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를 꽤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서 읽은 책이다.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에는 고등학교 남녀 학생.. 그 중에서도 안타깝지만 췌장암에 걸린 여학생과 그 여학생을 지켜보는 남학생의 이야기였다면..
'어리고 아리고 여러서'는 대학생인 두 친구가 비밀결사단체인 '모하이'를 만들고, 그 모하이가 커짐에 따라 서로 사이가 멀어지고, 결국 각자 다른 길을 걷다 상처를 입히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내가 믿었던 이념 또는 신념. 그 신념에 어긋나는 경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 신념을 우선시하여 칼같이 그 관계를 접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 오랜 시간동안 친구라고 지냈던 사이였건만, 이렇게 무 자르듯 잘라져버린 관계로 변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참 씁쓸했다.
40대인 내가 20대인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왜 그랬어? 살다보면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남겨주고 싶다.
20대의 어렸던 나처럼.. 주인공 다바코도 그랬다.
대학교 1학년 수업 중에 만난 4차원 여학생 아키요시. 다바코는 아키요시와 둘만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세계 평화를 위한 비밀결사단체인 동아리 '모아이'를 만들게 되었다.
누가 이런 동아리에 가입하게 될까 싶었는데, 한두명씩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다바코와 아키요시가 만든 '모아이'는 더 이상 둘만의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 전체에 유명한 동아리가 되어버린다. 그 과정 속에서 다바코는 모아이를 탈퇴하게 되고, 모아이는 취업용 인맥을 쌓는 동아리로 변질이 되어버린다.
취업이 확정된 이후, 다바코는 친구 도스케와 함께 모아이의 약점을 찾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 최종적인 단서.. 모아이에서 회원 명단을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배포하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변질된 모아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변질된 모아이의 잘못을 일깨우기 위해서..
다바코는 이 정황을 인터넷에 유포하게 된다.
처음에 모아이를 만들었던 목적과 달리 변했기 때문에, 모아이는 새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바코. 아키요시는 그런 다바코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혀 이상해진 거 없어.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건 당연해.
변하지 않는 것이 훌륭하고 변하는 것은 나쁘다니,
그게 말이 돼?
P.286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언론사와 사람들로 인해 이 일은 생각보다 많은 파장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모아이의 히어로인 아키요시는 사과를 하고, 모아이를 해체하겠다는 발표까지 하게 된다.
다바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키요시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과, 그 상처를 준 이유가 자신이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상처를 왜 받았나 생각해 보니, 나만 바라보던 아키요시가 모아이 활동을 하면서 나만 바라보지 않게 되자, 질투심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임시 땜빵이란 결국 마음의 틈새를 메워준다는 것이다.
마음의 틈새에, 나를 필요로 해 줬다는 것이다.
뻥 뚫린 구멍을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에 생겨난 뻥 뚫린 구멍을 누군가 메워준다면 얼마나 큰 구원이 될까.
P.328
다바코는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사과를 하기 위한 용기를 내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젊은 시절 다바코와 닮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그땐 그랬지..
풋풋했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실수했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동전에 양면이 있는데도, 한가지 면만 보고 그게 다 진실인 듯 생각했던 모습도 생각나고..
다바코처럼 소설 속 주인공이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적도 처음인 거 같다.
좋아하는 일본작가 스미노 요루의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이어 꾸준히 신작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이전 작들에 비해 느낌이 새로웠던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대학생이었다가 사회인이 되기 직전의 시기에 처한 남자, 다바타. 그는 대학 초년생 시절에 아키요시라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여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처음에 그녀를 못마땅해했지만, 끝내 같이 모아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품 시점에서 그는 4학년이 되었고, 이미 모아이를 떠나고 난 뒤였습니다.
다바타는 그 동아리의 존재를 부정하려 하였고, 초창기에 비해 크게 변해버린 동아리를 바꾸고자 하여 동기와 작전을 계획하고 시행하려 합니다.
모아이에서의 허점을 잡고 기세를 몰아붙이지만, 거의 끝나갈 무렵에 동기는 그를 거부하게 되었고
작전이 성공하지만, 동아리의 부장은 다바타에게 불평만 늘어놓게 됩니다.
위기에 처한 모아이. 이 마무리는 어떻게 될지...
작품 소개에서는 아키요시의 행방이 안 보였는데.. 이 작품은 내용을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일부러 이 인물의 행방 묘사를 안 한 게 신박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인 두 인물의 관계를 대학생 시점에서 안타깝게 표현한 게 절묘했고..
대학생 시절이나 그 이후에 읽으면 괜찮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독자의 연령에 맞게 아마 일부러 양장으로 출판한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을 신경써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사진도 같이 첨부해 보겠습니다!
스미노요루 저 / 양윤옥 역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를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이 좀 오글거렸어요. 그래도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듯 어린 청춘들의 이야기 였습니다. 대학생~사회초년생 즈음의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인 다바타 가에데의 주장으로는 여자주인공인 아키요시가 뭐 엄청난 잘못을 하기라도 한듯한데 그냥 가에데가 참 찌질한사람인것 같네요.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가, 요즘 들어 책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 무언가 저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스미노 요루 작가의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입니다. 스미노 요루 작가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책의 제목만큼은 들어보았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스미노 요루 작가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인상적으로 읽었다 보니, 어리고 아리고 여러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 정도의 필력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작품이기는 하였습니다만, 어리고 여려서라는 이 작품의 제목처럼 아직 덜 성숙한 이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스미노 요루 작가님의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리뷰입니다. 전작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라는 작품이 워낙 흥했어서 그런지 다른 작품도 바로 번역되었나봐요.. 전 사실 그 작품엔 크게 매력을 못느끼긴했습니다만 뭐 대여이기도했고 가벼운마음으로 읽어보려고 호기롭게 시도해보았는데요. 역시나 취향이 아니었네요. 번역은 나쁘지않았던것같아서 그냥 저랑 안맞는 감성인것같아요. 다음작품은 안사지않을까 싶어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