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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위안

마음이 요동칠 때 되뇌는 다정한 주문

김혜령 | 웨일북 | 2017년 9월 18일 한줄평 총점 0.0 (2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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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심리/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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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결정이 어려운 이들은 항상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니까 결정장애를 자처하는 이들은 우유부단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완벽주의자형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완벽한 결정을 원하는 것이다. 이 동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여러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에서는 완벽주의(perfectionism)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완전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자신을 엄격히 평가하는 성격특질’로 정의한다. 문제는 이 ‘매우 높은 기준’ 탓에 완벽주의자들은 만족하는 법이 없고 이것이 심리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39~40

‘정서 명명하기’라고도 하는 감정라벨링(affect labeling)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내가 ‘불안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언어화하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성적인 활동이다. 이름을 붙이면 감정은 본능의 영역에서 이성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이때 뇌 속에서는 사령관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과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통로가 회복된다. 전전두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면서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p.69

막막하게 다가올수록 쉽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버드대의 스리니바산 S. 필레이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저지르는 흔한 오류가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같은 범주에 밀어 넣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통나무 500개를 등에 짊어지고 있을 때는 걷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통나무를 하나씩 제거해감에 따라 불가능해 보이던 것이 조금 어려워 보이다가 점차 가능해 보이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통나무를 하나씩 내려놓는 작업이다. 아주 쉽고 작은 행동을 하나씩 해나가며 좀 더 쉬운 일로 만드는 것이다.
p.84~85

무엇인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는 사실 중립적이다. 우리가 스포츠를 즐겨 보는 것이나, 복권을 사는 것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래서 돈을 주고서라도 스포츠게임을 관람하고 경기에 참여하기도 한다. 두려운 것은 이처럼 재미의 요소가 되고 흥미를 유발한다. ‘모든 사물을 막론하고 일단 분명해지면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호기심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뻔하고 당연하고 너무나 확실한 것에는 흥미를 덜 가진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특정 사건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바로 두려움이 가장 높았던 순간이었음이 확인됐다.
p.108~109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일상의 잡념들을 잊고 몰입(flow) 상태에 이르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하기도 한다. 딱 한 권만큼만 집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가 이러한 몰입의 힘에 대해 연구해왔다. 특히 긍정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평생 ‘몰입’이라는 주제를 연구해왔는데, 몰입하는 행위가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가운데 하나는 ‘경험표본방법’이다. 사람들에게 삐삐를 나눠주고 삐삐가 울릴 때마다 현재 시각과 그때 하던 일, 그리고 심리상태를 수첩에 기록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경험을 수집하여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보다 독서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오롯이 집중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138

정서의 독립성에 대한 발견은 행복연구로 시선을 확장시킨 계기이기도 하다. 쉽게 생각해보면 며칠 굶주린 사람이 고구마 하나를 먹는 것은 불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일상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려고 하는 것은 행복의 증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가 허기짐을 달랜 이후 고구마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p.146

안정된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건 오히려 사회인 듯하다. 언제부턴가 책이나 TV에서 꿈을 좇으라고 난리다.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꿈과 성공에 대한 유명인들의 강연도 이어진다. 소위 성공이라는 이력을 내세우며 말에 힘을 싣는다. 물론 간절한 꿈을 이루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 난 특별한 꿈이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마치 누구나 대단한 꿈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방법을 대단한 비법처럼 알려주는 TV 앞에서,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ㅤ“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에는 뭐 먹지?”
p.184

사회 불안이란 특정한 사회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두려워하고 피하거나 그에 대해 불안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주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항상 인정을 받아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진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그 신념 때문에 매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에게 무관심한 사람도 있고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은 그의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A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받아들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할까 봐 초조해한다. 혹은 평가 자체에 지나친 불안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러한 A에게 필요한 건 무리한 노력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사고방식이다.
p.208~209

사랑을 유지하게 하는 특별한 요인에 대해서는 독일의 심리치료 전문의 위르크 빌리가 진행한 설문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연애감정에 몰입하는 속도가 결혼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밝히기 위해 몇 가지 설문을 벌였다. 첫눈에 반한 사람들과, 서서히 빠져드는 사람들 중 어느 쪽이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지 확인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불꽃처럼 쉽게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사랑의 만족도나 행복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사랑의 지속에 영향을 준다고 확인된 것이 있었다. 바로 ‘연민’이었다. 응답자 중 기혼자의 60%가 배우자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연민을 품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에서는 이혼율도 6%로 매우 낮았다. 연민은 사랑을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지속성에는 영향을 주었다.
p.218

