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히로유키 저/홍성민 역
박서영 저
이진호 저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저
베른트 하인리히 저 / 조은영 역 저
"몸이 전부다." 내가 늘 떠올리려 노력하는 말이다. 건강하게 살자는 결의가 담긴 말이고, 살면서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말이다. 자주 들어 흘려 버리기 쉬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몸이 허락한 만큼 삶을 누린다. 몸이 허락한 경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몸이 허락한 만큼만 살다가 사라진다. 몸은 나를 담는 그릇이고, 몸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산다. 스스로의 몸을 관리하지 않고, 때론 내 것이라 여기고 혹사 하기도 한다. 몸이 조금 불편해져도 그냥 견디고 익숙해져 버린다. 몸 관리법을 배운 적이 없어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몸 안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단 한 발자국도 이 피부의 영역 밖으로 떠나 본 적 없으면서도 늘 이방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본다. 기묘한 일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머물러 본 적 없는 우리의 분주한 마음이 빚어낸 환상이다._(P.144)
몸이 갖는 의미를 깨닫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운동을 하든지 좋은 음식을 먹든지 건강으로 가는 길로 첫발을 옮겨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 종일 의자를 내 몸처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건강의 적신호를 만날 확률이 몸을 쓰며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 아무런 대책과 행동이 없으면 결국 예견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안한 선택이 초래하는 불편함, 건강을 잃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뭘해야 할지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 몸을 위해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 답답할 때, 나는 이 책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을 만났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잘'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은 음식과 같다.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가 우리의 건강을 결정하듯 움직임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_(P.065)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몸을 관리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것도, 적당한 장소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단 내 몸을 떠올리고 살필 수 있는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곽세라 작가가 말한 한순간,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이면 충분하다. 이 시간을 '시간의 포켓'이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덕분에 시간의 포켓은 내가 자주 애용하기로 한 말이 됐다. 시간의 포켓이란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내 몸에 집중한다. 그리고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자세프로젝트의 일부분을 내 일상으로 가져온다. 그때마다 내 몸의 자세는 평소와 달라진다. 의자에 앉아서 꼬리뼈를 느끼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습관은 '한번 마음먹는다고', '굳게 결심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동안은 뇌를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습관은 탄성 좋은 고무처럼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 우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다른 습관뿐이다. 단, 그 새로운 습관이 먼저의 습관을 누를 만큼 힘이 세야 한다._(P.193)
뭔가 거창한 시작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 몸 관리 계획에 작가처럼 '자세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세를 신경쓰지 않았던 기간만큼 나는 좋지 않은 습관을 내몸에 들여놓았다. 그걸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대책은 새로운 습관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주 꾸준히 오래 내 몸을 관리해보려고 자세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나는 내 몸을 바로 잡는다.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을 떠올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내몸에 변화를 준다. 그러면 조금 불편한 자세가 된다. 이전의 습관이 싫어하는 자세다. 새로운 자세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 여기면 불편함이 즐겁다. 새로운 습관이 나를 편안하게 해줄 날이 분명 올테니 말이다.
쉬움이 꽃피게 하는 것은 시간과 땀이다. 집중, 자기 컨트롤, 연습, 바보스러울 정도의 반복. 그래서 어느 날 앉고, 서고, 걷는 것이 쉬워지면 최고의 칼잡이가 칼을 휘두르듯이, 프리마돈나가 점프를 하듯이, 쉽게 움직이는 몸을 갖고 삶의 무대를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_(p.242)
몸이 전부다. 이것을 새기고 있으면 몸을 자주 살피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몸을 살피는 건 바로 나 자신을 살피는 일이란 사실을. 관심의 방향을 내 몸 바깥에서 안으로 돌려놓는다. 몸과 마음이 따로 일리가 없다. 내 기분은 언제나 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몸이 힘들 때마다 기분도 생각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몸 상태를 먼저 살폈다. 조금이나마 나은 상태로 출근하려고 아침 운동을 악착같이 해왔다. 이제 운동할 때만, 아침에 글을 쓸 때만 살피던 내 몸과 기분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 이 책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에서 내 몸 살피는 법을 배우며 시작된 일상이다.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상에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되어 다행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 당신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앉아 있을 것이다._(P.005)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한 권의 책에서 인용된 책들까지도 다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많던 때라 기억해두고 있었죠. 게다가 전혀 몸의 자세나 건강과 관련이 없는 책이었음에도, 자세와 관련된 책이 인용되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최근 예스24 북클럽에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기회로 읽게 되었죠.
