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나무에서 숲을 보다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저/조은영 | 소소의책 | 2018년 4월 20일 한줄평 총점 0.0 (2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24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0건)
분야
자연과학 > 과학일반
파일정보
EPUB(DRM) 71.83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 소개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선임 고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리처드 포티는 모든 생명체가 인간 못지않게 흥미로운 존재라고 믿는 자연주의자다. 멸종한 동물의 화석을 다루며 박물관에서 일생을 보낸 그가 이번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생명체를 탐구하러 자연과 인간의 공존 영역인 숲으로 향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숲을 직접 탐사·관찰하고 숲에 관련된 자료들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그는 숲의 근간을 이루는 동식물에 관한 세부 사항과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고 열정적인 동료들의 방문, 나뭇가지 사이에서 연주하는 빛의 향연, 지질학의 영향력, 그리고 숲이 역사와 건축과 산업을 형성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매 페이지마다 그는 작은 숲에 관한 상세한 연구가 어떻게 자연 세계에 대한 수많은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비교할 수 없는 발견의 기쁨에 관해 느낀 그 자신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4월
프로젝트를 시작하다|4월의 블루벨 바다|칠턴힐스와 한 점의 평화|램브리지우드, 그리고 다윈 가문과의 인연|벚꽃과 발레복|봄의 교향악단|산미나리 수프
5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첫 번째 벌목|봄 숲의 향기 전문가|시골에 살게 된 뻔뻔한 작가|숲속의 이방인, 아니 이방석|노처녀와 제라늄|고사리가 불어대는 파티 나팔|너도밤나무 술로 즐기는 봄의 풍류|들리지 않는 소리로 박쥐 이름 맞히기
6월
나방의 이름에 얽힌 사연|너도밤나무의 나이 헤아리기|몹쓸 청설모|유령, 그리고 삼각관계|숲의 지붕을 뚫고 올라가다|쐐기풀에게 복수하다­비료 만들기
7월
섬뜩했던 우중 산책|악마의 유적과 보물 금화|바람 잘 날 없는 주목|사슴과 개|햇빛 아래에서|야생 체리 잼
8월
우리 숲에는 왜 달팽이가 많지 않을까?|뿔 달린 남신|그림다이크 숲의 기원을 찾아서|시간마저 거스르는 불멸의 숲|벽돌과 수석|석기시대 체험하기
9월
황금, 그리고 완벽한 설계|저택과 도시|참나무|송로버섯|키다리 아저씨|꾀꼬리버섯 감자조림
10월
너도밤나무 열매와 군비경쟁|그레이즈 코트 사람들|버섯 갤러리|느릅나무 이야기|거미, 함정과 교활한 술수의 전문가
11월
작은 총소리와 꿩|큰 총소리와 영지 관리인|통나무 밑 암흑세계의 드라마|지구의 오한과 발작|내 취미는 노루 똥 배양
12월
서리 내린 아침|호랑가시나무와 노아의 방주|노예제도|노상강도와 턴파이크|나무 위의 공조
1월
두 번째 벌목|숲을 구한 의자|다리장이와 선반공|나무 그릇|새로운 시대를 연 기적 소리|헨리 로열 레가타|눈
2월
이끼 전문가 납시오|너도밤나무의 암흑기­최후의 1인|마지막 주문|바람아 불어라, 네 뺨이 찢어질 만큼|숯
3월
이른 봄날의 횡재|사람의 땅|딱정벌레|숲의 미래|모든 작은 생명체에게 보내는 사과의 말씀|다시 시작|완성된 호기심 상자
감사의 말|옮긴이의 말|주|일러스트 목록|찾아보기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리처드 포티 (Richard Fortey)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로 30년 넘게 삼엽충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저서로는 『화석: 과거로 가는 열쇠』,『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1993년에 '올해의 자연과학 책'으로 선정된 『숨겨진 경관』, 론플랑상 후보에 오른 『생명 : 40억 년의 비밀』, 삼엽충을 본격적으로 소개해 새뮤얼 존슨상 후보에 오른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런던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다. 2002년에 브리스톨 대학교 고등과학연구소의 과학기술 대중화 담당 콜리어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3년에는 과학 저술 분야에서 이룬 공로로 루이스 록펠러 대학교가 수여하는 토머스 상...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로 30년 넘게 삼엽충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저서로는 『화석: 과거로 가는 열쇠』,『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1993년에 '올해의 자연과학 책'으로 선정된 『숨겨진 경관』, 론플랑상 후보에 오른 『생명 : 40억 년의 비밀』, 삼엽충을 본격적으로 소개해 새뮤얼 존슨상 후보에 오른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런던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다. 2002년에 브리스톨 대학교 고등과학연구소의 과학기술 대중화 담당 콜리어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3년에는 과학 저술 분야에서 이룬 공로로 루이스 록펠러 대학교가 수여하는 토머스 상을 수상했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역 : 조은영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어려운 과학책을 쉽게, 쉬운 과학책을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상한 몸 박물관》 《암컷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생명의 태피스트리》 《식물을 위한 변론》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새들의 방식》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어려운 과학책을 쉽게, 쉬운 과학책을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상한 몸 박물관》 《암컷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생명의 태피스트리》 《식물을 위한 변론》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새들의 방식》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 리처드 포티가 담아낸,
숲의 일상과 인간의 역사!

