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저/김지우 역
W. G. 제발트 저/안미현 역
레이첼 커스크 저/김현우 역
엘레나 페란테 저/김지우 역
루시아 벌린 저/공진호 역
우정이 곧 삶이었던 두 여자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우정은 눈부신가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전 세계를 홀린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진부하다. 그러나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그들의 삶은 맹렬하다. 감정선은 강렬하고 인물들은 욕망과 분노에 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소설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들어 있는 광활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페란테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단도직입적이다. 두 주인공도 회귀하지 않는다.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속에서 주인공은 앞만 보고 나간다. 그들은 순차적으로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며 나아갈 뿐이다.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 바로 『나의 눈부신 친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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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릴라에게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만 내도 내 안경을 고쳐주는 스테파노가 있는데 내겐 무엇이 있지?"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명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명작은 그 작가가 표현하는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인간 공통의 감정 또는 고뇌를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언어로 잘 표현하는 글이 좋은 글이고,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나의 눈부신 친구>는 4부작 중 가장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레누와 릴라가 자라온 성장과정과 청소년기까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는 특히 어린 시절의 묘사 중에서 드문드문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조금 성장해서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가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했고 그 사실에 질투보다는 인정하는 부분이 컸는데, 2학년부터 내가 성적이 오르고 공부를 잘 하게 되자 다른 누군가보다 그 친구보다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속으로 내심 경쟁하게 되었던 마음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 친구가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기고 싶은 마음? 경쟁하는 마음으로 서로 성장해나갔던 것 같다. 때론 내가 이기적인가?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성장과정에서의 질투이나 경쟁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 시대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 지역과 그 시대의 문화/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나는 50년대 시대상에서 보여주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에 시선이 갔다. 흔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는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머지 않은 과거에 이탈리아에서 이러한 폭력이 만연했음이 놀랍기도 했다.
릴라의 아버지와 오빠는 릴라를 사랑하지만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한다. 레누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와 레누를 때린다. 레누와 릴라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사람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레누는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고 말한다. 레누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과는 달리 지적이고 친절했던 도나토 사라토레를 존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방어할 틈도 없이 도나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소설 속 여성들은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레누도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당시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다.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이러한 우정은 사라지고, 인맥 관리라는 말로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어울리기도 한다나?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이 이야기는 레누(엘레나 레누차 그레코)가 그녀의 친구인 릴라의 아들 리노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면서 시작한다. 릴리가 집에서도 레누에게서도 자신의 흔적을 없애 버린 것으로 보아 릴라는 이미 사라지기로 작정한 것임에 틀림없다. 절망하여 우는 리노의 전화에 대고 ‘릴라를 그냥 내버려두라’며 매몰차게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 레누는 ‘좋아. 이번엔 누가 이기는지 보자’ 하는 생각을 하며 컴퓨터에 60년이 넘는 두 사람만의 기억을 써내려 가기 시작하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써 내려간 이야기가 되겠다.
레누와 릴라는 같은 동네 같은 건물에 사는 친구다. 똑똑하지만 소심하고 상상력 풍부한 시청 경비의 딸 레누와 똑똑면서도 대범하고 직설적인 구두수선공의 딸 릴라. 소심한 레누는 격정적이고 과격한 릴라에게 늘 밀리는 느낌이다. 겨우 릴라에게 자신을 내세울 일이 생겨도 릴라는 말 한디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이미 그것을 따라 잡았거나 또는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데 심지어는 욕이나 폭력적인 면에서도 남자애들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나마 몸의 변화는 릴라를 앞서갔다고 자만했지만 그것도 그저 시간차였을뿐 그 변화는 릴라에게도 나타났고 심지어 릴라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로 주변 남자들을 끌어 당긴다. 레누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동안 릴라는 명석한 두뇌에도 집안의 반대로 진학을 하지 못해 레누가 잠시 우월감에 빠졌었지만 릴라는 학교에 가지 않고도 레누 스스로 패배를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들을 선보인다.
