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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20일 한줄평 총점 8.0 (2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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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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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어떤 결의 사람인가요?”

홍세화 11년만의 신작,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한
어느 ‘척탄병’의 안간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생각의 좌표』 등으로 우리 시대에 뼈아프지만 명쾌한 질문을 던져왔던 진보 지식인의 대부 홍세화 작가가 11년 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세상의 거친 결들이 파도를 치며, 이따금 주체할 수 없이 그 큰 결에 휩쓸려버릴 때에도 한결같이 중심을 지켜온 그의 사유들은 분열로 어지럽혀진 세상에 또 다시 중심을 잡을 나침반으로써 삶의 방향과 결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사회도 모두 섬세하거나 온유하지 못하고 거친 결을 가지고 있다. 환대와 배려, 겸손을 품은 사람이 약자가 되는, 이 정제되지 못한 사회에서 우리는 둥글어지기보다는 뾰족하고, 거칠어져야만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비하면 분명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 이를 전일적으로 관철시킨 적소가 ‘학교’와 ‘군대’였으며, 우리는 이처럼 ‘정상적인’ 체제 속에서 은밀히 노예로 길들여져왔다. 힘없는 자들은 국가폭력에 맞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자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담론과 정치가들의 아젠다 세팅에 교묘하게 이용당한 채 이제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 것이다.

불의를 외면해야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며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거칠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에 작가는 말한다. 한국 사회라는 산(山)에서 내려와 ‘조금 더 낮게’ 걸으며 지배와 복종에 맞서는 자유인으로,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어 보자고. 이 책은 그런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령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극소수일지라도 함께 연대해 그 길을 한번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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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섬세하지 못한 글: 자유를 위해

제1부 자유, 자유인

나를 짓는 자유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
소박한 자유인
빼앗긴 자유, 버림받은 자유
몸의 자유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

제2부 회의하는 자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들
설득하기의 어려움
회의하는 자아의 일상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지 않은 생각 1: 가정
생각하지 않은 생각 2: 학교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철학 논제

제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

농지개혁과 기본자본
‘개똥 세 개’의 가르침
공감 능력과 감정이입
상징폭력
우리는 시리아인이다!
세계화와 20 : 80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대란 선동
노동, 노동자의 지위
노동의 분할
신자유주의와 ‘20’을 위한 정치

제4부 난민, 은행장 되다

난민, 왜 하필이면 한국 땅에
외교부 : 법무부
이웃에 대한 상상력
장발장은행의 탄생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43,199’라는 숫자
장발장의 은촛대
사적 나눔과 공적 분배
인간의 존엄성과 보편복지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홍세화 (Hong Se-hwa,ホンセファ,洪世和,)
작가 한마디 신자유주의는 경제가 모든 걸 장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지어 경제가 국가마저 지배합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은 사회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경제나 국가가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언론인·사회운동가. 1979년,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망명하였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상의 자유 침해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아, 관광 안내·택시 운전을 하며 이주노동자로 생활하였다. 이때 집필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똘레랑스’라는 용어에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 귀국하여 언론, 출판, 교육, 사회운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이며, 시민 모임 ‘마중’을 통해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미안... 언론인·사회운동가. 1979년,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망명하였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상의 자유 침해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아, 관광 안내·택시 운전을 하며 이주노동자로 생활하였다. 이때 집필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똘레랑스’라는 용어에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 귀국하여 언론, 출판, 교육, 사회운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이며, 시민 모임 ‘마중’을 통해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미안함에 대하여』, 『결: 거칢에 대하여』, 『공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생각의 좌표』, 『지구를 구하는 정치 책』 등이 있고, 『노루 인간』, 『딸에게 들려주는 인종차별 이야기』, 『왜 똘레랑스인가』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 리뷰

“착하면 손해 본다. 그래도 넌 착한 사람이 되어라”

계속 노예로 편하게 살기 위해 경쟁할 것인가,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 조금 더 자유가 약동하는 사회를 꿈꿀 것인가
편하게 사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에 관하여


자유를 누리며 ‘나를 짓기’보다는 자기 형성의 자유를 내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노예들 중 소수가 해방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면, 오늘날 ‘멋진 신세계’의 노예들은 대부분 ‘편한 노예’로 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 홍세화 작가의 글은 인문학적 시선과 사회비판적 시선을 가로지른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때론 거칠게 역린하며 촌철살인을 내던진다.