개체화(individuation)는 원래 ‘분리-개별화’라는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완전한 분리가 아닌 연결과 분리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일부 연구자들이 ‘개체화’라는 용어로 변경했다. 즉, 단절이 아니라 부모와의 지지적이고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개체감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부모님에게서 완전히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양쪽 모두에게 성숙의 발판이 되는 과정이다. 그것이 우선시될 때 비로소 배우자와 건강한 관계도 맺을 수 있다. 나아가 자녀였던 우리가 부모가 될 만큼 충분히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기에 그 안에서 느낀 불안은 이유 있는 성장통이 된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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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서문
마침내 불안은 위안을 길어 올린다
Chapter 1. 자아의 불안
내 안에 아이가 있다
당신은 당신과 친합니까
결정장애를 어쩌면 좋을까
눈치보는 사람들의 힘
나에게 너그러워지기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마음이 불안할 때는 몸을 써보세요
Chapter 2. 사회의 불안
너무 평범해서 초라해질 때
세상이 그대를 불안하게 할지라도
너무 친밀해서 불편한 한국
딱 한 권만큼의 의지
‘지금, 여기’를 사는 인간
Chapter 3. 일터의 불안
주인이 될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꿈, 있어도 없어도 두려워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요
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법

Chapter 4. 사랑의 불안
사랑이란 불확실성의 결정체
혼자가 좋아야 둘이어도 좋다
너와 나의 안전거리
혼자 있을 줄 모르는 불행이라니
Chapter 5. 가족의 불안
굳이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서로에게 완벽할 수 없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
30대에 겪는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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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혜령
작가, 상담심리사, 명상 심리 전문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신과 주위 사람이 가진 마음의 어려움을 이해해보려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심리상담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쓰는 일도, 상담을 하는 일도 결국엔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2016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제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 작가, 상담심리사, 명상 심리 전문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신과 주위 사람이 가진 마음의 어려움을 이해해보려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심리상담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쓰는 일도, 상담을 하는 일도 결국엔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2016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제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How are you? 내 마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일보에서 〈2030 세상보기〉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며, 다양한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간된 저서로는 《불안이라는 위안》,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가 있다.
* brunch.co.kr/@kundera

출판사 리뷰

불안에게 말을 걸면
그것은 위안이 된다
걱정을 놓아본 적 없는 당신을 위한 생활심리학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카를 구스타프 융

살아 있는 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불안은 생존을 위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방식으로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불안이 각기 다른 강도로 존재한다. 누구나 유난히 취약한 영역, 그래서 감추고 싶은 영역이 있다. 직장에서는 그럭저럭 맡은 역할을 해내왔지만 사랑에는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연인에게는 누구보다 달콤하지만 부모형제와는 도무지 소통할 줄 몰라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떤 종류의 불안에 자주 노출되는지 이해하고 나면, 불안이 나를 위협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보살펴야 할 감정임을 알 것이다.

불안이 찾아올 때 피하지 말자.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지도 말자. 불안에게 가만히 말을 걸자. 그때 불안은 비로소 위안이 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았을 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듯이.


자아, 사회, 직장, 사랑, 가족… 불안이 없는 곳은 없다
불안을 보살피는 일은 삶을 보살피는 일


어떤 사람이 그림자가 두렵고 싫어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달아났다. 그러나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는 몸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서 아직도 자기가 느린 탓이라 생각하고 더욱 힘껏, 쉬지 않고 내달리다가 그만 힘이 다해 죽고 말았다. 장자의 <어부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불안으로부터 영원히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 나를 어둠 속에 가라앉게 만드는 감정 또한 나의 일부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똑바로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나의 그림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의 근본적인 불안에서부터 한국사회라는 공동체의 불안, 직장생활의 불안, 연애 상대와의 불안, 가족관계에서 느끼는 불안 등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의 영역을 폭넓게 다룬다. 예컨대 여럿이 점심 메뉴를 정할 때 한 번도 의견을 내본 적이 없다면 ‘결정장애’가 아니라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습관은 준비성이 철저해서가 아니라 단지 뇌가 비극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매일 내게 폭언을 퍼붓는 상사는 알고 보면 열등감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평화쿤데라’라는 필명으로 수많은 온라인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한 저자 김혜령은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 곳곳에 엉켜 있는 불안한 심리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종이책 회원 리뷰 (21건)

불안이 위안이 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0********7 | 2023.07.27
나는 불안한 인간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문제 상황이 생길 때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불안’일 때가 많다
또한 혼자서 불안할 때가 많아 나를 갉아먹을 때도 많았다.

