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김호연 저
백온유 저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이전에 너무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구매하게 되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또한 제목부터 강하게 매료되는 책이었다. 처음 기대한 것과 달리 과학적인 지식보다는 '과학'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철학적인 에세이의 성격이 강했지만, 과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나 또한 겸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피상적인 지식만을 좇는 것이 아닌 본질을 파헤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이런 저런 과학책들을 잊을만 하면 찾아보긴 하는데 이 작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한주에 몇통씩 받는 도서 광고메일에서 제목에 끌려 구매하게 되었다. 읽을때마다 조금씩 이해된다기 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양자역학 관련 책이려니 하고. 물론 이론 물리학자의 어려운 책은 맞다. 어려운 이론들을 잔뜩 담아넣은 하드커버의 두꺼운 책인 줄 알았더니 짧고 이쁘고 간결한 하드커버의 에세이 같은 전개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사실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한 이탈리아 남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자전적 에세이, 라는 소개가 더 맞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양자역학을 얘기하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과학의 흐름과 주요 논쟁거리를 한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정말 드물다. 사람 좋은 노과학자의 현자다운 충고 보다는 좀 더 몽상가적인 행동가의 조금은 선동적인 명강의 같다고 할까. 이전에 번역된 다른 책들은 바로 리스트에 들어갔다, 물론.
페이지 수가 적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앞 부분 루프이론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보면서 좌절했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게 더 어려웠을 것 같다.
끈이론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루프이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다르게 설명한다. 공간을 입자 알갱이, 시간은 물질 간 관계를 알려주는 엔트로피의 변화로.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직관적으로 이해가 안되므로)과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물론 저자는 다른 대중도서에서처럼 세세하게 설명하진 않고, 본인이 루프이론을 연구하게 된 과정을 자전적으로 설명하면서 끝에 시공간의 개념을 루프이론의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수준이지었지만, 나같은 일반인에게는 참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쉽게 알려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