먼저 1부, ‘자유, 자유인’에서는 권력과 물질이 승리를 구가하는 시대에 나를 짓고, 자유인으로 남기 위해 세속 사회에서 패배자가 될 것을 사유한다. 모두가 장교가 되고 싶어 하는 사회에서 사병으로 남아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 조금 더 자유가 약동하는 사회를 꿈꿀 것을 강조한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외로움과 불안을 대가로 치러야 하지만, 자기 내면을 탄탄히 쌓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다.

2부 ‘회의하는 자아’에서는 모두가 완성된 존재처럼 살아가는 사회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나를 짓기 위해 남과 나를 비교하는 대신, 회의하는 자아가 될 것을 성찰한다. 나를 짓는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은 고결함을 지향한다. 여기서 고결함은, 남과 경쟁하여 승리한 자의 몫이 아니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의 산물이다. 좀 더 정확한 진리에 다가서고 편견과 오류를 멀리하도록 나의 사유세계를 반성적으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에서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끊임없이 되물을 것을 사색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계급, 분단, 지역, 젠더, 생태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기만의 래디컬을 주장하게 되면 결국 모두 극단주의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회의하는 자아가 되어 나 자신도 타인에게 설득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내 가족과 이웃과 동료를 설득하자고 말한다.

4부 ‘난민, 은행장 되다’에서는 돈이 없으면 죄가 되는 것을 넘어 죄를 짓도록 이끄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 주위의 무관심과 냉대 속 이웃과 난민에 대해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박하게 살지언정 사회적 연대가 살아 있는 사회,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만큼은 지켜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올바른 정치참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패배자들에 대한 기억은 소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장발장과 은촛대,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 선 사람들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이 탄생한 이유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 인정. 그 출발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공감 능력이며 측은지심일 것이다.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들여다보고, 성기기 짝이 없는 사회안전망의 틈을 메우는 아교 역할을 해내는 것이 바로 인정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주위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장발장이 존재한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누추한 집에 누워 있는 사람, 절대적 빈곤에 처해 빵 한쪽을 훔치다 절도범이 되는 사람, 노숙인을 비롯해 주거 조건이 열악한 사람 등이다. 한시도 결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21세기 장발장들의 생존 조건은 늘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하고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 머물게 한다. 홍세화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가 국가로 하여금 거리낌 없이 벌금형을 내리게 하고, 이들을 더욱 가난의 막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국가나 사회를 비롯해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해왔다. 불안은 더욱 가중되어 나 하나, 내 가족 챙기기도 어려운 이 세상에서 남을 도와주다가는 오히려 짓밟히게 된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처럼 굳어졌다. 홍세화 작가는 이런 사회의 구성원들은 결코 ‘오늘’을 누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사회가 나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그 과정에서 패배자가 될지언정, 친절과 배려, 환대와 겸손의 미덕을 다시 되돌릴 것을 사유한다.

장발장은행은 그런 사회를 향한 작은 씨앗의 하나일 뿐이며, 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여 인간을 위한 질문과 비판이 날을 설 때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패배자들에 대한 기억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홍세화가 말하는 홍세화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을 맡고 있다. 회사원, 관광안내원, 택시기사에 이어 신문기자와 소수파 진보정당의 대표를 거쳐, 급기야 은행장의 직함까지 갖게 되었다. 주식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는, 틀림없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일 것이다.

