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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 | 교양인 | 2022년 8월 24일 한줄평 총점 10.0 (1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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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영화를 볼 때 특정 부분에 깊게 ‘꽂힌다’.
그리고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 ‘꽂힌’ 부분을 통해 나 자신을 알 수 있고,
그 부분에 나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다고 믿는다.”

어떤 영화는 영원히 몸에 각인된다.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아도 또렷이 떠오르는 한 장면, 온몸을 들썩이며 울게 만든 대사,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배우의 얼굴, 내 인생의 영화와 나를 망치러 온 나의 드라마. 정희진의 영화 비평은 작품 자체가 아닌 영화를 보는 자신을 향해 있다. 텍스트 안팎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깊은 공감의 이유를 탐색해 간다. 동일시할 수 없는 순간마저도 그 이질감의 정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이 책은 영화를 보는 나를 보고, 영화를 해석하는 나를 쓰고, 나의 관점을 구성하는 당대의 현실에 질문을 던지는 독창적 영화 비평서다. “나는 언제나 나만의 부분적 시각이 독창적 글쓰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 이 책은 영화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나의 글쓰기 레시피 공개서다.”

정희진에게 우주 재난 SF 영화 〈그래비티〉는 우울증 환자의 치유기이고,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작전명 발키리〉는 정치철학의 고전 『리바이어던』에 대한 최고의 해제다.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엄마의 대사(“정신을 차리자”)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약자의 자기 주문(呪文)으로 치환된다. 저자만의 고유한 경험과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피고인〉의 조디 포스터와 〈화양연화〉의 양조위는 온전히 겹쳐지고, 〈설국열차〉와 〈부산행〉의 결말은 데칼코마니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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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내가 쓴 것이 나다
1장 갈증의 언어 “언어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공부는 생존이다 _우리는 매일매일
젠더와 ‘제 정신’ _비밀은 없다
세상의 모든 숫자 _암수살인
피해를 공유하는 윤리 _스톱
내 영화를 망친 그들의 연대 _‘제이슨 본’이라는 남자
위치성과 지성 _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2장 통증의 위치 “나는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가”
우울과 중력 _그래비티
사랑과 사랑한다는 주장 _밀리언 달러 베이비
외로움, 나는 말하고 싶다 _피고인, 화양연화
관객의 경험 _우리들의 블루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_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인간의 조건에 맞는 바람직한 사회 _나라야마 부시코
글쓰기와 자아 _소셜포비아
3장 타자의 목소리, 나의 목소리 “다름은 진실을 해체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_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국가라는 ‘몸’ _작전명 발키리
기차 밖의 타자는 희망인가? _설국열차, 부산행, 스테이션 에이전트
우리 안의 식민성 _미스터 션샤인, 청연
모든 연대는 정의인가 _기억의 전쟁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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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정희진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서평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서평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출판사 리뷰

영화에 대해 쓰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나 역시 내 인생의 영화가 있고, 영원히 각인되는 장면이 있다. 내 인생의 영화는 바뀌는 편이지만, 한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영화를 볼 때 어느 지점에 착목하는가에 관해 말한다. 처음 영화를 볼 때 이런 관점으로 보겠다고 작정하고 보는 경우는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내가 “이 영화를 이렇게 봤구나” 하고 어렴풋이 되새기고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 쓰는 과정에서 조금 더 윤곽이 드러난다. …… 영화의 주장은 감독이나 다른 관객 혹은 평론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한다. 각자가 정한 그 생각들이 모여 바람직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 ‘머리말’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의 경험, 위치, 동일시한 부분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면
영화보다 더한 나의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4권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비평가 정희진이 영화와 드라마라는 텍스트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치열하게 써 내려간 18편의 글을 담고 있다. 논쟁적인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기억의 전쟁〉에서부터 천만 영화 〈부산행〉 2022년 화제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모든 영화와 드라마는 정희진을 거쳐 ‘나’에 대한 글쓰기로 재구성된다.

정희진에게 영화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영역’이자 ‘삶의 방도’다. 개인이 결코 다 알 수 없는 드넓은 현실을 비록 일부일지라도 영화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상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할 때에만 무엇을 모르는지 가늠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앎의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영화나 드라마 자체의 내용보다 감상자의 위치와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키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에 살아 숨 쉬며 책 전체를 지배한다.