작은 숲에서 1년간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와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끊임없이 이어온 역사의 페이지를 따라가는 이 책은 어떤 문학 작품보다도 낭만적이며, 과학책보다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 매혹적이고 생생하다. 제한된 공간에서 다층화된 삶의 놀라운 초상화가 펼쳐진다. <뉴욕 타임스>
★ 이 책은 독특한 호기심과 꼼꼼한 관찰, 그리고 깊이 있는 연구가 잘 어우러진 포티의 멋진 놀이터다. <월스트리트 저널>
★ 놀라운 과학 지식, 강렬한 호기심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숲과 같은 풍요로움과 다양성으로 분출된다. <가디언>

살아 있는 시간의 박물관을 누비며 사실적이고 간결하게 써 내려간
리처드 포티의 그림다이크 숲 프로젝트
“이 작은 숲에서 나는 1년간 관찰하고 기록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선임 고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리처드 포티는 모든 생명체가 인간 못지않게 흥미로운 존재라고 믿는 자연주의자다. 멸종한 동물의 화석을 다루며 박물관에서 일생을 보낸 그가 이번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생명체를 탐구하러 자연과 인간의 공존 영역인 숲으로 향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숲을 직접 탐사·관찰하고 숲에 관련된 자료들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그는 숲의 근간을 이루는 동식물에 관한 세부 사항과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고 열정적인 동료들의 방문, 나뭇가지 사이에서 연주하는 빛의 향연, 지질학의 영향력, 그리고 숲이 역사와 건축과 산업을 형성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매 페이지마다 그는 작은 숲에 관한 상세한 연구가 어떻게 자연 세계에 대한 수많은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비교할 수 없는 발견의 기쁨에 관해 느낀 그 자신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해온 과학자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유명한 리처드 포티는 박물관에서 은퇴한 후 5,000평짜리 너도밤나무-블루벨 숲을 구매했다. 그러면서 곧 자신이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작은 가죽 수첩에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곧 숲의 바이오그래피가 되었다. 이 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세계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숲과 인간이 오늘날까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과거에 숲은 필연적으로 상업과 시장이라는 더 넓은 세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고대의 장원(莊園)은 수 세기에 걸쳐 숲의 운명을 결정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숲의 모습도 달라졌다. 오늘날에는 숲이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자원이라기보다 매혹적인 배경이나 좋은 경치로서의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무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참나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무통이나 수레바퀴를 만드는 이들에게 참나무는 반드시 필요한 재료였다. 배를 만들 때도 선장실을 떠받치는 힘과 화려한 장식이 동시에 가능한 자재는 참나무뿐이었다. 참나무는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었으며 신뢰와 인내의 미덕이 가득한 나무였다. 그러한 황금기가 끝난 이후에 참나무는 문학적으로 신격화했지만, 더 이상 수익을 내는 자원으로서의 효용 가치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늙은 참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포티는 이 책에서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함께 다루기 위해 2,000년 이상 된 고고학적 유적을 찾고 각종 나무 가구부터 천막용 나무못 제작에 이르기까지 숲의 오랜 변천사를 공부해야 했다. 또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옛 물건들과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추적한다. 자신의 숲에서 벤 나무로 그릇과 수집품 보관함을 만들기도 하고 숯 제조 과정을 체험한다. 숲속 나무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사적 사건을 목격하고 어떤 밀담을 엿들었으며, 나무 밑에는 누가 숨어 있었을지도 상상한다. 숲 모서리를 따라 길게 뻗은 배수로에서 태곳적에 만들어진 유구(遺構)의 고고학 탐사를 시도하고 숲이 인간에게 정신적 영감뿐 아니라 신체적 포만감까지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본다.
이렇듯 꼼꼼하게, 그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보아 넘기지 못하는 포티는 이 책에서 과학자 특유의 기질에다 문학적 재능을 한껏 드러낸다. 때론 시니컬한 투로 말하지만 숲속에서 구할 수 있는 버섯과 열매, 나물 등으로 자신만의 조리법을 조곤조곤 알려주기도 한다. 이끼, 지의류, 풀, 곤충 등을 채집하고 너도밤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주목 등 숲에 있는 나무도 모조리 조사한다. 달빛이 비치는 밤에는 나방을 잡고, 낮에는 포충망을 들고 각다귀를 잡으며 이곳저곳을 쫓아다닌다. 썩은 통나무를 들춰내어 부식 과정을 살피고, 나무딸기 덤불마다 밑을 쑤시고 찌르고 냄새 맡는다. 숲의 점토로 타일을 만들고 석영 자갈을 녹여 초록색 유리를 만든다. 그는 자신의 숲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숲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또는 숲과 인연이 닿았던 이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불러낸다.