두 가지 우연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땅에 떨어진 것. 또 하나는 파리에서 빈대떡 장사를 할 자본이 없었다는 것. 아무 카페든지 한 귀퉁이를 빌려서라도 빈대떡 장사를 해보겠노라고 마누라와 꽤나 돌아다녔다. 그때 수중에 돈이 조금 있었다면 지금 열심히 빈대떡을 부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빈대떡을 아주 잘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대신 ‘나는 빠리의 빈대떡 장사’?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무튼 두 가지 우연과 몇 가지 필연,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란 게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나는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 통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 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

종이책 회원 리뷰 (21건)

결:거침에 대하여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e*****0 | 2023.04.07

제목처럼 거친 글이다. 운동화속에 들어간 조금만 티끌하나가 온신경을 긁듯이 내겐 읽는 내내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책이었다. 요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있는데 과거에는 노예들 중 소수가 해방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면, 오늘 '멋진 신세계'의 노예들은 대부분 계속 노예로 편하게 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편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욕망 앞에서 자유의 참된 의미는 점점 더 힘을 잃고 있다고...

자유는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외로움과 함께 밀려 오는 심리적 불안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자유인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외롭고 불안한 나를 자유로운 존재로 지킬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바로 참여와 연대. 

이웃에 대한 사랑과 참여, 연대의 의지가 없고 자유의 조건인 외로움과 불안이 버거워지면 자유로부터 도피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집단에 안주하려고 하고 다수파에 소속되려고 한다. 

설득이 어려운 이들은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사람들이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나와 다른 의견은 적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저자가 쓴 완성이라는 표현에 헛웃음이 나오는 건 정말 절묘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서다. 나에게는 완성이란 단어가 좋은 이미지여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존중받고 싶다면 타인의 것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회의하는 자아의 일상을 습관화 하기!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삶, 자기 변화와 성숙을 기뻐하는 삶을 살라는 저자의 말에 완전 동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인지 누군가에 의해 심어진 생각은 아닌지 의심하기. 이제 더이상 왜?라는 질문을 들을 일도 없고 하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동문제(80이 노동자로 사는데 우리는 노동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않는다는 점, 민노총은 왜 삼성물건을 보이콧하지 않느냐는 프랑스 여성 활동가의 질문에 지금까지 삼성제품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프랑스에서  난민신분으로 택시운전사로 살았던 것,  벌금형은 집행유예가 없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가난한 이들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 은행의 은행장 등등 직책도 다양한 만큼 다양한 경험들이 들어있어서 세대를 불문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외할아버지와 나눈 개똥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글을 싫어하는 형이 정승이 되겠다, 겁이 많은 둘째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하자 서당선생이 크게 칭찬한다. 그런것이 못마땅한 셋째는 개똥 세 개가 있다면 형들입에 넣겠다고 한다. 마지막 하나는 하고 스승이 묻자 막내는 우물쭈물한다는 이야기.

여기까지 말씀하신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질문하자 스승이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참 야물딱지게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저자와 할아버지가 너무 부럽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첫째와 둘째를 업신여겼던 자신을 돌아본 모습도 좋았고, 세 번째 개똥은 당신 몫이라고 입을 다물고 있을 때엔 내가 그 세번째 개똥을 먹어야 한다는 말은 뼈를 때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나 그동안 얼마만큼의 개똥을 먹어야 하는건지...음...

때론 위로가 되는 부드러운 글들도 필요하지만 따끔한 회초리 같은 글들도 읽어야겠다.

나는 생각하는 존재라기보다 '생각하지 않은 생각'으로 충만하고 그것을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이것이 이미 완성 단게이 이른 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양태다. p.86

그러나 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 뻔째 개똥을 하나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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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결의 사람입니까?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R*******7 | 2023.03.31

1.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
2.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물결, 숨결, 살결, 마음결
작가의 결은 고결; 고상하고 순결한 결이다.
“나를 짓는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은 고결함을 지향한다.”

혼란한 강호에 나타난 한 사내가 칼집에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그 때 눈앞의 상대방은 단번에 쓰러진다. 그런 책이다. 얼마나 벼리고 벼렸는지 읽고 나니 너덜너덜해졌다.