이 책은 직장, 사회, 사랑, 가족과 같은 우리의 광범위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불안들에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실체 없이 마음 속으로만 느끼던 불안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설을 들으니, 나의 불안함은 여전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해결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만 느끼는 불안이 아니구나. 내 불안에 이러한 이유들이 있었구나. 공감받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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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구름과도 같은 마음 조각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w******2 | 2021.03.18
마음안에 둥실 떠 있는 불안이란 조각들을 이름붙여 준 책.읽는이로 하여금 흘러가는 감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만져볼 수 있게 써 내려간 작가의 따스함이 흠뻑 배어 있네요. 읽는 동안 마음길을 정돈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불안은 품고 들여다볼 수 있어야 비로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그래서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삶의 걸림돌마저도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마음의 위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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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위안의 사이_025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y | 2018.03.07

과연 불안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불안’과 ‘위안’이 나란히 쓰인 다소 모순적인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책은 자아, 사회, 일터, 사랑 그리고 가족의 불안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불안들을 들여다 본다.


가장 관심을 가졌던 첫 번째 챕터 ‘자아의 불안’에서 눈길을 끌었던 주제는 ‘내면아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면아이는 말 그대로 내 안의 아이, child within, 에 대한 언급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명씩 살고 있는 이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한다.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은 이 존재를 ‘내면아이’ ‘내면 안의 아이 child within' '신성한 아이 the divine child'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설명한다. 내면아이는 한 개인의 인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안, 겁, 자기의심으로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p.14


내면아이 치료전문가인 존 브래드쇼에 의하면 내면아이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포함한다고 한다(p.14). 저자는 긍정적인 측면을 ‘놀라운 아이’라 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상처받은 내면아이’라 설명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받은 내 속의 아이를 치유함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한 내면아이가 자아의 성찰이나 자신과의 관계설정 이외에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것은 내면아이가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불안과 우울 같은 정서적인 문제의 많은 부분이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내면아이를 숨기면 숨길수록 타인과 상처를 자주 주고받거나 고통스러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p.16


내면아이에 대한 설명 이후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과 친합니까’하고 말이다. 순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아직 나는 나 자신과 그리 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이런 망설임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진정한 자기성찰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면까지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p.25


과연 나는 내 안의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처럼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어쩌면 나는 내 속의 나를 다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굳이 바라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은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부정적 면 역시 외면하지 말고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특질 중에서 부정하고 거부한 일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표출되고 만다. 사람이 밝은 면만 있을 수가 없는 이유다. 자신의 그림자를 외면하고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우울한 기분, 육체적‧심리적 질병, 혹은 어떤 사건에 의해 자신도 미처 몰랐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p.28


이렇게 ‘자아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사회, 일터, 사랑 그리고 가족의 불안에 대해서도 우리(사회)의 상황과 문제점들은 짚어가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다양한 불안의 많은 부분이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또 내가 누군가를 만나 맺는 가족이라는 관계, 사회생활을 하며 부대끼는 사람들 그리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까지 우리는 무수한 관계 속에 살고 있으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 살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기준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되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계속해서 비추어보고 알아가는 일, 그것이 불완전한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다. p.132


프롬이 우리에게 권하는 사랑은 일치되는 것돠는 대조적으로 상대의 고유한 모습을 변질시키지 않는다. 상대의 개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함께하는 것이다..(중략)..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을 존중하는 사랑의 기술이다. p.239


항상 문제는 ‘지나친 것’에서 발생한다. 타인과 지나치게 유착된 상태는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p.286


저자는 타인을 우리의 ‘지옥(사르트르의 ’출구 없는 방‘에 나오는 표현이라 한다)’이기도 또 ‘거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결국 타인은 지옥일 수도, 거울일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타인 없이는 자신도 없다. 살아 있는 한, 혹은 ‘출구 없는 방’에서처럼 사자가 되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와 함께할 것이다. p.131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결국 먼저 나를 들여다 보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누군가와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해석해 환상을 부여하지 말고) 적정한 거리(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라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 한권을 읽었다 해서 내 안의 부정적인 불안이 처음부터 없었던 듯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내 내면의 아이는 아직 치유 받지 못해 아파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금은 찬찬히 내 속을 한번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말했듯이 ‘누워서 걱정만 하는 사람보다 무언가 행동하는 사람에게 불안은 자세를 낮출’테니 말이다(p.136).