노과학자의 호기심과 열정이 자연과 어우러져
작지만 소중하고 신비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다!
“어쩌면 나는 다시 한 번 소년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과학자에서 작은 숲의 주인이 된 리처드 포티. 그는 자신의 숲에 서식하는 생물 종의 목록을 완성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그 시작은 햇살이 닿는 얕은 토양에서 봄꽃이 온기와 빛을 한껏 받아들이는 4월이다. 블루벨이 무리 지어 예쁜 치맛단으로 너도밤나무 숲 바닥을 바꿔놓고, 양벚나무는 숲 꼭대기에서 백색 꽃의 향연을 펼친다. 새들은 짝을 찾아 숲 전체에 갑자기 노래를 쏟아놓는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린 5월의 숲에서는 등대풀이 독특한 꽃을 피운다. 이 식물처럼 불쑥 나타난 작가와 철학자, 그리고 매혹적이고 선명한 붉은색 꽃을 피우는 미스스테이플턴에 얽힌 이야기는 봄의 풍류와도 같이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둠이 내린 6월에는 그 모습도 제각각, 사연도 복잡한 나방들이 불빛에 이끌려 포획되고 숲의 하늘이 푸른 잎으로 뒤덮이기 전에 희망으로 가득 찬 너도밤나무 모종들이 낙엽 더미 여기저기서 싹을 틔운다. 너도밤나무에 상처를 입히는 청설모는 이즈음 활개를 치고, 영국에서 가장 희귀한 식물인 유령란에 얽힌 우여곡절은 숲을 샅샅이 뒤져보게끔 유혹한다. 7월의 숲속은 햇빛이 닿지 않아 어둡고 침울하다. 비록 고대의 원시림에 대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주목이 수수께끼 같은 시대를 기억할지도 모르고, 나무딸기 덤불을 넘어가는 사슴을 보며 시대에 따라 달리했을 숲속 포유류의 운명을 떠올린다. 천둥과 번개가 지나간 8월에는 버섯이 고개를 내밀고 시간마저 거스르는 나무들의 성장 경쟁이 치열해진다. 숲 토양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줄 타일과 벽돌, 그리고 백악층에서 캐낸 수석이 이전 시대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돌이켜본다.
황금빛을 띤 9월의 햇살 아래서 삶의 마지막에 이른 야생화들은 작은 씨앗을 퍼뜨린다. 인접한 저택과 도시는 숲과 강을 이용해 성장해왔고 그중 나무는 지역 경제에 꼭 필요한 일부였다. 이 무렵이면 땅속에서 귀한 송로버섯도 찾아낼 수 있고 공중에서 색종이처럼 날리는 각다귀들을 채집해 관찰할 수 있다. 10월에는 너도밤나무 열매가 쏟아진다. 숲 전체에서 폭발하는 각양각색의 버섯들을 탐사할 수 있고 기하학자의 지시를 받은 듯한 거미들이 마지막 사냥을 위해 열심히 집을 짓는 시기다. 서리가 내리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11월, 숲을 중심으로 변화해온 인간의 세월을 반추하고 썩은 통나무 밑에 숨겨진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숲속에서 주운 노루 똥을 배양하며 그 안에서 생겨나 변화하는 생명체의 신비한 모습도 조사한다.
잔가지마다 얼음이 돋아나는 12월에는 호랑가시나무로 지팡이를 만든다. 18~19세기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숲을 착취했고, 열악한 도로 환경으로 인해 숲은 노상강도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벌거벗은 나무에 옷을 입히는 지의류는 보이지 않는 변화가 다가온다고 경고하는 영원한 파수꾼과도 같다. 1월에는 벌목한 벚나무로 수집품 보관함을 만들 셈이다. 그러면서 한때 숲에서 목재 작업을 했을 톱질꾼, 의자장이, 선반공 등의 고달팠을 하루하루도 상상해본다. 이후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어 철길이 놓이고 도시 인근의 강에서 조정 경기가 열리면서 숲도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숲속 나무들이 겨울잠에 빠져 있는 2월에는 이끼 도감을 들고 선태류를 찾아나선다. 숲에서 발견한 맥주병에서 지난 시절의 군상을 읽고, 오랫동안 강한 화력을 제공해왔을 숯도 만들어본다. 어느덧 숲속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3월, 겨울잠쥐의 둥지를 발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딱정벌레 이야기를 덧붙인다. 앞으로도 숲은 계속 관리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는 그 나름대로 모두 소중한 존재라고 확신한다.