P299 릴라는 글로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내 글이나 도나토 아저씨가 쓴 기사나 시와는 달랐다. 과거에 읽었거나 그 당시에 즐겨 읽던 작가들의 글과도 달랐다. 릴라의 글은 섬세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문법이 완벽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고 문어체의 어색함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글을 읽는 동안 그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들은 50년대의 격정적 변화속에 있던 나폴리에서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보낸다. 가장들은 가족을 길들인다는 미명하에 과격한 폭력(언어적, 육제적)을 행사하고 아이들은 가난하고 지저분한 거리에서 심한 사투리와 욕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을의 악의 축이었던 고리대금업자 돈 아킬레가 살해당하기도 하고 이후 고리대금업자의 장부는 마피아와 관련되어 있다고 소문난 또 다른 마을 부자가 소유하기도 한다. 동네의 누군가는 살인자이고 또 누군가는 불륜관계이고 그래서 가족이 동네를 떠나기도 한다. 어릴적부터 한 동네에 살던 이들은 자라면서 서로 굉장히 미워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며 커서 상대의 반려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폭력과 질시와 가난과 여성비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레누나 릴라가 그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사춘기까지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의 꿈은 꿈으로 머물 수 밖에 없다. 릴라는 더 이상의 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가업인 구두제작을 하게 되고 부유한 스테파노와 결혼하게 된다. 그레코는 우수한 성적을 무기로 선생님이 부모님을 설득해준 덕분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직 이 이야기는 네 권 중의 한 권에 지나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얻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귀를 기울이며’ 이후로 또다시 지나간 나의 사춘기시절에 대해 아쉬워하며 그녀들을 질투하는 나를 발견한다. 읽기를 시작했을 때 소녀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므로 ‘빨강머리 앤’식의 우정을 다루었을 것이라고 당연시했었다. 하지만 뭐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녀적 감성은 ‘빨강머리 앤’으로 순수하게 두고 현실 소녀들의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이탈리아의 자유분방함을 가미해서 이미 파격적이고 성적인 관심과 행동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열정이라는 기질을 몸에 장착한 채 각 상황마다 그 열정을 드러내고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에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좀 더 과한 행동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연 릴라는
엘레나에게 좋은 친구일까? 엘레나의 공부를 끌어 올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친구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시험하고 질투하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면에서는 나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잠시 일탈했던
그때 다시 되돌아온 릴라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P99 설마 그런 걸까? 릴라는 부모님이 벌로 내 중학교 진학을 취소하게 하려고 나를 꼬드긴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내가 중학교에 가지 못할까봐 그렇게 서둘러서 나를 다시 데려온 걸까? 세월이 흘러 오늘에 와서야 나는 생각해본다. 사실 릴라는 때에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뭐 좋은 친구인지 나쁜 친구인지에 대한 정의는 별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하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동반되고 온전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보다는 그 반대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누는 릴라를 상대로 항상 자신이 이번만큼은 그녀를 이겼기를 바라지만 머지 않아 그렇지 않음에 절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레누가 사라져버린 릴라를 향해 ‘이번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이 4편의 이야기 끝에는(이 책은 나폴리시리즈의 1편이다) 과연 누가 이겼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까? 결국은 모두 지나간 일에 지나지 않았고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그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 결론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누가 이겼다는 식의 결론을 기대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독자가 남자라면 이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여자와 사춘기라는 극한(?) 교집합속의 소녀들에게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꼭 물지도 모르겠다. 책이 가벼워 좋았는데, 내 사춘기적 기억 속의 나와 맞물려 지난 시간을 더듬느라고도 특히 더 좋은 시간이었지 싶다.
이 책이 나폴리 4부작의 그 첫 권이라는 것도, 작가 엘레나 페란테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시작했다. 표지가 주는 느낌이 산뜻했고, 그 이미지가 마치 빨간머리 앤을 연상하게 했기에, 그런 두 소녀이 우정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그리고 봄이 오고 있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은 후..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앞으로 이어질 , 소녀가 아닌 여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빨간머리앤의 그런 소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이다. 정치적,사회적인 혼란과 함께 빈부의 차이가 심했던 시대.
빈곤층이 모여 있던 남부 지방, 그리고 아직은 모든 것들이 평등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차별과 폭력이 난무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웃의 숟가락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상황의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들의 아이들이 모여 학교를 다니고 놀이를 하고 그 와중에 생겨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움과 다툼과 성장의 아픔..이 모든 것들이 모여있는 그 시골 마을에 두 소녀 '릴라'와 '레누'가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와 취향이 바슷하기에 공통점이 많아 친해질 수도 있고 나와는 다르기에 나에게 없는 것들을 채워주는 상대방이 좋아서 친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릴라'와 '레누'는 아마 후지인 것 같다. 성향이 너무도 다른 두 소녀는 단짝이 되고 언제나 시간을 같이한다.
구두수선공의 딸 '릴라'와 시청수위의 딸 '레누'
1권의 이야기는 그들의 유년기와 사춘기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돈 아킬레 이야기'가 그들의 유년기를 이야기해주고 '구두 이야기'가 그들의 사춘기를 이야기 해 준다.
