드 파인만의 삶은 어느덧 중년에 이른 엔지니어인 제가 읽으면서 물리학 혹은 자연과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과학자를 꿈꾸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꼭 일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들을 과학의 길로 인도하다


파인만이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하면서 과학의 핵심적인 사항을 배웠다고 회상했습니다. 먼저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는 과학의 핵심을 배웠습니다. 또한 질문하고 깊이 탐구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요. 학교에 대한 파인만의 회상에서 우리 나라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시험에 통과시키려고 가짜 원칙을 만들었지요. 몇 가지 규칙을 정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도 답을 내놓게끔 만든 겁니다. (중략) 학생들이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 답은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들이죠.”(33쪽)


파인만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과학자가 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강요나 압박을 한 것이 아니라 과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이끌었습니다. 어린 파인만에게 과학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 뿐입니다. 결국 파인만은 MIT, 프린스턴 대학원을 거쳐 물리학의 길에 들어서고 당시 물리학계의 큰 도전과제를 풀어가게 됩니다.


과학자와 윤리


1939년 21세의 파인만은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초청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파인만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실수는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잊었던”것이라 말합니다. 과거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었던 폭스바겐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배출가스 실험 등을 생각해도 과학자들의 연구윤리 문제는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과학자들은 처음 시작했던 이유는 묻어두고 관성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윤리 문제라면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원래 이유, 즉 독일의 위협을 막겠다는 이유에서 저는 이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했어요. (중략) 전부 힘을 합쳐 무척 열심히 참여한 프로젝트였는데, 다른 여느 프로젝트처럼 추진하기로 한 이상 성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그런데 제가 비윤리적이었던 건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그만 잊었던 거에요. 독일이 패망해서 이유가 바뀌었는데도 그 일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전 그냥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시겠어요?”(73쪽)


“거기서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어떤 걸 하는 이유를 계속 되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베트남 전쟁도 윤리적 실수의 마찬가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유가 옳았던 그르던 전쟁이 진행되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원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저의 윤리적 약점이었습니다.”(73-74쪽)


다채로운 인생의 최대 동력은 ‘재미’


파인만은 양자전기역학이라는 듣기만해도 어질어질한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이나서 감사하며 노벨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거절하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아 마지못해 수상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매년 노벨상 발표 때만 되면 수상자도 없으면서 호들갑을 떠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대비되었습니다. 파인만은 “발견의 기쁨, 발견의 흥분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제 연구를 사용한다”는 상을 이미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보다 멋진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노벨상을 주겠다는 노벨위원회에게 누구맘대로 수상자를 선정하느냐며 투덜거리는 괴짜 과학자 파인만.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물리학은 물론이고 봉고 연주도 했고, 친구인 화가에게 그림도 배웠습니다. 온갖 기계장치, 다른 과학 분야(생물학 등), 그냥 놀기 등 파인만이 즐기는 분야는 진정 다채롭다 할 수 있었는데 이 모든 동기는 ‘재미’였습니다.


“나는 희한한 것-남들이 희한하다고 여기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재미있는 게 아주 많았어요. 솔직히 말해 저도 제 자신을 모르며, 어떤 게 저한테 왜 즐거운지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즐거우면 즐기면 되지 남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죠. 하고 싶은 걸 할뿐, 개의치 않아요. 신경 쓰지 않죠! 그냥 재미로 합니다. 재미는 정의내릴 수가 없죠. 사람마다 재미있는 게 다르니까요.”(113-114쪽)


정말 매력적인 말입니다. 저 역시 학생 시절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 관심가는 분야가 많아지고 단순히 재미와 호기심으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게 파인만의 ‘재미’론은 이상적입니다. 세상만사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난 것 같았던, 그래서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늘 궁금해하고 뭐든 시도해봤던 파인만을 인생의 롤 모델 중의 한명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오류를 만천하에 드러내다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이후 파인만의 일생에 두 번째의 커다란 공적 과제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1986년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가 채 2분도 되지 않아 폭발한 챌리저호 사고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것입니다.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기 싫어했던 파인만이었지만 지혜로운 조언자였던 아내, 그리고 과학자 동료들의 제안에 설득당해 챌린저호 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똑똑하고 성실하고 갈 데까지 가는 근성있고 용감한 파인만은 동료들과 함께 철저한 조사하여 챌린저호 사고가 일어나게 된 기술적인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더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불행한 사고일 뿐’이라는 식의 관료주의적 은폐 공작을 막아냈다고 동료 과학자 앨 힙스는 말합니다. 참여한 사람들, 관료시스템, 정치와 연구비 지원 등 진정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알았음에도 파인만은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란 신념을 밀어부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 국가 연구 프로젝트 예산을 담당하는 관료들,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는 정치인들, 더 나아가 국민들 모두가 파인만의 이와 같은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여러 가지 위험 징후들을 발견 혹은 예상하고 아우성치는 현장의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는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는 위쪽 사람들과 예산을 틀어쥔 정부 사람들에게는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는 과거 챌린저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각국의 국가 연구 프로젝트들에도 분명 이와 같은 지점들이 있을 것입니다.


