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너무 마음이 아팠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치카가 보여준 용기와 아름다운 마음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지만, 동시에 책 전체에 드리운 예정된 결말, 죽음의 그림자는 그런 행복한 순간들도 마음 한 구석의 아픔을 함께 몰고오는 역할을 했다. 치카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서, 그런 치카의 메시지와 가르침을 전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많이 느껴지지만, 저자는 아직도 치카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기억을 다시 해내는 것이 힘든 순간도 많아 보인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2년만에 떠나버렸기에, 그리고 병마와 싸우는 과정을 함께 했기에 아마 미치 아저씨의 마음은 정말 많이 다쳤을 것 같다. 책은 이미 세상을 떠난 치카가 아저씨의 눈 앞에 나타나 책을 쓰라고 응원하고, 또 미치 아저씨가 치카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책을 함께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저씨의 노력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평소에 잊고 있었던 살아있다는 행복,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에 대해 치카가 일깨워주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후 저자의 12년만의 신작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전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이 들어봤다. <치카를 찾아서>에도 모리 교수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곧바로 저자는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는 모리교수님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가 큰 치카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라는 말을 하는데,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결국 치카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천국으로 떠나지만, 치카는 병원에서 예상한 4개월보다 훨씬 더 긴 삶을 살았다. 치카는 항상 밝고 강인했다. 일곱살도 채 안된 나이에도 그 아픔과 어려움들을 견뎌내고, 웃음도 잃지 않았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치카의 옆에는 늘 아이를 사랑해주는 재닌 아줌마, 미치 아저씨,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보육원 친구들 등의 든든한 응원군들이 있었다. 그래서 치카는 짧은 생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 않을까 한다. 보육원의 오빠들이 치카와 같이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미국의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마지막 덧붙임에 치카가 세상에 남겨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는다. 치카는 재닌 아줌마의 말처럼, 엄마를 만나려고 일찍 천국으로 간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티 소녀 치카가 그곳에서도 항상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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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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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포장하기 위해 밧줄을 쓸 때는 그걸 믿기가 쉽다. 하지만 가파른 절벽 위에서 그 밧줄 위에 매달려 있을 때는 그걸 믿기가 절대 쉽지 않다."-243
5살이 갓 된 치카와 이제 막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 미치 앨봄의 실화 이야기는 희망과 정반대인 곳에서도 사랑과 희망은 언제고 찾는 그 곳에 있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지진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속에서 가족과 헤어져 이 곳에 오게 된 치카는 앞으로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되고 정말로 조금씩 몸이 약해져 갑니다. 하지만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만은 어떤 일에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아이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같이 꿈을 꾸게 되는데 아픈 치카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만 하네요.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예전 어르신 말씀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이런 소녀에게서 앨봄은 어른들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삶을 대하는 담담함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도 다른 이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누렸던 크리스마스와 앞으로 남은 크리스마스만 생각하는 거나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자신과는 결혼하지 않을거라는 명확한 이유를 말하는 걸 보면서 말이죠. 그녀의 몇 배 나이를 먹은 나도 그러지 못할거 같은데요. 제일 먼저 하늘부터 그리고 옆에 있던 이들까지 비난하느라 시간을 보낼거같은데 억울할 게 더 많은 치카는 그러지 않았답니다. 아이인지라 잘 몰라서가 아니라 '그럴 수 없다면'이란 생각을 하는 거 아니였을까 해봅니다. 나에게 남은 게 이것이라면 이걸로 최대한 잘 보내면 되지..라는 생각이요.
많이 아프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거나 아이를 키울 때 우리는 세상이 달라져보인다는 걸 알게됩니다.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 때 비로소 생기게 되구요.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할거 같은 세상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생기는 것일텐데요. 그만큼 같이 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새삼스러워질텐데요. 가족이란 혈연이 아니라 애정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치카가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네요. 멀리서 보이는 파랑새보다 가까이 보이는 파랑새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같이 웃고 떠들며 다시 못 올 오늘을 함께 할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도요. 진짜 행복의 의미는 크고 번쩍이며 무거운데서 오지 않는다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