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 저 /정진호 역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저/김성훈 역
월터 아이작슨 저/조은영 역
박민아,선유정,정원 공저
이재호 저
송은영 글/주노 그림
2021년 07월 08일
제목 :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저자 : 김백민
출판사 : 블랙피쉬
기후학자인 저자가 기후위기가 정말로 있는 것인지, 온실가스는 어떻게 온실효과를 내는 것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쓴 책이다.
사실 요새 탄소 배출, 지구 온난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이슈, 정치적 이슈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정말 당연하게도 과학적 이슈가 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어떤 것이 옳은지 분석하고 추론하며 어떤 것이 맞을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에 따라 인류와 지구에 일어날 위기를 피하는 것이 정치가들이 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린 기후 이슈를 대할 때 과학자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법안, 각국 정상들의 회담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이 기후 이슈인데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합의하면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탄소 중립을 실천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나? 과학적 접근을 해야할 사항을 토론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진화론과 창조론을 두고 법정에서 토론으로 결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순수하게 과학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목차를 보면 지구의 역대 온도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빙하시대의 기후변화 리듬과 우리가 그 시기의 기온을 추측하는 법을 설명한다. 플랑크톤이나 남극 빙하를 채취하여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빙하의 시기를 알아내고 그 빙하에 들어있는 공기방울을 분석하여 기온의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 후 3장에서 인류가 지구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설명하고, 과연 이런 활동들이 정말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것이지 알아본다. 반대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고 미래를 예측해본다.
십년쯤 전에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여러 자료들을 들며 지구온난화는 예전부터 일어났던 일이며 지금 정도의 변화는 충분히 있어왔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도 읽었었고 그 후 오히려 의심이 들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자료와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인류가 그 위기를 초래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왜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그런 것부터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좋은 책이라 생각되는데 과학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알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구의 온도는 정말 많이 변해왔다.
5억년 이전에는 정말 추운 시기를 계속해서 이어져오기도 했었고 이 그래프만 보면 지구 전체 온도가 다이나믹하게 변했다고 보일 수도 있다. 평균 기온이 32도가 넘을 때도 있었고 10도정도일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있는 시기에 대멸종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 시간은 1억년 기준이기 때문에 저렇게 급격해보여도 수천, 수만년에 거쳐 천천히 변화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 그래프를 보자. 산업혁명 이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탄소 연료 사용이 급등한 시기와 온도 상승이 같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고 2021년 2월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ppm이라고 한다. 매년 이산화탄소의 총 배출량은 400억톤가량이며 다른 온실가스까지 합치면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510억톤 가량이라고 한다. 매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5ppm씩 상승중이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이산화탄소가 산업혁명 전의 280ppm에서 두배 상승해 560ppm이 된다면 1.25도 가량 온도 상승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양이 적어져 온도가 더욱 오르고, 기온 상승에 따른 식물 성장 증가로 온도 상승이 더해진다. 게다가 극지방 영구동토층이 용해된다면 메탄이 방출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작용들이 어느 정도나 이루어질지는 논란이 많지만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대락 1.5~4.5도가량 오를 것이라고 한다. 너무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결국 온도 상승이 있다는 것이고 어느정도로 오르던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배가 되지 않았지만 이미 1도가량 온도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가속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물론 회의론자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보고서를 조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과거와 비교해보면 자연적으로 기온이 올랐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보고서 중 부분적으로 조작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이런 논란이 더 커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십년, 이십년 전과는 또 달리 여러 증거들이 더더욱 모이고 있고 관측 결과가 기온이 오르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온이 오른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6도의 멸종' 처럼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이 책에서도 여러 시나리오를 설명했는데 지금보다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난 시나리오는 2100년에 산업혁명 전보다 기온이 5도 상승할 것이라고 했고, 당장 내일부터 적극적으로 온실 가스를 감축한다면 2100년 1도 상승한다고 하였다. 이에 중간 정도(실제 지금과 부합하는) 시나리오를 채택한다면 대락 3도가량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누 순간 얼음이 녹으며 대량의 메탄이 방출된다던지 하는 '티핑포인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3도만 오른다고 해도 그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영역에 가깝다. 실제로 우리가 줄일 수 있는 것은 가정에서 전기, 난방 사용을 줄이거나 자동차를 덜 타는 것인데 그보다 전기를 만들 때, 가축의 가스,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탄소 등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그 자체로 도움을 줄 수 없다. 510억톤의 기체를 줄여야 하기에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기업을 알고 지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뒤죽박죽 쓰긴 했지만 기후 변화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과학자들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적용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멀리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다시 한번 기후 변화를 주의깊게 보도록 해야겠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연구성과를 검토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과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살폈다. 기후변화가 실재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최근 지구온도 상승과 공기 중 CO2농도 증가가 이례적인데, 이것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도를 변화시키는 정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고,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이 야기한 CO2증가라는 위험요소를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고, 기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심화해야한다. 위험에 대한 과장이나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는 것, 양자 모두 지양해야 할 일이다.