영화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현실보다 더 현실을 정확하고 넓게 드러낸다. 영화의 힘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르는 현실을 알 수 있는 강력한 매체 중의 하나다. 그래서 영화 감상이나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영역이요, 삶의 방도다. - 26쪽

“글쓰기 과정이 ‘공개되는’ 글,
필자의 사고방식을 독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쓰인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정희진은 영화 비평을 비롯해 ‘독창적’ 글쓰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부분적 관점(partial perspective)이라고 말한다. 부분적 관점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똑같이 ‘여럿 중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입장의 정치학을 분명히 하면서 인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실천”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화에 대해 쓰며 여성주의, 마르크스주의, 생태주의, 탈식민주의 등 자신을 이루는 정체성,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자신을 있는 힘껏 설명할 때 타인과의 의미 있는 대화도 가능하다고 저자는 믿는다.

독창성은 벼랑 끝이라는 맥락, 부분적 관점에서만 가능하다. 부분적 관점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지배적인 객관성 개념에 나의 목소리를 보내고 조율하고 틈새를 내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 - 21쪽

1장 갈증의 언어
“언어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1장에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두드러지는 영화 비평들을 모았다. 가부장제의 논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의 자기 분열적 텍스트 〈비밀은 없다〉, 피해와 피해자에게 공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암수살인〉과 〈스톱〉,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문제적 감독’ 김기덕과 할리우드 미투 운동에 ‘연루된’ 배우들을 향한 날카로운 비평들이 흥미롭게 서술된다.

2장 통증의 위치
“나는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가”

2장에는 우울과 외로움을 비롯한 몸의 통증을 사유하는 글들을 실었다. 정희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드러내는 장면을 결코 놓치지 않는 관객이다. 〈피고인〉에서 성폭력을 당한 조디 포스터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과 〈화양연화〉 속 ‘유명한’ 앙코르와트 장면을 통해, 저자는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털어놓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종류의 ‘외로움’에 대해 깊이 사유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정희진에게 ‘내 인생 치유 영화’다. 정희진은 우울증 증상을 무중력 상태에 빗대 영화 속 우주 공간을 새롭게 창조해 나간다. 이외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먀 부시코〉 등 거장의 명작들이 그만의 독창적 시선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한다.

3장 ‘타자의 목소리, 나의 목소리
“다름은 진실을 해체한다”

마지막 3장에는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을 성찰하는 다소 ‘무거운’ 비평들을 실었다. 일본 사회의 그늘을 비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만행을 증언하는 〈기억의 전쟁〉이 한국인의 잘못을 반성하는 ‘착한 텍스트’로만 읽히는 것이 왜 두려운 일인지, 일제 강점기 한국인 최초 여성 비행사 박경원을 다룬 〈청연〉을 ‘친일’ 영화로 낙인찍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흔히 비장애인의 몸으로 비유되곤 하는 ‘정상 국가’의 모습을 〈작전명 발키리〉가 어떻게 전복하는지, 통렬하고 담대한 저자의 물음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종이책 회원 리뷰 (12건)

구매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S*n | 2023.06.23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게 되는 정희진 선생님의 책이다 :) 이번에는 영화 평론에 관한 내용인가 싶어 섣불리 짐작해 구매를 망설이다 미리보기로 조금 읽어보고 구매를 했다. 영화에 관한 내용이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영화가 나를 통과한 뒤 그와 관련된 나의 이야기 같다. 믿고 읽는 선생님의 글이라 기대가 된다. 책의 디자인도 꾸준해서 모아서 꽂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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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타자의 목소리, 나의 목소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3.03.19

 일본 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관련 만화는 좀 봤다. 저자의 소개대로 그는 상황이나 인물을 대상화하지 않고 껴안는다. 자식들과 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보니 추억 하나가 되감긴다. 스무살에 결혼해 큰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동갑내기 부부는 맞바람으로 가정을 깬다. 부모 사이에서 동요하며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아이, 아니 내 첫 제자 이야기다.