과연 제목과 그들의 유년기. 사춘기 얘기가 무슨 상관이었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그 제목은 그야말로 그들의 그 시기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제목이었던 것 같다.
돈 아킬레는 고리대급업자로 당시 어린아이들은 그를 괴몰이라 생각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돈 아킬레가 몰락하고 그 자식들의 시대가 됨으로 그들은 유년기의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p29)
또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릴라는 오빠 리노와 함께 구두를 수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제작하여 체룰로 구두를 만들어 사업을 키울 꿈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 릴라는 많은 내적 갈등과 함께 외적으로 여성화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런 릴라의 변화를 바라보는 레누 또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해 보게 된다.
그러한 그들의 성장통속에 구두라는 것은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릴라와 레누는 서로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비대칭이 아닌 대칭 구도임을 암시하게 된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을 릴라의 결혼식 장면이다. 릴라는 돈 아킬레의 장남인 스테파노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다. 그 마지막에 연적이었던 마르첼로가 체룰로의 남성구두를 신고 나타나 다음 이야기의 갈등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노력형이며 모범생인 레누는 언제나 자신보다 더 명석하고,못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칠 것 없이 행동했던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 하고 싶고, 릴라에게 자신이 우선이어야했고, 그 누구보다도 릴라가 인정해주는 것이 좋았다. 웬지 그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 그런 친구가 있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아마 조금씩 정도의 차이겠지만 그런 친구는 누구나 한명 정도는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였을까.레누는 항상 자신이 릴라에게 의존하고 자신보다 릴라는 자신을 덜 좋아하는 건 아닐까..그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릴라는 결혼식 당일 준비를 도와주는 레누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p416)
릴라도 레누에게 열등감이 있었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것을 레누에게 이루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눈부신 친구라는 표현과 함께 .. 이 둘은 이렇게 자신들의 관점에서 서로에게 자극받고 또 대리 만족도 하면서 그렇게 우정의 깊이를 더 해가고 있었다.
4부작인 만큼 그들의 60년의 우정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60년 후 릴라의 아들이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레누에게 하면서 시작된다.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릴라.. 30년전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던 릴라..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받고 나서는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을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고..
그렇게 레누의 기록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2권에서는 성인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예상된다. 과연 릴라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될까. 레누는 공부를 계속해서 그들이 벗어나고 싶어했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들의 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또 성인이 된 후 서로에게 미칠 영향은 어떤 것들일까..
지구 저쪽 먼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웬지 오래전의 모습들을 떠 올리며 읽을 수 있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가 되는 듯 하다. 돌아보면 나의 예전의 이야기들도 이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시 정리를 해 본다면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그때 그때마다 느끼고 고민했던 감정적인 부분들을 작가가 어떤 극적인 이야기로 건드려 줄 것인지.
그 대목에서 인물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은 과연 어떤 것들일지.. 그러한 관점에서 이 이야기의 흐름이 기대가 된다.
친구란 뭘까? 얼마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냥 편하게 말했다. 아니 기왕이면 듣기 위해 노력하면서. 삼십 년도 더 전인 내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 친구들이 내 어린 시절을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즐거워진다. 평범한 내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도. 어느 나라든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는 건 즐겁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에는 약간의 괴리감을 느낀다. 우리 정서와 맞지 않아서 이래도 되는 건지 싶은 생각에. 나는 아는 언니들과 독서 모임을 하는데 이번 독서 모임 책이 ‘나의 눈부신 친구’다. 이 책은 나폴리 4부작 중 하나라고 한다. 제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리와 레누 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 시절부터 사춘기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릴라.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리와 레누. 둘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다.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알면서도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그러면서도 서로 성장하는 사이다. 릴라는 똑똑하고 명석하지만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 하지만 릴라는 독학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한다. 모범생이자 노력 형인 레누는 릴라를 보며 자극받아 열심히 공부하지만 릴라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란 생각을 한다. 릴라와 다르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한 레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릴라에게 묘한 열등감과 라이벌 의식을 느끼게 된다. 릴라를 좋아하지만 미워하기도 하고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공부를 하는 릴라와 다르게 결혼을 선택하는 레누. 1권에서는 결혼하게 된 릴라까지의 이야기다.
이후 릴라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음.. 나는 일단 이런 식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와는 조금 다른 정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우정이 어디서 어떻게 감명받아야 하는지, 어디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야 하는지를. 만약 내가 사춘기 소녀였다면 이 이야기들이 공감되고 재미있었을까?
