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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얼굴

이슬아 | 위고 | 2023년 2월 20일 한줄평 총점 9.6 (18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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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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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_나의 얼굴에서 너의 얼굴로,
주어를 확장하고 변주해가는 이슬아 작가의 첫 칼럼집


『날씨와 얼굴』은 이슬아 작가가 지난 2년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쓰고,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은 책이다. “얼굴을 가진 우리는 가속화될 기후위기 앞에서 모두 운명공동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기후위기의 다양한 모습 뒤편에 그동안 인간이 외면해온 수많은 얼굴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 시대가 외면해온 반갑고 애처로운 얼굴들을 불러낸다. 때로 그것은 ‘나’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된 동물과 택배 노동자와 장애인과 이주여성의 얼굴 들이다.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의 앞뒤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는 저자는 분명 어떤 얼굴들은 충분히 말해지지 않으며 그들에 대해 말하려면 특정 방향으로 힘이 기우는 세계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슬아 작가의 다짐이기도 하다. 중요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누락된 목소리를 정확하게 옮겨 적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배운 저항의 방식임을 곱씹는다.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여러 사람에게 묻고 여러 책을 참조하고 부지런히 자료를 조사하며 이 책을 완성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 마음에 걸리는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1부 동물에 대해 잊어버린 것

우리는 혼자 먹지 않는다
미래를 말하고 싶다면
이토록 구체적인 고기
다시 차리는 식탁
목숨을 세는 방식
동물어가 번역되는 상상
어떤 시국선언
가짜 해법에 속지 말 것

2부 나 아닌 얼굴들

한여름의 택배 노동자
우리 사랑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하지 않으리
이주여성이 마이크를 들었다
눈 밝은 어느 독자를 생각하며
인터뷰하는 마음
깊게 듣는 사람
슬픔을 모르는 수장들
누구나 반드시 소수자가 된다
서로 다른 운동이 만나는 순간
당연하지 않은 부모
납작하지 않은 고통
가릴 수 없는 말들

3부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의 목록

쓰레기로 이루어진 언덕과 바다에서
산불을 바라보며
어떤 멸종
몸을 씻으며 하는 생각
최초의 해방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는 여자들
결코 절망하지 않을 친구들에게

에필로그: 더 많이 보는 눈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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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슬아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잡지사 기자, 누드 모델,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단편소설 <상인들>로 데뷔 후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수필, 칼럼, 서평, 인터뷰,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언제나 외부의 플랫폼으로부터 청탁을 받아야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슬아는 2018년 봄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한 달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잡지사 기자, 누드 모델,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단편소설 <상인들>로 데뷔 후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수필, 칼럼, 서평, 인터뷰,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언제나 외부의 플랫폼으로부터 청탁을 받아야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슬아는 2018년 봄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한 달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재를 쉰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한 편에 오백 원인 셈이다.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기획한 이 셀프 연재는 절찬리에 진행되며 출판계에 ‘문학 직거래’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심신 단련』 『부지런한 사랑』 『아무튼, 노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새 마음으로』 『창작과 농담』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서간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소설 『가녀장의 시대』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_“가속화될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 모두는 운명공동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가


이슬아의 언어를 통과하면 중요하고 절박함에도 먼 곳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에 지나지 않던 문제들이 어느새 내 옆자리에 바싹 다가와 앉는 간절한 문제가 된다. 오래되고 익숙해져 환기력을 잃은 대상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아름다운 것들은 더욱 새롭게 아름다워지고 슬픈 것들은 새삼 더 슬퍼진다. 축산업과 낙농업의 시스템에 갇혀 매대에 놓인 고기 상품에 지나지 않게 된 공장식 축산 동물들, 한여름 수없이 화물차를 오르내리는 택배 노동자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하는 장애인들, 긴 세월 부지런히 하늘길을 오가며 자신들의 삶의 원리에 충실하였으나 이제는 끊기고 막힌 길 앞에서 서서히 멸종을 맞을 운명에 놓인 기러기들….