인간상에 대한 이상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나 자기 연민에 빠질 위험이 있다. 나는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에 좀더 가까울 것이다. 어쩌다 ‘지식의 저주’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딱 그짝이다. 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과 같아지지 못한 자신을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척탄병(수류탄 투척을 주임무로 하는 보병 병사)’이라 말한다. 눈에 보이는 내 옆사람의 아픔이, 느껴지는 사회의 불합리를 가만히 둘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결한 삶은 듣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거친 삶이다. 내 몸에 진흙을 묻히고 내 세대에 끝나지 않을 문제를 두고두고 씨름하는 삶이다. 아… 정말… 버겁다! 나는 그냥 다 제쳐두고 꿀 빨고 싶은데…

<난민>
작가는 전두환 정권 당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되어 프랑스로 망명했다. (지금은 물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시절에 남조선이라니…??) 20여년 간의 떠돌이, 언제나 이방인의 삶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고 좋든 싫든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리고 살면서 내 삶의 한부분은 주위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이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노력없이 부여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격과 주민등록번호는 나에게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교육의 기회를,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주었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주었다. 내가 이 영토 위에서 증명될 수 있는 존재, 시민권자이므로.

하지만 경계선을 벗어나면 대우는 달라진다. 나라는 존재가 언제나 무해한 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중국 같은 경우는 자국 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데 바로 농민공(쉽게 말해서 이촌향도한 사람) 문제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호구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그 성에서 제공하는 사회보장, 복지, 교육 등에서 밀려난다. 혹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국경을 넘는 경우 영주권자는 언감생심, 불법체류자가 아닌 것이 어디인가? 매번 비자갱신 기간이나 선거기간이 되면 내가 이 나라 국민들처럼 성실히 일해서 낸 세금이 얼만데 항상 쫓겨나야 할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냐며 푸념한다. 전쟁이 나서 부득불 보트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가던 3살 소년 쿠르디는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몇 년 전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중동 지역 분쟁(시리아전쟁, 예멘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을 우리나라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정우성씨는 감성적인 발언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내가 서있는 곳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 확연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자유는, 아니 자유함은 어떤 때는 그저 주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끝없이 애써도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작가는 그래서 고결함은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의 산물이며 선물”이라 말한다. 이 한 몸 건사하기가 이렇게 난해하고 오묘하다.

내가 마지못해 해줄 수 있는 건
‘조금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세상을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것’
‘고쳐 짓거나 새로 지을 게’ 매번 눈에 밟히는 것
그리고 귀에 피가 나더라도 이야기 들어주는 것
그 뿐이면 아직은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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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결의 사람인가요? 어떤 결의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k******e | 2021.08.19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나의 사상(이란 것이 있다면)을 이루는 근간에 몇 분의 스승님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중 한분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작가 신영복 선생님, 그리고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자의 저자 홍세화 선생님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분 다 나라에 의해 빨갱이로 지목되고 투옥되거나 추방당하여 난민이 된 분들이네요. ㅠㅠ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도 몇 번 청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저작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의 좌표라는 책이 참 좋습니다. 선생님 강연의 주제도 이 생각의 좌표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선생님의 책이 오랜만에 출간되어 바로 읽었습니다.

 

책의 서문에 홍세화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거친 글은, 감히 말하건대, 한국 사회라는 산에서 내려오는 한 선배가 산에 오르는 젊은 후배와 만났다고 가정하여, 누구의 어법을 빌려 다시 또 감히 말하건대, ‘조금 더 낫게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게 하고 싶은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령 그 후배가 소수도 아닌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p16

 

한때는 아마도 저도 극소수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노동당 당대표였기에 노동당에 오래도록 당적을 유지했습니다. 홍세화 선생님도 있었고, 박노자 선생님도 있었으니 노동당원이 될 이유가 충분하였고, 선거때마다 채 1%의 지지율도 안 나오는 정당을 지지하며 나는 대한민국 1%, 라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입당부터 겪어오다가 몇 해 전 또 갈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탈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축출된 사람들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한 줌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정체성을 들먹이며 싸우는 것에 환멸을 느낀 탓이었습니다. 이 책 중에 인용된 나오미 울프의 말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나 봅니다.

 

싸우는 과정 자체가 그 싸움을 통해 획득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 -나오미 울프‘ p51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진보는 부패와 분열모두로 망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떤 조직이든 망쪼가 든 조직은 그러한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흥분하였습니다.

