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려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그림자“누구나 성인이 되면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한다”융은 프로이트, 아들러와 더불어 세계 3대 심리학자로 불리지만, 그의 이론은 그 개념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인기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2019년 세계적인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앨범이 융 심리학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팬클럽 아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융의 이론에 주목했고, [MAP OF THE SOUL] 앨범 시리즈에 담긴 방탄소년단의 여러 노래를 통해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들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그림자(shadow)’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은 그림자를 이해하고 이를 현명하게 다룸으로써, 그 어두운 에너지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잠재력과 창의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모두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서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라는 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 남들에게 반응하는 방식 등을 배우면서 사회가 허용하는 일과 허용하지 않는 일, 자신의 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해야 하는 일을 끊임없이 구분하고 선택한다. 이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선택하지 못한 삶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림자가 되어 무의식의 어딘가에 쌓이며, 어느 순간 무의식을 뚫고 나와 우리 삶을 이리저리 휘두르려 한다는 데 있다.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구하고 수입을 늘리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생활의 예의범절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가면, 즉 페르소나를 벗겨낸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과연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거나, 그동안 믿어왔던 신념과 가치관, 삶의 원칙들이 갑자기 미심쩍어지기도 한다. 일이 재미없어지기도 하고, 그동안 이룬 것들이 다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기력이나 허무함,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낯선 의심과 분노, 불안감이 커지기도 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표를 내던지거나 결혼을 깨거나 갑자기 엉뚱한 상대와 사랑에 빠져들거나 부적절한 욕망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는 그동안 살지 못한 삶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이때가 바로 자신의 그림자들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에 경청해야 할 때이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자신의 그림자를 남에게 떠넘기는 데서 시작한다그림자에게 지배당할 것인가 아니면 그림자와 화해하고 나아갈 것인가?선택에서 제외된 ‘살지 못한 삶’이 그림자가 되는 것이기에 그림자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림자가 가장 흔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투사와 콤플렉스가 있다. 혹시 늘 똑같은 현실에 부딪히는가? 애인이 바뀌어도 연애의 주기나 패턴은 항상 비슷한가? 직장이 바뀌어도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가? 평소의 방식을 너무 고집해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버릇이 있지는 않은가? 만약 자기 삶에 이런 식의 반사적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면 콤플렉스에 휘둘리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그림자는 투사의 형태로 나타나 우리의 인간관계와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융은 “자녀가 짊어져야 하는 가장 큰 짐은 부모 내면의 살지 못한 삶”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자녀가 이어받는 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랑하니까 혹은 자녀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의 진로나 삶의 방향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부모의 그림자를 자녀에게 떠넘기는 투사 행위로 볼 수 있다. 연인에게 끌리는 것이나 영웅을 숭배하는 것 또한 자기 안에서 무르익게 될 잠재력을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또한 투사인데 자기 안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면모를 상대에게 덧씌우는 것이다.사랑도 미움도 모두 투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관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그림자를 자각하고 돌보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삶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지와 열 가지 그림자 대면 훈련법까지…융 심리학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안내하는 최고의 전문가가 알려주는 ‘내 그림자 돌보는 법’추천의 글을 쓴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존슨을 “융 심리학을 가장 쉽고 재밌게 안내하는 학자, 융 심리학의 다정한 안내자이자 고통받는 사람들의 따스한 멘토”라고 소개한다. 그 소개말에 걸맞게 저자는 융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쌍둥이별의 전설인 카스토로와 폴룩스 신화를 차용해 흥미를 돋우기도 하고, 그림자 때문에 고군분투했던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자와 대면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융이 그림자로 고통받고 있는 내담자들을 위해 개발한 상징 의식, 적극적 상상 기법, 꿈 분석법 등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융 심리학 책과 달리 굉장히 실용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의 도입부에 있는 검사지를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편향된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내팽개쳤거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가능성이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게 하고, 매 장이 끝나는 부분에 혼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열 가지 그림자 대면 훈련법을 정리해 넣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_ 카를 구스타프 융무의식의 어두운 측면, 내 것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생각과 감정의 집합체인 그림자와 마주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자와 대면하는 순간을 고통의 시간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림자로부터 그 어떤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없다. 그림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그곳에 모든 희노애락의 원천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내면의 그림자를 방치하면 그곳은 끝없이 상처가 덧나는 고통의 장소가 되겠지만 그림자를 소중히 보살피면 묻혀 있던 잠재력과 창조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삶에 돌파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그림자와 마주할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