책에서 제공한 유용한 정보들이다.
지구온도이다. 온도 측정이 최근에 시작된 일이기에 과거 온도는 간접적으로 추정한다. 지각이 형성된 5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온도는 10-32℃이다. 최근 만년 동안 지구온도 변화 범위는 4℃ 정도였다. 최근의 온도상승이 있기 전까지 1000년간 지구온도는 1℃ 내의 범위에서 움직였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도가 1℃ 상승하였다.
CO2농도는 5200만년 전 2,000ppm, 3400만년 전 1,400ppm이었다. 85만년 전부터는 200-300ppm사이를 오갔고, 최근 만년 동안 260-280ppm이었다. 1950년대 이후 급상승하여 410ppm에 이르렀다.
지구온도 변화를 가져오는 주된 요소는 태양에너지 입사량과 온실기체이다. 입사량 차이로 빙하시대 도래 후 온도 등락이 있었다. 현재는 입사량이 감소하는 시기이다. 화산폭발은 입사량을 감소시켜 지구온도를 하락시킨다. 상당기간 지구온도와 CO2농도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빙하기에는 온도가 CO2농도에 영향을 주었고, 최근에는 CO2농도가 온도에 영향을 주었다. 지구온도는 해양 컨베이어벨트, 빙하의 양에 따른 햇빛 반사량, 홍채효과 등 다른 요소들의 영향도 받는다.
CO2배출이 지구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이다. 인류의 CO2배출량은 1950년 50억톤에서 2010년 300억톤이 되었다. CO2배출량 중 공기 중에 남는 비율은50%이고 나머지는 바다와 토양·식물 등에 흡수된다. 타변수를 제외하면 CO2농도가 두 배가 되면 지구온도가 1℃ 상승한다. 열에너지의 경우 발생분의 93%가 바다로 흡수되고 2%만 온도에 영향을 미친다. CO2배출이 지구온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 그 위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온도 증가의 연쇄작용 때문이다. 빙하의 손실은 햇빛 반사의 감소와 식생의 변화로 이어져 온도가 추가 상승하고,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으면 매장된 메탄가스가 누출되어 추가적인 온도 상승이 일어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인구, GDP, 에너지 소모량이다. 온실가스의 30%는 식량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 각국의 경제상황, 출산율 저하, 화석원료 소진 등을 살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다. ‘97년 도쿄 협약을 통해 기후변화가 공론화되었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각종 노력이 진행 중이다. 각국은 CO2배출 축소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공학적인 대응책으로는 현무암을 통한 CO2 포집, 황산구름을 통한 태양 입사량 축소 등이 있다. 기업은 친환경적인 RE100, ESG경영 등을 추진한다. 허나,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증가세이다. 2020년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축소되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는 23억톤에 그쳤다.
기후변화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일부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조작하여 불신을 야기했다. 허나 다수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극단적 주장이 기후변화 논의를 어지럽혔다. 엘고어는 <불편한 진실>에서 10년 내 빙하가 사라진다는 등 과도한 주장을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BBC는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에서 일부의 부정과 불확실한 데이터를 과장하여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했다. 지금도 위험을 과장하거나 과학적 연구결과를 의심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진행형이다. 1970년대에는 온도 하락에 빙하기 도래를 걱정했다. 온실가스의 지구온도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초기 과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적었다. 지구온도에 주기적 영향을 주는 라리냐와 엘니뇨 같은 현상이 최근에 규명되었다.
몇가지 단상이다.
과학적 설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지구온도가 최근 2000년 동안 1℃ 이내에서 움직였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간접적으로 측정한 것인데 오차가 있지 않을까? 역사를 보면 중세의 유럽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있는데, 지구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미디어에 난무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는 기후변화 주장의 신뢰도를 낮추고 트럼프와 같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늘어나게 한다. 빙하의 감소, 해수면 상승과 같은 눈에 띄는 현상으로 시선을 끌고, 해안도시가 침수하고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로 공포를 조장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경고는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이미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국제기구와 각국의 정부가 대응책을 시행 중이다.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주장하여 불신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를 여지를 두고 보고싶다. 기후변화라고 부르는 현상은 기껏해야 50년이 되지 않았으며, 기후에 대한 연구는 미지의 부분이 많다. 기존의 기후변화는 최소 10만년을 단위로 움직였다. 긴 역사에서 찰나의 시간에 일어난 CO2 증가는 작은 에피소드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지구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고작 백 년을 살다갈 뿐이며 작은 공간을 차지할 뿐이다. 인간의 영혼은 우주를 채우고도 남지만, 육신의 운신 폭은 조그마하다.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물질주의와 진화론에 기반한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약육강식과 생존경쟁이 빠지지 않는데 읽을 때마다 낯설다. 이 책도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이 혹독한 빙하기를 이겨내어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라고 하는데, 빙하기에 산 인간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살았을까.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에스키모에게 살아남기 위해 산다고 말할 것인가. 그들도 대대로 이어져온 익숙한 방법으로 노동하고 이웃과 희로애락을 누리며 사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풍요한 환경이 낙원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21세기 풍요가 넘쳐나지만 자살하는 이도 우울증에 걸린 이도 많다. 풍요가 넘치는 현실에서 생존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해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는 이제 위험할 수준에 다달았습니다.
