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은 쿠리에 와이티가 거래에 성공하며 스노크래시를 손에 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스노크래시’는 원래 컴퓨터 쪽에서 쓰이는 용어로 아주 기본적인 부품의 결함 때문에 모니터로 보내는 전자빔을 제어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런 현상이 메타버스 상에서 마약 이름이 되어 있다.(1권, p.64) 소설 속에서 메타버스 세계에서 떠도는 스노 크래시에 대해 히로는 후아니타에게 이것이 바이러스인지 마약인지 아니면 종교인지 묻고, 후아니타는 "다를게 뭔데" 라는 애매모하한 대답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스노 크래시의 공격(?)을 받은 다파이비드가 컴퓨터가 파괴됐을 뿐 아니라 그의 뇌까지 손상된 것을 보면, 컴퓨터 상의 논리적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의 생물학적 바이러스까지 동시에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는 스노 크래시는 사람의 실제 DNA를 파괴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마치 스테로이드처럼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세포핵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고대 수메르의 언어는 DNA 변경 바이러스와 함께 청각 자극을 사용하여 뇌 기능이 프로그래밍되도록 허용하고, 성직자로 하여금 대중들을 관리하게 한다. 이 중 엔키라는 인물이 안티 바이러스인 남섭을 개발하는데, 이 바이러스가 성직자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 수메르의 언어가 뇌에서 처리되는 것을 멈추게 하는 식이다. 이 방식이 스노 크래시에도 적용된 듯 하다. 현실 세계에서의 마약은 흡입, 주사방식, 물에 타서 먹는 방식 등으로 신체에 직접 가해지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 하다. 현실 세계에서의 마약 복용 등에 의한 각성 작용을 컴퓨터 상에서는 0과 1이라는 2진수로 앞서 말한 수메르의 언어를 활용한 공격 방식을 활용(or 악용)한 듯 싶기도 하다. 이를 두고 유튜브 북북 영상 속에서는 '신경 언어학적인 바이러스'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L. 밥 라이프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메타버스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독점 소유한데다 석유 재벌이었던 그는 자신의 가진 부와 권력으로 만족하진 못한 듯 하다. 1권 리뷰에서 말한 사회 통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가 무너지다 시피 한 상태에서 개인이나 사기업이 부와 권력을 갖고 지배하는 구조 말이다. 라이프는 엔키의 남섭 조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악용해 중앙 정보 회사(CIC)에 보관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라이프를 좋게 인식하게 되고, 라이프는 이 점을 악용해 자사의 프로그래머들을 숙주로 활용해 사람들에게 바이러스와 함께 자신의 종교도 전파하려고 한다. 프로그래머가 마치 좀비PC가 된 듯 하다. 그렇게 퍼뜨린 바이러스로 그들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며 인간을 DNA 조각을 전달하는 인터페이스로 악용하려는 것. 즉, 바이러스를 이용해 사회 전체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다행이 라이프가 소유하고 악용하려 했던 엔키의 남섭은 히로와 후아니타에 의해 파괴가 된다.
2권 역시 1권 만큼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핵심은 메타버스 자체가 아닌 가상세계 속에서 떠도는 스노 크래시의 정체와 작동 방식인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마약인 '스노 크래시'를 처음 접한 히로도 대체 가상세계에서 어떻게 마약이 떠돌 수 있지 하는 의문을 먼저 품는다. 이는 다크웹 등 어둠의 경로를 통해 거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마약이 가상세계 즉, 온라인 상에서 아바타는 물론 현실 세계의 사람까지 망가뜨려 놓는 다는 점이 중요한 점이다. 그런 궁금증을 1권에서는 배경 설명을 하느라 거의 만나볼 수 없어 힘겹게 책장을 넘기다 2권을 통해 궁금증을 풀게되서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었나 싶다.
이 소설 속에서는 '메타버스'와 '아바타' 외에도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기계 자체가 스스로 학습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딥러닝'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그렇고, 연방정부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이 일 역시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해 악용되고 있는 듯 하지만..) 와이티의 어머니가 근무하는 곳의 좌석배치 등이다. 최근 설립되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에서도 많이 변경해서 활용하는 방식인데, 탁자만 놓인 넓은 공간에 선착순으로 와서 원하는 곳에 앉아 일하는 방식이다. 즉, 고정 좌석이 아닌 자율 좌석 방식이다. 최근 방송 등을 통해 이 방식에 대해 언급한 장.단점이 이 소설 속에서도 똑같이 언급이 된다. 이 소설이 너무 메타버스에만 집중되어 있어 오히려 읽다보면 감흥을 잃게 되는데, 2권에서는 가끔 이런 배경 설명으로 다시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지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책을 힘겹게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어떠한 기술이 흥미를 금방 잃어버릴 정도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였다. 아마도 이 책이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 언급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홍보된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히 소설 속에 들어있는 방대한 분야(방대한 양이 아니고.. ^^;)에 치이고, 지금 읽고 있는 상황이 현실세계인지, 가상세계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힘겹게 읽었지만, 리뷰를 쓰며 되돌아 보니 이제는 이 책을 '메타버스' 자체가 아닌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집중해서 홍보되고, 알려져야 되지 않나 싶다. 실제로 세계 곳 곳에서는 메타버스 상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어린 아이들을 현실 세계로 유도해 몹쓸짓을 시도하다 부모에게 발각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점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게 말이 되냐?? 고 하는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심심찮게 목격되기도 한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것이든 그런 상황에서 이 소설 속의 스노 크래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고 보니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오래전에 보았던 일드(형사물)의 한 주제가 생각난다. 온 마을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내용인데, 마치 무슨 오컬트처럼 전개되지만, 수사를 하고 보니 범인이 마을 사람들이 자주 보는 영상 속에 실제로는 인지 하지 못하도록 특정 장면을 넣어두고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의 뇌에 특정 장면이 각인되어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한 장소로 이동하게 조작한 것이다. 그들은 좀비 같은 몰골로 범인이 유인한 장소로 이동을 한다. 현실세계에서의 마약처럼 신체에 직접 투약할 수는 없지만, 가상세계에서도 0과 1로 인간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 자체 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서 말했지만, 이제는 이 책이 메타버스 자체가 아닌 메타버스 자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에 집중해 읽혀지고 홍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메타버스가 생활이 일부가 되어가는 지금 건강한 메타버스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본다.
닐 스티븐슨이란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해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과학자인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래서 보스턴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글쓰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메타버스와 아바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30여 년 전에 쓴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이 가상의 공간에서 후아니타와 함께 아바타를 만든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가상공간에 접속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거기서 스노크래시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와이티가 스노크래시를 구입하는 장면으로 2권은 시작한다. 와이티가 스노크래시를 구입함과 동시에 그 스노크래시를 액체 헬륨으로 순간 냉동한다. 아직까지 아무도 얻지 못한 스노크래시 샘플을 구한 것이다. 스노크래시는 스테로이드와 비슷하고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서 세포핵에 뭔가 이상한 짓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실제 DNA를 파괴해 버린다고 한다.
히로는 스노 크래시를 찾아내는 스노스캔이라는 백신을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중간 중간에 신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지금 가장 핫한 메타버스가 나오는 소설. 그런데 그게 자그만치 30여 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니 정말 놀라운 따름이다.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히로는 과연 스노 크래시를 잘 처리했을까? 영화 속에서 무선 전화기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앞으로의 과학의 발전은 어디까지 일까? 발전이 과연 좋기만 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겠다.
컴퓨터 바이러스 그리고 인간 사이에 퍼지는 바이러스 없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