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저/정지인 역
천선란 저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공저/김희상 역
레이 달리오 저/송이루,조용빈 역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르만 공저/강영욱 역
마우로 기옌 저/우진하 역
2022 대선 후보자 토론회 때 'RE100'이라는 낯선 단어를 들었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윤석열 후보자는 모른다고 답변을 했다. 나도 모르는 단어라 바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자는 협약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정치인들도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기후 위기에 대한 현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였다. 그러던 중 '파란하늘 빨간지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쓴 책이다. 그렇다보니 기후와 기상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문과형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일상적인 예를 넣어 최대한 쉽게 쓰려고 한 노력도 보인다. 저자는 기후위기가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성장을 한 문명이 원인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갔을 때 일어나는 위기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지금 당장 우리가 행동으로 옮겨야 이유를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이제껏 과학문명이 인류의 위기때마다 답안지를 제출한 것 처럼 기후 위기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지구 공학이 기후 변화를 막아 낼 수 있을까?'라는 챕터에서 단호히 반박한다. 지금 과학 기술로 지구 온난화를 막을수 있는 기술로 2가지로 제시한다. 첫째로 피나투보 옵션이다. 피나투보 화산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화산이 터졌을 때처럼 대기중 에어로졸이 퍼져있으면 태양 에너지를 막을 수 있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으려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 외부에서 오는 에너지는 막을 수 있지만, 지구에 있는 에너지가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아니다.
두번째로는 공기중에 있는 온실 가스를 포집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이산화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은 가성비가 떨어져서 실현 불가능하다. 결국 포집하려면 또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결론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기후 위기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읽으면서 헛헛한 마음이 든다. 아래는 책에 적혀 있는 글을 인용한 것이다.
'결과를 일으킨 원인 유발자와 그 결과를 극복해야만 하는 처리자가 동시대인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신자유주의가 외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가치관이 지배했다.'
우리는 매 순간 지금의 순간을 위한 판단과 선택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더이상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있다. 저자는 지금의 지구 온도 상승은 현재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 탄소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발생하는 더 많은 이산화 탄소는 미래의 지구 온도 상승에 얼마나 더 큰 기여를 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온실 가스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인데, 결국 인간이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회가, 정부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두가 노력 해야한다. 학교에서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식 전환 캠페인이 한창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텀블러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아껴쓰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통제한다. 우리가 먹는 것 또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식판에 올라오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뤄진다. 학생들이 이렇게 노력할 때 어른들도 행동에 옮겨야 한다. 기업들도 ESG 경영으로 환경을 생각하려는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이제껏 기업들이 온실 가스를 생산해서 큰 부를 누렸던만큼 큰 노력을 하고 있는가? 분명히 아니다. 기업들은 아직도 환경에 대한 설비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이 세계에서 11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2019년)은 9위이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고난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리는 선택임을 깨달아야 더 나은 선택을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지금의 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가 겪는 이상 기후 현상들은 우리가 내리는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인 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움직인다.
우리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그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가 겪어온 과정을 보면 남세균처럼 생명체가 직접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생명체와 환경이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환경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도 건강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생명체라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알맞은 기후 환경은 우주의 역사가 우연의 누적을 거쳐 선사한 것이라고 한다. 거대한 비선형 복잡계인 지구시스템이 찾아낸 아슬아슬한 평헝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현대 문명은 산업혁명 이후 전례 없는 규모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지구의 온도를 높여왔다. 기후변화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단순한 양적 변동이 아니다. 임계점에 이르면 질적인 변화로 이어져, 인류가 더는 생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린 그런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극한 날씨 등이 바로 그 징후다.
자연에 의한 온실효과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초래한 온실효과는 극한 날씨 현상을 발생시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온실가스는 지구환경에서 소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에너지와 식량의 안보, 물 관리, 환경 보전 같은 실질적인 생존 문제보다 이념과 정체성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징후를 읽어낼 의지가 없거나 그런 능력이 없는 사회, 오히려 과학의 경고를 무시하려는 사회에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 개발은 거침없이 앞만 보며 내달린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를 앞에 두고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우리에게는 올바른 인식의 티핑 포인트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해준다. 가혹한 환경에서 인간 사회가 소멸할 수 있지만, 그 붕괴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임을 배울 수 있었다.
조천호 작가님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조천호 작가님은 대기과학자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 모형과 지구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처음 구축하신 분이십니다. 이 책에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된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새로운 기후 변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비전을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억나는 문구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있지만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통제하고 있다.''입니다. 환경은 먼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있다는데 후손에게 잘 갚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해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