『날씨와 얼굴』은 우리 삶을 지탱하지만 의도적으로 지워진 얼굴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그 길의 곳곳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얼마나 굉장한 개인인지, 얼마나 더 용감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는 저자가 글쓰기 수업에서도 늘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던 짓을 그만두기로 할 때 만들어질 커다란 정서를 그는 부푼 마음으로 상상한다.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도 무탈히 흘러가는 인간 동물의 생애, 그것이 이슬아 작가가 꿈꾸는 앞으로의 날들이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사회의 수많은 고통 앞에서 윤리적 귀가 되기 위해 이슬아 작가는 조심스럽게 언어를 구성해간다”면서 “주목받지 못하는 얼굴들에 하나하나 조명을 비추며 우리가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하는 이 언어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권한다. 이슬아 작가는 같은 꿈을 꾸자고 독자를 초대하며 말하고 있다. 나에게 없는 지혜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종이책 회원 리뷰 (10건)

구매 포토리뷰 우리들의 자화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제**전 | 2023.09.05


 

최근 YES24에서 ‘2023년 젊은 작가 투표가 있었다. 나도 동참했다. 그 경기에서 이슬아 작가는 토끼였다. 우리가 아는 토끼처럼 중간에 자지 않았다. 줄곧 1위를 달려 그냥 우승해 버렸다. 거북이가 등장할 틈이 없었다.

우리도 인생에서 어떻게든 수많은 경기에 참가한다, 자의든 타의든. 그렇다고 우승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말 드물다, 내 경우에서는. 우승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

책을 내 앞에 놓은 지 오늘이 2,791일이 되었다. 햇수로 계산해보니 8년째다. 작년보다 더디긴 하지만 올해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작년과 올해 읽는 책의 양도,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동일한 조건이 있다.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올해도 이슬아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내가 보는 이슬아 작가의 장점이다. 복잡하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솔직하다. 그냥 가볍게, 콕 찍어서, 진심을 담은, 뜻 있는 마음을 건넨다.

 

날씨와 얼굴, 기후 위기란 주먹을 맞은 지구에 난 멍 자국에 대한 이야기다.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특별히 인간에 주목한다. 원인과 해결책을 같이 안고 있는 이중적 얼굴이 인간에겐 존재하므로.

인간에겐 각자의 얼굴이 있고, 각자의 인생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삶은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필수이고 운명이다. 지금, 운명 공동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다.

수많은 날씨들이 모여 기후를 이루는데, 날씨라는 부품들이 엉망이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니, 기후라는 장비도 삐걱거리며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유도 있고, 잘못도 있고, 피해도 있다.

가해자는 떠들어 대는데, 피해자들은 충분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착취와 차별 속에 은폐된 이 시대의 얼굴들이다. 그들이 겪는 고통의 날씨와 힘듦의 생활이 작가의 입으로 노출된다. 노출은 저항이고, 저항의 방식은 글이다. 그녀는 글쓰기를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수단 중 하나라고 단언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글들이 이 책에 모여 있다. 우리에겐 그 글을 듣는 윤리적 귀가 필요하다.

 

연결이 화두다. 기후는 날씨와 연결되고, 날씨는 자연과 연결되고, 자연은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 연결고리를 끊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 인간이다. 그런 인간에게 자연은 경고를 해왔다. 경고를 무시한 인간은 보복을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 기후전쟁이다.

자의든 타의든 인간들이 외면한 얼굴들이 있다. 착취와 차별 속에 은폐된 이 시대의 얼굴들이다. 소외된 인간, 비인간적 존재, 그리고 자연이다. 그들이 겪는 고통의 날씨와 힘듦의 생활로 인한 일그러진 표정들이 만든 결과가 지금의 지구의 멍 자국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멍 자국들을 보살필 얼굴도 필요하고, 피해로 인해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얼굴들이 있다. 이슬아 작가의 책에서 다양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 멍 자국이 공장식 축산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곳에는 착취와 폭력만 있고, 기후 위기를 이 세상에 선물한 장본인 중 하나다. 이 문제 앞에는 시스템주의자(책임을 넘기는 사람)와 의인(행동하는 사람)이 서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갈팡질팡한다. 작가는 의인 쪽으로 다가간다. 큰마음으로 저항(비거니즘/veganism)을 선택하고 비건(Vegan)이 되었다.

비건이 된 그녀의 소망은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도 무탈하게 흘러가는 인간동물의 생애다.

 

공장식 축산 외에도 인간은 지구에 벌여 놓은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들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벅차다. 어쩌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직시하는 눈과 해결하려는 얼굴들이 필요하다. 미래를 살피는 얼굴이고, 자각과 반성의 얼굴이다.

