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저
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역
고금숙 저
홍수열 저
최원형 저
전민진 글/김잔듸 사진
[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지금이라도 지구를 걱정해야 할 때
2020년 07월 29일
이동학 작가님의 쓰레기책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학교에서 아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구매한 책인데 저도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최근 전세계는 쓰레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습니다. 이거 하나쯤이란 생각을 종종 하긴 했었는데 책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엄청 깊게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는건 괜찮을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정치권 뉴스에서다. 청년 환경운동가(?) 이동학 씨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됐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예전부터 그에게 관심이 갔다.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이라니. 내가 관심 있어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행동을 한 이를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는 좋아하는 게 많이 없고, 아직도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내가 그나마 관심 있어하는 주제는 아마 쓰레기, 더 나아가 환경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일 하나를 택해서 하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
저자는 나와 비슷하게 지속가능한 미래에 관심이 많다. 방구석에서 고민만 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저자는 현 실태를 보기 위해 세계로 떠났다. 오해하지 말라. 저자는 세계 일주를 할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단지 용기와 호기심만 배낭에 싣고 여행길에 올랐다. 한국이라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바라보는 피상적인 시각에서 탈피해서 범세계적인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는 단순히 지식인 척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갖는 나와 달리,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아마 넘쳐나는 쓰레기가 문제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라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바가 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감히 추측하건대,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말할 것이다 (아니라면 죄송) 미디어에서 다룬 문제가 대부분 플라스틱이니 말이다. 나 역시 플라스틱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 중 한 명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나로 하여금 (내가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배달음식 자제, 중고품 이용 등 내 행동에 꽤나 많은 제약을 가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가? 간단하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계의 핵심은 비용 절감이다. 플라스틱은 저렴하다.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나무가 전부 베였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실제로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 고마운(?) 플라스틱이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히 순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자료에 의하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에 달하며, 쓰레기가 된 양은 무려 63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2회 이상 재활용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나머지 5억 톤은 다시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결말을 맞는다.
단순히 버려지는 것도 문제지만 플라스틱은 그 생산 방식부터 문제를 야기한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소재인 '폴리머(Polymer)'라는 원료로 만들며,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한다. 맞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사용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또한,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플라스틱 역시 소각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공급 과잉은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역시 공급 과잉된다. 예를 들어보자. 100세대가 사는 공동체에 삼성전자가 세탁기를 100대 팔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기술 개발을 해서 사지 않을 사람을 감안해서 80대의 세탁기를 만들었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삼성 세탁기니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80대 중에 60대가 팔렸다. 그런데 눈치만 보던 LG가 '가전은 LG'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본인들의 세탁기를 홍보한다. 그래서 100명 중 60명을 제외하고 남은 30명에게 세탁기를 판매한다. 삼성과 LG는 기존 소비자들에게 세탁기를 더 팔기 위해서 세탁기 판돈으로 직원들 월급 줘가면서 열심히 기술 개발한다. 그리고 1년 후에 더 좋은 세탁기를 출시하고 기존에 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의 교체 욕구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고객들은 성능이 개선된 세탁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위 예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이는가?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월급을 못 받으면 소비할 사람도 없다. 그러니 멈추면 안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고객들이 이미 세탁기를 구매했지만, 더 개선된 성능의 세탁기를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까먹은 게 있다. 기존 세탁기! 기존 세탁기는 어떻게 되지? 당연히 폐기된다. 기존 세탁기를 재활용할 수 있지 않냐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재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부품을 100% 재활용하는 게 어디 쉬운가? 기계치인 내가 생각해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생산과 소비의 프로세스 속에서 쓰레기가 발생하고 그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이 중 일부는 재활용될 테지만 앞서 제시한 비율처럼 그 비율은 10% 남짓이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전부 폐기 처분된다. 케냐, 탄자니아 등 항구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의 항만으로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옷가지와 신발류, 각종 생필품이 들어 있다. 대부분 중고품이거나 떨이로도 팔리지 않는 제품들이다. 과잉 생산으로 주인을 찾지 못해 철을 넘겨버린, 가치를 잃어버린 물건은 쓰레기가 되는 것이 자본주의 현실이다.
사실 위 문제는 생산과 폐기 처분에 초점을 맞춘 문제지만, 다른 문제들도 있다. 소각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고 햇볕과 바람, 부딪힘 등의 침식 과정을 통해 부서지고 쪼개진다. 문제는 크기가 클 때는 눈에도 잘 띄고 치울 기회라도 있으나, 잘게 부수면 수거하기 더 어렵다. 이런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언론에서 보도된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접해본 적이 있나?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는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들의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보도다.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는 해양 생물을 우리가 먹음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플라스틱 과잉 생산에 대한 대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순환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그 특성상 부패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 식품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수치에는 폐기되는 식품의 생산과 운반에 사용된 물, 비료, 농약, 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나 기타 환경문제들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식품을 폐기하지 말아야 할 재정적, 환경적, 윤리적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재배한 전체 식품의 약 3분의 1(약 14억 톤)이 매년 손실되거나 버려진다. 식품 폐기가 명백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음식을 버리는 걸까?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간단하게 2가지만 살펴보자.
첫 번째로는 식품 가격 하락이다. 요즘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공감하기 쉽지 않겠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식품 가격은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곡물 가격 하락으로 곡물 수익이 줄어든 농부는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생산을 최대한 늘린다. 이는 식량의 대량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음식물 쓰레기가 경이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식품 가공업자 입장에서는 식품 가격이 낮은 탓에 남은 식재료의 사용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폐기 처분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이었다. 슈퍼마켓 관리자 입장도 마찬가지다. 슈퍼마켓 관리자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반에 가능한 많은 상품을 진열했다가 식료품들이 최상의 상태를 넘기면 바로 내다 버리는 게 편했던 게 사실이다. 소매상과 소비자는 미심쩍은 식품이 있으면 풍미상실, 악취 그리고 혹시 모를 식중독의 위험을 핑계로 삼아 식료품들을 즉각 폐기 처분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대신 소비기한이라는 용어로 바뀐 것을 알고 있는가? 정부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대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약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유통기한 지나면 마치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치부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하루, 아니 1시간이라도 지나면 바로 폐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편의점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 하지만 사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유통 및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으로서 이 기간을 넘어서 섭취해도 되는 식품이 상당수다.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해당 제품은 반드시 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었다. 이런 강박 관념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실천하게 했다. "의심스럽다면 버려라!" 하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상당하다. 실제로는 먹어도 됨에도 불구하고...
사실 책을 읽으면서 뇌리에 밖힐 만큼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 하여금, 그리고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작금의 현실을 인식시키고 쓰레기 문제 그리고 나아가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각인시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값어치를 한 것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열역학 제2법칙 생각났다.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열역학 제2법칙인데, 여기서 엔트로피는 쓰레기에 대입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잠깐만, 그렇다면 결과가 암울하다. 열역한 제2법칙은 엔트로피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 역은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인데, 그렇다면 쓰레기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엔트로피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인가? 극단적으로 지금의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폐기에 준할 만큼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 엔트로피를 거스를 수 없을 거 같다.
1등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꼴찌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은, 수많은 인간의 노동력과 평등하지 못한 삶의 차이 위에서 달성 가능하다. 특히나 우리가 채택한 자본주의는 무한한 소비를 촉발시켜야만 하고, 필연적으로 오염원이나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현실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더 성장하자는 언어가 더 소비하자는 말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한, 우리가 사는 생태환경이 더 좋아지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