빙하는 녹고 있고 산불은 국가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가 드문 곳에서 홍수가 일어나고 여름철 혹서기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그동안 이러한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 변화에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얼마전까지는 미국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이를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지금의 기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부인할수 없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좁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기후 변화 원인에 대해서 그동안의 연구 흐름과 인식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를 주 원인으로 보고 있는 인식을 상당기간 거부당해 왔습니다.
이는 과학적인 문제만이 아닌 경제 정치적 이유로도 부정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지요.
그게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러한 인식 변화에서 과학계는 어떻게 흘러왔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기와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의 기원부터 학문 자체의 발전 이후
최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연구의 시작과 발전, 최근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계조차도 처음에는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나
이제는 극히 소수만이 부정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그동안 기후변화가 음모일 뿐이라 치부하는 이들의 내세우던 연구 근거를 찾아서 논파하고 있습니다.
너무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어서인지 지금의 위기가 별거 아닌가 싶을 정도 입니다.
이는 저자가 절망보다는 이제부터 해결할 답을 찾자는 희망을 불어 넣고자 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최근 기후 변화에 대한 차분한 설명과 그동안 있었던 논쟁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수 있어서 읽을만 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간혹, 저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책을 보게 된다. 저자가 팟캐스트 방송에 나온 것을 우연찮게 보다가 책을 낸 것을 알게 되었고, 조근조근 자기 생각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 책을 한번 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서도 아주 가끔씩 마주치기는 했어도,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기억하는 후배로서의 까마득한 엣날의 모습은,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똘똘한 학생이었고, 당시 대학가의 사회운동에 대한 열정적인 흐름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하던 친구였다. 94학번들 이전부터 있었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평균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팟캐스트 방송에서 받았던 인상도 그렇고, 이 책을 보고나서 느끼는 것도 그렇고, 일단 그 시대에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받았던 기후와 관련된 커리큘럼과 나름의 학풍이랄까? 교수, 선배들이 가지던 입장들(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전지구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도, 크게 과장되는 표현과 반응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자 하는, (내 시각으로) 나쁘지 않은 의미에서 엘리트적인 태도, 최대한 객관적이고자 하는 입장, 그리고 어떤면으로는 냉소적인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장점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학계의 흐름을 간결하면서도 찬찬히 잘 정리해놓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식으로 이야기하면 사실 현재 커다란 이슈가 되어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핵심적으로 거론될 수 있는 '인류차원'의 지적인 이벤트 - 과학적인 주요 발견들은 이 책에 실린 내용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쁜 일상에서 이정도로 읽히기 쉽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아주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이전에 읽어본 마이클 만의 책이나(나름 유사한 기후학자로써의 저술), 예전부터 보던 사회과학적인 해석(최근의 나오미 클라인의 책과 같은)은 생각할 거리는 많지만, 그 배경에 대한 정리 또한 그다지 정연하다는 느낌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대기과학분야에서의 스타과학자들의 에피소드들은 현실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념의 역사라는게 사실 과학의 역사보다 단순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자연과학의 장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숫자에 밝은 과학자로써 기후민감도 3도(1.5-4.5)에 대한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시원하게 느껴지는 솔직한 고백이 아닌가 싶다. AR6에서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게 이 민감도의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이었는데, 그래야 3도는 기본이고, 2.5-4도 정도를 내세우는 점이었다.(하지만 2-5도라는 두번째 바운더리가 추가로 내세워지고 있다) 내가 기후예측모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91년부터 05년까지 대학을 다니면서, 저자도 여러번 언급하는 사실, 그 많은 날고긴다는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불확실성은 도무지 줄어들지를 않았다는 사실에서 다른 전공을 하고 있다는 점을 다행으로 느꼈던 부분이 있고, 이건 다른 측면으로는 과학자가 가지는 이성적인 냉소의 특성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저자는 그 분야에 직접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같은 한계를 그대로 인정하고 책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렇기에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은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어쨌건 자신의 작업을 이 사회가 미래를 대비하는데 기초가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분명 도움이 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족으로, ebook으로 봤는데, 편집상의 실수인지 표현의 미숙함인지, 약간 부정확/부적절한 표현들이 몇군데 발견이 되던데... 오히려 수정본/확장판 등으로 보강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