순수한 과학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뛰어넘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내가 쓴 숲의 시는 낭만적이면서도 과학적이다!”

이 책은 단순한 숲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관찰이나 사고의 영역에 머물지도 않는다. 저자인 리처드 포티는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알 수 없는 숲속의 것들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그 기록은 더없이 꼼꼼하고 대충 흘려버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자신이 무심코 지나치는 숲이나 공원, 또는 썩어가는 나무둥치 아래에 이렇게나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른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분자 수준의 균류도 우리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그들만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이 책의 무대는 영국 런던 인근의 작은 숲 그림다이크다. 이곳에서 저자는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때론 과학자의 눈으로, 때론 열네 살 소년의 호기심으로. 관련 자료와 문헌을 뒤지고 그것을 동정할 때에는 어림짐작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꼭 확인받는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세하게 기록하고 정리한다. 이에 덧붙여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생각,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숲의 특징적 풍경을 묘사할 때에는 문학 작가로 변신한다. 숲에서 구한 식재료로 술도 담그고 독특한 향도 내고 잼도 만든다.
그런데 같은 생물 종이라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서로 다른 종인데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책에 나오는 동식물과 균류는 통상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정부 관련 웹사이트에서 사용된 이름을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한국어 명칭이 없는 경우에는 영어 명칭으로 표기하고 명칭이 불명확한 동식물과 균류는 라틴어 학명을 달고 이탤릭체로 표기했다. 참고로, 웹사이트 ‘http://www.british-birdsongs.uk’에 들어가 이 책에 나오는 새의 학명을 검색하면 그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지구의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숲도 사라질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사실 인간도 자연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이며, 이 지구의 지배자로 언제까지 군림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유기체는 인간만큼이나 흥미로운 존재이고, 관찰자보다 결코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두려워지고 자연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리처드 포티의 즐겁고도 기쁨이 묻어나는 숲 생활 이야기에서 자연과 인간의 미래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4건)

나무에서 숲을 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c******6 | 2018.05.31

2006년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선임 고생물학자 자리를 은퇴한 이 책의 저자 리처드 포티는 책 날개를 펼치면 드러나는 무수한 업적을 가진 고생물학자다. 그런 그가 평생 몸 담았던 박물관에서 은퇴하며 멸종한 동물의 화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식물과 함께 하기 위하여 찰턴힐스에 있는 나무들이 넓게 펼쳐진 깊은 숲, 그림다이크 숲을 구입한다.