 많이 애정했고 책임과 지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돌아섰다. 불우한 환경과 과거에 묶여 재능을 소진하며 망가뜨리는 삶을 지켜보기 힘들었다. 이후 제자들에게 일정거리를 똑같이 두고 지냈다. 모든 부분에서 첫단추 끼기가 참 어렵고 그에 따른 충격은 오래 간다. “얼룩진 마음은 기억에서 잊힐지언정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김연수 재인용 190).”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이십대에 타국에 나가 빡세게 고생해 자기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다들 고개를 젓는다. 가훈 하면 된다의 영향인 것도 같고(나중에 봄 같은 마음, 가을 같은 정신으로 바꿨는데 애써 꾸며 별로^^), 십오년 이상 아프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어쩌면 집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떠나는 기차 영화는 대체로 환영. 그런데 다음 문구에 급 서글퍼짐. “단 하나의 목소리와 단 하나의 노선으로 / 정해진 시간에 떠나야 하는 기차보다 / 더 슬픈 게 있을까? / 그 어떤 것들도 이보다는 더 슬프지 않다(‘기차는 슬프다’)”

 

 (죽음의) 그림자가 내 삶의 번잡스러움과 욕심, 고통을 잊게 한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영원하고도 편안한 잠이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기대하지 않으면, 삶도 행복하지 않다. 죽음만이 희망이다. (191)

==> 자식이 있는 친구는 죽음에 대해 입장이 다를 거라 생각했다. 큰딸로서 느끼는 은근한 부담을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며, ()식에 초연하다고 해 놀랐다. 드러나는 성향은 분명 다른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교감 지점들이 있다.

 

 일본 사회는 기호sign만 있을 뿐 실제 말의 의미(본심, 속내), 이른바 혼네’(本音)를 알기 어려운 사회라는 뜻이다... 

 저출생, 자살, 우울증, 초고령화, 빈집 증가, 고실업, 프리터(여러 알바 병행)의 등장... 최근에는 인간 자체를 리셋하는 (프랑스식) 자발적 실종인 인간 증발까지... 일본의 계급 세습과 상상을 초월한 경쟁주의>, <학벌 사회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부분이다. 북한은 정권 세습이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다...

 영토나 국민 개념은 가정해서 상정한 것(‘상상의 공동체’)이지 실제가 아니다. (194; 196-197; 201)

==> 전에도 말한 적 있듯이 2000년대 초에 대학원을 다니며 데카르트의 몸과 정신의 이분법을 깨는 전복적인 힘을 누렸다. 그럼에도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말하는 국가의 몸을 섭렵하진 못했다. 주위에서 일본인은 흔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뒷말에 뒤통수를 맞는 일이 잦다고들 한다.

 일본은 천황제와 전통적인 가족주의, 그리고 영국과 동격화하는 섬나라의 제국 야망과 포부를 지녔다. 심지어 셀프 오리엔탈리즘으로 적극적으로 자국의 문화를 상품화하고 신비화해왔다. 자민당이 독재하고 가업을 잇는 계급 국가에게 이번에 윤석열은 대체 무엇을 바치고 온 걸까. 선거자금 답례? 의원내각제 추진? 종군위안부 국가 보상 파기?

 

 <보훈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빚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국가주의에도달하지 못한 (애석한) 사회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존경이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나라... 한국사회는 윤리적이지 않다. 윤리적인 국가는 보훈에 충실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경의를 표하는 일은 공동체 유지와 후세대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다. (204-205)

 자국의 범죄에 대해 (개별적) 사과와 반성을 멈추지 않는 (독일)사람들. 인류가 국민이기 전에 인간인 이유다. (207)

 ‘상이용사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 한국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 더 잘사는 것이 유일한 가치인 나라다. (213-214)

 이 시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약자가 사는 방식이 되었다. 인사불성 상태에서 부끄러움 없는 사람의 활기는 그 자체로 흉기다. 한마디로 지금 이곳은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217)

==> “공간이 의식 지배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용산을 점령하고 총리처럼 지내는 윤통의 불길한 큰그림이 퍼뜩 날개를 펼친다. ,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암울한 그림자여. 기회주의자들이 한국 사회의 부정의를 재생산하고 있다. 재현의 주체에게 마이크를 넘겨야 하는데 비민주적으로 개입하고 끼어들어 대상화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소비한다.

 

 나는 위에 적은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4.3이나 5.18, 군 위안부 문제 등 한국 현대사의 격통을 인식하는 일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쉽지 않은 직면이다. 더구나 우리가 유례없는(?) 가해자였던 베트남전의 실상에 다가가는 작업은, <외세에 대한 피해 의식에 시달려 왔던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고 누구나 이 과정에서 길을 잃기 쉬운 법이다. (233)

 전쟁처럼 비공식적 기억과 국가의 기록이 다른 인생사가 또 있을까. (237)

==>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국가 경제의 유착은 알려져 있다. 일본의 한국 기생 관광과 베트남으로의 섹스 투어’, 그리고 한국군의 문제는 식민지 남성성의 폭력과 맞물려 사안이 복잡해진다. 민주 정부 이후 한국 사회의 양심과 책임 정치가 추구되었고 K-민주화 마크를 얻었다지만, 다시 정권을 넘기고 말았다. 시기적절하게 주목을 받은 베트남 문학 전쟁의 슬픔은 국제정치학에서 타인의 고통으로 쓰고 치워져선 안 된다. 전쟁 현장에 대한 구체성과 당사자성이 매우 빛나는 작품이다.