 

우리의 현재를 실감하는 얼굴도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고기들이 동물임을 실감하는 얼굴이기도이다.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전염병과 살처분은 무분별한 육식(공장식 축산)의 결과이자 과정이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대신 우리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책임감은 나로 인해 무엇인가 변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식탁에는 존엄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 존엄의 얼굴과 몸이 합쳐져야 진짜 살아있음이다. 살아있음은 매일 새로워진 나를 경험하는 과정이다. 존엄의 얼굴엔 타인을 긍정하는 존엄과 틀린 가능성을 나에게 두는 내탓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살아있다. 살아있는 존엄의 얼굴로만 고기를 먹는다에 은폐되어 있는 동물들의 탄생, 고통, 죽음을 볼 수 있다. ‘고기에는 동물이 부재하다.’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종차별적 단어들이 있다. 인간에게 쓰는 을 동물에게 붙여보는 것, 물고기 대신 물살이을 쓰는 것도 존엄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동물심 번역기라는 말도 안 되는 시도를 보았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실패가 아니다. ‘더 나은 실패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쪽 눈은 과거에, 다른 쪽 눈은 미래에 두는 얼굴이다. 머리와 입의 중간에 마음을 둔 자의 얼굴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상상의 얼굴을 떠올렸다.

 

인간은 죽일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감하지 않으면 이 책을 덮는 게 낫다.

이 세계에는 죽인 힘으로 만든 거대한 동물산업이 존재하고, 우리는 소비자이며 구경꾼이다. 코로나시대를 초래한 것도 결국 우리 인간들이다. 많은 인간들은 구경꾼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지양해야할 얼굴이다. 거기에는 욕망과 남 탓과 방관의 표정만 있기 때문이다.

구경꾼의 얼굴만 있는 게 아니다. ‘대변자의 얼굴있다. 그들은 어차피최소한를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다. 구경꾼들은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대변자들은 그래도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대변자들의 얼굴에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소망이 담겨있다. 그 소망은 탈성장, 탈개발, 탈육식, 그리고 탈인간중심주의를 포함한다.

지금 우리에겐 타자적 관점이 필요하다. 인간이라는 단일 관점에 갇혀 있지 않는 유동적 지성이 필요하다. 작가는 나는 더 이상 죽인 힘으로 살고 싶지 않다. 살린 힘으로 살고 싶다라는 말로 본인의 표정을 대변한다.

 

2023년 여름 더위가 역대급 이라고 한다. 기후위기가 만든 재앙 중 하나다. 더위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더위에 민감한 얼굴이 있다. 노동자의 얼굴이다. 노동자의 표정이 유독 찌푸려지는 곳이 물류센터다. 사람이 아닌 물건에 최적화된 장소다. 그 곳에서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노동자가 무시된다. 기본을 지켜지지 않는 건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곳을 운영하는 기업은 상대가 두려워야만 겨우 존중하는 법을 배운 자들이다.

우리라도 택배상자에서 내 더위보다 극심한 더위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얼굴을 상상하고 그들을 위해 움직일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은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곳에 사랑으로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족의 얼굴이다. “우리 사랑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하지 않으리.“라는 키츠의 시처럼 그들은 슬픔과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사랑의 놀라운 힘으로 그렇게 너를 위한 나의 변신을 해내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사람은 허무하지 않다. 허무하지 않는 그들의 얼굴을 응원한다.

 

한국에 사는 이주 여성의 얼굴은 사회적 약자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는 외로움, 슬픔, 노동(장시간, 고강도), 경제권, 가정폭력이라는 주름살들이 깊이 패여 있다. 그들은 제국주의, 가족주의,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구조에서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가능을 딛고 자신을 일방적으로 가르쳤던 어제의 한국 사회와 결별을 선언한다. 내일의 한국사회에 자신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세상을 보는 밝은 눈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전맹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겐 빛이란 소용없는 무엇이다. 하지만 그녀는 날씨를 만지며 감각한다. 피부로 볕을 느끼고 날씨의 흐림을 만진다. 촉촉한 바람을 감각한다. 그런 감각이 키운 마음의 눈이 그녀에게 있다. 그런 마음의 눈으로 그녀는 책을 읽는다. 정확히는 듣거나 만진다. 그러면 책의 문장들과 예의바름이 손끝으로 흘러들어 온단다. 고도로 발달한 촉각과 후각으로 울퉁불퉁한 여러 세계를 횡단한다. 그런 그녀에게서 작가는 눈 밝은 독자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

 