그렇게 이 책 <나무에서 숲을 보다>는 출간이라는 순간을 맞을 시작점을 찍었다.

이 숲은 존 스튜어트 밀이 '이 숲은 나라의 위대한 아름다움이다'라고 표현한 바로 그 작은 너도밤나무-블루벨 숲이라고한다.

리처드 포티는 그가 평생 동안 쌓은 과학적 지식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그 숲을 이루는 아주 작은 것들에서부터 그 속에서 튼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까지 단순히 그곳의 위치적 조건인 영국의 작은 시골 풍경이라는 것에 국한시키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과 동식물들이 어떻게 어울려 지내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숲은 단순히 나무를 품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물론 숲을 보면 나무가 있고, 그 나무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다보면 그로인해 그들이 이루는 숲속의 다양한 식물들과 그리고 그 숲과 나무를 삶의 근원지로 삼고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무에서 숲을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나뭇가지를 감싸고 있는 지의류들과 이끼들, 그리고 그 나무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곤충들과 새들. 또 이 나무가 이룬 숲을 보금자리로 살아가는 설치류들과 사슴들.

이렇게 숲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인간 못지 않게 치열하게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리처드 포터는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 못지 않게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런 숲에서 관찰되는 모든 것들이 단순한 생물학적 접근에서 밝혀지는 어떤 사실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까지 확장하여 사고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친절하게도 그는 그의 숲을 월별도 구분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그가 이끄는 손길을 따라 그의 숲에 도착하고, 그리고 그가 가리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 자세히 살펴보기만하면 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그와 함께 벚꽃으로 가득한 숲도 만나게 되고, 제라늄의 아름다운 색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만나고 싶지않은 거미와 조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4월 봄을 시작으로 1년을 온전히 돌아 마지막 3월까지 우리는 책 속에서 그가 너무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매력에 푹 빠져있는 그림다이크 숲을 활보하게 된다.


가끔 주말이면 집 근처의 숲속 나들이길을 가족과 함께 걷는다. 그리 깊지 않은 숲이지만 숲속에서 느끼는 그 속에서의 느낌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와는 너무도 다르다. 불과 2,30분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닿는 가까운 숲인데도 말이다.

깊고 짙은 숲을 한참을 걷고 있는 느낌을 물씬 느끼게 될 자연친화적인 책이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숲은 어제 보았던 그 풍경 그대로인 적이 없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짱*맘 | 2018.05.30

숲은 어제 보았던 그 풍경 그대로인 적이 없다.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 그러니 화석을 연구하는 리차드 포티가 그림다이크라는 자신의 숲을 소유하면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별별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다이크 숲과 관련된 아주 작은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얼핏 생각하기에 잡다하겠다 싶겠지만 학자라 그런가 전문성이라는 무게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숲의 생성연대 쫓으면서 숲에 얽힌 인간의 역사도 하나하나 들쳐내고 있다. 철기시대 이전에 그림다이크 숲이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가설을 흥미있게 진술하면서 이 땅에 로마인이 들어오면서 이 땅에 문화가 싹트고 건축물이 생기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하는 과정을 수다가 아니라 인문, 역사적 식견을 가지고 들려주고 있으니 작가가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숲에 있는 생물들에게 관한 이야기가 얼마나 세세할지 상상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받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연상하며 카슨의 문학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덩달아 기대했다. 그것과는 좀 달랐지만 리처드 포티 역시 그림다이크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이곳을 애정을 가지고 관찰했기에 그의 생각과 느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포티가 소유한 그림다이크숲은 약 5천평 정도가 된다. 숲의 규모로 보면 그리 큰 것 같지 않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척 섬세하면서도 스펙타클하다. 숲이 빚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포티가 자기 숲에 대한 애정을 가지지 않았으면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지 모른다. 꽃을 좋아하고 숲은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있는 숲의 비밀들이 백화점 진열대 상품처럼 펼쳐진다. 견물생심처럼 포티가 전하는 그림다이크 숲의 잉글리시블부벨바다에 대한 동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수종인 너도밤나무를 당장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다. 작가도 말하고 있지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호랑가시나무도 보고 싶어진다. 아울러 어릴적 깨금나무라고 불렀던 개암나무의 열매도 먹어보고 싶어진다.