 

이 책은 선생님이 언급하셨듯이 뭔가 사회와 세상을 위해 일하였던 사람이 그런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말을 쓰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꼭 읽어봐야지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역시 자유를 강조하였습니다. 나를 지어야 하고, 고결하게 지어야 하고, 몸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몸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하베아스 코르푸스(habeas corpus)'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는 이 문장을 인용합니다.

 

폭력은 남이 당신에게 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 또한 남에게 행하지 말라. 남이 당신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당신도 남에게 해주어라. 라는 황금률을 어긴 행위다. 이 황금률을 지켜야 한다. 그 출발점은 몸의 자유를 존중하는데 있다.” p62

 

그리고 회의해야 함을 역설하십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다는 것이죠. 자기 생각과 태도도 정해진 것이고 앞으로 자신에게 닥쳐올 일들도 그저 그 필터링을 거쳐 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옳은가? 저것이 그른가?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완성된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현존재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파한 스피노자의 말처럼 고집해도 너무 고집합니다. 그리하여 설득이 불가능하며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머니 배 속에서 나온 후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이 사회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장소는 가정과 학교다. 이 두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유세계의 대부분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 두 곳 모두에서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개탄하십니다. p89

 

그러기에 우리는 모순을 직면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순은 계급모순, 지역모순, 젠더, 생태문제 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복합적이다. 모순이 워낙 첨예한 탓도 있겠지만, 활동 양태나 주장들도 온유하지 못하고 거칠다. 각자가 자기만의 래디컬을 주장하게 되면 결국 모두 극단주의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p115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덧붙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겸손함이 필요하다. 의지로 회의하는 자아가 되어 나부터 변화하고 성숙하자. 나도 수시로 설득된다는 조건 아래 내 가족과 이웃과 동료를 설득해야 한다.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에서 벗어나도록! 일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묘책은 없다.”p115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쩌면 겸손함이 아닐까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항상 더 듣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존재를 배반하고 있는 기존의 의식에서 벗어나도록 말이죠.

 

모순은 결국 죽음을 양산합니다.

 

“1,5,13,37은 이 땅에서 죽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수들이다. ‘1’은 오늘 한국에서 타살되어 죽는 사람의 하루 평균 수, ‘5’는 산업재해로 죽는 노당자의 수, ‘13’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 ‘37’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동시대인의 수다...(중략)... 이 숫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 역시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과 무관하지 않다.”p130

 

1만이 타살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모두 타살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모순을 구경하고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공범자가 아닐까요? 세월호 아이들에게 가졌던 미안함이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요?

 

그러면서 장발장은행을 소개합니다.

 

장발장은행은 2015225일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법을 위반한 행위를 저질러 국가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중에 벌금을 낼 형편이 못돼 교도소에 갇혀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사라들에게 벌금액을 빌려주는 은행이다. 이자도 없고, 담보도 없고, 신용 조회도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이런 일을 하는 은행은 장발장은행 뿐이다. 이 말은 장발장은행의 취지가 뛰어나다는 것보다 한국의 벌금형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p206

 

저도 이 장발장은행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같이 후원하시고 싶으신 분은 이쪽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http://www.jeanvaljeanbank.com/ )

 

마지막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를 위하여 보편적복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모든 이웃들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연대의 정신과 성숙한 정치다. 장발장은행은 그런 사회를 향한 작은 씨앗의 하나일 뿐이다. 빨리 문을 닫는게 장발장은행의 목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가난의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남이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할 때,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활동과 올바른 정치 참여만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다.”p229

라며 책은 끝납니다.

 

책을 덮으며, 우리 사회와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뭔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꿈틀거림이 잠시의 진동으로, 혼자만의 떨림으로 남지 않고 사회를 울리는 조그마한 파장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홍세화 선생님을 지나쳐 산을 오르던 나도 언젠가는 산을 내려와야 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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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비*개 | 2020.05.10

대학교 때 인상적으로 읽었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의 홍세화 작가의 신간 소식을 듣고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전자책으로도 함께 발간된 것을 보고 바로 구입하였다. 참 오래만에 신간이라 반갑기도 하고 기대가 무척 되었는데, 여전히 학생 때 읽었던 사회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함이 없기에 좋았다.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가 묻게되고, 자유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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