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플라스틱이 문제일까?플라스틱은 이렇게 문제가 많은 물질인 걸까? 그 출발은 플라스틱이 자연에 있는 물질이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물질이라는 것이다. 베이클랜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합성 화학 물질을 개발한 이후, 1920년대에 폴리염화비닐, 1930년대에 폴리에틸렌 같은 고분자 재료가 상업용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란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플라스틱의 원료는 화석자원인 나프타(Naphtha)다. 나프타로부터 에틸렌을 뽑아내고 이를 반응시켜서 폴리에틸렌을 만든다. 폴리에틸렌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이다. 이런 플라스틱 제품에는 가공보조제, 가소제, 강화제, 광안정제, 내산화제, 난연제, 방지제, 발포제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합성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다양한 색깔을 내기 위해 색소(염료)나,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항균제를 넣기도 한다. 이것들이 체내에 들어오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플라스틱도 일생이 있다. 첫 출발은 자원이다. 자원에서 필요한 물질만 걸러내면 원료가 되고 그것이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은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난다. 하지만 쓸모가 있을 때까지만 소비자와 함께 있을 수 있다. 그 후 성능이 다했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거나 고장이 나면 플라스틱 제품은 일생을 마친다. 이때 제품을 그대로 폐기하는지 아니면 재활용하는지에 따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진다.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능하면 천연 재료로 만든 제품을 쓰자. 만약 대체하기 어렵다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플라스틱이 가져온 끔찍한 나비효과함부로 버려진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먹이사슬을 따라 동식물의 체내에 축적되어 손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유해 물질을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이라고 한다. POPs는 최소한 수년 동안 토양, 물, 공기를 통해 환경 전반에 널리 잔류한다. 특히 인간이나 동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데, 몸속에 축적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바다에 떠다니던 오염물질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해저층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에서도 어떤 조건이 가해져 화학물질이 새어 나오면, 주변 환경과 생명체에 흡수된다. 플라스틱을 올바로 폐기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재활용이나 재순환을 하지 못하고 소각 결정이 내려지면,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완전히 걸러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결국 걸러지지 않은 폴리염화비닐이나 폴리스티렌이 소각될 경우 유독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플라스틱 속에 있는 물질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수증기, 그을음 등으로 분해된다. 타지 못하는 무기질은 재나 고형물로 남는다.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수은증기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성분과 염화수소, 이산화황, 질소화합물들도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오염물질은 땅이나 강물에 내려앉아 농산물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 태우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오염물질은 몇 세대에 걸쳐 사람의 몸속에 남는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들은 잘게 부서져 해류를 타고 흐르면서 전 세계의 해안을 오염시킨다. 큰 바다까지 흘러가는 플라스틱은 물보다 가벼운 것들이어서, 해양생물이 삼키거나 플라스틱에 감겨 죽는 일이 늘고 있다. 흙에 남아있는 미세플라스틱은 미생물의 서식지를 황폐화한다. 해저층에 미세플라스틱이 가라앉으면 유독 성분을 뿜거나 해저 토양의 가스교환을 막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미세플라스틱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걸러낼 수 있는 크기의 미세플라스틱만 조사한 것일 뿐 1㎛보다 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주는 피해는 얼마나 클지 감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이 어디까지 흘러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위한 우리의 노력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떠도는 플라스틱이 지구 곳곳에 쌓여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플라스틱의 순환 체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순환할 수 있는 디자인과 용도로만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 도시락 용기만 봐도 재활용하기 어려운 온갖 포장재가 모두 들어가 있다. 검은색으로 코팅된 스티로폼, 장식용 플라스틱 조각, 작은 페트 용기, 종이와 나무, 고무까지 재활용하기 어려운 포장재들만 모여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음식물로 오염된 상태다. 순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생산-소비의 대표적인 예다. 제품을 선택할 때 내가 선택하는 재료가 맨 마지막까지 순환할 수 있을지, 그 순환은 친환경적인지, 자원과 원료를 덜 사용하는 쪽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기후 위기 시대의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제품 선택의 수칙이다.바이오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고분자로 만든 플라스틱은 퇴비처럼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예상되는 문제점이 산재해있고 관련한 기술도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 미생물이 곧 개발될 거라고 하고, 곤충의 장 속에서 분비되는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문제를 미생물이나 곤충을 이용해 해결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발상은 지구를 플라스틱으로 오염시켜온 당사자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님은 분명하다.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쓸 때는 미래세대에게 부채를 지는 것임을 되새겨야 한다. 자원은 지구의 자산이지 소수의 돈 있는 사람들의 자산이 아니다. 개념 있는 지구인이 되려면 ‘플라스틱 프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플라스틱 프리’란 플라스틱이 없는 삶을 뜻한다. 단지 플라스틱 프리만을 외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목표와 이를 행동으로 옮길 의지도 필요하다. 한두 사람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마을이나 학교처럼 공동체가 함께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면 변화는 한 발 더 빨라질 것이다. 플라스틱이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되어 순환할 수 있는 착한 자원이 될 때 비로소 지구는 지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