 

개암나무 한 그루가 먹여살리는 무척추 동물이 250종이나 된다고 한다. 너도밤나무 한 그루는 500종의 무척추 동물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만큼 그림다이크 숲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의 균형을 이루며 생존한다. 모기의 한 종류인 각다귀를 관찰하면서 저자는 지구상의 모든 종은 자기만의 일대기와 살아남기 위한 생존도구, 그리고 흥미로운 비밀을 가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숲을 관찰하고 숲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로 그들만의 생존도구와 비밀을 알아내는 흥미로운 일임이 분명하고 이 야기를 전해듣는 독자에게도 그 비밀을 알아내는 작업에 겁 없이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자아내게 한다.

 

그림다이크 숲이 농지로 개간될뻔한 위기를 몇차례 겪지만 숲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그러니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살아남았고 이 숲은 여러 수종으로 천이하거나 목재를 필요로하는 주인들에 의해 가꾸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숲이 단순히 관상용으로 또는 정서적 필요에만 국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산업과 생활에 활용한 영국인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주목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 등 각 목재가 건축과 수레바퀴 술통 등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전해주고 있다.

 

그림다이크 숲에서 생산되는 산미나리, 야생 체리, 꾀꼬리 버섯 등을 재료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숲을 그저 호기심으로만 보지 않게 한다. 작가가 송로버섯을 우연찮게 발견한 대목에서는 산이 주는 귀한 약재나 버섯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준다.

 

작가의 말처럼 숲은 생물종다양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그리 탐탁하지 않다.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정교한 협업, 아니면 신성한 계획에서 숲은 이루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숲은 각 생물이 적응한 대로 복잡하게 엮어낸 한 폭이 직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어제 보아던 숲이 오늘에 내일에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보다 더 많이 숲을 보기 위해 허리를 숙이게 될 것이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도감이 넉넉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두고두고 읽고 싶은,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포토리뷰 나무에서 숲을 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김*철 | 2018.05.25

"나무에서 숲을 보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자신만의 좁은 한계에서 벗어나길 싫어하며, 그저 익숙한 뉴런의 경로 속에서 생각이 굳어가는 줄은 모르고 편견과 선입견이 주는 (그릇된) 쾌감 속에서 점점 자기만족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의 편협한 견문 안에서 매사를 판단하다 일을 그르치며, 인간이라는 종족 역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매몰된 끝에 자신을 낳아 준 자연을 경시하고 심지어는 파괴하기 일쑤입니다. 푸른 색채를 가득 머금은 식물,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가 없다면, 이 연약한 종이 어디 단 한 순간인들 생존을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해서, 우리들은 숲은커녕 나무에조차 참된 응시, 진정성 있는 시선을 못 주는 어리석은 존재일 뿐입니다.

이 책 저자 리처드 포티는 우리 한국 독자들에게도 꽤 이름이 눈에 익은 분입니다. 삼엽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으로 독자들에게 이미 열띤 호응을 얻었으며, 고생물학자로서의 업적이 경력의 본체이신 분이지요. 요즘은 "빅 히스토리"로 역사의 더 큰 얼개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분주하고, 그 훨씬 이전부터 자연만의 독립된 역사(이른바 자연사[自然史])를 기초 놓은 후 인간사와의 너른 관점에서의 통합적 관점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제법 멀리 거슬러 올라갑니다(특히 같은 저자의 책 <런던 자연사 박물관>도 읽어 보실 만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저자분처럼, 자연과 생물 일반의 아득한 기원을 더 오래 관조해 오신 전문가, 지성인이라야, 오히려 인간 문명사에도 더 적확하고 공정한, 또 유익한 통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연이 부과하는 험난한 시련을 이겨내고 이처럼 정교하며 풍성한 문명을 건설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긴 하나, 그 부작용이 너무도 심각하여 이제 거의 종족 운명 종착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엄습하는 요즘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역사만 놓고 보면, "대왕(~the great)"라는 칭호를 받은 이가 단 한 사람밖에 없는데 바로 그가 알프레드 대왕(849~899)이라고 합니다. "물푸레나무의 수피(樹皮)는 성장하면서 기괴하게 주름진 파충류의 피부와 유독 닮는다.(p153)" 가지가 죽은 후에도 수피를 떨구지 않아 골프공 크기의 검은 콩버섯이 박혀 있다고 하는데, 이를 "알프레드 왕의 케이크"라고 부른다고 하는군요. 이 재미있는 이름의 기원을 정확히 알려면, 본문(의 역주)에도 소개된 "알프레드 왕이 케이크를 태운 일화"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그 바로 앞 페이지에는 애설레드 2세가 옥스퍼드에서 모든 데인인을 태워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나오죠. 제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리처드 포티 박사님의 책은 인문역사와 자연사가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된 서술로 가득하다는 것,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 구수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 어느덧 인문과 도의, 책임감 등까지 함께 전해진다는 점이 독보적입니다.


