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웬다 본드 저/권도희 역
《기묘한 이야기》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이번 이야기는 '어둠의 날'이에요.
처음부터 범죄 사건으로 시작될 거라고 짐작했는데, 의외였어요. 모든 것이 마무리된 7년 후,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요.
1984년 12월 26일, 인디애나주 호킨스 마을, 제임스 호퍼는 딸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새라가 아니라 입양한 그의 딸, 법적으로 가족이 된 아이, 제인 호퍼(일레븐, 엘)... 끔찍한 과거를 잊을 수야 없지만 엘 덕분에 호퍼는 오늘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다시 한 번 딸을 키우면서 새로운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호킨스 마을에 돌아와 산지 7년째, 마음속 절망과 스스로에게 품은 증오에 빠져있던 호퍼가 엘을 입양한 올해부터 달라졌어요. 크리스마스 파티는 끝났고, 호퍼와 단둘이 남은 엘이 지루해보였어요. 그래서 호퍼는 지루한 건 안전한 것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은 질문으로 이어지니까 질문도 좋은 거라는 말해줬어요. 그러자 엘은 호퍼에게 질문했어요. 왜 경찰이 되었냐고, 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냐고... 잠시 머뭇거리는 호퍼에게 엘은 뉴욕 얘기를 물었어요. 아빠가 된 호퍼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엘의 요청을 마다할 수 없어서, 호퍼는 1977년 7월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 거예요.
"호킨스 마을 경찰서장이 되기 전, 나는 뉴욕시 경찰이었어. 강력팀 형사였지."
"...1977년 여름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25p)
주인공 호퍼를 보면서 '영웅'에 대해 생각했어요.
역사 속 영웅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시대의 영웅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내고, 폭우속에 갇힌 사람을 구출한 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웃사람들이었어요. 소방관이나 경찰처럼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우리에겐 영웅이에요. 선량한 시민의 행동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했고, 세상을 구원했어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말이죠.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세상이 곧 멸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쁜 것들이 넘쳐나고 있어요. 소설 속 '어둠의 날'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여전히 진행형, 악의 무리들은 결코 사라진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이 세상이 완전히 어둠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숨어 있는 영웅들의 활약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본인이 영웅인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걸요.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다가오는 거라고,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요. 엘과 호퍼가 가족이 되었다는 건 충분히 멋진 시작인 것 같아요. 가슴 졸이며 듣지 않아도 되는, 결말을 아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경찰이 되는 건 위험한 일인데 나는 경찰이 되고 싶었어. 왜 나는 그런 위험한 일을 하고 싶었을까?"
그러자 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음료수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대답을 기다리는 엘의 태도는 한층 차분하고 침착해져 있었다.
물론 엘을 당황하게 만든 건 위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위험에 대한 엘의 이런 반응은 성장 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얘기를 통해 엘은 사람들이 때로는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엘은 배우고 있어.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어."
"그래, 내 직업은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그게 위험한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나는 사람들을 돕고, 보호하고 싶어서 경찰이 됐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거든. 좋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원하면 좋은 일을 할 수가 있어. 그러다 약간 위험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말이야. 내가 경찰이 되고 싶었던 건 그래서였어. 위험을 다룰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고 싶어서."
(164-165p)
넷플릭스의 영향 때문인지, 방영 중인 작품의 원작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티브이와 친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넷플릭스를 보지 않기도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는 게 편하다고 할까? 영상을 먼저 보게 되면 상상이 굳어버리는 느낌인지라, 웬만하면 원작을 먼저 접하는 편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책의 띠지의 글을 보니, 시즌 4까지 나온 작품인데, 이 작품은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프리퀄이라고 한다. 시간 순서대로라면, 이 작품을 먼저 읽은 후 시즌 1부터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기묘한 이야기를 시청했다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텐데, 내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책을 읽은 후 궁금해서 찾아보니, 주인공인 짐 호퍼의 이미지가 좀 달랐다. 책 속에는 열심 있는 경찰이었는데, 현재는 게으른 경찰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 같다.)