순수 과학자인 파인만은 미국이란 나라의 중요한 국가사업인 우주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시스템적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례가 우리 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들을 예방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개발 프로젝트든지 기술적 약점과 불완전성이 있다면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쫓기지 않는 개발 일정과 예산을 수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하며, 이해관계자 및 시민사회 전체에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파인만에겐 자신의 병과 죽음조차 탐구의 영역


파인만은 죽음을 다루는 것조차 괴짜스러웠습니다. 파인만은 희귀한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특유의 호기심을 발동시켰습니다. 그의 동생 조안은 파인만이 암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대한 이해하길 원했다고 회상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순간에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타고난 과학자입니다.


그는 과학을 탐구하던 모습으로 치열한 생의 욕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차례의 수술 후 더 이상 삶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현실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연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때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았던 것처럼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이상의 연명치료가 의미 없음을 파인만과 그의 가족들은 인정했고 스스로 자신의 죽을 때를 결정했습니다.


파인만은 보통의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그가 남긴 삶의 자취, 자연과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태도가 보통 사람인 제게도 강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주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불가사의에 대해 과학이 모든 답을 줄 거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환상이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신비주의적 해답을 바라는 거라고 저는 봅니다…우리가 하는 일은 탐구하는 겁니다…저는 세계에 관해 더 많이 알아보려고 할 뿐입니다…자연의 특성을 더 많이 찾아낸다고 해도 그 특정한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과학에 대한 저의 관심은 그저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고, 더 많이 알아낼수록 더 좋다는 거에요. 저는 뭔가를 알아내길 좋아합니다.”(315-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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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리처드 파인만을 만날 수 있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위**타 | 2017.08.21

리처드 파인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천재라는 것과, 물리학자 그리고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라는 것이다.

 

언제나 웃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묻어나오는 유머와 여유를 보고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느껴 언제가는 리처드 파인만에 대해 물리학자로서가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때론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이력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한 파인만, 물리학자로서의 고민과 생각 등 다양한 면을 알 수 있다.

 

특히 핵무기 개발에 따른 책임론에 대해 파인만이 말한 부분은 비단 파인만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성찰으로 다가왔다.

 

"독일이 패망해서 이유가 바뀌었는데도 그 일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어떤 걸 하는 이유를 계속 되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베트남 전쟁도 윤리적 실수의 마찬가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유가 옳았던 그르던 전쟁이 진행되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원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저의 윤리적 약점이었습니다. "

 

이 책은 단순한 전기 형식이 아니라 주제별로 리처드 파인만을 포함해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한층 파인만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타고난  천재성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게 리처드 파인만은 그것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 천재성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안되는다는 걸 그 인생을 보면 알 수 있다.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밑바탕이 되여야만 그런 천재성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부분을 만나면 저만의 요령이 하나 있었습니다. 뭐냐면 처음 두세문단이 이해안되더라도 내용 전체를 읽어요. 처음에는 전체를 흐릿하게 이해하지만 다시 읽으면 조금 나아지고 계속 그러다 보면 전부 이해가 되지요." 

 

이는 천문학에 관심은 많지만 내용을 어려워하던 동생 조안에게도 해줬던 조언이기도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천문학으로 나아가는 걸 탐탁치 않았던 부모님 몰래 천문학 대학 교재를 주면서 여동생에게 했던 충고는 지금 복잡하고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늘 공부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일 것 같다. 

 

무엇보다 파인만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죽는 순간까지 간직했던 순수한 인간이었다. 나이들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줄이고 좀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어른이 되기 마련인 지금 세상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살아온 이야기는 어쩌면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  어린아이와 같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듯이 리처드 파인만 역시 죽을때까지 그런 순수함을 잃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과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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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사랑하는 과학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R*****^ | 2020.11.22
리처드 파인만은 내가 넘나 사랑하는 과학자다. 양자물리학을 연구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과학자이면서도 봉고연주자이고 금고 열기 선수이며 엄청난 장난꾸러기다. 아인슈타인이 신비하고 이상화된 과학자라면 리처드 파인만은 여러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과학자다. 어려운 양자물리학을 재미난 놀이처럼 얘기하고 수식에 숨차하는 양자전기역학을 그림(파인만 다이어그램)으로 쉽게 풀어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파인만은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천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리처드 파인만의 다큐멘터리를 여러편 만든 BBC 영상물 제작자인 작가가 파인만과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들을 엮은 책이다. 파인만 아버지의 훌륭한 교육을 알 수 있는 어린시절과 너무나 사랑했던 첫번째 부인과의 애틋한 이야기, 맨하탄 프로젝트에 합류했던 이야기, 첼린저호 참사를 조사하게 된 이야기등 그의 삶의 여정속 사건들과 그를 알던 여러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과학 이론보다 그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라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 순간들' 챕터에서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이미 예전에 돌아가신 분인걸 알면서도 막상 임종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깝고 너무 아쉬웠다. 죽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결정하는 모습은 이해가 가면서도 가슴이 아렸다. 꼭 소설속 주인공처럼 그렇게 떠나셨다.

끊임없는 상상력과 엉뚱함에 가까운 재기발랄함으로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그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 살펴본 것 같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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