*나에게 적용하기

‘그리스인 조르바’ 읽고, ‘바로 지금, 여기’에 대해 생각해보기(적용기한 : 3월 중)

*‘그리스인 조르바’는 많은 책들에서 인용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지금, 여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용하고 있다. 게다가 조르바가 실존인물이었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중략)..‘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고 있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세.’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pp.150-151)


깊이 있어지는 만큼 가벼워지는 것도 중요하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깊이를 더해가는 만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가벼움도 필요하다. p.151


*기억에 남는 문장

결정이 어려운 이들은 항상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니까 결정장애를 자처하는 이들은 우유부단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완벽주의자형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p.39


문제는 이 ‘매우 높은 기준’ 탓에 완벽주의자들은 만족하는 법이 없고 이것이 심리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삶의 여러 방면에서 크고 작은 만족감은 상당히 중요하다..(중략)..우울증이 완벽주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좀처럼 만족하는 법이 없으니 삶에서 쉽게 기쁨을 찾기가 힘든 것이다. pp.39-40


그러나 정답은 없다는 것만이 이 세계의 유일한 정답이다. p.43


누구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충분히 존중받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이 자명한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pp.54-55


걱정은 두려움을 마주보는 대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며 상처를 입게 한다. 문제는 이 걱정에 대처할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 때문에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해결책이 없는 걱정이나 실행이 동반되지 않는 걱정은 두려움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p.73


하버드대의 스리니바산 S. 필레이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저지르는 흔한 오류가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같은 범주에 밀어 넣는 것이다. p.84


기준점을 바깥에 찍는다면 자신의 모든 선택지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무얼 보아야 하는지,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고민하는 데서 자신만의 무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중략).."Be Yourself!" p.129


불행의 감소와 행복의 증가에 기여하는 요인들은 서로 다르다. 불행을 감소시킨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올라가지는 않는 것이다. 이를 긍정 부정 정서의 독립성이라고 한다. p.146


행복 분야의 권위자인 일리노이 대학교의 에드 디너 교수는 ‘행복은 긍정적인 정서의 강렬함이 아니라 빈도’라는 논문을 통해 행복은 강렬하게 느끼는 것보다 여러 번 자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즉 복권 당첨과 같은 한 방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자주 느끼는 것이 행복지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pp.146-147


꿈이라는 게 꼭 인생을 걸어야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중략)..꿈을 이룰 수 없는 이유들을 모아 현실을 한탄하는 구실로 만들기보다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p.180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안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실은 누추하고 꿈은 화려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안정된 삶을 살면서 가슴에는 설레는 꿈을 품고 있는 것도 멋지지 않은가. ‘이루어내야만 해!’ ‘도전해야만 해!’ ‘성취해야만 해!’라는 강박이 현실마저 누추하게 만들어버리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p.181


적에 대해 이해해보자. 남을 잘 깎아내리는 사람은 오히려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중략)..그래서 사실 공격당하는 사람보다 공격하는 사람의 자존감이 훨씬 더 문제가 많다.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열등감’이다. p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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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불안이라는 위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m*****d | 2017.11.23

누구나 불안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불안해진다. 아마도 그만큼 세상은 어려워지고 힘겨워지는 것 같다.

 

가족이 생기고 점점 미래는 힘겨워진다. 불안은 더 없이 커져간다.

불안을 없애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할 수록 어느 순간 불안은 훌쩍 자라나 있다.

그 끝없는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적응도 될만한데 그것이 또 그렇지가 않다.

 

저자는 색다른 시선을 선사한다.

불안과 친해지라고 한다.

불안은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 우리는 완벽해지려거나 자신을 숨기려고 오히려 불안으로 위장을 하는지도 모른다.

 

불안도 결국 하나의 정서이고 삶을 지탱시키는 감정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이해할 때

비로서 불안은 위안이 되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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