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위어 저/박아람 역
앤디 위어 저/남명성 역
윌리엄 린지 그레셤 저/유소영 역
전건우 저
헨리 제임스 저/조기준,남유정 공역
오세영 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지금까지 책으로 읽지 않은 건 20여 년 전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를 너무나도 인상 깊게 봤기 때문입니다. 매체를 불문하고 먼저 인상 깊게 보고나면 다른 매체로는 도무지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곤 하는데, ‘비밀’은 주룩주룩 눈물을 흘려가며 봤을 정도로 영화가 매력적이어서 그동안 계속 원작을 외면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지 20년도 넘은데다 왓차에 올라온 ‘비밀’의 포스터를 보니 새삼 원작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번역가 양윤옥의 번역으로 2021년에 재출간됐음을 우연히 알게 돼서 큰맘 먹고 원작 읽기에 나서게 됐습니다.
평범한 가장 스기타 헤이스케의 삶이 하루아침에 붕괴됩니다. 한겨울에 일어난 비극적인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 나오코가 사망하고 딸 모나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긴 했지만 식물인간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나미가 의식을 되찾자 스기타는 감격하지만 이내 모나미의 몸에 깃든 영혼이 아내 나오코라는 것을 깨닫곤 경악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은 채 스기타는 딸의 몸에 깃든 나오코와 일상을 꾸려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당하지 못할 혼란에 휩싸이고 맙니다. 동시에 스기타는 사고버스의 운전자 유족과 인연을 맺은 뒤로 사고 이면의 기구한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연이지만 스기타는 그를 통해 버스 사고의 진실을 접하곤 말할 수 없는 회한에 잠깁니다.
11살 딸의 몸에 깃든 36살 아내의 영혼과의 동거는 스기타에게 여러 가지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안겨줍니다. 참담할 정도로 비극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3자, 즉 독자가 볼 때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해프닝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분명 대화를 나누고 밥을 함께 먹는 상대가 아내의 영혼이긴 하지만 어쨌든 눈에 들어오는 외관은 11살 딸이기 때문에 잠자리를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귀여운 초등학생이던 모나미가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어느 새 자신이 나오코임을 잊은 듯 에너지 넘치는 10대의 모습을 보이며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스기타로서는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자아내는 장면들입니다. 아빠이면서 아빠가 아닌, 남편이면서 남편이 아닌 스기타의 처지는 그야말로 난감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나오코가 진심으로 ‘모나미’로서 새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자 스기타의 감정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 집착과 분노에 이릅니다. 더구나 나오코는 이제 ‘스기타의 아내’가 아니라 ‘모나미’로서 살아가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힙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스기타는 더욱 더 큰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몸의 성장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는 나오코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스기타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기복에 할애됩니다. 뜻하지 않게 10대로서 새롭게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된 나오코의 기대와 동요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그런 면에서 ‘비밀’은 빙의를 소재로 한 극적인 가족소설 혹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막판의 두 차례의 큰 반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에서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충격과 감동이 곁들여져 있어서 “똑같은 소재를 갖고도 이렇게 요리할 수 있다니!”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대목입니다. 행복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 안정을 되찾은 듯한 스기타가 연이어 뒤통수를 맞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압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기타-나오코-모나미의 이야기와 함께 병행되는 건 사고버스 운전자의 유족과 스기타가 맺은 불편하면서도 운명적인 인연입니다. 이 인연은 특별한 반전이나 사건을 포함하진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非미스터리 작품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참사를 일으키고 본인도 현장에서 사망한 버스 운전자의 사연, 그의 유족이 감당해야 하는 말할 수 없는 고통, 그리고 그 유족과 이어진 또 다른 가족의 오래된 비밀은 스기타-나오코-모나미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따뜻한 엔딩을 맞이합니다.
20년도 넘은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영화는 원작소설을 큰 폭으로 각색한 것 같습니다. 분명 큰소리로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던 영화에 비해 원작소설은 많은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정제된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선지 새삼 왓차에 올라온 ‘비밀’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20여 년 전처럼 ‘웃다가 주룩주룩’하게 된다면 역시 제겐 소설 ‘비밀’보다는 영화 ‘비밀’이 더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게 될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다 읽고도 이 작품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이유나 인터넷서점에서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행이란 말 할 것도 없이 아내의 죽음이었고, 행운이란 딸의 기적 같은 소생이었다.