이렇게 유명하시고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분이라고 해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정말 뜻깊은 프로젝트 하나를 출범시켜 보려 해도 이를 감당할 재원(財源)이 언제나 적시에 마련되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단, 2011년 운 좋게도(포티 박사님 말고도, 이처럼 우리 독자들에게 역시), 다큐멘터리 방영으로부터 나온 수익금에 기대어 박사님 부부(그 부인 되시는 재클린 포티(Jacqueline Fortey) 여사 역시, 전작들에 자주 성함이 등장하기에 우리가 잘 압니다)는 칠턴힐스에 숲을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위 문단에서 옥스포드를 언급한 대목을 구태여 인용한 건, 바로 이 칠턴힐스(Chiltern Hills)가 옥스포드셔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2012 April부터 월 단위로 이어지는 사적(私的, 혹은 史的?) 일지이기도 합니다.

"우리 숲은 여느 숲처럼 교회에 십일조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원 저는 이 문장이 현재시제로 되어 있어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포티 박사님 특유의 유머인 듯. 아니 "여느 숲과 달리"도 아니고 뭐하러 당연한 소리를...). 동아시아에서도 일정 시기까지는 토지 중 사원(절)에 조세를 바치게 한 곳도 있고, 잉글랜드 역시 명색이 에피스코팔이 영국 국교회(하긴 지금도 이름은 여전합니다만)이던 시절엔 경작자의 신교(信敎) 여부에 무관하게 이런 의무를 지곤 했었죠. ("소유권과 책무가 묘한 형태로 짜깁기되었다." - p26)

인접한 램브리지우드에서 포티 박사님은 인적으로 얽히고설킨 별의별 인연들을 일일이 확인합니다(또 되풀이되지만, 이 책이야말로 자연사와 인문사의 아름다운 혼재, 조합이란 거죠). 준남작(baronet) 토머스 에라스무스 경과의 교분, 그리고 무려 찰스 다윈의 손녀 노라 다윈과의 만남 등이 이 숲을 고리로 이어질 때는, 거참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아니면 이 탁월한 지성과 자상한 마음가짐을 지닌 분에게만은 그러하지(좁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했습니다. 에라스무스라는 이름(물론 그 중세 철학자 말고)은 찰스 다윈의 먼 선조 중에도 있고, 우리는 박사님의 전작 중에서 새라 다윈이란 분(또다른 직계 후손)을 만난 적도 있죠.

개인 일지 성격도 겸하다 보니 이 책에는 친근하게 Andrew라는 퍼스트네임만으로 불리는 인물도 둘 나옵니다. 한 분은 p78의, 부인 클레어와 함께 나오는 패드모어 씨이며, 다른 한 분은 p331에서 포티 박사님에게 숯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준 앤드류 호킨스 씨입니다. 자연 친화의 삶을 펴 나가는 중 저자는 따로 문명(다분히 환경파괴적인)의 도움을 입지 않고 이것저것 자체 역량으로(마치 우리가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구경하듯) 헤쳐나가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 숲, 또한 그 속에 둥지 틀고 사는 무수히 많은 생물, 무생물들과 함께 교감합니다. 이 과정이 다 생생한, "너희가 자연을 아느냐?" 처럼 독자들에게 던지는 가르침입니다.