작가는 interviewer로서, 인터뷰의 한계를 말하며, 누군가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늘 진실에 가깝지 않다고 말한다. 항상 진실과 먼 대답이 많다고 한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정직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어떤 ‘interviewee의 얼굴을 소개한다. 그 청소부는 삶이 너무 고달팠어요.”라는 말로 끝내지 않고, “그래서 나보다 더 고달픈 사람을 생각했어요.“를 덧붙였다고 했다. 그녀에게서 고달픈 나와 고달픈 당신 사이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부지런히 오가는 강함을 보았다고 했다. 그렇다. 삶의 기적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닮고 싶은 얼굴이 있다. 깊게 듣는 사람의 얼굴이다. 경청의 풍경에는 항상 침묵의 꽃이 피기 때문이다. 피어난 침묵의 꽃에는 겸손과 존중의 향기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차별을 겪는다. 차별을 경험하는 순간엔 누구나 소수자의 얼굴이 된다. 세상이 정한 틀(사회적 신분, 정체성 등)밖의 사람이다. 차별의 목록에는 장애인, 병자, 솔로, 불임인, 종교인(어떤), 전과자, 비정규직, 학력자(어떤), 성소수자, 군면제 등이 있다.

여기에 모든 사람의 삶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차별 아래서 주눅 들고, 고통 받으면서 숨죽여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들 소수자의 얼굴에는 평등한 사회를 향한 빈틈없는 의지가 보인다.

 

사람에게 병은 운명과도 같다. 그 병 앞에서 사람은 투()병한다. 작가는 투병 대신 ()병하는 얼굴도 소개한다. 병과 싸우는 대신 다스린다나? 다스리는 것은 자기 등 뒤에 자리매김한 끈덕지고 눅눅한 괴물을 퇴치하는 마음이란다. 그 괴물에 눌려 자기 자신이 납작해지는 것을 구해내는 다스림이란다.

 

이렇듯 다르고 다양한 얼굴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 하나도 똑같지 않는 삶의 껍질들을 벗겨보면 속은 비슷하다. 부끄러운 날과 부끄럽지 않는 날의 합이다. 어려웠던 날이고, 수월했던 날의 교집합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어떤 날이든 부끄러운 일들이 있어서 부끄러움 한 점 없는 날은 몹시 희귀하다.

부끄러움을 들여다보면 쓰지 않는 게 나았을 감정과 하지 않는 게 나았을 말과 보지 않는 게 나았을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냥 두지 말자. 고칠 방법이 있다.

침묵하기, 경청하기, 몰입하기를 통해서 경건한 마음이 말과 행동을 주장하게 만들고, 절대적 긍정이 습관이 되게 만들고, 성숙한 마음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오늘을 달리면 된다. 달리다 보면 멋진 라이프 스타일이 구축될 것이다. 그런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표정과 얼굴로 자연과 비인간적 존재들 구하자는 작가의 마음을 만졌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을 더욱 더 사랑하자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나의 눈으로 들었다.

 

나에게도 지금 열심히 구축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부지런함과 변화, 감사와 나눔, 신앙, 그리고 독서다. 거기에 비인간적 존재들을 더 많이 보는 눈을 만들 생각이다.

()의 힘을 만들고 싶다. 작가는 그 힘을 가지면 더 많이 보는 사람의 황홀과 고통을, 누군가의 불안과 아름다움을, 세상에 다양한 비밀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슬아 작가에게 그 힘을 얻고 키워서 스스로를 지키고, 다 많은 걸 수호하는데 동참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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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놀랍고 아름다운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s************u | 2023.08.13
1. 크기가 비교적 작은 책인데 내용이 알차서 한참을 읽고 다시 읽었다.

2. 뭔가를 주장하는 문장도 아름답게 쓸 수 있는 작가님이 대단하다. 자기만의 톤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게 목적에 따라 또 잘 변주되는 느낌이다.