책 속의 이야기는 두 개의 시점이 교차로 등장한다. 현재는 1984년 12월 26일이다. 호킨스 마을 경찰서장인 제임스(짐) 호퍼는 세라 호퍼(엘, 일레븐)를 입양한다. 우연히 호퍼의 물건을 살펴보다 이상한 상자 두 개를 발견한다. 하나는 베트남, 하나는 뉴욕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상자 안에 담겨있는 물건이 무엇인 지 궁금했던 엘은 호퍼에게 물어보게 되고 그렇게 그는 1977년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1977년 그는 뉴욕시 강력팀에 소속된 형사였다. 6살 된 딸 세라 호퍼와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 다이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과거 그는 베트남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향이 아닌 뉴욕에 살고 있다. 외지인이지만 능력 있고 승진도 빠른 그인지라 강력팀원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 퇴직한 형사 대신 그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배정된다. 놀랍게도 여성 파트너였다. 로사리오 델가도 형사였다. 그녀는 9명의 여형사 중 하나로, 뉴욕시 강력팀에 처음 배정된 여형사였다. 당시 분위기는 강력팀은 남성 형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을 때인지라(1984년도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한다. 호퍼와 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델가도를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지라 오히려 호퍼는 델가도가 반가웠다. 그들에게 맡겨진 사건은 괴이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되었을 당시 호퍼는 아내와 딸과 함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점쟁이는 그에게 어둠과 거대한 구름, 검은 뱀과 같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소리에 정색하는 호퍼. 사실 그녀는 점쟁이가 아니라 리사 사지슨이라는 이름의 심리상담사였다. 진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앞으로의 이야기 속에서 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된다. (결국 그녀가 호퍼에게 예언한 것은 호퍼가 겪은 일의 복선이 된다.) 기분이 상한 채로 파티를 마치고 돌아온 호퍼에게 델가도가 사건을 알린다. 앞 전의 시신들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된 세 번째 시신 역시 상처들을 칼로 그어서 오각별로 연결해 둔 형태가 눈에 띄었다. 조사 중이긴 하지만, 호퍼와 델가도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갑자기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뭔가 이상하다. 도대체 왜 갑자기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박을 넣는 것일까? 하지만 포기할 호퍼와 델가도가 아니다. 자료까지 압수당한 상황에서 비밀리에 수사를 이어나가게 되고 수사를 하다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그 단서가 갱단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잡임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도입부에 시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참 빠져들 즈음에 갑자기 현재로 돌아오는 센스! 가 책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묘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1977년 이야기에 등장하는 새라나 다이앤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엘을 왜 입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진다. 프리퀄을 봤으니 이제는 본편을 찾아봐야겠다. 이 둘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하다.
저자 애덤 크리스토퍼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로 데뷔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SF 판타지계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이후 로봇 레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물을 발표했다.
또한 스타워즈 40주년 기념 작품집 필진으로 참여하고, 드라마와 비디오 게임 소설을 집필하였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 작가이다.
이번 소설 『기묘한 이야기 : 어둠의 날』 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두번 째 공식 소설이다.
첫 번째 소설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이 독자에게 몰입감을 주는 스토리이다.
이야기는 1984년 제임스 호퍼가 최근에 입양한 딸 엘과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시직된다.
서로를 더 잘 알고자 하지만 아직은 조금 서먹한 관계이다.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 무료해 진 엘이 '베트남'이라는 상자와 '뉴욕'이라 쓰여진 상자를 가져온다.
베트남의 이야기는 구석에 밀어두고 뉴욕에서 있었던 과거를 회상한다.
실제 사건은 1977년 여름에 발생하고 1984년을 교대로 오가면서 진행된다.
호퍼는 인디애나주 호킨스에서 태어나 베트남 전쟁에 2회 참전하고 전쟁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다가 제대를 한다.
다시 경찰로 새출발을 하고 뉴욕으로 이주하게 된 호퍼와 아내 다이앤, 딸 새라와 단란하게 살아간다.
경찰 강력계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오각형 별 모양으로 칼에 찔린 사건으로 기이한 문양을 발견하고 3번째로 살인이 일어나면서 연쇄살인사건으로 인식한다.
파트너 로사리오 델가도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던 중 팀장에게 조사 중단 지시를 받았으나 의문을 가지고 은밀하게
알아보게 된다.
희생자의 집에서 발견한 정부 기밀 문서를 발견한 호퍼.
그리고 곧바로 사라진 파일과 '바이퍼스'라는 단어가 단서이다.
조사 중 만난 리로리와 함께 강력한 갱단 조직에서 리로리의 누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초반부에 등장한 딸 새라와 함께 초대받은 생일 파티에서 만난 신비한 여인 리사 사지슨의 비밀은 무엇인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흥미진진하다.
그 와중에 연방요원에게 협박과 강요도 받게 된다.
델로이가 리사를 만나 심리상담사이지만 미래를 보는 역할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긴박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물로는 어떻게 표현될 지 기대된다.
실제 영상물로 만나보면 조금 잔인한 장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