우정. 우정이라는 정의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우정과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뭐든 같이 하기를 바라고 공감받기를 원했던 어린 시절의 우정. 그 우정에 진짜 의리가 존재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았던 우정. 어린 시절의 우정이 성인이 되어서도 존재하는지. 너와 내가 다른 환경이 되면서 우정 역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도 우정이라 믿었던 친구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 우정이라는 이름. 이 책을 소개하는 예스 24에는 이런 글이 있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정말 나의 우정은 안녕한 것인지, 나의 일상은 안녕한 것인지, 내 인생과 내 주변을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극찬할 만큼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다. 생각보다 쭉쭉 읽혀지지 않았고 기대를 많이 해서였는지 기대에 차지 않았다. 4부작이니 2, 3, 4권은 더 재미있었을까
[도서지원]
"넌 아니야,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엘레나페란테 그러나 이 이름조차 본명이 아니라고 한다.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이탈리에서 페란테 열풍을 일으키고 그 절정은 [나폴리 4부작]이다.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 어떻게 흘러갈까? 최근에 읽었던 [어른들의 거짓된 삶]을 읽으면서 10대 소녀의 감정표현과 어렵지 않는 문장들이 쉽게 다가왔지만 문화의 차이는 넘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어른으로 가는 그 길에서 누구나 방황을 하고 가족이나 타인의 의해 성장해간다. 이런 점들을 엘레나페란테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 오늘 읽은 나폴리 4부작 중 첫 번째 도서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읽는 내내 우정과 질투 그리고 경쟁을 보여주는데 억지스럽지도 않고 그래 그 나이대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의 시작은 화자인 레누차가 친구의 아들인 리노에게서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소식을 전화를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라파엘라 체룰로 다른 이들은 리나로 불렀지만 레누차만이 '릴라'로 불렀다. 66년을 살아왔으나 여전히 알 수 없는 릴리의 행동 그리고 이제는 친구가 사라진 것에 대해 레누차는 자신과 친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누가 이기는지 하자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50년 나폴리 그것도 가난과 불안전한 환경속에서 자신과 친구가 자랐던 내용을 말하기 시작한다. 릴리와는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멀리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가 되었다.
둘다 가난했고 릴라는 레누차보다 뛰어났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한다. 언제나 릴라와 함께 하고 싶으면서도 곁에 있으려고 했던 마음. 레누차가 공부를 하면 릴라 역시 혼자서 공부를 했다 자신은 할 수 없는 공부 그러나 절대 친구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슬한 우정을 보여주면서 두 소녀는 그렇게 성장해갔고 너무 뜻밖이도 동네에서 좋은 인상을 가진 도나토 아저씨가 레누차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고 사랑까지 고백을 한다. 순간, 이게 무슨 미친....여기에 레누차는 도나토의 큰아들 니노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직 성숙지 못한 아이의 감정으로 화가나다가도 이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릴라는 비록 배움을 계속 하지 못하나 날로 아름다워지고 동네 남자들은 모두 릴라를 바라보고 이를 불안하거나 질투로 바라보는 레누차. 그리고 결국 스테파노와 결혼하기로 한 릴라 그때 나이가 겨우 16살 이었다. 릴라는 학교에 갈 수 있었으나 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구두쟁이로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에게서 탈출하는 것이 배움이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오빠와 같이 신발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오빠인 리노는 구두 제작으로 부자가 된다는 환상까지 갖게 되고 그렇게 동생을 챙기던 자상하던 모습에서 점점 욕심에 눈이 먼 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릴라의 감정표현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간혹 오빠가 변하는 모습에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릴라 역시 감정이 있는 아이였구나. 1권은 레누차의 입장에서 써 내려갔기에 릴라의 감정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는 릴라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또한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익숙해졌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년과 소녀들 물론 평화로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점점 어른으로 성장을 하면서 이제 서로 짝을 찾아간다. 레누차에겐 안토니오 라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니노를 생각하면 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행동 때문에 다가갈 수 없는 상황. 혼란스럽지만 그냥 니노를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했다.
모두가 변한다. 레누차는 유일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아니 릴라를 이길 수 있는 것이 공부였다. 릴라가 아름다게 변할 때 자신은 공부하느라 친구의 변화를 부러워했다. 그러나 인생은 모르는 법이다. 아무리 돈 많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지만 이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아니 릴라에게 그럴 힘이 있을지...불안한 마음만 들었다. 그러나, 각자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선택했고 이제 막 시작 되었다. 앞으로 두 소녀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다음 권이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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