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조예은 저
2020년 첫 출장
대구로 가는 KTX 안에서 성수선 작가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를 읽었다.
페친이라 작가인 건 알았지만 나름 회사원이기도 해서 그의 전작 수필들을 한번 읽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번에는 음식을 주제로 한 수필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 봤다.
사실 내가 쓴 글도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지난 가을과 겨울 나도 많이 지쳐 있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부끄러워지고 글을 잘 못 쓴다는 것이 늘 어떤 열등감으로 나를 구속하고 있었다.
돈많은 친구
대기업 사장이 된 친구보다 글 잘 쓰는 박찬일세프가 가장 부럽다.
참 많이 망설였다.
늘 책이라는 것이 사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는 입장에서 한가로이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이 그것도 잘 모르는 여성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이 시간 낭비일 수 있다.
난 전혜린이후의 여성 작가의 에세이는 거의 안 읽은 것 같은데
나름 음식업에 종사하지 않는 페친임에도 내공이 있는 성작가의 포스팅을 보면서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는 박찬일세프처럼 음식업과 관련된 이들의 수필과는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읽었다.
나도 그냥 슬기로운 육식주의에 관한 에세이를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해서
적당한 무게감이 좋은 작가다.
에세이 임에도 자신의 감정 기복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가식과 위선도 아니다.
일종의 훈련된 절제감이 있어 보인다.
글 잘 쓰는 이의 문장이 어떤 건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글이다.
요즘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성수선 작가의 글을 좀 읽고 배웠으면 한다.
진진의 멘보샤를 먹어 본 사람만이 맛을 아는 글이 있다.
왕사부의 묘한 웃음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여경옥 세프의 파티에 가본 사람은 안다. 성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몇년전 여세프님의 파티에 초대받아서 갔던 기억들이 오늘 일처럼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이구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맛있는 음식은 사랑을 확인하는 리트머스지니까."
우리는 우리시대를 살면서 조금씩 부족한 사랑을 아니 확인받고 싶은 사랑을 맛있는 음식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발 에세이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분들은 꼭 성작가의 에세이를 읽어 보기 바란다.
작가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모범은 보인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