 

 구한말의 공포와 혼란, 식민지,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를 지배하는 주된 문화는 피해의식이다. 이 피해 의식은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를 변주해왔다. 서구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추격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극단적 반공, 반일, 반미 의식의 근원이었다. <부국강병정상 국가 건설은 진보와 보수를 불문한 강박이었고, 기후 위기로 지구가 몰두할 이 상황에서도 그러하다. (전지구적) 팬데믹 시대에도 (전근대적인) 근대 국가의 정상성을 꿈꾸고 있다...

 최근 ‘K-’로 상징되는 문화적, 경제적 아류 제국주의는 공식적으로는 우월 의식이지만,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 내부 개인의 일상은 피해 의식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각자도생의 생활환경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양심과 협상하며 일상을 산다. (239-240)

==> 윤 정부가 들어서고 다섯번째 외유를 마쳤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목적과 방향과 민심을 잃은 친일 극우 대변자의 모습이었다. ()먹는 데만 진심인 눈꼴 시린 정부를 어찌할꼬. 저자의 말처럼 한일관계는 군 위안부가 거의 전부다.대의를 위해 헌신한 윤리적 존재를 등한시하는 민족에게는 정의와 기억이 온전히 자리할 수 없다. 수요집회와 나눔의 집과 소녀상을 일타삼피로 날렸던 보수 언론의 음모.

 윤미향 사태는 정쟁을 둘러싸고 많은 뒷거래가 오고갔음을 함축한다. 자선 시민단체에 대한 후원과 자율성이 의심과 추궁을 받고, 공권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패러다임으로 군홧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안타깝게도 지식인과 시민 사회 인사들이 아무리 당사자들을 도우려 애써도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의 절벽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대단히 의식 있는 것처럼 장소를 랜드마크화하여 다크 투어리즘을 찍어내고 역사적 취지를 오염시킨다.

 윤 의원의 1심 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온 뒤 새삼 이용수 님의 폭로를 다시 보게 된다. 저자의 제안대로 양심과 저항의 연대가 무..건 옳은지 묻게 된다. “일본은 우리의 그늘진 근대임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고, 돈이 흘러가는 곳에 양심과 윤리에 위배하는 부패 권력이 꼬인다.

 

 한국 사회가 일본에 진정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군 위안부 운동의 청중은 누구인가. 일본의 우익을 대상으로 하는 군위안부 운동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청중이 한국 사회,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식민적) 저항은 우리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것이지, 피해자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 아니다... 성역화되어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사회운동이 아직까지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국가는 (대체) 무엇인가 (이게 나라냐)...

 필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를 알고, 차이를 인정하는 기억의 경합이다. 피해사건이 나의 일상이 아닌 이상, 기억 투쟁은 가능하지 않다... ((당사자성과 부분성을 강조함))

 탈식민주의 이론가 호미 바바의 말을 빌리면 기억(re/member)은 사지가 재조합되는 환골탈태의 과정이다. (245-248)

 상황에 개입된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보호하고자 진심을 말하지 않는 한편, 누가 자기 자신을 읽으려고 하면 상대가 마음에 드는 가장 위쪽 상태(테두리)만 드러내고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의식의 수풀 안에 감춘다. ((애나 번스의 말 응용))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무엇을 몰랐던가, 무엇을 숨겼는가를 아는 실마리를 잡기 때문이다... 두려운 실마리다. (249)

==> ‘자기 위치성에 근거하여 대화를 나누는 연습~.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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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3.03.19

 개인의 노력보다 시대적 조건이 여성의 삶을 좌우했다. 아무리 행복의 의미를 재해석한다고 해도 여성들의 삶이 이전 시대보다 나은상황임은 분명하다...