3. 읽으면서 너무나 최신 글이라고 생각하다가 어떤 글들은 21년에 쓰셨던 걸 보고 또 놀랐다. 21년도 최신이라면 최신이지만,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너무 없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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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이슬아 칼럼집 _ 날씨와 얼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구***숲 | 2023.07.16

가녀장의 시대> 소설이 인상적으로 남아서 이슬아 작가의 책들을 한 권씩 릴레이 독서를 하고 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고른 칼럼집이다. 동물을 '마리'라고 명명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긋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명'이라고 명명한다. "한국은 한 해 동안 90만여 명의 소를 도살하는 국가" (169쪽)

 

비거니즘에 대한 내용도 유용한 정보들이 된다. 건강관리하면서 시작된 채식과 차단한 음식들에는 붉은 고기가 포함되는데 식단에 넣지 않고 살아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식재료임을 알게 되었다. 대신 감자의 단백질, 콩의 단백질 채소가 가진 단백질까지도 공부하면서 식단으로 섭취하면서 지낸다. 동물복지로 키운 난각번호 1번 달걀만 삶아서 자주 먹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살처분되고 생매장되는 동물들의 권리까지도 논한다. 살처분되는 현장 노동자들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들에 대한 보고는 다른 도서들에서도 꾸준히 접한 내용이다. 돼지의 울부짖음과 피로 물든 땅과 피로 물든 강까지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시스템은 동물복지와는 무관해 보인다. 기업 우선주의가 우선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사료들을 먹고 자란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우리 식탁 위에 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마트를 가도 육류 코너는 그냥 지나친다. 생선 코너는 좋아하지만 수산물도 오염된 상황이라 소비를 제한하는 상황이다. 해산물도 서서히 식탁에서 사라진 이유에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존재한다. 지금도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리지만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주부는 수산물과 육류까지도 최대한 차단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육식.

입으로도 돈으로도 더 이상 일조하고 싶지 않았다. 164

 

 

교과서 표현이 바뀌게 된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서 알았다. 사라진 표현들과 등재된 새로운 표현들이 확연하게 대비를 이룬다. 삭제되고 배제된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반면에 두드러지고 강조된 집단은 극소수 집단이다. 극소수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위해 투표를 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놀랍지도 않았다. 지우고 채워가는 것들이 그들의 실제 모습이다. 무엇을 선호하는지도 두드러진다.

노동자와 성평등 표현도 사라질 세상을 준비하지만 결코 이 단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각 있는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며 교육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배움은 강하다. 책은 더욱 강한 힘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칼럼들을 빠짐없이 읽었다. 놓친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노력하고 누군가는 읽는 세상이다. 하나의 물결이 큰 물결이 되기에 희망을 놓지 않게 된다. 오랜 여성의 역사와 노예의 역사도 다르지가 않다. 노동자의 역사도 세계사를 간직한다. 소수자를 향하는 목소리가 다양하게 담긴 칼럼집이다. 작가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힘과 의지가 굳건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서서히 다가설수록 작가의 글에 매료된다. 응원하는 독자가 된다.

 

2025년부터는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쓰이는 표현이 바뀐다.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됐다.

자유민주주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내걸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즐겨 쓰는 '자유'란

주로 시장과 기업과 자본가와

노동시장 상층부를 장악한 사람들을 향해 있다.

노동시장의 하층부, 빈곤층,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어린이 등의 자유에 대한 무관심은

노골적일 지경이다.

'노동자'라는 말도 개정안에서 사라졌다.

'성평등'과 '성소수자'도 사라졌다.

그간의 치열한 투쟁을 지우는 변화다.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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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날씨와 얼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q | 2023.09.23

이슬아 작가님의 날씨와 얼굴 리뷰입니다.

100%페이백 이벤트를 통해서 대여 후 읽었어요.

보통 페이백 도서들도 판타지, 로맨스같은 장르소설위주로 대여하다가 너무 장르소설만 보는거같아서 오랜만에 일반도서 대여를하게됬는데 작가님의 칼럼 기사들을 엮은 책이었네요. 제목만 봤을때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읽다보니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ㅎ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거같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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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 | 2023.09.18

100% 페이백 이벤트에서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자를 접할 수 있고, 그 작품들이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 등의 다양한 장르소설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순문학, 에세이, 시, 경영서 등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책들을 포함하고 있어 그야말로 파티와도 같은 이벤트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이슬아 작가님의 칼럼을 모아 구성한 것으로, 특히 기후 변화에 따라 공포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간의 욕심과 세상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르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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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날씨와 얼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흐* | 2023.09.16

위고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슬아 작가님의 <날씨와 얼굴 (대여)>의 후기입니다. 완독 후에 작성하는 리뷰이기에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리뷰 열람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작가님의 이전 수필집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설레는 맘으로 페이백 이벤트로 대여해서 읽은 책입니다. 기후 재난이라는 위기를 같이 겪어나갈 또래의 사람으로, 참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주제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라, 한번은 읽어보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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