스기타 헤이스케의 딸과 아내가 버스 추락 사건으로 위급한 상태에 빠진다. 아내는 죽고 딸이 살아남았는데 딸 모나미의 몸에 아내 나오코의 정신이 들어가게 된다. 그럭저럭 일상을 유지하던 이들은 모나미가 커 가면서 헤이스케는 아내 나오코에게 다른 남자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서로 간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감에 충돌한다. 이와 별개로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의 과로 이유를 알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우연히 그의 남겨진 가족들을 알게 된다. 단순히 유족의 입장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그들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예전에 몇 번 부부싸움을 했을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침묵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라는 것이었다. 헤이스케는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나오코와 자신 사이에 가로놓인, 결코 채워질 일 없는 틈새의 존재를 인식하고 견딜 수 없이 슬퍼졌을 뿐이다.
언젠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라고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리면 그녀는 평범한 열여섯 살 소녀로 살아갈 수 있다. 사랑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이들의 갈등이 깊어지던 어느 날 딸 모나미의 정신이 돌아온다. 점차 아내 나오코가 나타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모나미로 깨어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결국 나오코와는 영원한 이별을 한다. 완벽한 부녀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으나 헤이스케는 25살의 모나미의 결혼식 날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화자인 헤이스케가 느끼는 그 다양한 감정에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행동했을지 대입을 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모나미를 염탐하고 의심하는 헤이스케의 행동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음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진실이 무엇이었든 간에 나오코가 딸을 대신해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심도 응원하게 된다. 결말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그리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는데 『외사랑』에 이어 이번 『비밀』이라는 이 작품으로 명실상부 추리소설 최고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이제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서 알고 있는 것인지 영화를 보아서 알고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 한가지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고를 당한 딸과 바뀌어 버린 엄마. 그렇다고 몸이 두 개여서 양쪽이 쌍방간에 바뀐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서로간에 합의와 이해를 거쳐 어떻게 돌아갈 방법이라도 마련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경우 같이 사고를 당해서 엄마는 죽었고 딸은 살았다. 하지만 그 산 것이 산 것이 아니다.
딸의 몸에서 깨어난 엄마의 영혼. 이 경우 이것은 딸일까 엄마일까. 몸은 딸이니 겉으로 보아서는 당연히 십 대인 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이나 영혼은 엄마이니 말하는 어투도 또래들과는 다르고 알아보는 것도 다르다. 누군가에게 말해봤자 이 아이가 사고를 당해서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할뿐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딸과 아내 이 둘다를 알고 있는 아빠 헤이스케뿐이다.
다른 작품 같은 경우엔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누가 범인이었더라를 생각해보면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범인을 찾아서 책을 집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달랐다. 워낙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살인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 잘 기억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완벽한 엔딩이 기억이 났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었고 딸의 몸을 가진 엄마가 살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아빠와 평생 같이 사는 딸이 될 수 있는 선택지도 존재했겠지만 말이다. 그것이 아마 헤이스케가 바란 선택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오미의 선택은 모나미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 것이었지만. 아빠와 엄마는 생각하는 정도의 깊이가 다르다.
딸인 모나미의 성장과정을 그렸기에 어떻게 그 긴 시간동안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헤이스케는 오히려 모나미가 있었기에 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오코이긴 했지만 모나미라고 생각했으니 딸의 인생을 위해서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뒤집어지는 그런 한 부분을 빼면 말이다. 만약 숨겨진 사실을 미리 헤이스케가 미리 알았더라면 그의 결정은 바뀌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저자/양윤옥 번역의 소설 '비밀' 이 책 일본 현지에서도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책이죠.. 드라마로도 나왔던 것 같고요. 저는 페이백으로 처음 접했는데 이런 느낌의 소설을 안 좋아했는데도 읽을만하고 재밌었습니다. 저는 결말부분에서 엥?? 하긴 했는데ㅋㅋ 다른 분들 리뷰 찾아보니까 납득 갔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암튼 페이백이 짱입니다
비밀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게 된 주인공은 살아남은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말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시작부터 일본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죽은 형의 영혼이 동생의 몸에 들어갔다는 설정의 스토리에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영화도 상당히 불편한 기분으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아내와 딸이라니 정말...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작품 같지만 일본 소설의 감성을 좋아하지 않은 분들은 비추천합니다.
사고로 인해 아내가 딸의 몸에 빙의하게 되고 남편이 그걸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아닌 딸로만 대하고자 결심하는데, 그 때 딸의 의식이 다시 깨어나게 되면서 한 사람의 몸에 두 사람의 의식이 존재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술술 잘 읽히는 다양한 작품들에 이야기꾼인 작가답게 이 작품도 역시나 작가의 특징이 잘 담긴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끝에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도 생각해 보면 아내가 남긴 일기를 딸이 봤다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는.. 마지막을 확실히하지 않아 어쩌면 더 오래 생각이 남을 수도 있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한번쯤은 읽어도 좋을 소설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