기대했던 것보다도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그저 자세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몸의 자세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고찰도 담겨있던 책이었지요. 책을 읽을 때마다 바르지 못한 자세를 교정하고, 늘 염두에 두게 되었던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밑줄 긋고 싶은 보석같은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너무 몸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삶을 너무 급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하루 하루가 너무 바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대부분의 우리는 평소에 자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누가 자세에 관해 언급을 하면 그제서야 허리를 곧추 세우는 정도죠. 몸을 위한다는 의미에도 운동과 음식은 들어갈지언정 자세에 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자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이 끝날 때까지 몸은 저와 함께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몸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너무 당연하지만 또 너무 당연해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죠).
책을 읽다보니 몸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우리가 어깨 아래로 두고 있는 이 팔이 한 쪽 당 평균 3~4kg이나 된다는 것. 즉 우리는 평균 6~8kg을 어깨 아래에 달고 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충격적인 것은 평소에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즉 그 모든 무게를 어깨, 승모근이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깨와 승모근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고 승모근이 점점 더 붙어서 목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팔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늘 생각하고 승모근을 아래로 떨어뜨리려 노력합니다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평소처럼 걸을 때도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 팔의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며 바이올린 연주를 하다가 정말 팔이 이토록 무거운 존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깨는 가벼웠지만 악기와 활을 든 팔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어요. 아, 그동안 이 팔을 어깨와 승모근이 들고 있느라고 너무나도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머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머리란, 혀로 위를 탁 치면 닿는 그 입천장부터가 머리인 것입니다. 머리 또한 의식적으로 띄워야 한다고 합니다. 마치 머리에 풍선을 매단 것처럼 말이죠.
책을 읽다보면 사실 독자의 상상력을 요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서 있을 때는 머리에는 풍선을 매달고 귀는 쫑긋, 날개뼈에는 날개를 펼치고 엉덩이에는 꼬리를 달고 코 아래에는 은색 수염을 달아서 수염을 따라 미소 짓듯 해야 합니다. 앉을 때도 엉덩이에 있는 꼬리를 의식하고 엉덩이로 60%, 발로 40% 앉는다는 느낌으로 앉아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아마 책을 읽으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자세가 중요한가 하니, 자세와 행동은 마음가짐과 태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위에서 조금 설명한 저 자세를 유지하려고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빠르게 동작을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자세를 교정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해야지', '좀 더 천천히 움직여야지' 하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까지는 서툴고, 서두르고, 삐긋거리고, 허둥거리지만요.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에 의식적으로 자세와 삶의 여유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단순히 자세 교정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제 자신의 평소 자세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했던 습관들, 삶의 자세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다소 요하는 책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삶을 너무 바쁘게 재촉하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우리도 우리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몸을 함부로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움직임들을 무감각하게 해치우다 보면 어느 결에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까지 틀에 박히게 된다. 그 틀이 굳어지면 삶이 무감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하루 1시간씩 하는 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는 나머지 23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구가 무지 인상적이었어요. 오랫동안 요통으로 엄청 고생한지라 많이 좋아진 지금도 늘 신경써서 조심하고 있어서 많이 도움될 것 같아 구매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이 없어서 불편하다 싶기도 한데 상상 트레이닝이라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내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더 건강해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 만족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