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호연 저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야, <목요일 살인 클럽>
최근 들어서, 정년 은퇴 후 노년기의 삶을 즐겁고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실버타운 등과 같은 입주 시설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 개인적인 삶 자체를 중요시하는 요즘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버타운에서 살고 있는 네 명의 노인들이 여러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 이 소설에 담겨져 있다. 먼저 엘리자베스와 페니가 목요일 살인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그 다음에 이브라힘과 론이 합류했다. 그런데 페니의 병세가 짙어져 치료소인 윌로우스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빈자리를 간호사 출신의 조이스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네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목요일 살인 클럽은 매주 실버타운 퍼즐실에 모여 사건들을 분석하고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영국 출신의 방송 프로듀서, 텔레비전 진행자인 저자는 이 시리즈로 작가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기존 형사나 탐정이 아닌 네 명의 노인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을 싫어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조이스, 이브라힘, 론 이 네 명의 캐릭터가 너무 개성이 넘쳐서 무척 매력적이었다. 먼저 정보기관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신되는 엘리자베스는 매우 추진력이 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도발하기도 하고 허점을 찾아내 공격하기도 하는 역할이다. 그 다음 조이스는 순진하고 귀여워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매우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이브라힘은 회원들 가운데 가장 신중한 편이고, 론은 행동파 스타일이다. 이렇게 각자의 성격과 행동 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서 오히려 그런 조합이 독자에게 흥미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문을 여는 이 소설에서는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이언 벤섬과 그의 심부름꾼인 토니 커런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이는 연쇄 살인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론의 아들이자 복서인 제이슨이 과거 토니와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양상이 더욱 복잡해진다. 작가는 몇 가지 힌트와 용의자들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독자들에게 제공하면서 두뇌싸움을 벌인다. 처음에는 수사 권한이 없는 네 명의 실버타운 노인들이 어떻게 이 살인사건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쌓은 경력과 인간관계 그리고 연륜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이들의 방식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설득해나간다. 그동안 비슷한 스릴러와 미스터리 작품에 질린 독자라면 기분 전환 겸 이 시리지를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자극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흐름은 그렇게 급박하게 흐르지 않는다. 이 제목은 한 실버타운에 같이 살고 있는 네 명의 노인들이 목요일마다 퍼즐실에 모이는 모임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다. 그들이 모여서 하는 것은 여느 다른 노인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미제 살인사건의 해결을 찾는다. 독특하다. 경찰도 풀지 못한 그런 사건을 자신들이 해결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고 명성에 걸맞게 이 목요일 살인클럽은 살인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경찰을 배치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서 뼈를 감식하고 어느 정도의 대충 그 뼈의 신원을 알아낸다. 일반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나이는 지났다.
308p
독특한 설정이라서 꽤 오랫동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경찰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무대뽀 정신이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게 했고 네 명의 노인들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돌아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화자가 누구인지 살짝 헷갈렸으며 노인들이 주요 등장인물이 되었을 때 살인사건과 맞물리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는 그러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뒷표지에는 이 범죄소설이 연애소설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분명 살인사건은 일어나지만 그것도 두 건이나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사건을 꼭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노인들의 소꼽장난처럼 보이니 말이다.
기대하면 언제나 실망이 큰 법이었다. 그것은 이 책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재미있다는 평들이 이어졌지만 살짝 내 취향은 아니었달까.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식의 접근이 더 재미날 지도 모르고 살인사건이 나오는 범죄소설을 읽어보고 싶지만 무서워서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훌륭한 접근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단 한 사람의 평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의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듯이 말이다.
이 목요일 살인 클럽은 무려 플롯만 110개 정도에 육박한다. 그만큼 이야기가 굉장히 천천히 흘러간다. 따라서 처음 부분은 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30페이지 정도 읽고 다시 40 페이지 정도 읽으면 마치 산비탄길의 경사면을 따라 굴러가는 돌을 구경하듯 나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추리 소설 같지만 애정 소설 같기도 한 한 편의 따뜻한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