 내 삶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다른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생각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니, 내 주변이 다시 보인다... 현실의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어려운처지인 사람들과 상부상조, 상호 의존하는 것이다. (157-159)

 

 자연을 대상으로 한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은 천벌을 받을 일이다... 자연의 관점에서 자연의 일부분일 뿐 인간의 바람직한 삶을 보여준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하고 대상화하고 이용하는 행위를 문명이라고 한다. 이는 망상이다. 실제 우리는 자연에 빌붙은작은 존재일 뿐이다. 팬데믹은 지구의 경고이며, 지속될 것이다... 약육강식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지구에는 어떤 생물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162-164)

 

 지금 한국 정부의 무지로 인해 엉뚱한 곳에 저출생 예산을 퍼붓고 있다. 가장 확실한 답은 수도권 분산으로 인구 소멸지역을 줄이는 것이다...

 국민을 총알 받이’, 병사, 소비자, 생산적인 노동자로 동원하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하는 공동체에서 출생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168-169)

==> 근대에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치렀던 출산 장려(신화)를 보수 정권마다 변이 형태로 반복한다. 인간과 자연(생명)AI(기술)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시선이 소름 끼친다. 사월 모임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기로 했다(재재재독ㅋ). 그리고 전쟁 판타지를 깨는 5도살장을 읽은 친구는 넘 마음이 아파 커트 보니것의 소설을 더는 못 보겠다고 했다. ‘고양이 요람과 소설집 세상이 잠든 동안은 또 다르게 매력적인데^^.

 

 매일 새로운/끔찍한/기발한 용어와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고통스러운 언어다...

 누군가가 몇 년 이상의 노력과 노동, 비용을 기울인 저작에 대해... <댓글 테러로 그 텍스트들이 평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그런 힘이 있다면 디스토피아(전체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형태의 (변질된 평등에 근거한) ‘자아실현이 만연한 사회라면 공동체는 무너질 것이다...

 <똑같은 평등>. 이것이 역설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가 허용되는 이유다... 억울하면 너도 혐오 발화를 하라는 식이다... (또한) 모두 같은 페미니즘이라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위계를 결정하는 요소는 단 한 가지다. 강한 멘털. 사회성과 타인, 인간관계를 무시하는 정신 승리, 어떤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강심장, 거침없는 뻔뻔함, 누가 더 가 세고 거짓말을 잘하는가이다. 혐오 발화의 능력도 바로 이 무신경함에 달려 있다.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루저가 된다... 슬프리만치 끔찍한 비인간적 발언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찬양하는 극한의 비윤리성에서만 가능하다...

 이때 승패는 키보드 속도와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모욕을 줄 수 있는 능력, 꼬투리 잡기, 열 받아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자기 통치자로서 개인의 힘은 막강해졌지만, 사회적 자아는 모두 자본에 종속되었다. 각자도생 시대의 개인의 자유는 통치 원리인 힘센(비윤리적인) 개인의 등장이며, 결국 개인과 공동체 모두를 파괴한다...

 누구나 판관, 감별사, 평론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영화(‘소셜포비아’) 대사 그대로 에고는 강한데 그 에고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사람. 타인을 비난하는 데 익숙하지만, 자신이 욕먹는 건(코멘트를 받는 건) 절대 견딜 수 없는 사람... SNS에서 글쓰기는 자본의 입장에서 너무나 손쉽고 이익이 막대한 돈줄이자 중우(우매한 대중) 정치(에 악용된). 키보드 사용자의 노동과 시간은 고스란히 구글이나 삼성이 가져가지만,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우리의 영혼을 바친다... SNS에서 글쓰기(헤비유저)... 자기선전, 자기주장, 자기도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 조작을 넘어 자기 망상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숱하다(172; 177-181)

==> 네덜란드의 선플 문화와 영국의 악플 처벌 조항과 규제가 진심으로 부럽다. 게임중독이나 혐오 발화는 인간성 타락의 문제가 아니라 실업 문제라는 접근이 날카롭다. “부작용에 대한 무시는 해결이 아니다(180).”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을 대놓고 외치는 윤석열의 검사 독재정권에서 극우 세력과 위장 진보가 점점 더 파렴치하게 기승을 부릴 거다

 저자는 평등과 민주주의를 왜곡하며 온라인상에서 가해지는 폭력 공세를 조목조목 조명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양심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괴물들의 여론전과 자기 만능감 도취와 어그로 끌기 등에 법적 제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관음증과 노출증에 저항하는 진정한 자아 찾기와 균형 잡기를 위한 작전 구사력’, 즉 오프라인 글쓰기의 병행을 저자는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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