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핵심은
프롤로그에 나오는 '한 달 치 연습을 6분 만에 해치운 소녀' 이야기와 '미엘린'이다.
'클라리사'라는 열세 살짜리 소녀가 등장하는 동영상 한 편에 모든 핵심 내용이 들어가 있다.
동영상에서 클라리사는 클라리넷 연주 연습을 한다.
특별히 재능 있어 보이지 않는다.
졸리고 무심한 표정이다.
과학적인 측정 결과 음악적 능력이 평범한 아이라고 한다.
적성 검사 결과도 그렇고, 교사와 부모의 증언도 그렇고, 심지어 본인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클라리사가 클라리넷으로 새로운 곡을 연주해 본다.
처음 부분을 연주해 보고, 멈추고 악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다시 연주한다.
실수하자 바로 멈추고, 다시 연주한다. 실패한다, 또다시 악보를 보고 연주해 본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연주에 활기와 느낌이 살아난다.
연주를 하다가 멈춘다. 그리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그 부분을 재생하는 거 같다.
생각하는 동안 클라리넷 위에 있는 손가락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연주한다.
이 소녀는 멋지게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다.
정지와 실수가 반복되는 일련의 흐름으로, 단속적으로 쪼개진 음들이 느릿느릿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청사진이 있다.
그것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작은악절 단위, 즉 완전한 생각의 단위로 연습하고 있다.
실수를 무시하지 않고 귀로 들은 다음 고치고 있다.
작은 부분들을 하나의 전체에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높은 수준으로 자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것은 평범한 연습이 아니라고 한다.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정확히 목적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실수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과정이다.
이 연습 과정이 책에서는 한 달 치 연습을 6분 만에 해치운 소녀라고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미엘린이라는 신경 절연 물질이 있다.
모든 사람의 스킬은 미세한 전기 신호가 사슬처럼 연결된 신경섬유 회로를 통해 이동함으로써 습득된다.
이 과정에서 미엘린은 신경섬유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마치 전기신호가 새지 않도록 구리 선을 고무 피복으로 감싸서 신호를 더 강하고 빠르게 만드는 원리와 같다.
연습할 때 회로에 정확한 신호가 발사되면, 미엘린이 신경 회로 주위를 겹겹이 감싸면서 절연층을 만든다.
한 겹 한 겹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고 속도도 빨라진다.
미엘린층이 두꺼워질수록 절연 효과가 커지며, 우리의 생각과 동작도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미엘린층이 두꺼워지면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모든 활동과 관련하여 스킬이 향상된다고 한다.
나는 이 프롤로그와 미엘린에 대해 빠져들었다.
소녀가 연주 연습을 하는 과정이 미엘린 층을 두껍게 만드는 행위이니까
나도 무엇을 연습하든 저 소녀의 방식대로 하면 뭘 하든 잘 되겠구나 확신했다.
처음 1회독을 했을 때는 그저 기분만 좋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얻은 게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클라리사처럼 똑같이 연습을 했고 성과를 냈다.
이 책의 내용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 연습은 바로, 재미에 대한 신경의 감도를 살리기 위해 그냥 시작해 본 저글링이다.
예시 수준이 겨우 저글링인 게 아쉽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유튜브에서 저글링을 검색했다
꽤나 저글링 같은 취미에 진심인 분을 쉽게 찾았다
공 3개 저글링 강의 영상을 최대한 집중해서 봤고
최대한 능동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시도했다
공 하나부터 던지는 연습했다
그다음 공 두 개를 던지는 연습을 했다
영상에서 본 것들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똑같이 해보려고 시도했다
영상을 본다, 따라 해본다 멈춰서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그리고 해본다, 다시 영상을 보고 놓친 게 무엇인지
무엇이 다른지 완전히 카피해 보려고 했고
그런 다음 또다시 공을 던졌고 그 패턴을 반복했다
사실 공 2개를 이렇게까지 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적당히 하고 넘겼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공 3개를 든 상태로 2개만 주고받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금방 배운다
마찬가지로 영상을 보고 따라 해보고 멈추고
머리로 시뮬 돌려보고 다시 해보고 그랬다
이제부터가 꽤 어렵다
왼손에 공 1개 오른손에 공 2개를 잡고
3개 저글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른쪽 공을 왼쪽으로 던지면서 왼쪽 공을 오른쪽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받고 오른손으로 받기 전에 3번째 공을 던지고 2번째로 던진 공을 받고 왼손으로 3번째 공을 받는다
즉 왼 1 오 2에서 왼 2 오 1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은 솔직히 좀 어렵다
영상으로 한두 번 봐서는 따라 하기 어렵기에
계속 영상을 멈춰가면서 단계별로 완벽히 이해한 뒤에
연습을 했다 물론 바로 되지 않으니
계속 머리로 시뮬을 돌리고 연습을 반복했다
안되면 또다시 영상을 계속 끊어보면서 과정을 분석했고
바로 연습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공부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도 인지하고 못했던 사이에
클라리사처럼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전 과정을 반대로 하는 것이다
즉 왼 2 오 1상태에서 똑같이 하면 된다
하지만 오른손잡이에게는 쉽지 않다
아쉽게도 이 과정은 딱히 영상을 보지 않고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서 해보니 금방 되었다
물론 아직도 왼손의 힘 조절이 어색하다
그렇게 공 3개 저글링 성공 직전 단계까지 왔다
마지막 단계는 위에 두 단계의 과정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왼 1 오 2에서 왼 2 오 1로 보내고
바로 왼 2 오 1에서 왼 1 오 2로 보낸다
이걸 반복하면 공 3개 저글링 성공이다!
나는 저 두 과정이 가능해서
바로 도전해 봤지만 아직 연속으로는 되지 않았다
과정에서 텀이 생기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아직은 마지막 단계가 머리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이미 3시간 넘게 집중해서 연습했기에
지쳐서 마지막 단계는 학습하지 못했다
영상에서는 이 마지막 과정에 대해
자세한 언급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연속으로 하면 된다고..
근데 아직은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저글링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왼손의 힘 조절이 어색하고
공을 일정 높이로 앞뒤로 튀지 않게
보내는 것이 잘 안돼서 그런 거 같다!
아직은 공 3개 저글링을 해내지 못했지만
클라리사가 했던 방식대로 똑같이 연습한다면
마지막 과정을 성공하고
공 3개 저글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저글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나는 클라리사가 했던 연습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평생 써먹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런 방식으로 연습했던 적이 없던 거 같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도
한 번에 쭉 연주하고 10번 다 쳤어요! 하고 그냥 집으로 갔던 거 같다
게임을 할 때도 그냥 했다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운동을 할 때도 그랬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무엇을 하든 그저 시간을 꼬라박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 잘하는 게 없었다
인간의 무기는 뇌, 쓰지 않으면 짐승보다 못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내가 그러고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다 ㅠㅠ 멍청하다 정말로
과거는 중요치 않다
과거에 얾 매이는 건 이제 지쳤고 그러기도 싫다
책에서 나오는 클라리사는 유명해졌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직접 탤런트 코드를 경험해 본 바로는
무조건 유명해졌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
내가 직접 도전해서 증명해낼 것이다
자신 있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노력하면 원하는 재능을 얻을 수 있을까?
정말 열심히 하면 가능한 것일까?
무엇인가를 위해 혹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 자신만의 '재능'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떄로는 스스로를 의심해 보기도 하고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하며 자신감이 생겼다가도 재능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완성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