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제목이 흥미롭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저자는 인류에게 나타나고 있는 차별 행위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이익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서 차별이 등장했다는 것. 누구나 다른 사람을 차별함으로 괴롭힐 수 있고, 심지어 이 때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니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저자는 가해자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건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케이크를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별을 하고자 하는 충동 자체는 향사회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책이니 당연한 결론이다.
향사회성 자체는 생존에 필요한 요소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표출되었을 때는 분명 문제다. 여기에 차별에 대한 동조압력까지 더해지면, 그곳은 지옥이 된다. 오늘날처럼 자연에 대한 투쟁보다는 인간 사회의 조화와 연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들의 피해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발전 지체, 혹은 퇴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따돌림, 혹은 차별이 어느 한 나라나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지메(집단 따돌림)’라는 외래어를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알게 만들어준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은 왠지 좀 더 심할 것 같다는 선입관 비슷한 인식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이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실제로 책에는 특별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에 관한 언급이 자주 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의 아이들이 ‘모두 힘을 합해’,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강요받고 있으며, 이것이 개성적인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이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일탈자를 누구보다 빨리 색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지나친 집단주의가 문제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군대 안에서 이런 식의 병적 행동들이 자주 나타나곤 하니까.
저자는 여러 호르몬과 본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이런 행위가 우리의 유전자 안에 박혀있다는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차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운명론을 설파하는 듯도 하다. 물론 저자는 어떻게 이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저자는 상대방이 질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거하고,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갖추고, 때로는 언더독 효과를 이용하는가 하면, 상대와 거리를 좀 두거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하나하나 잘 기억했다가 이용해 볼 만한 포인트들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내용은 작정하고 괴롭히려는 악인들이 널려 있는 사회에서는 소극적 대처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좀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 대안으로 ‘사각지대’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이를 테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에게 학교 순찰을 맡기거나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식이다. 또, 다양한 사람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돌리는 사람이 있으면 아예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의 유동성을 높이면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범죄자들에게 무슨 무슨 교육을 수십 시간씩 강제하는 벌칙조항들이 시행되고 있다. 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육, 음주운전 특별교통안전교육 등등.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옳다면, 이런 교육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 교육 정도로 사람의 충동을 자제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대신 감시카메라를 늘리고, 감시하는 인원을 확충해서 사각지대를 줄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문제행위가 적발되었을 때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비슷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강제로라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물론 단순히 억압적 정책만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한 관계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교화 못지않게,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일탈행위들을 막을 수 없다면, 강력한 처벌과 확실한 감시가 필요하다. 이쪽도 못하면서, 온정주의에 기반한 가벼운 처벌과 말랑말랑한 교육만 붙잡고 있는 건 사실상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폭력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이다. 다른 종도 아니고 다른 집단도 아닌 동료를 괴롭히는 왕따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학교나 조직에서는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지만 실효성을 갖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뇌 과학자인 저자 나카노 노부코는 그의 전공을 살려 과연 집단 괴롭힘을 일으키는 순간 가해자의 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러한 악행이 반복되는 지 연구했다. 저자는 이러한 집단 괴롭힘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아마도 그 행위가 집단의 전체 이익에 도움이 된다거나 가해자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인류는 처음 야생에 던져져 생존하려 했을 때부터 가장 불리한 존재였을 것이다. 달리기도 빠르지 않고, 힘도 세지 않으며, 날카로운 이빨이나 손톱, 발톱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집단을 만들어 함께 움직이고 대응했을 것이다. 이 때 외부의 적을 제외하고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집단 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임승차 하는 '프리라이더'이다. 프리라이더가 집단 내에서 이득을 본다면 내부에서 그들의 존재는 점점 확대될 것이며 결국 이들은 외부의 적에게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게 될것이다. 이런 프리라이더를 간파하는 기능을 '배신자 색출 모듈'이라고 하고, 제재하는 행동 자체를 '생크션'이라고 한다. 생크션은 집단에서는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인데, 이것이 너무 높을 경우에 배제 감정이 고조 되거나 과잉 반응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과잉 제재, 즉 '오버 생크션'이 바로 집단 괴롭힘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괴롭힘을 발동시키는 뇌 호르몬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 사랑의 감정에서 발생하는 '옥시토신'이 있다. 시작은 사랑이지만 지나치면 질투나 배제 감정까지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구성원끼리 결속이 잘 될수록 규범의식이 높아지고, 질서있는 집단일수록 집단괴롭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집단의 결속이 강화될수록 일탈의 규제가 강화되고 이는 따돌림이라는 역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개인으로 있을때보다 그룹에 속해 있을 때 윤리관이나 도덕적 판단이 흐려지는데 이 역시 집단괴롭힘에 일조하는 현상이다.
다음으로 작용하는 호르몬은 바로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많이 분비되면 편안해지고 적으면 반대로 불안해진다. 세로토닌이 적을수록 이성을 잃고 충동적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남아 있는 호르몬을 재사용 하기 위한 단백질을 '세로토닌 트랜스포터'라고 하는데 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일본인들은 선천적으로 그 양이 적은 S형 유전자인데 이는 평소에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기 때문에 배신자 색출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호르몬은 '도파민'으로, 우리가 번식과 관련해 유리한 행위를 했을 때 분비되는 쾌감 물질을 일컫는다. 집단괴롭힘을 하면서 도파민이 분비 된다는 것은 이 행동이 크게 볼때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저자는 집단의 규칙을 어기는 자에게 가하는 '정의'의 실현이라는 면에서 쾌감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터무니 없는 믿음일지라도 정작 그 자신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기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고, 이는 마약처럼 끊을 수 없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대상에게 하는 지에 대해서까지 다음 장에서 이어서 설명한다. 가장 대표적인 개념은 바로 '유사성'과 '획득가능성'이 높을 때 질투의 감정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질 수.도. 있을 때 질투가 높아지고 괴롭힘도 일어난다. 즉 상대가 너무 강하거나 높다면 그런 질투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영원히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인간은 역시 생존을 위한 동물이기 때문이 이를 근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해결책들도 사실 그럴듯 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일 것 같다. 가해자가 지금처럼 크게 손해를 보지 않거나,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인식부터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옥시토신은 애정이나 친근감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사랑 호르몬’이다. 연인이나 동료와 만나 얘기할 때 옥시토신이 분비돼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애정과 유대감, 동료의식을 만들고 공동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그러나 옥시토신으로 인해 동료의식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질투와 배제 감정까지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집단에서 일탈한 동료를 배제하고 싶어지면서 ‘집단 괴롭힘’이 고개를 든다. 구성원 간 사이가 좋은 집단일수록 집단 괴롭힘도 쉽게 일어나는 딜레마에 빠진다. 집단 괴롭힘은 뇌에 새겨진 기능이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뇌과학자가 왕따와 괴롭힘, 성희롱, 혐오 등 집단 내 차별과 괴롭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대응법을 모색한 책이다. 집단에서 반복되는 차별과 괴롭힘이 개인의 도덕성 결여 때문이 아니라 뇌 속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인간이 종으로 존속하기 위해 사회적 배제 행위를 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상대편 입장에 서보라고 ‘공감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왕따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력’을 높이는 게 집단 괴롭힘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구성원 간 다양한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고 그런 관계들에서 자극을 거듭 받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를 이북으로 구입하였다. 최근에 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뇌과학을 이론적 배경으로 인간행동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또한 인간의 습성 중 하나인 계층화와 차별이라는 행위에 대해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차별에 대한 인간 뇌의 메카니즘과 이런 차별이 나타나게 하는 사회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