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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무쇼 편저/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나만의 글쓰기 ? 1948, 두 친구 (정명섭, 생각학교, 2021, 초판 1쇄)
1948년은 한반도의 분단이 결정된 해이자, 지금과 많은 것이 달랐던 시대이다. 지금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그 당시에는 대부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48년에는 분명 자의든 타의든 간에 분단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또한, 1948년은 새로운 것들이 물밀듯 밀고 들어온 격변의 시대였기에, 저마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되고 같은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신념을 갖게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 다른 신념을 인정하고 논쟁하며 타협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칠 여유가 없었던 우리는 결국 분단과 전쟁을 경험하게 된다. 전쟁의 상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만 남는 것이 아니다. 내 속에도 고스란히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남는다. 나뿐만 아니라 내 자녀, 손주에게도 같은 아픔이 남는다.
‘해방 공간의 다양성과 이념 대립’
일제의 패망 이후 해방 공간에서는 모든 것들이 급격히 바뀌었다.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이제는 미군과 소련군이 장악하였고, 미국식 자유분방함과 소련식 사회주의가 한반도에 빠른 속도로 밀려 들어왔다. 게다가 일본에서 삶의 터전을 일궜던 사람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사람들, 해외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사람들이 한반도로 몰려 들어왔다. 해방 공간은 그 자체로 다양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용광로였다. 특히 서울은 다양한 경험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활동 무대였다. 주인공 희준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주섭은 일본 오사카에서 서울로 왔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른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은 ‘스키’라는 스포츠를 통해 우정을 키운다. 우정은 서로 다른 배경과 이념 대립을 넘어 두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끈이다.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두 친구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삶에 강요되었다.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삶을 규정지었고, 특히 미소 냉전에 휘말린 이념 대립은 많은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갔다. 희준의 우상이자 가족의 기둥이었던 형은 여수, 순천 반란 진압 과정에서 전사하게 되고, 주섭의 가족은 부패한 남한 공무원들의 비리로 인한 열차 사고로 주섭을 제외하고 모두 죽는다. 결국 희준은 대한민국 군인으로, 주섭은 북한 인민군 정찰병으로 전쟁터에 스스로, 또는 내몰리면서 마주하게 된다. 대한민국 군인 희준은 인민군 주섭을 쏴 죽일 수 있을까. 친구 희준은 친구 주섭의 얼굴을 보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오명진과 나성식’
오명진과 나성식은 1948년 해방 공간에 있었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인물이다. 오명진은 장군이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이고, 나성식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두 친구의 우정을 지켜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친구이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오명진은 당시 우남 이승만을, 나성식은 당시 몽양 여운형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외세로부터 독립한 나라를 세우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던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오명진은 주인공 희준을 경교장으로 끌고 간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을 막아선 오명진은 분명 자신이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오명진을 보며 희준은 오히려 갈등한다. 김구 일행이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우연히 본 희준은 그것을 오명진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한다. 아무리 옳은 행동일지라도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옳고 그름을 힘으로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억눌린 사람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반발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성식이 1948년 그 당시에 그리고 지금 더 필요한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주의든 뭐든 결국 사람을 잘살게 만들려는 거잖아. 근데 그것 때문에 서로 멱살잡이에 주먹질을 해. 그걸로도 부족하면 이제 총질을 하고 칼을 휘두르겠지. 안그래?”(124쪽)
하지만 나성식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더욱 여운형이 생각났다. 두 친구의 우정을 지켜주기 위해 싸움을 말렸던 나성식. 하지만 그는 가난의 굴레를 넘지 못하고 죽는다. 당시 가난은 이념 대립보다 더 많은 비극을 낳았다. 나성식의 비극은 어쩌면 우리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나성식의 어머니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배려하고 아끼려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 가족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처럼 1948년 당시 우리의 행동은 더 큰 비극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나성식의 죽음을 읽으며 더욱 가슴이 아팠다.
“나(나성식) 빼고 다 죽었어. 우리 가족.”
“아침까지 저기에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돌아가셨어.”
“그나마 나는 늦게 들어와서 남은 거 먹고(복어알), 어머니는 가족들 주느라 덜 먹어서 오늘까지 버틴 거야. 다른 가족들은 병원에 실려 오자마자 바로 영안실로 갔어.”(159쪽)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1948년은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지금의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에 매우 적합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다. 1948년에 하나의 생각, 이념만을 강요하는 것이 결국 대립과 파멸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지금 2021년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북한을 배척해야 할까.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도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고 북한의 사회주의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아직 대한민국은 분단과 이념 대립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벌써 70년이 넘는 세월을 분단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1948년과 다르게 다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부족하다. 1948년처럼 대한민국에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사람도 없고,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귀국한 사람도 없다. 그저 남한과 북한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1948년을 주목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만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한국전쟁 71주년 기획소설 『1948, 두 친구』
한국전쟁 2년 전인 1948년. 한반도는 선거 열풍이었다. 해방 후, 선거를 통한 독립적인 정부를 기대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착하지 못 하고 남한 단독 선거와 남북한 총선거로 갈린 두 의견차에 충돌하게 되고.. 결국은 전쟁으로 이어진다.
공산주의를 피해 북에서 내려온 희준과 해방 후 일본에서 온 주섭. 남산스키장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게 되는 이 둘.우연히 만났지만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것을 알게되고 스키라는 관심사를 통해 우정을 쌓아간다. 그 우정 틈에 총선거에 대한 의견차이가 생기면서 조금씩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서로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희준과 주섭.. 이들의 운명 또한 갈리게 되는데...
"사람은 마음의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어. 어떨 때는 이걸 하고 싶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곤 하지." (p.114)
잊을만한면 말다툼이 생기는 희준과 주섭. 점점 그들의 관계가, 둘의 우정이 틀어진다. 북한으로 넘어간 주섭. 희준의 형은 반란군 진압 작전중 전사했고, 희준은 그렇게 형이 못다한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기로 한다. 그 이후 전쟁에서 만나게되는 희준과 주섭....
"사회주의든 뭐든 결국 사람을 잘살게 만들려는 거잖아. 근데 그것 때문에 서로 멱살잡이에 주먹질을 해. 그걸로도 부족하면 이제 총질을 하고 칼을 휘두르겠지. 안 그래?" (p.124)
우정보다 이념이 더 중요했던 시대에 만난 두 친구 희준과 주섭의 이야기.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그 전쟁에서 스치듯 만난게 전부였을까.
『1948, 두 친구』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지만 대화와 이해를 하며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 의견이 대립하다고 해서 서로의 적이 되는게 답일까.. 양보 없는 다툼에 이어진 전쟁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그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서로 양보하고 현명하게 선택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8년 그 시기의 희생에 지금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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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