"물푸레나무를 위그드라실처럼 불멸의 나무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왜림작업이다. 물푸레나무의 줄기를 통째로 베어내면 잘라낸 밑동에서 움이 트고 새로 나무줄기가 자라기 때문에 무한히 재생시킬 수 있다." 그 바로 앞페이지에는 17세기 작가(이자, 이 책처럼 알찬 개인 기록으로 영국 문학계에 큰 기여를 남긴) 존 에블린의 <실바>를 인용하여 물푸레나무의 가치를 다시 환기합니다("실바(silva)"는 라틴어로 "숲"이란 의미이죠). 여기서 말하는 왜림(矮林) 작업이란 "맹아갱신"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불멸의 나무". 참 말만 들어도 인간이란 종의 왜소함을 실감케 한다고나 할까요. 근데 그 나무를 불멸로 만드는 데에는 우리 인간의 손길이 끼어든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그드라실은 실존의 수종(樹種)이 아니라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소재입니다. "우주(宇宙)나무"라고도 하죠.

도심의 가로수에다 겨울철에 짚으로 감싸주는 광경을 흔히 보셨을 겁니다. 이걸 운치 있는 분들은 "뜨개옷"이라고도 부르는데,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동절기에는 온갖 병충해의 근원이 (지네들도 추우니까) 알아서 이리로 들어가 겨울을 납니다. 이걸 봄철에 풀어낸 후 싹 태워버리면 나무나 사람이나 근심 큰 부분을 더는 거죠. p239에 보면 마치 이런 지혜의 관습을 연상시키듯, 썩은 통나무 등걸에 온갖 (징그럽기도 할) 생물들이 기생한 과정이 묘사됩니다. 포티 박사님은 돋보기를 들이밀며 미세한 크림색 벽으로 만들어진(좀구멍버섯 등 각종 진귀한 균류에 의해) 이 밑둥을 살핍니다. 표현이 기가 막힌데, "분해 과정이 끝나면 작은 나뭇가지는 거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다. 과거 자신에 대한 유령, 그것도, 모든 자존심 있는 망자의 혼처럼 흰색 유령이 된다"는 게 박사님의 해석입니다. 허옇게 곰팡이가 슨 잔해를 봐도, 앞으로는 생각을 달리 먹어야 할 듯합니다.

p266에는 또다른 준남작 한 분이 등장합니다. 이분은 18세기 중반 사람인데, 준남작 제도야 이미 제임스 1세 시절에 도입되었으니(우리네의 공명첩이나 선무군관과 비슷합니다 ㅎㅎ) 이리 자주 눈에 띄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나무와 숲 이야기를 하며 왜 이리 자주, 그것도 별반 모범적인 삶을 살지도 못한 "인간"이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과거에 이뤄진 조림(앞에서 말한 "왜림"도 이의 일종입니다) 사업과 현재 잉글랜드 지역 일대의 숲 생태가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직업 역사학자 뺨치게 아날(annales) 분석에 능한 포티 박사님의 명석한 두뇌와 소양을 엿보게 되죠. 이런 대목들에서는 유독 내셔널 트러스트가 자주 언급되는데, 한국에도 지부가 있습니다만 확실히 선진국 영국의 앞서간 면모를 증명하는 탁월한 NGO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기심은 확신의 적이며, 인간 본성의 가장 의미있는 요소이다." 무슨 뜻일까요? 인간은 살아가며 끊임 없이 낯선 것과 대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대면이 "대적(對敵)"이 될지, 아니면 친교가 될지는, 오로지 그 사람의 심성에 호기심과 확신 중 어떤 것이 먼저 발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확신이 먼저 기지개를 틀면, 세상에는 다툼과 증오, 나아가서는 전쟁이 모두를 휘감고 지배합니다. 반대로 호기심이 먼저 눈을 뜨면, 세상은 열린 마음과 이성이 이끄는 과학이 활기찬 기지개를 폅니다. 노과학자가 한 땀 한 땀 수 놓은 이 아름다운 저널, 크로니클, 혹은 다이어리 속에는, 어떻게 해야 인간이 종족 내 다른 개체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지, 혹은 그를 낳고 키워 준 환경과 지혜로운 공존을 이어갈지, 직설이나 훈계가 아닌 "몸으로 손수 보여 주는 모범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숲은커녕 나무만 제대로 보려 들어도, 우리는 마음의 더러운 때를 힘들게 걷어내어야만 했네요.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0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